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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01)화 (1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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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를 당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카밀라는 바로 시종인 도르만을 시켜 정보상에 의뢰를 넣었다.

스카이 보육원을 비롯해 주변의 제법 큰 보육원 몇 곳을 조사시켰다.

혹 데니스, 그러니까 물귀신 베스의 아들처럼 보육원을 나선 후 소식이 끊긴 아이가 없는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들에게 입양된 인물은 없는지 말이다.

“별 성과가 없네.”

하지만 며칠이 지나 정보상에서 날아온 소식은 별것 없었다. 조사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그런가, 딱히 쓸 만한 정보가 보이지 않았다.

“에구, 모르겠다.”

카밀라는 들고 있던 서류를 집어 던졌다.

“내가 이걸 조사해서 뭐 하겠어?”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그리고 범죄는 경찰이 알아서 해야지.

만사가 귀찮아진 카밀라는 이번 일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가짜 라니아를 만든 놈들이 누군지 모르기에 찜찜하긴 했지만, 현재 소르펠 공작이 열심히 찾고 있으니 조만간 잡히지 않겠는가.

다만…….

“그냥 그것도 말씀드릴 걸 그랬나?”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바로 물귀신 베스의 아들, 데니스에 대한 일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

뭐라고 설명하냐고. 또 꿈에서 봤다고 해? 아무런 연도 없는 이들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침묵이 최선이었다.

똑똑.

“들어와.”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섰다.

“아버지?”

소르펠 공작이었다.

“몸은?”

그 물음에 카밀라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괜찮아요. 치료사들도 이제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녀의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저거였으니까.

“어디 다녀오시는 거예요?”

“그래.”

가짜 라니아 사건 이후 표정이 영 어두웠던 그가 모처럼 기분이 좋아 보였다. 밖에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

“어디요?”

“병문안.”

“병문안이요?”

아니,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왜 기분이 좋으시지?

“제이빌런 녀석이 좀 아프다고 해서.”

“공작님께서요?”

카밀라의 물음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배가 아프다더구나.”

“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법인데 남이 산 광산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왔으니 얼마나 배가 아프겠어.”

“아…….”

그제야 카밀라도 웃음을 터트렸다.

저번에 자신이 경매로 낙찰받은 광산에서 드디어 다이아몬드가 발견됐다. 철광석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히 증명되었는데 거기에 다이아몬드까지 발견되었으니.

아주 근소한 금액 차로 광산을 뺏긴 제이빌런 공작의 속이 쓰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쩌나. 거기에 블루 다이아몬드까지 나올 텐데.’

아마 조만간 또 소르펠 공작이 제이빌런가를 방문하게 될 것이다. 그를 살살 놀리기 위해서 말이지.

“내가 뭐 도와줄 일은 없고?”

“크리스가 아주 잘해 주고 있어요.”

“나중에 식사라도 대접해야겠구나.”

“그에게 말해 볼게요.”

자신이 고스트 상회의 주인이라는 게 밝혀졌지만, 여전히 대외적인 활동은 그가 대신해 주고 있었다.

물론 사업의 전반적인 결정이나 중요한 일에 대해선 자신의 의견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말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거라.”

“네.”

“그나저나 선물이 더 늘었구나.”

소르펠 공작의 시선이 방 안 한쪽으로 향했다. 구석 한편에 선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정말로 가득.

“…그러게요.”

참 많이도 쌓였다. 카밀라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긍정했다.

소르펠 공녀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에 곳곳에서 수많은 선물이 밀려들었다. 여기서 문제는 저 선물 더미의 3분의 2를 단 한 사람이 보냈다는 거다.

‘선물 못 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바로 황태자 에드센이었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엄청난 양의 선물을 보낸 그의 행동에 카밀라는 머리가 아팠다.

‘또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고.’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선물이 이렇게 반갑지 않고 껄끄럽기도 참 힘든데 말이지. 이것도 능력인가?

‘일단 선물에 대한 답장을 보내긴 해야겠지?’

저번처럼 그걸로 시비를 걸지도 모르니까.

‘아우…….’

에드센, 이 인간은 갑자기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난리래. 안 그래도 신경 쓸 게 많아 죽겠는데!

“카밀라.”

“네, 아버지.”

“귀찮으면 말하거라. 이 아비가 막을 테니.”

생각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던 듯 소르펠 공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빈말로 하는 말이 아니잖아.’

자신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바로 에드센 황태자를 찾아갈 게 분명한 소르펠 공작의 모습에 카밀라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아버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어찌 됐든 다음 대 황위를 이을 자다. 고작 이런 걸로 그와 척을 지어서 좋을 게 없다는 걸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서신부터 쓰자.’

