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에서 가장 으슥한 곳인 정령의 호수 쪽으로 향하던 카밀라는 결국 다시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고개를 돌리니 학생 귀신 에이미가 빙그레 웃으며 서 있었다.
“뭐야? 왜 계속 쫓아오는 건데? 너랑 엮이기 싫다니까.”
[너무하네. 오랜만에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있어 난 너무 기쁜데.]
“딴 유령이랑 놀아. 유령이 유령이랑 놀아야지 왜 인간이랑 놀려고 해?”
[이 학교에 있는 유령들은 다 재미없어.]
나도 너 재미없어.
“그래서 뭐? 나보고 어쩌라고?”
[그냥 대화 좀 하자는 거지. 나 너무 심심해.]
“내가 그리 한가한 사람인 줄 아니?”
나 살기도 바빠! 돈 벌어야 한다고!
“그래서? 그 인간은 어디에 있는 건데?”
내 돈 줄 어디 있냐고.
[저기.]
저기?
카밀라는 에이미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 무심코 시선을 줬다. 그리곤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아르시안이 자신을 멀뚱히 바라보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언제부터?’
[처음부터.]
카밀라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에이미가 작게 속삭였다.
‘그럼 내가 귀신이랑 떠들어 댄 걸 다 들었다는 말이잖아!’
카밀라는 서둘러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 제가 원래 혼잣말하는 걸 좋아해서요.”
…먹혔나?
“…….”
먹히긴 개뿔!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 에이미가 있는 곳에 시선을 주는 아르시안의 모습을 보며 카밀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보이는 거군.”
역시?
아르시안이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내뱉는 말에 카밀라는 급히 다시 고개를 들었다.
“너도 보이는 거지? 저것들이.”
“보, 보이긴 뭐가 보인……!?”
잠깐. 일단 발뺌하고 보던 카밀라는 뒤늦게 그의 말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곤 눈이 동그래졌다.
“지금 너도… 라고.”
자신을 바라보는 아르시안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가라앉는 걸 보며 카밀라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 *
‘형…….’
‘먹어.’
‘시, 싫어!’
‘먹어. 먹어야 살 거 아냐.’
‘형은… 벌써 일주일이나……. 흐윽.’
‘네가 안 먹으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