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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50)화 (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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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카밀라는 그대로 제이비 교수를 있는 힘껏 발로 걷어찼다.

퍽!

“크윽!”

그렇게 발길질을 당한 그는 생각보다 쉽게 한쪽으로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시 덤벼들었다.

이대로 일을 망칠 수는 없었으니까!

휘익!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행동은 가로막혔다. 카밀라가 무언가를 그를 향해 던졌기 때문이다. 바로 얼마 전 라비가 선물해 준 마법 팔찌였다.

“이건……!”

순식간에 쇠사슬에 꽁꽁 묶인 꼴이 되어 버린 제이비 교수는 당혹감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냈다.

“쿨럭, 크흠…….”

그제야 카밀라는 마른기침을 연신 토해냈다.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X발…….”

‘너만 없으면! 너만 없으면……!’

카밀라는 급히 눈가를 훔쳤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보며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괜찮아. 진정해.

난 그때의 어린아이가 아니야.

카밀라는 속으로 연신 되뇌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다.

예전 스릴러 영화를 촬영할 때다. 그때도 촬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범인과 마주한 순간 대사도, 반응도 전혀 하지 못했다. 온몸이 얼어 버려 수도 없이 NG를 냈다.

어릴 때 일 따위 이미 기억에서 지워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확실히 알았다. 그건 지울 수 있는 상처 따위가 아니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촬영을 마쳤지만 며칠은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었음에도 역시나 떨림이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휴우.”

잠시 후 긴 숨을 토해낸 그녀는 그제야 한쪽에 묶여 있는 제이비 교수에게 시선을 줬다.

‘뭔 힘이 이렇게 세?’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보기에는 비리비리한데 힘이 생각보다 장난 아니었다.

“어떻게……!”

제이비 교수는 의아한 눈빛을 카밀라에게 보냈다. 분명히 차를 다 마셨는데 어떻게 멀쩡히 깨어난 거지?

“뭐? 차에 수작 부린 거?”

카밀라는 그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바로 알아차리곤 작게 혀를 찼다.

“미리 정보를 좀 얻었거든.”

네 동생한테서.

제이비 교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고 있던 에이미는 카밀라의 계획을 듣곤 결국 모든 사실을 말해 줬다.

이러한 사실을 전해 들은 카밀라는 제이비 교수가 쓰는 수면제를 무마시키는 약을 미리 먹고 집에 들어섰다.

“이런.”

그가 작게 혀를 찼다.

“이미 알고 계셨던 건가요? 제가 무슨 짓을 할지.”

온몸이 꽁꽁 묶여 있는 상태였지만 제이비 교수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갑자기 연구를 도와주시겠다고 하셔서.”

자신이 던진 미끼에 카밀라가 전혀 걸려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제이비 교수는 타깃을 바꿔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러다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일을 돕겠다는 말에 의구심이 살짝 들었지만 그대로 일을 진행했다. 어쨌든 카밀라는 자신이 꼭 처리하고 싶은 타깃이었으니까.

“아쉽네요.”

카밀라를 바라보는 제이비 교수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서로가 행복해지는 일이었는데.”

“뭔 개소리야.”

행복? 누가? 내가?

“힘드시잖아요. 가짜 가족과 사는 거, 무척 힘든 거 압니다.”

제이비 교수가 설득을 하듯 차근차근, 입가에 미소까지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는 게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사람들을 죽인 거야?”

제이비 교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어떻게…….”

증거를 전혀 남기지 않았는데, 카밀라가 도대체 어떻게 저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의아했다.

“하아.”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그는 짧은 한숨과 함께 다시 표정이 차분해졌다.

“그들도 원했던 일입니다.”

조금의 의심도 없는 아주 단호한 음성이다.

그는 자신의 범행이 다 들키자 오히려 표정이 더 편안해졌다. 더 감출 것이 없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 듯했다.

“삶이 행복한 분들이 아니셨지요. 끔찍한 고통을 제가 끝내드린 겁니다.”

카밀라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런 개X또라이를 봤나.’

어이가 없네. 그러니까, 고작 저딴 이유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나 때문이야.]

언제 온 것인지 여학생 귀신 에이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이곳에서 일어날 일을 알고 미리 와 숨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녀는 제이비 교수를 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내 죽음에 너무 큰 고통을 받았으니까.]

“넌 또 뭔 헛소리야.”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대고 버럭 소리를 치는 카밀라의 모습에 제이비 교수의 의아한 시선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카밀라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저딴 놈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내가 죽은 게 다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더라고.]

“그거랑 살인이 뭔 상관이야.”

[탈출구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뭐?”

탈출구?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 게 아닐까 싶어. 살아가는 게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고 합리화하는 거지.]

“…….”

즉,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아픔을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 저딴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말이다.

“입 다물어.”

[카밀라…….]

“말 같잖은 말하는 건 저 인간 하나로도 족하니까.”

나름 자기 오빠를 비호하려는 에이미의 모습에 카밀라는 작게 혀를 찼다.

