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아이가 찾는 것
“유모 세빈느에 대한 처벌은 곧 이루어질 겁니다. 감히 다이브 님께 손을 대다니.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죠.”
늘 다정하고 웃음기가 가득하던 알트온 백작의 눈빛이 처음으로 스산한 빛을 가득 머금었다.
“게다가 그동안 빼돌린 돈이 정말 어마어마하더군요. 횡령만으로도 아주 큰 벌을 받게 될 겁니다.”
그동안 매달 다이브 앞으로 지급되는 돈을 거의 다 빼돌려 자기 멋대로 쓰고 있었다. 그 돈으로 다른 고용인들을 매수해 그녀가 그동안 행해 온 짓들을 전부 철저히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다이브 님 밑에 있던 고용인들 역시 모두 처벌받게 될 겁니다.”
“그래. 수고했다.”
알트온 백작의 보고를 들은 에스크라 공작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런 그의 표정이 영 불편해 보였다.
“그만 좀 노려보지?”
그것도 그럴 것이, 아까부터 그를 말없이 뚫어져라 노려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지 아시죠?”
카밀라는 한심함과 짜증이 뒤섞인 눈빛으로 에스크라 공작을 아주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내가 뭘 어쨌다고?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그게 문제라고요!”
세빈느, 그 여자가 이곳에서 그토록 마음대로 설칠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라 해도 에스크라 공작의 책임이 가장 크다.
다이브에 대한 모든 것을 그녀에게 맡긴 채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까.
공부의 목적으로 별채에 따로 거처를 마련한 아이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갔고 그곳은 어느새 그녀의 완벽한 왕국이 되어 있었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거다. 그리 선한 얼굴로 그딴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니!
“그 팔 어쩔 거야, 그 팔! 아이의 팔에 든 멍을 보고도 지금 내 책임이 아니라는 말 따위가 나오냐고!”
“너 반말…….”
“지금 그게 중요해요!”
“…안 중요하지.”
에스크라 공작은 알트온 백작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빙긋 웃으며 딴청을 피울 뿐이었다.
“적어도…….”
잠시 말을 멈춘 카밀라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현재 평소보다 많이 흥분해 있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너무도 잘 아니까.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사는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아니까.
세상과 연결된 모든 문이 꽁꽁 닫혀 있는 기분이라는 걸.
“적어도 다이브에겐 그쪽이 아버지였으면 좋겠어요.”
카밀라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타악.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집무실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래도 동생은 엄청 챙기시네요.”
그 침묵을 깬 건 알트온 백작이었다.
“저거 누구 닮아서 저렇게 막 나가는 거야?”
에스크라 공작은 카밀라가 사라진 공간을 바라보며 연신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전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까지 하며 소리치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살며시 고개를 내저었다.
“딱 카이스 님이시던데.”
“뭐야?”
“뺨 때리는 거 보셨죠? 주변에 있던 이들 아무도 나설 생각을 못 하던데요? 포스가 아주…….”
에스크라 공작과 알트온 백작 역시 그 모습을 봤다. 세빈느의 뺨을 가차 없이 갈기던 카밀라의 모습을.
마침 도서관 근처를 지나던 두 사람은 급히 어딘가로 달려가는 카밀라를 발견하곤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의 뒤를 급히 쫓았다.
세빈느가 지껄이는 소리도 모두 들었고 그녀가 매를 드는 모습도 보았다.
바로 끼어들려고 했지만, 자신들보다 카밀라가 좀 더 빨랐다. 그 후로도 그녀는 자신들이 나설 틈을 조금도 주지 않았다.
‘저 아이와 아주 가까운 사람.’
‘뭐?’
‘잘 생각해 봐. 내가 누구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