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러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겠죠?”
패션쇼를 하듯 양팔을 벌린 채 빙글빙글 도는 라니아… 아니, 자신의 모습을 한 그녀를 보며 카밀라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헐.”
살다 살다 정말 별꼴을 다 본다. 그간 본 끔찍한 장면 중에서도 베스트에 들 것 같다. 사람 몸이 기괴하게 녹아내리며 재탄생하는 모습은 정말…….
“네가 내 행세를 하면, 라니아는?”
라니아가 갑자기 사라지면 사람들이 찾을 텐데?
“만들면 되죠.”
“만들어?”
“방금 봤잖아요. 딱히 어려운 거 없거든요.”
“…….”
“이 모습으로 완벽하게 그곳에서 살 수 있다면 라니아 따위 이제 상관없어요. 라니아와 똑같이 생긴 시신 하나 만들어 강물에 던져 버리면 그만이니까.”
사람 목숨을 대체 뭐로 아는 건지. 카밀라는 기가 막혀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럼 다녀올게요.”
손까지 흔들며 밖으로 향하는 라니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카밀라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째야 하나.’
쟤들 앞에선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좀 막막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뭐지?
그러다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넋을 놓은 채 멍하니 서 있는 물귀신 베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라니아를 따라 밖으로 향하는 소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베스.”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그 어떤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베스!”
[…….]
좀 더 목소리를 높이자 그제야 공허한 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했다.
“데린을 찾아가.”
[…데린?]
“우리 집에 있는 할아버지 귀신 말이야. 데린에게 가서 지금 내 상황을 알려 줘. 그리고 아르시…….”
말을 내뱉던 카밀라는 멈칫했다.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그 방법뿐이었다. 데린이나 다른 귀신을 통해 아르시안에게 지금 상황을 알리는 것.
적어도 아르시안은 귀신을 인지할 수는 있으니까.
‘괜찮을까?’
하지만 그 방법을 선택하기에 걸리는 게 너무도 많았다.
‘아르시안이 데린을 가만히 둘까?’
본인 주변을 얼쩡거리는 귀신을 그냥 놔둘 성격이 아닌데?
무엇보다 데린이 그에게 말을 직접 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아르시안을 자신이 있는 곳까지 데려오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데린이 이 상황을 알게 된다면 가만있을 성격도 아닌데.’
어떻게든 아르시안과 접촉하려고 할 테고, 그렇게 아르시안의 주변을 계속 맴돌며 성가시게 굴다 혹여 소멸이라도 당하면?
“하아.”
카밀라는 빠르게 계획을 머릿속에서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