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바로 아는 척을 안 했지? 아버지에게 알려도 됐을 텐데.”
“그래서 내가 얻는 게 뭔데?”
카밀라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네가 직접적으로 나에게 원한을 가지고 일을 꾸몄다면 당연히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아니잖아?
물론 그때 자신에게 뭔가 작은 피해라도 있었다면 이리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은 받았으면 반드시 돌려주는 아주 예의 바른 사람이니까.
하지만 에스크라 공작 덕분에 딱히 피해를 본 게 없었다. 다친 곳도 없었고 물질적인 손해도 입지 않았다.
“그리고 난 쓸데없이 적을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그런 거 치곤 너에게 원한을 가진 이들이 제법 많던데.”
“…네가 잘못 안 거야.”
당장 떠오르는 몇몇 인물들이 있었지만, 카밀라는 애써 모른 척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연신 웃던 그가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부탁 하나만 하자.”
“부탁?”
그가 입가에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미소가 지어졌다.
* * *
“우웩! 이거 맛이 뭐 이따위야?”
“더럽게 다네.”
“이딴 걸 사람들이 먹는다고?”
“사장 나오라고 해! 사장!”
늘 손님으로 북적이던 디저트 카페가 오늘은 아주 한산하다. 방금도 문을 열고 들어서던 손님 두 명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도망치듯 다시 나갔다.
입구 쪽에 떡하니 앉아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남자들 때문에.
“저, 점장님, 저 사람들 또 왔어요.”
“미치겠네, 진짜! 저것들 왜 저래요?”
“벌써 4일째 저러고 있습니다.”
다섯 명의 남자가 며칠 전부터 가게를 찾아와 계속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디저트 몇 개를 시켜 놓곤 맛이 없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통에 가게에 온 손님들이 다 도망치는 상황이다.
“어? 점장님!”
“어디 가세요?!”
그 모습을 한참 가만히 지켜보던 라일라는 성큼 그들에게 다가섰다. 다른 점원들이 급히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뭐야?”
“네가 사장이야?”
라일라의 등장에 겁을 줄 생각인 듯 남자들의 얼굴이 더욱 험악해졌다.
“디저트에 문제가 있나요?”
“문제가 너무 많지.”
“이딴 걸 먹으라고 파는 거야?”
“죄송합니다.”
라일라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디저트값은 모두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뭐라고?”
“돈만 주면 다야?”
“X발! 우리가 거지인 줄 아나!”
“우리가 돈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남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라일라를 더욱 압박했다.
“그만 나가 주시겠어요?”
하지만 라일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입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입구는 저쪽입니다. 다음에는 더 만족스러운 디저트로 대접해 드릴게요.”
하지만 그런 라일라의 행동이 남자들의 심기를 더 건드린 듯했다.
“이게! 지금 장난하나!”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 남자의 손이 번쩍 들렸다.
하지만 라일라는 자신의 얼굴로 날아드는 손을 보면서도 눈조차 감지 않았다.
카밀라가 떠나기 전에 말했다. 이 가게를 잘 지키라고.
자신을 믿어 준 친구를 위해서라도 약해지고 싶지 않았다.
때리면 맞아 주고 신고하면 그만이다. 가게 영업을 방해하는 건 경비대에 말해 봐야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만, 폭력이 더해진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역시 크리스 님의 말이 맞았던 건가?’
계속되는 영업 방해에 어제 고스트 상회의 크리스를 찾아가 논의를 했다.
카밀라가 그라시아 제국으로 떠나기 전, 가게에 혹 문제가 생기면 크리스와 논의를 하라고 했었으니까. 그리고 그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도랄드 디저트 가게라고 아십니까?’
‘도랄드 디저트요? 아! 저쪽 상가 입구에 있는 가게요?’
‘맞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 주변에서 가장 크고 수입이 좋았던 곳이죠.’
‘거긴 왜요?’
‘최근 그쪽 매상이 확 줄었다더군요.’
‘그게 왜……. 아! 혹시 저희 가게 때문인가요?’
‘네, 그래서 거기 사장이 앙심을 좀 품은 듯합니다. 저번에 갑자기 위생과에서 단속 나온 적 있죠?’
‘네. 하지만 크게 문제 될 게 없어서 그냥 돌아들 가셨는데요.’
‘도랄드 가게 사장이 신고한 겁니다. 뭐라도 잡히라고.’
‘세상에…….’
‘이번 일도 그쪽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제가 한번 알아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