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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39)화 (13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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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컥.

“공작님, 카밀라 님 오셨습니다.”

알트온 백작은 노크도 없이 바로 문을 열고 에스크라 공작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앉아라.”

그 역시 이렇다 저렇다 별다른 말 없이 바로 카밀라에게 자리를 권했다.

“무슨 일이에요?”

전체적으로 집무실 안 공기도 미세하게 무거운 걸 느끼며 카밀라는 곧장 자신을 찾은 용건을 물었다.

“수호의 탑이라고 아나?”

“수호의 탑이요? 마탑이 관리하는 곳 말씀하시는 거예요?”

가 본 적은 없지만 유명한 곳이라 들어는 봤다.

마법사들의 성지라고 했던가? 거기에 존재하는 마나의 양이 제국 전체에 퍼져 있는 마나의 양과 맞먹는다고 하던데.

“갑자기 거기는 왜요?”

“조금 전에 그곳이 무너졌다는구나.”

“…네?”

카밀라의 눈이 살짝 커졌다. 갑자기 왜? 마탑에서 굉장히 애지중지하는 곳이라 관리가 아주 철저하다고 들었는데?

“폭발이 있었다는군.”

“폭발이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헐.”

우리 오라비, 또 한동안 무진장 바쁘겠네.

‘그나저나 그 탑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마나의 질과 양이 달라져서 마탑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고 한 것 같은데…….

“난리 났겠네요.”

그건 그렇고 소식 한번 엄청 빠르다. 조금 전에 폭발이 있었다는데 벌써 여기까지 소식이 전해진 거야? 국가 간에 심어 놓은 간자들이 넘쳐난다더니 정말인 듯했다.

“난리가 났지. 특히 소르펠가가.”

“저희 가문이요? 왜요?”

라비 때문인가? 그가 소르펠 공작에게 뭔가 도움이라도 청했나?

의아해하던 카밀라는 대답 대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에스크라 공작의 시선에 다시 한번 의아함을 느꼈다.

“뭔데요?”

아무래도 이번 일로 뭔가 큰일이 생긴 게 분명한 것 같은데…….

“그 무너진 탑 안에 라비 소르펠이 있었다는군.”

“…네?”

“다른 마법사들과 함께 그곳에 들어가 있었다는데.”

“라비가…….”

카밀라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혹시… 많이 다쳤나요?”

“…….”

“얼마나 다쳤다는데요?”

“아직 찾지 못했단다.”

“무슨…….”

“탑이 완전히 무너져 지금 계속 수색 중이라는군.”

카밀라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던 그녀의 입에서 곧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래서요?”

그녀는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상황이 지금 정확히 어떤 거예요?”

“더 정확한 소식은 알아보는 중이다.”

“그렇군요.”

카밀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려 주셔서 감사해요.”

“어쩔 거냐.”

“가 봐야죠.”

“최대한 빠른 방법을 알아보마.”

“고맙습니다. 그런데…….”

카밀라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제부턴 제가 알아서 할게요.”

“…….”

정중히 고개를 숙인 후 자리를 떠나는 카밀라의 모습을 보며 에스크라 공작은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왜 저리 차분한 거지? 그게 그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단 국경 지역까지 바로 갈 수 있는 마법진을 알아봐.”

“네.”

“황실에 협조 요청하고.”

“알겠습니다.”

알트온 백작에게 간단히 지시를 내린 에스크라 공작은 카밀라가 사라진 공간을 새삼 바라봤다.

“…알아서 하겠다고?”

확실히 선을 긋는 듯한 그녀의 말에 그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 * *

똑똑.

“들어와.”

카밀라가 에스크라 공작을 만나는 동안 자신의 방에서 잠시 쉬고 있던 제이너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는 바로 카밀라였다.

“무슨 일이야?”

그녀가 자신을 먼저 찾아온 건 처음이라 그의 입가에 습관적으로 미소가 걸렸다.

“도움 요청.”

“도움?”

그 말에 제이너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너라면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 가능해?”

제이너는 그녀를 잠시 말없이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 곧 걸음을 옮겨 책상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마력석이다.

다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선 그는 마력석을 깨트리는 것과 동시에 카밀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후우욱!

그러자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흐릿한 불빛만이 존재하는 지하 공간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페이블러 제국과 연결된 마법진이 있는 곳이야.”

제이너가 카밀라를 데리고 온 곳은 바로 칸 지부였다.

“소르펠 가문의 저택으로 가면 돼?”

페이블러 제국과 연결된 마법진이 한 개가 아닌 듯 그는 원하는 장소를 물었다.

카밀라는 조금은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좀 더 이것저것 캐물을 줄 알았는데, 그는 별다른 말 없이 바로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었다.

“수호의 탑.”

“저쪽으로. 다행히 그 근처에 지부가 있어.”

넓디넓은 지하 공간을 제이너는 거침없이 걸었다. 자세히 보니 지하 공간에는 수십 개의 문이 존재했다.

제이너는 그중 한 곳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바닥에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마법진이 보였다.

“가운데 서.”

“잠깐만.”

“왜?”

