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이 학교에서 제이비 교수의 청을 거절하는 여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도 아무것도 안 보이고 몰랐으면 그랬겠지.’
저렇게 강아지처럼 애처로운 눈빛으로 도움을 청하는데 쉽게 거절하긴 힘들었겠지.
‘그런데 말이야.’
저걸 보고도 그럴 마음이 들까? 카밀라는 시무룩해진 제이비 교수의 뒤로 시선을 줬다.
‘귀신 한 명, 귀신 두 명, 귀신 세 명…….’
총 일곱 명의 여자 귀신.
공통점은 단 하나. 그 귀신들 모두 아주 원망 어린 눈으로 제이비 교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 * *
처음에는 그냥 단순하게 봤다.
귀신은 볼 수 없어도 그런 존재들이 이상하게 잘 들러붙는 인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에 제이비 교수도 그런 부류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를 따르는 귀신들은 뭔가 좀 이상했다. 죽은 이들의 모습이 한결같았다. 무엇보다도 제이비 교수를 바라보는 눈에 원망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이 가득했다.
두려움.
죽어서까지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자가 대체 누굴까? 단순하게 생각해 보아도 그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자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일단 모른 척했다. 저렇게 많은 여자가 죽었다면 어디선가 소문이라도 들릴 거라 생각했다. 살인이 일어났다면 당연히 조사가 시작될 테니까.
게다가 제이비 교수가 저지른 살인이라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니 저도 쉽게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너무 조용해.’
처음 제이비 교수를 보았을 때 그에게 붙어 있는 귀신은 다섯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한 명이 더 늘어 여섯 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봤을 땐 일곱 명으로 늘었지.’
그가 몸살감기에 걸렸다며 학교에 나오지 않던 사이 한 명이 또 늘어난 것이다.
저 정도면 뭔가 사건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와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딱히 들려오는 소식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여러 소식에 빠삭한 소르펠 공작과 루드빌에게도 슬쩍 물어봤다.
‘요즘 수도 치안은 어때요?’
‘치안?’
‘최근에 살해당한 여자가 없나 해서…….’
‘뭐?!’
‘무슨 소리야.’
‘너 또 꿈에서 뭐라도 본 게야? 봤더라도 절대 끼어들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