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사이에 작은 투명 구슬이 하나 놓여 있었다. 마법 영상 구슬이다. 카메라처럼 촬영과 재생이 가능했다.
‘이 정도는 준비해야지.’
카밀라는 제이비 교수의 초대를 받는 순간 루브에게 시켜 집 곳곳에 영상 구슬 설치를 부탁했다. 이왕 미끼가 되기로 한 거 증거를 확실히 잡아야 했으니까.
“이렇게 긴장해 보기는 처음입니다.”
루브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기 손을 바라봤다. 손에 땀이 흥건하다.
카밀라가 이곳에 오기 전에 자신에게 한 말이 있었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부르기 전까지는 절대 나서지 말라는 명이었다.
그에 루브는 숨어서 모든 상황을 그저 조용히 지켜만 봐야 했다.
그녀의 계획을 모두 듣긴 했지만 약을 먹고 쓰러져 놈에게 목을 조이기 시작하는 카밀라의 모습을 봤을 땐 당장 뛰쳐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고생했어.”
솔직히 루브가 없었다면 이번 계획은 애초에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살인범이 근처에서 알짱거리는 게 싫어 일단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목숨이 위험해지면서까지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으니까.
‘그에 안전장치가 필요했지.’
루브라는 안전장치가.
데린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루브의 무력 또한 만만치 않다고 했다. 수장직을 그냥 맡고 있는 게 아니었던 거다.
어쨌든 일이 다 해결된 카밀라는 루브에게 가볍게 말을 건네며 한곳으로 향했다. 처음 이곳에 들어섰을 때 봤던 검은 상자가 있는 곳이었다.
달칵.
상자 안에는 여러 물건이 들어 있었다. 머리핀도 있었고 목걸이, 팔찌도 보였다.
‘그리고 제비꽃 귀걸이.’
카밀라의 시선이 다시 제이비 교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에게 죽은 여자들이 모두 서럽게 울고 있었다.
자신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드디어 밝혀졌다는 사실에 다들 눈물이 터져 버린 듯했다.
‘살인의 추억도 아니고.’
이 상자에 든 건 모두 저들의 것이었다. 여자들을 죽인 후 그녀들이 소지하고 있던 물건 중 하나를 이렇게 따로 보관하고 있었던 거다.
‘미친 새끼.’
역시 이해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사이코 범죄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결론을 내리는 카밀라였다.
“뒷일을 부탁해.”
“알겠습니다.”
영상 구슬과 죽은 여자들의 유품을 루브에게 넘겼다.
그렇게 제이비 교수에 대한 뒤처리를 맡긴 카밀라는 그제야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