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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4)화 (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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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잘 해결됐지만 모든 일이 좋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동정론이 결코 좋은 게 아니거든.’

특히 연기를 하는 배우에겐 하얀 백지처럼 아무런 이미지가 없는 게 가장 좋다. 어떤 역을 맡든 사람들이 그 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사람들이 배우가 연기하는 배역에 집중하지 못하고 배우의 실제 모습을 떠올려 동정을 일삼는다면 그 배우는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

‘물론 난 살아남았지.’

주인공을 아주 악독하게 괴롭히는 악역을 바로 맡아 사람들의 온갖 욕을 다 처먹으며 그해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다.

‘어쨌든 결론을 말하자면…….’

부모나 주변 이들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자신과 카밀라가 무척 닮았다는 것이다.

카밀라 역시 어머니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했다. 오라비인 라비에게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작가에 들어온 후에는 더 심했다. 다들 그녀를 없는 사람처럼 대했으니까.

‘아, 예외가 있구나.’

시녀 도나.

그 아이만은 카밀라를 오래전부터 진심으로 대했다.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도나를 빼곤 하나같이 카밀라를 대하는 태도가 똑같았지만 말이야.’

자신 또한 부모 말고도 주변 사람들과 특별히 친하게 지내본 적이 없었다.

늘 일정 거리 이상은 가까워지지 못했다.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다가도 정작 가까이 다가가면 께름칙하게 여기며 거리를 벌렸다.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카밀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의 애정에 목말라하며 점점 미쳐 가지 않았을까?

‘카밀라가 그랬던 것처럼…….’

하고 싶은 말도 꾹 참으며 늘 가족들의 눈치를 보았던 카밀라. 그녀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애정. 가족의 사랑.

라비가 시키는 일을 무조건 행한 것도, 먹지 못할 음식을 앞에 두고도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킨 이유 역시… 다 정이 고팠기 때문이다.

가족과 조금이라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들에게 버려지기 싫은 마음.

‘나야 그나마 배우로서 대중의 사랑이 있었으니까.’

그게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의 허무한 애정이었을지라도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카밀라에겐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답답하고 짜증이 솟구쳐도 매번 그녀의 삶을 응원했던 건 카밀라와 자신이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족의 손에 죽는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 너무도 잘 아니까.

이 자리에 온 이유 역시 다른 가족들 사이에서 홀로 있을 라비가 신경이 쓰여서였다. 예전의 자신처럼.

“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순간적으로 과거의 기억에 빠져들었던 카밀라는 다시 들려오는 라비의 음성에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뭐야? 왜 그렇게 놀라?”

“아니…….”

카밀라를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라비는 그대로 돌아섰다. 그러곤 앞서 걸음을 옮겨 발표회장 입구로 향했다.

“하아.”

괜히 온 건가?

언제나처럼 자신에게서 등을 보이며 돌아서는 라비의 모습에 카밀라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예상한 반응이지만 왠지 오늘은 괜히 힘이 쭉 빠졌다.

‘계속 버틸 수 있을까?’

저리 냉정한 사람들 속에서 그럴 수 있을까? 자신도 카밀라처럼 점점 고립되고 미쳐 가는 건 아닐지.

“야, 뭐 해?”

“……?”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카밀라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앞서 걸어갔던 라비가 다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가?”

“…….”

“빨리 와.”

처음으로 자신을 기다려 주는 라비를 보며 카밀라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곧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섰다.

“오라비, 그거 알아?”

“뭘 알아?”

“오라비는 뒤통수보다 앞통수가 더 예뻐.”

“…뭐라는 거야?”

황당한 표정을 짓는 라비를 보며 카밀라의 웃음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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