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눈을 안 마주치려고 온종일 신경을 쓰다 보니 너무도 피곤했다. 카밀라는 마차 의자에 몸을 푹 파묻으며 다시 한번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돈이 좋구나.’
흔들림이 거의 없는 마차의 안락함에 절로 웃음이 났다. 피곤한 상태에서 간간이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이 오히려 기분 좋았다.
절로 스르륵 눈이 감겼다. 이대로 그냥 푹 잠들었으면 좋겠다.
“카밀라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마부가 조심스럽게 건넨 말에 고요한 공기가 흐트러졌다.
카밀라는 아쉬운 마음을 숨기며 마차에서 빠르게 내려섰다.
“…….”
하늘은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며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차에서 내린 카밀라는 그런 하늘을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처음이네.’
이곳 세상에 들어와 이렇게 한가로이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본 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참으로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살려고 참으로 열심히 발버둥 쳤구나.
‘물론 여전히 처한 상황은 개떡 같지만 말이야.’
그래도 하늘은 참 예쁘다.
“카밀라.”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카밀라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
소르펠 공작이 입구에 나와 있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를 보며 카밀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시간에 이곳에서 뭘 하고 계시는 거지? 누가 오기로 한 건가? 그렇다고 이리 입구까지 직접 마중 나오시는 경우는 드문데.
“이제 오니?”
담담한 인사였다. 학교에 다녀온 딸에게 건네는 너무도 평범한 인사.
그런데.
“카밀라?”
“…….”
“……! 카밀라! 무슨 일이냐?”
갑작스레 눈시울을 붉히는 카밀라의 모습에 소르펠 공작이 급히 다가섰다. 당황하는 그를 보며 카밀라 역시 당혹스러웠다.
‘미쳤나 봐.’
나 왜 우니?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자신이 왜 지금 우는…….
‘아.’
처음이구나. 살면서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말.
‘이제 오니?’
그래, 처음이다.
늘 자신을 맞아 주던 불 꺼진 집. 부모님과 살 때도, 보육원에서 지낼 때도, 자신을 맞아 주는 건 언제나 차가운 어둠이었다.
“…….”
카밀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지 않으면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얘야, 무슨 일이니?”
하지만 자신의 어깨를 감싸며 걱정스레 묻는 소르펠 공작의 음성에 결국 울음이 터져 버렸다.
“으…….”
“카밀라?”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딸의 모습에 소르펠 공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걱정스레 카밀라를 바라보던 소르펠 공작은 결국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러곤 등을 조심스럽게 다독여 줬다.
그 손길에 카밀라는 다시 울음을 크게 터트렸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않았다.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릴 때도 울지 않았다. 아버지라는 인간이 찾아와 돈을 요구할 때도… 눈물 따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 때마다 더욱 화사하게 웃었다. 세상 슬픈 거 하나 없다는 듯이.
그런데…….
‘이제 오니?’
그 아무것도 아닌 짧은 한마디에 울음이 터져 버렸다.
“…….”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카밀라는 잔뜩 충혈된 눈을 들어 소르펠 공작을 바라봤다.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향해 카밀라는 배시시 웃었다.
그러곤 태어나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말을 이제야 내뱉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런 카밀라를 잠시 말없이 응시하던 소르펠 공작은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어서 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