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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70)화 (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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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아야!”

따악! 딱!

“아!”

“아파!”

“으아앙!”

그 순간 아이들을 향해 뭔가가 날아왔다. 작은 돌멩이였다. 정말로 아픈 듯 아이들이 동시에 울음을 터트렸다.

“더 맞을래?”

그 아이다. 카밀라!

따악!

“아! 으아앙!”

새총으로 보이는 도구에 작은 돌멩이를 다시 거는 카밀라의 행동에 아이들이 울며 도망쳤다.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던 난 그런 카밀라를 멍하니 바라봤다.

“울지 마.”

“어?”

“울면 사람들이 더 싫어해. 앞으로 이런 일에 울지 마.”

“으, 응!”

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카밀라의 말이 다 맞는 것 같았다.

“일어나.”

나를 향해 내밀어진 새하얀 손을 보며 언제 울었냐는 듯 난 배시시 웃었다.

친구.

정말로 나에게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다.

* * *

“카밀라, 이거 먹어.”

낮에 나온 간식, 사과 한 알을 안 먹고 들고나왔다. 친구에게 주고 싶어서.

빨간 사과가 무척 맛있어 보였지만 꾹 참았다.

“나, 나 주는 거야?”

“응!”

“…고마워.”

카밀라의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안 먹고 주기를 잘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거…….”

“어?”

“이거, 우리 엄마 줘도 돼?”

“엄마?”

“응.”

“그래!”

좋겠다. 엄마도 있고.

내 대답에 얼굴이 밝아지는 카밀라의 모습에 나도 웃었다.

카밀라는 빨리 사과를 엄마에게 주고 싶은 듯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놀고 싶은데.’

사과만 주고 다시 놀면 되잖아.

그 생각을 한 난 카밀라의 뒤를 쫓아 집을 찾아갔다. 오늘은 뭐 하고 놀까? 같이 그림 그리며 놀까?

“카밀라.”

카밀라의 집에 다다랐을 때 낯선 음성이 들려왔다. 무척 고운 음성이었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난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왠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분이 엄마?’

슬쩍 바라본 곳에 아주 예쁜 여자가 카밀라와 함께 있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치, 친구가 줬어요.”

“친구?”

“네.”

“이제 거짓말까지 하니?”

“…예?”

“사실대로 말해. 이거 어디서 났어?”

“정말 친구가…….”

“카밀라!”

‘허억’

난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 여자의 분노어린 외침에. 카밀라를 바라보는 일그러진 여자의 얼굴을 난 멍하니 바라봤다.

엄마라면서? 엄마가 왜 저래? 엄마는 저런 거 아니잖아.

‘책에서 본 엄마는, 엄마는…….’

저런 게 아닌데.

“요즘 동네 과수원에 과일을 훔쳐 먹는 이들이 있다더니, 너였구나.”

"아, 아니에……!”

“또또, 거짓말!”

카밀라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엄마가 거짓말은 절대 하지 말랬지.”

“…….”

“역시 너 같은 건 낳는 게 아니었는데. 하아…….”

“죄… 죄송해요, 엄마.”

온몸이 얼어붙었다.

아니라고, 카밀라가 훔친 게 아니라고! 내가 준 거라고! 나가서 외쳐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서워…….’

동화 속 마녀처럼 카밀라를 혼내는 여자의 모습에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익숙한 일처럼 눈물조차 흘리지 않고 고개를 숙이는 카밀라의 모습에 대신 내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 친구.

새로운 내 친구는 엄마가 아닌 마녀와 살고 있었다.

* * *

“미안해, 미안…….”

“네가 왜 미안해.”

다음 날, 카밀라를 본 내 눈에선 다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울지 마. 내가 말했지? 울면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그래서 난 안 울어.”

“미안.”

난 급히 눈을 소매로 닦았다.

“이거 먹어.”

난 오늘도 남겨 온 사과를 카밀라에게 건넸다. 내가 친구에게 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으니까.

“…안 먹어.”

“왜? 이거, 엄마 주지 말고 너 먹어.”

“…아파.”

“어?”

“여기가 아파서… 못 먹겠어.”

사과를 보며 카밀라가 자기 심장이 있는 부분을 손으로 꾹 누른다. 그 모습에 내 눈에선 다시 눈물이 흘렀다.

“나, 오늘 떠나.”

“뭐? 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일 때문에 잠시 머문 거였대. 일이 끝나서 이제 떠난대.”

카밀라의 말에 내 눈에는 다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카밀라.”

“……!”

마녀다!

카밀라는 여자의 부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날 한 번 바라본 뒤 빠르게 여자에게 달려갔다.

“흑!”

그게 마지막이었다.

내 친구. 공주 같았던 내 친구는 그렇게 마녀와 함께 떠났다.

“라일라.”

“원장 어머니! 으아앙!”

“무슨 일 있었니? 왜 울어?”

“으앙… 친구가, 마녀랑……!”

“뭐?”

“으아앙!”

“자, 뚝. 이렇게 울 때가 아니에요.”

“흑… 네?”

“널 찾아온 손님이 계셔.”

"손님이요?”

“응. 너의 엄마 아빠가 되어 주실 분.”

원장 어머니가 부드럽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그런 원장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지만, 카밀라는 이미 사라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다시 만난 내 친구는 여전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공주님처럼 예쁜 내 친구.

“제 이름은 라일라예요.”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상관없었다.

‘내가…….’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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