에드센 황태자가 보낸 선물을 바라보는 카밀라의 표정에 귀찮음이 뚝뚝 묻어났다.

* * *

똑똑.

“전하, 기침하셨습니까.”

에드센 황태자의 시종인 벨이 최대한 공손히 문밖에서 말을 고했다.

‘오늘따라 피곤하신가?’

평소의 에드센이라면 이미 일어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들어와.”

잠시 후 안에서 허락이 떨어지자 시종은 바로 안으로 들어섰다.

“……!”

하지만 문을 연 그는 마저 발을 옮길 수가 없었다. 코를 자극하는 피비린내가 훅 하고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저, 전하!”

서둘러 고개를 든 그는 다시 한번 멈칫했다. 시신 몇 구가 널브러져 있는 방 안에서 막 잠에서 깬 듯한 에드센 황태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야, 벨.”

“네, 전하. 좋은 아침… 은 아닌 것 같군요.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무심코 마주 인사를 건네던 벨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뭘 그리 놀라.”

“설마 또……!”

“밤에 손님이 놀자고 찾아와서 좀 놀아 줬지.”

시종 벨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마도 전날 밤, 에드센의 목숨을 노리는 침입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사람을 부르지 그러셨습니까.”

“너무 늦은 시간이라 깨우기 미안해서.”

벨의 입에서 다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의 시선이 굳게 닫혀 있는 창문으로 향했다.

“그러면 피 냄새라도 좀 빠지게 창문이라도 열고 주무시…….”

“자네가 감기 든다고 문 꼭꼭 닫고 자라고 했잖아.”

“…네, 제가 죄인입니다.”

연신 한숨을 내쉰 벨은 바로 사람들을 불렀다.

“시신은 잘 보관하라고 해.”

“예?”

“어머니께 보내야 하니까.”

에드센 황태자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린다.

“아들 잘 자라고 선물을 이리 신경 써서 보내 주셨는데 나도 보내 드려야지. 꼭 늦은 밤에 투척해 드려라.”

“알겠습니다.”

정중히 고개를 숙인 그가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한층 목소리를 낮추었다.

“오늘 아침 그라시아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곧 새로운 황제가 등극한다고 합니다.”

벨의 말에 에드센의 눈빛이 번뜩였다.

“내전이 드디어 끝났나 보군. 승자는?”

“2황자 쪽이랍니다.”

“하!”

제국 그라시아. 북쪽 패자라 불리는 곳이다.

사시사철 눈으로 뒤덮인 그라시아 제국은 몇 년 동안 내전으로 무척 시끄러웠다. 황제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1황자와 2황자 간의 황위 다툼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내전에 페이블러 제국의 현 황비가 은밀히 간섭하고 있었다는 거다. 1황자의 편에 서서 말이다.

그런데 승리를 거머쥔 이가 2황자라니.

“궁금하네.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의 얼굴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황비가 1황자 쪽에 지원한 돈이 천문학적인 금액이라고 들었다. 1황자가 승리할 거라 아주 확신했던 것 같은데.

“그 돈을 모두 날리게 되었으니 미치기 일보 직전이겠군.”

연신 키득거리는 에드센을 잠시 말없이 응시하던 벨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카밀라 영애께서 보내셨습니다.”

“공녀가?”

그가 건넨 건 편지였다. 에드센 황태자는 그것을 바로 읽어 내려갔다.

“…….”

그런데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그의 미간이 순간 꿈틀한다. 이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그가 결국은 실소를 터트렸다.

“왜 그러십니까?”

“이런 건 또 처음이라.”

“예?”

“영혼이 너무 없는데.”

편지의 내용은 아주 단순했다. 그의 선물에 감사를 표하는 온갖 미사여구가 아주 줄줄이 적혀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내용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벨.”

“네, 전하.”

“혹시 선물 전할 때 가장 위에 올려 둔 게 사파이어 목걸이였나?”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 상자가 가장 작았으니까요.”

“하!”

보내 주신 선물 중 사파이어 목걸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여자, 가장 위에 놓여 있던 선물 하나만 뜯어 본 게 분명하다.

자신이 또 받은 선물 중 뭐가 가장 마음에 들었냐고 질문을 던질 것을 대비해 대충 하나 뜯어서 선수를 친 거다.

“큭, 하… 하하!”

연신 웃음을 터트리는 에드센을 잠시 바라보던 시종 벨은 이내 고개를 살며시 흔들며 시신을 마저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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