“페이블러 제국에 수호의 탑이 무너졌어. 마법진 운영에 문제가 생겼을지 몰라.”

그 말에 제이너가 피식 웃었다.

“우리 마법진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어 있어.”

이동 마법진이 발동될 때 그 마나가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니까. 당연히 외부의 마나에도 영향을 받지 않게 설계가 되어 있다.

“그러니 걱정 마.”

마법진 위로 카밀라를 이끈 제이너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병을 열어 액체 한 방울을 바닥에 톡 떨어트렸다.

그러자 흐릿했던 마법진의 빛이 더욱 강해지며 순식간에 두 사람을 빠르게 감쌌다.

“여긴…….”

다시 눈을 떴을 땐 또 다른 지하 공간이었다. 잠시 멍해 있는 카밀라를 보며 제이너가 빙긋이 웃었다.

“환영해. 페이블러 제국 칸 지부에 온 걸.”

“…도착한 거야?”

“응. 그리고 원래 외부인은 여기까지 못 들어와. 네가 처음이야.”

제이너는 바로 카밀라의 손을 붙잡곤 그 공간을 빠져나왔다.

“어?!”

벌떡!

“칸 님!”

지하 공간을 빠져나오자 밖에 서 있던 몇몇 이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마차 좀 부탁해.”

“알겠습니다.”

그의 명에 따라 한 사람이 빠르게 밖으로 향했고, 제이너는 카밀라와 함께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마차가 앞에 세워져 있었다.

“수호의 탑.”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타자마자 마차는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흐음.”

제이너는 지부를 나서기 전 부하가 건넨 서류를 빠르게 훑었다.

“그래서였나?”

오늘 수호의 탑이 무너진 것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었다.

“라비 소르펠, 그자가 무너진 탑 안에 있다고?”

“아직 다른 소식은 없어?”

카밀라의 물음에 제이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더 못 갈 듯합니다.”

수호의 탑 근처에 다다르자 마차가 멈춰 섰다. 아직 좀 더 가야 했지만, 일정 거리에서부터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했다.

카밀라는 바로 마차에서 내렸다.

“……!”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눈앞의 광경이 너무도 처참했으니까. 말 그대로 폭삭 내려앉은 탑의 모습이 보였다.

저 안에… 저 안에 라비가 있다고?

카밀라는 무거운 걸음을 옮겨 현장으로 다가갔다.

“더 가까이 가시면 안 됩니다!”

주변을 둘러싼 병사들이 그런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또 다른 붕괴가 있을 수 있으니 당연한 조치였다.

“일단 저택으로 가는 게 어때?”

상황을 파악한 제이너가 물었다. 여기 있어 봤자 당장은 별 소득이 없어 보였으니까.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아니.”

하지만 카밀라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집에서 마냥 소식을 기다리겠다고 이곳에 이렇게 급히 달려온 게 아니다.

“카밀라?”

그때 그녀를 부르는 음성이 있었다. 고개를 든 카밀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라버니.”

루드빌이었다. 그가 다가서자 카밀라 앞을 막아섰던 병사들이 빠르게 비켜섰다. 카밀라는 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라비 오라버니는요?”

“아직.”

“다른 이들도 못 찾았어요?”

“마법사들에게 문제가 좀 생겼어.”

“무슨…….”

“마법 운용이 잘되질 않는다는구나.”

일시적으로 마법사들이 패닉에 빠졌다. 자기들이 사용하던 마나의 흐름이 갑자기 변해 버려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에 마법적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생존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디쯤에 있는지만 알아도…….”

루드빌의 말에 카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급히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이거였으니까.

‘제노.’

카밀라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붙어 있는 제노를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을 읽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비…….”

[알았어.]

인간은 가지 못해도 귀신이라면 저 무너진 공간에 아무 제약 없이 들어갈 수 있다. 라비와 다른 생존자들이 어디쯤 있는지만 알아도 구출은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우우웅.

“……?!”

제노가 막 폐허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알 수 없는 공기의 울림과 함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사람들이 흠칫하는 순간 그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었다.

“봐요! 제 말이 맞잖아요! 이동 마법 공식을 이렇게 바꾸면 된다니까요.”

“그래.”

“선배님도 대단하세요! 바로 마나 흐름을 읽고 그 공식을 적용하다니!”

연신 쫑알거리는 목소리와 조금은 지친 듯한 목소리가 번갈아 들려왔다.

“사, 살았다.”

“와아… 진짜 죽는 줄 알았어.”

그 뒤로 다른 이들의 음성도 들려온다. 총 아홉 명. 사람들은 그들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실종된 마법사들이었다.

“어쨌든 바로 마탑에 보고…….”

머리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어 내던 라비의 손길이 뚝 멈췄다. 수많은 이들이 자신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한 사람을 발견한 라비의 눈이 커졌다.

“…카밀라?”

“…….”

“네가 여길 어떻게… 아니, 대체 언제 온……! 야!”

라비는 끝까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카밀라가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으니까.

“으으…….”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애써 태연한 척했던 카밀라는 결국 라비를 보는 순간 눈물샘이 터져 버렸다.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미안.”

카밀라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아이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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