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 맞는 건가? 두고 봐! 고소할 거야! 그래도 내가 사절단으로 온 사람인데! 어떻게 손찌검을…….
‘응?’
속으로 온갖 욕설을 다 내뱉던 카밀라는 이내 다시 눈을 떴다. 에스크라 공작이 자신의 턱을 잡더니 이리저리 가볍게 흔들었기 때문이다.
“…뭐 하세요?”
“다친 곳은?”
다친 곳?
“딱히 없어 보이긴 하군.”
좀 얼떨떨했다. 나한테 화난 게 아니었나? 하지만 안도하던 것도 잠시, 이내 그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저쪽에서 매번 이렇게 위협을 받고 사나?”
저쪽? 아, 페이블러 제국에 있을 때?
“저쪽보다는 이쪽이지 않을까요? 여긴 그라시아인데.”
이곳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게 더 말이 맞지 않나? 페이블러 제국, 그 먼 곳에서 자신을 죽이려고 사람을 여기까지 보내는 건 말이 되지 않잖아.
누구지? 그라시아 제국에 와서 딱히 원한 살 일은 한 적이 없는데?
“칸.”
칸? 그게 뭔데?
자신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짧게 혀를 찬 에스크라 공작이 죽은 자의 팔을 들어 보였다. 그곳에 검은 뱀 두 마리가 똬리를 튼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페이블러 제국에서 활동하는 암살 집단이다. 제법 악독하기로 유명하지.”
카밀라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니, 그러면 페이블러 제국에서부터 나를 쫓아왔다는 거야?
납치가 아니라 아예 죽이려고 한 이들이다. 자신에게 이런 강한 원한을 가질 이가…….
‘너무 많네.’
당장 생각나는 이들만 해도 세 명은 된다. 지금도 자신만 보면 이를 가는 페트로의 동생 엘리샤. 자신에게 왕창 물 먹은 가브엘 후작과 그의 딸 메리즈.
‘게다가 이상한 조직도 있잖아.’
가짜 라니아. 그녀를 통해 일을 꾸몄던 조직이 자신의 목숨을 노렸을 가능성도 무척 크다.
“…하.”
뭔가 납득하듯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자 에스크라 공작이 실소를 터트리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더욱 싸늘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안 돼? 뭐가?
“그냥 못 돌려보내겠어.”
그가 자신을 지그시 응시한 채 내뱉은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너 그냥 여기에 있어야겠다.”
“네?”
“여기서 살아.”
…뭐라는 거야?
카밀라는 다시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