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렇다. 연락 한 번 먼저 하는 게 뭐 큰일이라고…….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제이너였다.
“시간 괜찮아?”
“왜? 무슨 일 있어?”
“오랜만에 시장이 열렸다는데, 같이 나가 보는 건 어떨까 해서.”
“시장?”
“저번에 축제 구경도 제대로 못 했잖아.”
“…그게 누구 때문이었더라?”
“그래서 내가 맛있는 식당에라도 데려갈까 하는데, 어때?”
잠시 고민하던 카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이러고 있어 봐야 계속 통신 구슬만 신경 쓸 것 같고, 저번에 못다 한 거리 구경이나 나가는 게 나을 듯했다.
“좋아.”
카밀라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1차로 주문했던 물건들이 이미 들어온 건 알지?”
“어.”
에스크라 공작에게 직접 들었다.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물건이 들어왔다고. 빠른 처리에 에스크라 공작도 매우 만족하는 눈치였다.
‘다른 두 공작가의 도움을 받을 거라더니.’
이쪽 상황이 급하다고 했더니 소르펠 공작 역시 최대한 납품 일을 앞당겨 보겠다고 했었고 다른 두 공작가의 도움도 받을 거라고 했다.
확실히 시장에 나와 보니 새로운 물건들을 사고파는 이들이 무척 많았다. 얇은 옷감부터 계절에 맞는 장신구까지.
“3차 주문서만 확인하면 정말 돌아갈 거야?”
“그래야지.”
“흐음.”
제이너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섭섭할 것 같아서.”
“누가? 네가?”
“처음으로 생긴 여동생이 떠난다는데 당연히 섭섭해야 하는 거 아냐?”
뭐, 장난감 하나 없어지는 아쉬움? 그 정도의 섭섭함인가?
이미 그가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는 카밀라는 실소를 흘렀다.
투욱!
“조심.”
그때 누군가가 급히 뛰어가다 카밀라와 부딪쳤다. 비틀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제이너가 빠르게 감쌌다.
“아! 죄송합니다!”
안색이 하얗게 질린 남자가 카밀라를 향해 급히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뭔가 다급한 일이 있는 듯 남자는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내뱉으며 급히 그 자리를 떠나갔다.
“기사인가?”
살짝 부딪쳤을 뿐인데 비틀거릴 정도로 힘이 강했다.
“……?”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카밀라는 의아한 눈빛으로 제이너를 바라봤다. 그가 여전히 멀어져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아는 사람이야?”
“…친구.”
“친구? 그런데 왜 아는 척 안 했어?”
저 사람도 딱히 제이너를 알아보는 것 같지 않았는데? 급해 보이더니, 얼굴을 제대로 못 본 건가?
“첫 번째 삶에서 사귄 친구지.”
“아…….”
그제야 카밀라는 무슨 상황인지 알았다.
“많이 친했나 봐?”
저놈의 성격에 그냥 모른 척 지나칠 수도 있을 텐데, 저리 아련히 쳐다보는 걸 보면 말이다.
“친했지. 전장에서 등을 맡길 정도로.”
“그런데 왜…….”
아무리 전의 삶이라지만 그렇게 친했다면서 지금은 왜 아무 사이도 아니지? 보통은 친했던 이를 다시 찾지 않나?
“의미 없잖아.”
제이너의 입가의 미소가 짙어졌다.
“친해져 봐야 죽으면 끝인걸.”
“…….”
“두 번째 삶까지는 저 녀석과 아주 친했지. 하지만 세 번째가 되니 허탈하더군.”
‘마이안!’
‘누구? 날 알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