Chapter. 청구서
“저것들이 아직도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고?”
“벌써 열흘이 넘도록 가게를 온갖 오물로 더럽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하!”
“오히려 청소 실력이 는 듯 점점 치우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멍청한 놈들!”
도랄드 디저트 가게의 주인인 도랄드는 연신 혀를 찼다.
“대체 일을 어찌 처리한 거야!”
“일 처리야 완벽했지요. 다만 저들이 무척 대단한 거 아닐까요? 아주 성실한 직원들만 뽑았나 봅니다.”
“닥쳐!”
맨 처음 이 거리에 새로운 카페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코웃음을 쳤다.
지금껏 자신에게 도전장을 던진 가게들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다들 몇 달도 못 버티고 가게를 접었다. 자신들의 디저트 맛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으니까.
새로 생긴 가게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가게 인테리어가 특이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손님 한 명 보이지 않기에 그럼 그렇지, 하고 비웃음을 잔뜩 날려 줬다.
“그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가 생겼다. 새로 생긴 가게에 점점 손님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빙수라는 이상한 메뉴부터 듣도 보도 못한 디저트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더니 이내 자신의 가게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해괴한 걸 디저트라고 내놓다니!”
물론 그것 역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새로운 거라서 사람들이 아주 잠시 반응하는 거겠지, 라고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웬걸?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뜨거워지는 반응에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대체 그딴 게 뭐가 맛있다는 거야!”
“맛은 솔직히 좋던…….”
“너 누구 편이야!”
도랄드 역시 직원을 시켜 사 오라고 해 맛을 봤다. 솔직히 저놈 말대로 맛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빙수나 마카롱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디저트를 만드는 솜씨가 무척 좋았다.
그 가게 점장이라는 자가 직접 디저트를 만든다고 들었는데, 자신의 가게로 데려와도 좋을 듯했다.
하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몇 번을 더 찾아가 조건을 더 좋게 올려 주겠다고 회유해도 소용없었다.
“제길!”
마카롱이라는 걸 따라 만들어도 봤다. 저런 근본도 없는 여자도 만드는 걸 최고의 솜씨를 가진 자신이 만들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실패, 실패, 실패!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모양은 대충 비슷하게 만들어 냈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저들을 이 거리에서 쫓아내기로!
“그런데 이게 뭐야!”
그것 역시 생각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처음 깡패들을 시켜 영업 방해를 지시할 때만 해도 쉽게 일이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 카페의 주인이 소르펠가의 영애라는 사실을 얼핏 듣긴 했지만, 딱히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소르펠 공작은 카페 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았으니까.
거기다 영애 또한 사업차 제국을 떠나 있다 들었고 지금이 적기라 생각했다.
“그놈은 대체 누구야!”
그런데 일이 꼬였다. 며칠 잘 진행되나 싶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한 놈이 깡패들을 뭉개 버린 것이다.
그날 이후 아무도 자신의 의뢰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 그놈과 또 마주쳤다간 죽을 것 같다며 금액을 더 올려 준다 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방법을 바꿨는데, 이것 또한 영 신통치가 않았다.
“뭐 더 좋은 수가 없을까?”
그것들을 하루라도 빨리 이 거리에서 쫓아내야 하……!
파악!
“흐억!”
“히익!”
그때였다. 창문이 요란하게 깨어지며 무언가가 날아와 벽에 박혔다. 화살이었다.
도랄드와 직원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저, 저게 뭐야!”
화살이 또 날아올까, 두 사람은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벌벌 떨었다.
다른 이를 불러 도움을 요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들을 죽이러 온 거라 확신한 것이다.
“끄, 끝난 건가?”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다음 공격이 없자 숨을 죽이고 있던 도랄드는 느릿하게 몸을 다시 일으켰다.
“…쪽지?”
그러다 벽에 박혀 있는 화살에 종이가 묶여 있는 걸 본 도랄드는 조심스럽게 화살을 뽑아 종이를 펼쳤다.
<청구서>
“이게 뭐야?”
청구서라고 적힌 종이에는 끝도 없이 수많은 숫자가 나열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