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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96)화 (96/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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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네 집이 어디야?”

“저기, 저 집… 어? 저기 좀 보세요!”

“……?”

“저 애가 데니스예요!”

“뭐?”

“데니스!”

마침 반대쪽 길 끝자락에서 한 소년이 걸어오고 있었다. 제법 키가 큰 소년을 향해 라니아가 반갑게 손을 마구 흔들어 댔다.

“…….”

하지만 카밀라는 반가움을 표할 수가 없었다.

‘…씨.’

오히려 속으로 연신 욕설을 토해냈다.

[어, 어째서…….]

드디어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어제부터 계속 들떠 있던 물귀신 베스 역시 입을 멍하니 벌렸다.

“라니아?”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오는 소년의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카밀라 역시 아이를 찾은 것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싶었다.

‘저건 또 뭐야?’

소년의 곁에 붙어 있는 귀신만 아니었다면.

[데… 데니스.]

그리고 그 귀신을 향해 베스가 연신 자신의 아이의 이름을 부르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어째서 데니스가…….]

소년의 곁에 붙어 있는 귀신은 다섯 살 남자아이였다. 베스는 소년이 아닌 그 아이 귀신을 향해 연신 아들의 이름을 불러댔다.

‘환장하겠네.’

더 미치겠는 건 아이 귀신 역시 이지가 없다는 거다. 베스가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가까이 다가가 소리쳐도 반응이 없었다.

‘저 여자처럼…….’

카밀라의 시선이 어느새 라니아에게로 향했다. 아이 귀신과 똑같이 이지가 없는 여자 귀신이 보인다.

‘이게 우연이라고?’

이지는 없지만 육신이랑 똑같이 생긴 귀신이 붙어 있는 게?

“하…….”

잠시 실소를 흘린 카밀라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건 절대 그저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고 넘길 일이 아니었다.

“카밀라! 찾는 사람이 여기 있는 우리 데니스 맞죠?”

“…응, 맞는 것 같아.”

웃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예쁘고 화사하게.

“잘됐네요! 데니스, 우리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그래.”

“카밀라, 우리 들어가요.”

앞서 걸음을 옮기는 라니아와 데니스의 모습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그녀는 곧 천천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

일단 저것들의 정체가 뭔지 확실히 알아볼 필요가 있을 듯했으니까.

* * *

[데니스, 아가…….]

물귀신 베스는 집 안으로 들어선 후에도 연신 아이를 애처롭게 불러댔다.

하지만 아이 귀신은 여전히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데니스라 주장하고 있는 소년만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카밀라, 데니스는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전 처음 뵙는 분 같은데…….”

주방에서 음료를 들고나오던 소년이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맞아. 처음 보는 거.”

“그런데 왜 절 찾으신 거죠?”

“내가 아니라 너희 엄마가 널 찾아.”

“…네?”

“널 보육원에 맡긴 친엄마 말이야.”

소년의 눈이 부릅떠졌고 라니아 역시 입을 멍하니 벌렸다.

“그, 그게 무슨……!”

“그 여자는 이미 죽……!”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라니아가 당황하며 급히 입을 다물었다.

이것 봐라?

‘이미 알고 있어?’

베스, 그러니까 아이의 엄마가 죽었다는걸?

“나에게 간곡히 부탁하더라고. 아이를 제발 좀 찾아 달라고.”

“데니스의 엄마를 정말 만났어요?”

“응.”

“어떻게…….”

“그게 아니면 생전 처음 보는 데니스를 내가 어찌 알겠어? 들었으니까 알지.”

“그……!”

저도 모르게 그럴 리가 없다고 소리치려던 라니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세요?”

한참 말이 없던 그녀는 결국 가장 무난한 질문을 던졌다.

“데니스의 엄마?”

“네.”

네 옆에…라고 말해 주려다 카밀라는 그냥 빙긋 웃었다.

“어쨌든 네가 진짜 데니스라는 거지?”

“아… 네.”

라니아 못지않게 당황하고 있던 소년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밀라는 그런 소년의 표정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소년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음?”

그런데 잠시 후 카밀라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뭐지?’

순간 속이 울렁거리며 머리가 어지러웠다. 집에 들어설 때부터 머리가 조금 아프다는 느낌을 받긴 했는데.

“으……!”

이어 시야가 흐릿해졌다.

‘설마.’

모든 게 다 의심쩍은 상황인지라 소년이 들고 온 음료는 입에 한 방울도 대지 않았다. 그런데 왜?

“카밀라, 왜 그래요?”

라니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네 왔다.

“괜찮아요?”

그런데 말투와 달리 그녀의 입꼬리가 점점 위로 올라간다.

‘젠장…….’

그 모습을 끝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 * *

“그 여자 정말 죽은 거 맞아?”

“맞는다니까.”

“그럼 뭐야? 저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

“그건…….”

“데니스를 찾아 달라고 했다잖아. 우리 말고는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 정말 살아 있는 거 아냐?”

“물속에 있는 여자의 시신까지 분명 확인했어. 너도 알잖아. 뒤에 문제 생길 것 같은 아이들은 절대 데려오지 않는 거. 우리가 여자를 처리하려고 찾으려 했을 땐 이미 죽어 있었어!”

“그러니까 이상하다고. 저게 대체 누굴 만난 거야?”

