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점괘보는 공녀님 (67)화 (67/215)

16584889473767.jpg 

“입에 직접 넣어 줘야 먹을 거야?”

“이게 진짜!”

결국 라비의 입에서 분노가 터졌다.

“내가 우습냐! 그 새끼보다 마법도 못 쓰고 도움도 안 되니까 이제 내가 우습냐고! 이제 오라비로 보이지도 않, 제길!”

스스로 말을 내뱉다 비참함이 밀려든 듯 그가 욕설을 작게 내뱉었다.

‘역시나.’

그가 이러는 게 아르시안 때문인 건 진작 알았다.

‘자기가 잘난 놈인 걸 스스로 너무 잘 아는 인간이 한 번씩 꼭 이렇게 땅을 파더라.’

자기보다 능력 부족인 인간들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아주 조금 자신보다 잘난 인간이 보이면 저렇게 맥을 못 춘다.

‘루드빌에 이어 이젠 아르시안이냐?’

카밀라는 속으로 연신 혀를 찼다.

“오라비.”

자신의 부름에도 삐진 것처럼 고개를 획 돌린 채 대답이 없다.

“나 저번에 진짜 죽을 뻔했다.”

“…무슨 말이야?”

부릅떠진 그의 시선이 바로 날아든다.

“제이비 교수 말이야. 그놈한테 정말 죽을 뻔했다고.”

“야! 너 그때 그런 말 안 했잖아!”

라비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나도 안 위험했다며!”

“응, 하나도 안 위험했어.”

“이게 진짜! 지금 장난……!”

“이거 덕분에.”

카밀라는 자신의 손목에 찬 팔찌를 내보였다. 라비가 전에 만들어 준 그 마법 팔찌다.

“그 인간. 생각보다 엄청 힘이 세더라고. 목을 조르는데 제대로 대응을 못 하겠더라.”

“너……!”

“그런데 이거 앞에서는 그 인간도 맥을 못 추더란 말이지.”

잠시 입을 뻐금거리던 라비가 다시 자리에 풀썩 앉았다.

“아마 이거 없었으면 그런 일 할 생각도 못 했을걸? 오라비가 만들어 준 이 팔찌를 믿고 그런 짓을 한 거야.”

완전 거짓말은 아니다. 팔찌보다 블랙 쉐도우의 수장인 루브를 더 믿긴 했지만, 이 팔찌가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니까.

“내가 전에 말했지. 오라비 없으면 나 고아라고.”

“…….”

“다른 말로 오라비가 있으니까 내가 그거 하나 믿고 설치는 거잖아.”

라비는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하지만 카밀라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는 사실을.

본인은 그걸 감추고 싶어 애써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연기의 고수인 카밀라의 눈에는 다 보였다.

그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씰룩거리고 있다는걸. 얼굴빛도 살짝 붉어져 있었다.

“밥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진짜 입에 처넣어 줘?”

“…넌 어째 갈수록 점점 더 과격해지는 거 같냐.”

“오라비 닮아서 그러지.”

“말이라도 못하면.”

“헐, 말 못하는 동생이 좋아? 평생 입 닫고 살아 줘?”

“…먹으면 되잖아, 먹으면.”

라비는 너 때문에 억지로 먹는다는 듯 스푼을 들어 음식을 깨작거렸다.

그러나 잠시 후 접시에 올려져 있던 음식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워졌다.

일주일 동안 입 안에 넣은 음식이 없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겠는가. 그런 주제에 또 안 고픈 척 연기하는 것이 라비다웠다.

‘에휴.’

카밀라는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쭈쭈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저 인간 멘탈 관리를 잘해 줘야지. 아니면 또 뭔 헛짓거리를 할지 모를 일이다.

‘아이고, 내 팔자야.’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