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라니아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클럽은 자유롭게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클럽마다 다 달라요. 저희는…….”
“라일라.”
어떻게든 라니아의 클럽 가입을 막으려고 애쓰는 라일라의 어깨를 카밀라가 가볍게 잡았다.
“한 사람 정도는 괜찮지 않아?”
“네?”
“받아 주지 그래?”
눈이 동그래지는 라일라의 어깨를 다시 가볍게 다독였다.
평소에는 그렇게 회원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 난리더니. 그녀가 라니아의 가입을 막으려는 이유가 자신을 신경 써서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솔직히 좀 궁금하거든.’
자신이 보기엔 너무도 어설픈 연기로 자꾸 주변을 맴도는 그녀가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꾸미려고 클럽까지 찾아온 것인지 좀 궁금했다.
“고마워요, 카밀라!”
라니아가 아주 해사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그래. 좋아하니 다행이네.”
가볍게 대꾸해 준 카밀라는 더 이상 그녀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클럽실을 찾은 이유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라일라.”
“네?”
“혹시 스카이 보육원이라고 알아?”
“스카이 보육원이요?”
“응.”
“혹시 궁 근처에 있는 보육원 말씀하시는 거예요?”
“궁?”
“네, 수도에서 아마 제일 큰 보육원일걸요?”
“그래? 가 본 적 있어?”
라일라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저흰 규모가 좀 작은 곳만 골라서 다니거든요. 그렇게 큰 곳은 저희 말고도 후원하는 곳도 많아서…….”
“흐음.”
그 정도로 크단 말이지?
“그런데 거기는 왜요?”
“찾는 아이가 있어서.”
“…네?”
“아이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이 그곳이라고 들었거든.”
“아, 아이요?”
카밀라의 말에 라일라뿐만 아니라 클럽실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에게로 향했다.
“찾는 아이라니?”
“그게 누굽니까?”
아르시안과 페트로가 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그냥 좀 아는 사람 아들.”
카밀라는 가볍게 대답하며 여전히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는 창밖에 시선을 줬다.
어젯밤, 자신을 찾아온 베스라는 물귀신이 찾아 달라고 한 아이가 있었던 곳이 바로 스카이 보육원이었다.
[남편이 오래 병을 앓다 죽었어. 빚이 너무 많아 아이를 키울 형편이 못됐지.]
“그래서 보육원에 맡겼어?”
[아이와 살 작은 집이라도 마련해야 했으니까. 빚 때문에 집까지 잃었거든. 어린아이를 데리고 길에서 지낼 수는 없잖아.]
“그래서?”
[악착같이 돈을 벌었어. 어느 정도 자리도 잡게 되어서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이미 입양이 되었더라고.]
그게 벌써 10년 전의 일이란다. 당시 아이의 나이가 다섯 살이었으니 살아 있다면 지금 벌써 열다섯이다.
“이제와 찾아서 뭐하게?”
[그래도 한 번은 보고 싶어서……. 보육원에 찾아가 아이가 입양된 곳을 물었지만 알려 줄 수 없다잖아.]
“그렇겠지.”
기껏 입양되어 잘 사는 아이를 친부모가 찾아와 데려가겠다고 난리를 피우면 곤란할 테니까.
“애가 보고 싶어서 자살한 거야?”
[아냐!]
베스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자살을 왜 해? 그런 마음이 있었으면 오히려 아이를 죽기 살기로 찾아야지.]
“그럼?”
[사고였어.]
베스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울적한 마음에 무작정 걸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기였어. 계곡……. 그런데 거기에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물에 빠져서 살려 달라며 허우적거리고 있잖아.]
그래서 무작정 뛰어들었다.
“그런데?”
[…내가 수영을 못 해.]
“뭐?”
[어찌어찌 아이는 구했는데, 난…….]
그렇게 물에 빠져 죽었다는 말이다. 카밀라는 잠시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니, 수영도 못 하면서 거길 왜 뛰어들어? 그렇다고 아이를 구하겠다고 뛰어든 이에게 욕할 수도 없고.
[제발 부탁해. 내 아이 좀 찾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