흐릿한 의식 속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바로 라니아와 조금 전에 만났던 소년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씨…….”

머리가 깨어질 것 같아 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듯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자신에게 향하는 게 느껴졌다

“깼어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라니아가 평소처럼 태연하게 말을 걸어왔다.

“뭐 하는 거야?”

카밀라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의자에 묶여 있다는 사실에 짜증이 일었다. 90년대 조폭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이 무슨 식상한 전개란 말인가.

“수면향이라도 피웠던 건가.”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대단하다며 연신 손뼉을 치는 라니아를 보고 있자니 다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잠시 방심한 대가가 생각보다 너무 크다.

다른 이들을 대동하고 올 걸 그랬나?

‘아니지.’

그랬으면 이런 본색을 절대 드러내지 않았겠지.

“원래는 그쪽을 깔끔하게 처리하려고 했거든요.”

“처리?”

죽이려 했다고?

“거참, 너무하네. 그래도 나름 잘해 준 것 같은데 말이야.”

“잘해 주셨죠.”

“그런데 왜?”

“너무 걸리적거려서요. 죽이는 게 가장 깔끔하니까.”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한 말투다. 사람을 죽인다는 행위에 대해 일말의 죄의식도 없는 모습이다.

“제가 공작가에 스며드는 일에 방해돼서 죽이려고 했는데.”

그녀가 빙긋 웃으며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계획이 변경됐어요.”

“변경?”

“카밀라가 고스트 상회의 주인이라는 놀라운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거든요.”

언제나처럼 화사한 미소가 라니아의 얼굴에 가득 피어났다.

“당장 죽이는 것보단 두고두고 이용하는 게 더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내리신 거죠.”

“나 그렇게 호구 아닌데.”

“원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거예요.”

라니아는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었다.

“그래서…….”

카밀라는 그런 라니아의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진짜 라니아는 왜 죽였는데?”

“…네?”

“데니스는 왜 죽였고? 죽여야 몸을 뺏을 수 있는 거야?”

본색을 드러낸 뒤로도 웃음을 잃지 않던 두 사람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

“너 진짜 연기 못하는 거 알지?”

그냥 슬쩍 찔러 본 건데 그렇게 확실하게 반응해 주니까 내가 더 민망하다, 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며 카밀라는 짧게 혀를 찼다. 이 말도 안 되는 예상이 정말 맞는 거야?

“계속 궁금했거든.”

라니아를 따라다니는 그녀와 똑같이 생긴 귀신의 정체가.

“그런데 이제 알겠네.”

뺏긴 거다. 자신의 몸을.

“너희들에게 뺏긴 거였어.”

죽인 건 아닌 것 같고… 빙의 같은 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데 왜 난 바로 안 뺏어? 내 몸도 그냥 차지하면 간단할 텐데. 아… 너희들, 몸을 차지하는 방법을 모르는구나.”

“닥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니면 아직 위에서 확실한 지령이 내려오지 않은 건가?”

“어, 어떻게……!”

어떻게 알긴.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해 놓곤.

“조금 전에 네가 그랬잖아. 판단을 내리신 거라고.”

‘당장 죽이는 것보단 두고두고 이용하는 게 더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내리신 거죠.’

내렸다도 아니고 내리셨다?

“너에게 지시를 내리는 자가 있다는 뜻 아냐?”

표정이 점점 더 창백해지는 라니아를 보며 카밀라는 다시 혀를 찼다. 역시 표정 관리 정말 못한다니까.

“하아.”

라니아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요. 카밀라가 한 말 다.”

그녀는 더 이상 숨길 것도 없다는 듯 안색이 다시 편해졌다.

“그런데 애초에 우린 그쪽의 몸을 차지할 생각이 없었어요.”

“왜?”

이용해 먹겠다며? 그럼 몸을 차지하는 게 가장 쉽지 않나? 라니아와 데니스의 몸을 뺏은 것처럼.

의아해하는 카밀라를 보며 라니아 역시 아쉽다는 듯 말을 이었다.

“당신에겐 신수의 가호가 내려져 있으니까.”

“뭐?”

신수의 가호? 나한테 그런 게 내려져 있다고? 아니, 그보다 그게 몸을 차지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지?

“그래서 다른 방법을 쓸 거예요.”

스윽.

“……!”

라니아의 손에 단검이 들려졌다. 날이 잘 선 단검이 순식간에 카밀라에게 향했다.

야! 안 죽인다며!

“걱정 마요. 죽이지 않는다니까. 당신에겐 들어야 할 말이 아직 많거든.”

가까이 다가온 단검이 카밀라의 손바닥을 그대로 그었다.

“윽!”

거기서 흘러내리는 피를 라니아는 작은 병에 담았다.

신기한 건 병에 담겨 있던 투명한 액체가 피가 섞이는 순간 초록색으로 변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걸 라니아는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너 뭐……!”

뭐 하는 짓이냐고 소리치려던 카밀라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액체를 입에 넣은 라니아의 모습이 점점 변해 갔기 때문이다.

은색 머리카락 대신 핑크 브론즈 머리가 대신 자리를 잡았고 푸른빛이던 눈동자 역시 붉은빛으로 변했다. 귀여웠던 얼굴선 또한 날카로워졌다.

“어때요?”

심지어 목소리마저도.

더 이상 자신의 눈앞에 라니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이가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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