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아, 아가씨가 둘?!”
“말도 안 돼!”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을 보며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게 대체…….”
소르펠 공작과 라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아.”
“너 어디 있다 오는 거야.”
유일하게 아르시안과 페트로만이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난폭하게 흐르던 두 사람의 기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세, 세상에… 저 여자는 가짜예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기운이 다시 살벌해졌다. 가짜 카밀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니까.
“제 자리를 노리고 온 가짜라고요!”
카밀라의 모습을 한 여자의 눈에서 다시 애처로운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녀가 먼저 선수를 친 거다.
“다들… 다들 제발 속으시면 안 돼요!”
진짜 가지가지 한다.
그녀의 구슬픈 눈물에 동조하려는 사람들을 본 카밀라는 쯧 혀를 하며 그녀에게 성큼 다가섰다. 시간을 더 끌어서 좋을 게 없다.
“너 바보야?”
“뭐?”
“멍청하게 어떻게 내 행세를 할 생각을 해?”
카밀라는 연신 혀를 찼다.
“넌 네가 한 말도 기억 못 하니?”
“무슨…….”
“내가 신수의 가호를 받고 있다며? 그래서 내 몸을 차지하기 힘들다고 했잖아. 그런 말까지 한 주제에…….”
잠시 말을 멈춘 카밀라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직 성장 중이라 모습도 숨기지 못하고 크기도 작아 품에 쏙 들어가는…….
[크아아앙!]
“이 아이의 존재를 잊다니.”
신수 킹이었다.
“꺄아아악!”
털썩!
킹의 울부짖음에 여자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부들부들!
신수의 울음소리에 그대로 심장이 멎을 듯했다. 온몸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극심히 떨렸다. 머리가 깨어질 듯이 아팠고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질 않았다.
‘이, 이게 신수의 힘?’
사특한 기운을 몰아내는 힘이 있다더니!
조직이 세 수호 가문 중 소르펠가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유일하게 신수가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신수가 돌아왔고 어린 신수가 제대로 각성하기 전에 딸로 인정받기 위해 일을 서둘렀다.
그런데 아직 각성도 다 되지 않은 신수의 울음소리에 영이 그대로 몸에서 빠져나갈 것 같았다.
[크르릉…….]
울부짖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듯 당장이라도 여자에게 달려들 듯한 킹의 머리를 카밀라가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러자 신수가 거짓말처럼 얌전해졌다.
“거, 거짓말이에요! 다… 다 꾸며낸 거야! 내가 카밀라야! 내가, 내가!”
온몸을 떨어대면서도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 자리에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저 신수도 가짜… 그래, 가짜야! 제 말을 믿으셔야 해요!”
마지막 발악을 하는 그녀를 향해 카밀라는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 속삭이듯 하나의 이름을 불렀다.
“아리아 힐런.”
“……!”
자신의 진짜 이름이 불리자 여자의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그런 여자를 똑바로 응시한 채 카밀라는 다시 외쳤다.
“아리아 힐런.”
“아, 안 돼!”
“아리아, 힐런.”
풀썩.
마지막으로 한 자 한 자 이름을 부르자 결국 그녀가 쓰러졌다.
‘너에게 한 가지를 더 주도록 하지.’
하벨이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 바로 이거다. 라니아의 몸에 들어간 영의 진짜 이름.
‘이름만 알면 뭐 해? 사신이 불러야 영이 반응하는 거 아냐?’
‘너도 할 수 있다.’
‘내가?’
‘영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너의 부름 역시 영들이 반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