“네 오빠는 그냥 살인자일 뿐이야.”

뭐? 탈출구? 방어책?

살인은 그냥 살인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풀이 죽은 에이미를 뒤로한 채 카밀라는 다시 제이비 교수에게 다가갔다. 그가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역시 영애는 문제가 많습니다. 정신적으로요. 그게 다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일어나는…….”

“그만 짖어라.”

누가 누구보고 미쳤대!

“누가 그래?”

“무슨 말입니까?”

“죽음이 행복이라고 누가 그러더냐고.”

“당연한 거 아닌가요? 가족에게 그런 고통을 받는 게 그럼 행복입니까? 사람들이 왜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오히려 카밀라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작게 혀를 차는 제이비 교수의 모습에 카밀라는 바로 그의 머리를 한 손으로 꽉 잡아챘다.

“윽!”

카밀라는 고통을 호소하는 그를 더욱더 강하게 잡아당겨 자신을 눈을 똑바로 쳐다보게 했다.

“그걸 네가 왜 정하는데.”

“네?”

“그들의 삶이 행복한 삶인지 아닌지를 네가 왜 정하냐고.”

“그거야……!”

“누가 그래?”

카밀라는 다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죽고 싶다고 누가 그랬냐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그런 고통을 받는 것보단 죽음이…….”

“네가 죽인 듀브레 영애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어. 졸업 후에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지. 곧 집을 나올 생각이었거든.”

답도 없는 말만 반복하는 제이비 교수의 말을 자르며 카밀라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루리 영애는 매달 받는 용돈으로 자신이 기거했던 보육원을 후원하고 있었어. 그곳에 자신이 목숨처럼 아끼는 동생들이 있었으니까.”

카밀라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이름이 호명된 귀신들의 시선이 그녀가 있는 곳을 향했다.

모든 걸 포기하고 넋을 놓은 채 자신을 죽인 제이비 교수를 그냥 무작정 따라다니던 그녀들이 처음으로 반응을 한 것이다.

“로티엘 영애는 어릴 때부터 악착같이 모아 온 돈으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와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지.”

카밀라의 말이 이어질수록 여자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반면 여유로웠던 제이비 교수는 서서히 무너졌다.

그가 강력히 믿었던 축, 그녀들에게 행복한 미래 따윈 없다고 믿었던 그 축이 무너져 버렸으니까.

“그… 그럴 리가!”

그녀들과 친분을 쌓으며 여러 얘기를 나누었고 그녀들이 학대받은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여러 가지 상황은 들은 적이 없다.

“거짓말 마!”

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커졌다.

“거짓말? 공작가의 정보력을 못 믿는 거야? 조사한 내용, 당장이라도 보여 줄 수 있는데? 듀브레 영애의 남자친구를 데려와 줄까?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 널 당장 죽이려 들걸? 아니면 보육원에 있는 루리 영애의 동생들을 데리고 올까? 누나가 죽었다는 소식에 지금도 밤마다 울고 있다던데.”

쉴 새 없이 흔들리는 그의 눈을 직시하며 카밀라는 다시 물었다.

“네가 뭔데?”

“…….”

“네가 뭔데 그들이 행복한지 아닌지 멋대로 판단해?”

“난, 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그를 보며 그제야 카밀라는 잡고 있던 그의 머리채를 놓았다. 그리고.

“나도 너처럼 내 마음대로 정해도 되는 거지?”

무심히 물었다.

“내가 보기엔 너도 딱히 사는 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데.”

카밀라는 제이비 교수가 뭐라 더 말하기도 전에 그를 묶고 있던 팔찌를 풀었다. 대신 팔찌를 그의 목으로 가져갔다.

“커헉!”

목을 짓누르는 팔찌의 힘에 제이비 교수는 그대로 무너졌다. 그리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고통을 호소하며 기기 시작했다.

“사, 살려… 커억!”

“설마 지금 살려 달라고 하는 거야?”

“제, 발… 사… 살려……!”

이거 진짜 어이없는 새끼네.

“어떻게 살려 달라는 말을 하지?”

자기는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여 놓곤.

“살려… 제, 제발… 크…어…….”

얼굴이 새파래지는 그의 모습에 카밀라는 가볍게 손을 휘둘러 팔찌를 풀었다. 그녀는 다시 그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행복해? 죽음이 행복이라며?”

“크윽… 쿨럭!”

“죽음 직전까지 가 본 소감이 어때?”

여전히 죽음이 행복이니?

눈물, 콧물, 침까지 흘리며 쓰러져 있는 그에게선 바로 대답을 듣기 힘들었다. 딱히 듣고 싶지도 않았고.

쯧, 혀를 찬 카밀라는 고개를 돌렸다.

“루브.”

스윽.

그녀의 부름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집사… 아니, 블랙 쉐도우의 수장인 루브였다.

“영상 구슬은?”

“저쪽에 설치해 두었습니다.”

루브의 말에 카밀라는 한쪽에 놓여 있는 화분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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