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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23)화 (12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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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나이도 잘 모르던 인간에게 뭘 바라겠어.’

그렇다고 자신이 의사도 아니고,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딱히 없었다.

‘그래, 신경 끄자. 몽유병이 죽는 병도 아니잖아?’

그냥 밤에 좀 돌아다니는 게 뭔 대수라고.

“…….”

…젠장.

“어제 산책하러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원을 정처 없이 거닐던 아이의 공허한 모습이, 차가운 땅을 밟고 있던 아이의 맨발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저 까칠한 꼬맹이와 친해지는 건 영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일단 좀 가까워져야 이런저런 말이라도 붙여 볼 거 아닌가.

[규우?]

연신 혀를 차자 킹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위로를 하듯 자신의 손등을 살짝 핥았다.

그 모습에 뒤에 서 있던 고용인들이 입을 급히 손으로 틀어막았다. 다이브 역시 스푼을 든 채 멍하니 그런 킹을 바라봤다.

“흐음.”

그 모습을 확인한 카밀라의 입가에 순간 묘한 미소가 걸렸다.

* * *

사각사각.

도서관 안에 펜촉이 움직이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커다란 도서관에 홀로 앉아 책을 보며 필기를 하고 있는 이는 바로 다이브였다.

벌써 한 시간째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조금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투욱.

“으허억!”

언제나처럼 그렇게 필기를 하며 책을 외우고 있던 다이브는 순간 자신의 발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흠칫했다.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아주 작은 생명체가 자신의 발 위에 올라와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굳어진 얼굴로, 잔뜩 두려운 눈빛으로 다이브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혹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쥐라도 올라와 있는 게 아닐까?

[규우.]

“……!”

발밑을 본 다이브의 눈이 순식간에 동그래졌다. 작은 생명체가 자신의 발 위에 앉아 있는 건 맞았다.

정말 다행히도 쥐가 아니라 식당에서 봤던 바로 그 신수였다.

“킹?”

오늘 식당에서 카밀라가 신수를 부르던 걸 얼핏 들었던 아이는 바로 킹의 이름을 불렀다.

[규!]

맞는다며 앞발로 자신의 발을 툭툭 치는 킹의 행동에 굳어 있던 아이의 얼굴이 스르륵 풀어졌다.

잠시 주변을 살핀 다이브는 손을 뻗어 킹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자신의 양손에 올라와 있는 새하얀 생명체에 아이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할짝.

“하……!”

킹이 순간 자신의 손을 핥자 아이는 저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터트리다 급히 입을 다물었다. 도서관에서는 늘 정숙해야 한다고 배웠으니까.

“너 왜 여기 있어?”

[규우?]

아이의 물음에 킹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연신 갸웃거렸다. 다이브의 입꼬리가 다시 스르륵 올라갔다.

“킹?”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다.

“여기 있었네.”

카밀라였다. 그녀의 등장에 아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며 언제나와 같은 차가운 표정이 자리를 잡았다.

스윽.

아이는 아무런 말 없이 킹을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행동과 달리 그 두 눈은 킹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대로 킹을 보내는 것이 무척 아쉽다는 듯이.

[규우…….]

자신을 정말 버리는 거냐는 듯 애처롭게 우는 킹의 모습에, 촉촉한 킹의 눈동자에 아이의 눈빛이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신기하네.”

“…뭐가요?”

아이가 처음으로 카밀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킹이 이렇게 사람을 따르는 건 처음 봐.”

“원래… 사람을 안 따라요?”

“아버지와 나 말고는 전혀 안 따라. 으르렁거리기 바쁘지.”

그 말에 아이가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킹을 바라봤다.

킹이 다시 아이의 손을 살짝 핥았다. 그러자 다이브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지고 만다.

‘그렇지.’

그런 아이를 보며 카밀라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눈빛으로 킹을 아주 열심히 칭찬했다.

조금 전 아이가 도서관에 있는 걸 본 카밀라는 킹에게 임무를 내렸다.

‘킹.’

[규!]

‘가서 꼬셔.’

[규우우?]

‘꼬시는 게 뭐냐고?’

[규우.]

‘나한테 하듯이 하면 돼.’

[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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