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그에게 다가간 카도르가 그대로 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퍼억!
“윽!”
침대에 누워 있던 라비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스승님!”
“건방진 놈, 스승이 온 줄 알면서도 어디서 모른 척이야.”
마법으로 들어선 자신의 기운을 못 읽을 놈도 아닌 것을.
“…어쩐 일이세요?”
“네가 또 땅 파고 있다기에 와 봤지.”
“…….”
“뭐야?”
휘익!
그가 가볍게 손을 휘젓자 근처에 있던 의자가 빠르게 날아왔다. 거기에 자리를 잡고 앉은 카도르는 라비를 지그시 바라봤다.
“왜 또 그러고 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비가 고개를 돌려 카도르의 시선을 피했다.
파악!
“…스승님, 절 죽일 셈이세요!”
“그래도 방어할 정신은 남아 있구나.”
그 순간 날아드는 얼음 화살에 라비는 급히 방어 마법을 시전해야만 했다.
“문제가 뭐냐니까.”
카도르는 다시 마법을 시전해 다른 쪽에 있는 의자를 마저 가져와 라비를 거기에 앉혔다. 스승의 마법에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게 별 거부감이 들지 않는 듯 라비는 얌전히 그에 따랐다.
“계속 침묵할 거냐.”
카도르가 다시 얼음 화살 몇 개를 공중에 띄웠다. 그 모습을 본 라비가 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스승님.”
“오냐.”
“저요.”
“그래.”
“…고아가 될지도 몰라요.”
라비의 고개가 더욱 아래로 떨어졌다. 세상 시름은 혼자 다 짊어진 모습이다.
“드디어 소르펠가에서 쫓겨나는 거냐.”
반면 카도르의 반응은 아주 심드렁했다.
“언제 쫓겨나는데?”
“…….”
“생각보다 절차가 간단하더군.”
“…네?”
뜬금없는 말에 라비의 고개가 살짝 들렸다.
“양자 들이는 거.”
라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완전히 쫓겨나면 찾아와. 빈방 정도는 내어 줄 수 있으니.”
카도르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라비는 결국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별론데…….”
“이놈의 자식이.”
“스승님을 아버지라 부를 생각 없거든요.”
“썩을 놈.”
마지막으로 얼음 화살을 하나 더 날린 후 카도르는 그대로 연구실을 떠났다.
연신 키득거리던 라비의 입가에서 점점 미소가 사라졌다.
“…그 남자가 나타났단 말이지.”
어린 나이였고 함께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지만, 그 남자의 얼굴을 라비는 여전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카밀라의 친부, 그가 17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와서.”
라비는 튀어나오려는 욕설을 간신히 참았다. 무엇보다 지금 그 애가, 카밀라가 그와 함께 있다.
…그리고 그 녀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젠장…….”
나직이 욕설을 내뱉은 그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우우웅!
그런데 그 순간 익숙한 마나의 흐름이 다시 느껴졌다.
“스승님?”
방금 떠났던 카도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궁상떨지 말고 일이나 도와.”
“무슨 일이요?”
“며칠 뒤에 신입들이 수호의 탑으로 탐사 떠나는 거 알지? 그거나 따라가서 애들 인솔해.”
“제가요?”
“그래, 너.”
“…알겠습니다.”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다시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