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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49)화 (4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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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데린을 통해 루브의 정체를 알게 된 카밀라는 그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저 많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위해선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했으니까. 그것도 입이 무척 무거울 것 같은 사람으로 말이다.

“최대한 빨리 부탁해.”

“알겠습니다. 원래는 해 드리면 안 되지만…….”

블랙 쉐도우는 오로지 소르펠의 가주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다른 이의 명을 따를 필요도 없고 도움을 줄 이유도 없었다.

“이번만 특별한 경우로 하지요.”

하지만 조직과 자신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부탁해 오는 카밀라의 청을 이번만 예외로 두기로 했다.

“아버지에겐 비밀로 해 줘.”

이번 말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그를 카밀라는 다시 조용히 불렀다.

“루브, 부탁해.”

“…일단은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인 루브는 그 말을 끝으로 바로 방을 나섰다.

타악.

문이 닫히자마자 카밀라는 그대로 무너지듯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다.

“역시 수장은 수장이네.”

솔직히 좀 긴장했다. 평소의 유들유들한 루브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눈앞에 서 있었으니까.

집사가 아닌 블랙 쉐도우의 수장은 무척 날카롭고 빈틈 따윈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 아주 어려운 인물이었다.

“일단 조사가 끝나길 기다려 볼까?”

카밀라는 바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오늘은 정말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 * *

“정말이십니까?”

“네.”

“감사합니다! 아주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제이비 교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카밀라가 그의 연구를 돕겠다는 말을 전해 왔기 때문이다.

“뭘 도와 드리면 되죠?”

“제가 부탁드리는 부분에 대해 영애께서 갖고 계시다고 한 책에서 찾아 필사해 갖다주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그러면 조만간 다시 뵙도록 하죠. 제가 필요한 자료를 정리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세요.”

자리에서 일어서며 카밀라는 제이비 교수의 뒤쪽에 슬쩍 시선을 줬다. 여전히 일곱 명의 여자 귀신들이 그의 곁을 맴돌고 있었다.

루브에게 지시를 내린 지 4일째 되던 날인 어제, 그녀들에 대한 모든 조사를 마친 자료를 전해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달았지.’

저놈이 정말 사이코라는걸.

죽은 여자들에겐 확실히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입양아였고, 새로운 가정에 제대로 섞여 들지 못했다.

그 공통점을 알게 된 카밀라는 또 한 번 황당함을 느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기 동생과 똑같은 고통을 받은 여자들을 왜 죽인 거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제이비 교수의 행동은 이해의 범위를 벗어났다.

루브가 건넨 조사 내용을 보던 카밀라는 이내 한 가지 사실을 확신했다.

그녀는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제이비 교수를 바라봤다. 저 순진해 보이는 웃음 뒤에 숨어 있는 살인마.

“다음이 나구나?”

저 살인마의 다음 목표가 바로 자신이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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