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야? 어디 아파? 다음 촬영지로 이동해야 하는데.”
많이 피곤한 듯 한참을 깨워도 반응이 없던 그녀가 간신히 눈을 떠 자신을 빤히 쳐다봤다.
“…….”
그런데 시아의 표정이 좀 묘했다.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하니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반쯤 넋이 나간 듯했다.
“너 진짜 어디 안 좋아?”
“…현석 매니저.”
“어?”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괜찮아?”
끄덕.
한 박자 느린 반응.
걱정스럽긴 했지만 일단 촬영 시간이 촉박해 현석은 바로 시아를 데리고 차로 이동했다.
“오늘도 사무실로 선물들 많이 왔더라. 좀 있으면 네 생일이잖아.”
부피가 크고 자잘한 것들은 따로 사무실에서 챙겨 시아의 집으로 바로 보냈고 값비싼 선물과 오랜 팬들이 보낸 것들은 따로 차에 실어 놓았다.
부스럭.
잠시 후 선물과 편지를 확인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현석은 백미러로 힐끔 시아를 바라봤다. 평소에 저런 걸 차 안에서 뜯어보는 애가 아닌데.
“으…….”
“……?”
“크흑…….”
끼이이익!
현석은 급히 차를 세웠다.
“시아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녀가, 자신의 배우가 울음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언니? 괜찮아요?"
“뭐야? 안티 팬이 보낸 거야?! 사무실에서 다 확인했을 텐데!”
편지를 부여잡고 눈물을 쏟고 있는 시아를 보며 다들 당황했다.
욕이 적힌 편지를 받더라도 비웃음을 날리면 날렸지, 저렇게 울 녀석이 절대 아닌데?
“…좋대.”
“어?”
한참을 울던 그녀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내가… 내가 좋대.”
“…….”
“내 덕분에… 행복하대… 흑…….”
차 안에 있던 모든 스태프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쟤 오늘 뭐 먹었니?
그러니까 지금… 고작 단순 팬레터를 보고 우는 거라고? 다른 이도 아닌 저 천하의 이시아가?
“내가 세상에 존재해 줘서 고맙다고…….”
시아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펑펑 울기 시작했다.
결국 그날 촬영은 취소됐다. 눈이 퉁퉁 부은 채 촬영을 할 수 없었으니까.
그 후로 그녀는 팬들에게 답장을 보내기도 하고 작은 답례품을 직접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