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없어요?”
[다른 거?]
“헤르셀 님만 알고 있는 가문의 보물이라든가. 혹은 비밀 장소?”
[없는데?]
“아, 예.”
쳇.
시무룩해지는 카밀라를 보며 헤르셀은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참 묘한 아이였다. 순간순간 보이는 기질은 아주 영악하고 여우 같은데, 또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이처럼 너무도 순진하고 솔직했다.
헤르셀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카밀라를 바라봤다.
[아가.]
“뭐 또 시키실 일 있으세요?”
왜 저리 또 은근하게 부른데. 카밀라는 바로 경계 어린 눈빛을 보냈다. 신수의 알 말고 또 뭔가 할 일이 있는 건가?
스윽.
“……?”
순간 자신의 머리 위로 헤르셀의 손이 올라왔다. 잠시 움찔했지만 그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는 걸 알곤 가만히 있었다.
그의 손길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건 아니었지만 표정을 보고 있으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예전에 지현이 할머니가 지현이를 바라보던 표정이 딱 저랬는데.
[고맙다.]
아주 짧은 감사 인사였지만 카밀라는 그 속에 담긴 진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헤르셀의 몸이 점점 흐릿해지며 은은한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 현상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잘 아는 카밀라는 헤르셀의 모습을 눈에 고스란히 담았다.
마지막이다.
드디어 그가 모든 한을 풀고 떠나게 된 것이다.
그런 카밀라를 보며 헤르셀은 밝게 웃었다. 다른 인사는 더 없었다. 그렇게 헤르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카밀라는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 * *
‘흑마법사가 필요해.’
등교를 한 카밀라는 여전히 검은 광물을 손에 든 채 고민 중이었다.
이 광물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흑마법사들의 힘이 필요한데 그들이 단체로 소속되어 있는 곳은 제국 안을 통틀어 단 한 곳이었다.
‘그 한곳이 문제란 말이지.’
결국 이 광물의 쓰임새를 알아내지 못한 소르펠 공작은 아주 싼값에 광산을 제이빌런 공작에게 넘긴다. 제이빌런 공작은 처음부터 그 광산에 아주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후, 결국 흑마법사를 통해 광물의 쓰임새를 알아낸 제이빌런 공작은 아주 큰 부를 쌓게 된다. 그가 이 일로 소르펠 공작의 속을 매번 뒤집어 놓았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번에 그 일을 내가 해야 하는데…….’
역시, 그 방법밖에 없는 거겠지?
‘정면 돌파!’
교실에 앉아 있던 카밀라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교실을 나와 2학년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3학년들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
“어?”
“음?”
그녀의 등장에 복도에서부터 학생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카밀라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하나하나 받아넘기며 목표인 3학년 C반으로 향했다.
드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작게 웅성거리던 교실이 점점 고요해졌다.
‘역시 나 정도 되면 어딜 가나 주목의 대상이네.’
하지만 그렇게 카밀라에게 향했던 사람들의 시선은 이내 일제히 한곳으로 옮겨졌다. 그녀가 이렇게 등장한 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라본 곳에는 페트로가 있었다. 최근에는 뜸한 상태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쉬는 시간마다 페트로의 주변을 늘 서성이던 카밀라였다. 페트로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그에 학생들은 당연히 오늘도 그녀의 목적이 페트로 공자일 것이라고 쉽게 짐작했다.
그런데…….
저벅.
그녀가 향한 곳에 있는 건 뜻밖의 인물이었다. 그녀가 걸음을 옮기는 곳을 본 학생들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져 갔다.
타악!
교실 가장 구석 자리로 향한 그녀는 그곳에 앉아 있는 이의 책상을 가볍게 손으로 짚었다.
“…….”
교실 안의 모든 상황에 무관심하던 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주변 공기를 순식간에 서늘하게 만드는 검은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한 카밀라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곤 오히려 그를 향해 좀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좋은 물건 있는데, 구경 한번 해 보실래요?”
장사꾼 같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네는 카밀라의 모습에 다들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한쪽에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페트로까지 놀란 눈빛으로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
그녀가 말을 건 상대가 바로 세프라 공작의 아들, 아르시안 세프라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