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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7)화 (17/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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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여식이, 그것도 평소 평판도 거지 같은 귀족 여식이 갑자기 물속에 뛰어들어 헤매고 있는 꼴을 남들이 본다면 뭐라 하겠는가.

카밀라는 미간을 꾹꾹 손으로 눌렀다.

신수를 찾아오겠다고 물속에 뛰어드는 순간 이 구역의 진정한 미친X으로 확정인 거다.

그래도 솔직히 살짝, 정말 아주 살짝 구미가 당기기는 했다.

‘혹시 신수를 찾아다 주면 죽을 확률이 확 줄지 않을까?’

오랫동안 찾아다닌 물건이라며? 그걸 찾게 해 줬는데 설마 전처럼 막 죽이지는 않을 거 아니야.

[아가씨! 오늘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전에는 안 예뻤다는 말?”

[아뇨, 아뇨! 검은 드레스가 너무 잘 어울려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카밀라의 심기를 어떻게든 풀어 주려는 듯 데린이 옆에서 연신 쫑알거려댔다. 하지만 카밀라의 입에선 한숨 소리만 더 깊어질 뿐이었다.

[정말입니다! 검은 옷이 이리 잘 어울리시는 분은 처…….]

“됐거든요.”

저벅.

그때 몇몇 사람이 무리를 지어 다가오고 있었다.

카밀라는 데린의 말을 막으며 발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여전히 손을 미간을 꾹 누른 채다.

‘물속이란 말이지.’

스윽.

가까이 다가오던 이들이 자신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추는 듯했지만, 카밀라는 계속 생각에 잠겨 그냥 빠르게 그 자리를 지나쳐갔다.

골치 아픈 일을 떠맡게 되어 현재 다른 눈에 들어오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카밀라 영애 아냐?”

“맞는데?”

그렇게 카밀라가 떠난 자리에 남은 이들이 조금은 놀란 눈빛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녀가 이곳에는 웬일이지?”

“그러게 말이야.”

“우리야 자네 어머니 기일이라 이곳에 온 거지만.”

카밀라가 사라지는 모습을 응시하던 이들의 시선이 동시에 한곳으로 향했다. 대화에 끼어들지 않은 채 조용히 서 있는 한 사람.

“…….”

태양처럼 붉은 머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카밀라보다 한두 살 더 많아 보였다.

“그나저나 신기하군.”

“카밀라 영애가 자네를 본 척도 않고 지나가다니.”

“못 본 건가?”

“설마, 백 미터 밖에서도 페트로만 보이면 달려오던 카밀라 영애잖아.”

“하긴.”

친구들의 키득거리며 나누는 말에 남자, 페트로의 시선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카밀라에게 향했다.

페트로 제이빌런.

페이블러 제국 3대 공작가인 제이빌런가의 장남. 다음 대 제이빌런 공작가를 이끌 인물.

“매번 자네만 보면 죽기 살기로 쫓아다니잖아.”

“그러게 말이야.”

친구들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카밀라가 페트로를 좋아해 쫓아다니고 있는 건 이미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아주 유명했다.

그가 가는 곳에 늘 그녀가 있었고 페트로의 주변을 늘 서성였다.

“쓸데없는 소리.”

페트로는 피식 웃으며 친구들을 가볍게 나무랐다.

“영애한테 실례야.”

“하지만 사실이잖아.”

“하여튼 이 녀석은 성격이 너무 좋아서 탈이야. 전에 영애가 네 물건도 훔쳐 갔잖아.”

“훔쳐 간 게 아니라 내가 잃어버린 걸 그녀가 주워서 갖고 있었던 거지.”

“네가 물건 같은 걸 잘도 잃어버리겠다.”

친구들이 동시에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오늘 카밀라 영애, 뭔가 좀 달라 보이지 않아?”

“자네도? 나도 방금 깜짝 놀랐잖아.”

“그녀의 얼굴이 원래 저랬나?”

“왠지 오늘따라 자꾸 시선이 가지 않아?”

“그러게.”

두 친구의 대화를 들으며 페트로는 작게 혀를 찼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들 하고 빨리 가도록 하지.”

페트로의 재촉에 두 사람이 급히 걸음을 뗐다. 하지만 정작 그런 그들의 뒤를 따르던 페트로의 시선이 다시 뒤로 향했다.

이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카밀라가 있던 곳을 잠시 바라보던 페트로는 평소처럼 빙그레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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