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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53)화 (5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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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쟤는 정말 나랑 똑같이 생겼어.]

여학생 귀신 에이미는 빈터의 옆에 서 있는 유령. 자신과 똑같이 생긴 유령을 보며 연신 감탄했다.

“당연하지. 실제로 저들이 죽인 이들의 환상을 불러낸 거니까.”

카밀라는 간단히 대답을 내뱉으며 다시 한번 검은 늑대 루나─세프라 가문의 신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 듯 검은 늑대의 입에서 갸릉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 빈터 부부가 겪은 일은 바로 이 신수의 능력이었다.

어둠을 다스린다고 하더니, 죽은 자의 모습을 똑같이 구현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재미있는 건 살아 있는 자의 모습은 구현하지 못한다는 거다. 오로지 죽은 자,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의 모습만 불러낼 수 있었다.

‘어둠의 신수답네.’

이번 일에 아주 딱인 능력이었다.

“정말 잘했어, 루나.”

검은 늑대, 루나는 강아지처럼 꼬리를 마구 흔들며 카밀라의 손에 얼굴을 비볐다.

‘한 일주일이면 되려나?’

카밀라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빈터를 보며 피식 웃었다. 오늘 반응을 보니 일주일도 필요 없을 듯했다.

‘조만간 알아서 자수하러 갈 것 같은데?’

바지까지 젖어 있는 빈터를 보며 카밀라는 쯧 혀를 찼다. 그의 손에 죽은 아이는 에이미만이 아니었다.

‘그런 주제에 또 입양을 하다니.’

아이들이 소모품도 아니고 말이야.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카밀라는 다락방에 갇혀 있던 아이를 이미 구출해 낸 뒤였다. 아홉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피골이 상접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자신에게 경계심도 없었다. 이곳에서 나가게 해 주겠다는 말에 두말없이 자신의 손을 잡아 왔다.

“썩을 놈들.”

쓰러져 있는 빈터 부부를 발로 잘근잘근 밟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앞으로 며칠만 더 수고해 줘.”

카밀라의 말에 신수 루나가 알겠다는 듯 다시 한번 그녀의 손에 얼굴을 비볐다.

그 모습을 보며 카밀라 역시 다시 루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 *

탁.

“무슨 생각이야?”

타악.

“뭐가?”

아르시안의 물음에 세프라 공작은 언제나처럼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되물었다. 지금 그의 눈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체스판에 고정되어 있었다.

타악!

“그놈을 그리 함부로 빌려줘도 돼?”

아르시안 역시 체스판의 말을 하나 옮기며 말을 이었다.

“뭘 믿고 막 빌려줘?”

“너 믿고.”

“뭐?”

“체크 메이트.”

“이런, 씨!”

“또 졌구나.”

아르시안은 투덜거리며 의자에 몸을 푹 파묻었다.

이렇게 두 사람이 체스를 두는 건 카밀라와의 약속 때문이다.

시에르의 영혼이 웃으며 떠날 수 있게 해 준 그녀에게 보답으로 무엇을 바라느냐고 물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 카밀라가 잠시 고민하다 요구한 것이 바로 하루에 한 시간씩 둘이서 꼭 체스를 둬달라는 거였다.

왜 하필 체스냐는 말에.

‘그러면 그냥 둘이서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마주 앉아 있을래요? 뭐, 그 어색함도 괜찮을 것 같네. 설마 어색하다고 죽기야 하겠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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