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아우씨!
‘망할 놈의 귀신!’
취소다! 취소!
‘귀신이 물리적으로 인간에게 피해를 안 준다는 말 취소라고!’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걸까?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척 무겁다는 걸 느끼며 시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든 생각은 샹들리에에 매달려 있던 귀신을 향한 원망이었다.
그 귀신 때문이 아니고서야 샹들리에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질 리 없잖아!
결방 확정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예상하며 시아가 조심조심 얼굴을 매만졌다. 배우에게 연기력만큼 중요한 건 바로 얼굴이다. 제 미모가 온전한지 확인하는 것… 음?
‘뭔가 이상한데.’
그 무겁고 날카로운 게 머리 위로 떨어졌는데 생각보다 통증이 적었, 아니 전혀 없었다.
‘샹들리에가 비켜 떨어지기라도 한 걸까?’
다행히 얼굴은 멀쩡한 듯했다. 붕대로 감겨 있지도 않았고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다. 그건 그렇고.
‘여긴 어디야?’
딱 봐도 병원은 아니었다.
예전에 과로로 쓰러져 특실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아무리 좋은 특실도 이렇게 넓진 않았다.
게다가 저 하늘거리는 고급스러운 커튼은 대체 뭐란 말인가. 저기 고풍스러운 촛대는 또 뭐고?
‘그런데 여기…….’
뭔가 좀 낯이 익다? 낯설면서도 뭔가 아주 익숙한 느낌?
‘그건 그렇고 왜 아무도 없는 거야?’
주변에 누군가 있어야 상황을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연신 두리번거려 봐도 사람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와… 진짜 너무하네.’
사람이 쓰러졌는데 말이야. 어떻게 아무도 없을 수가 있지? 현석 오빠는 대체 어디 간 거야?
시아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다행히 몸에도 특별한 이상은 없는 듯했다. 조금 몸이 무겁다는 느낌 말고는 딱히 아픈 곳은 없었다.
‘헐.’
상체를 일으킨 시아는 스르륵 흘러내리는 소맷자락을 보며 뜨악했다.
뭔 소매에 이리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거지? 이거, 병원복 맞아?
다친 이에게 이딴 불편한 옷을 입힌 센스에 혀를 차며 시아는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
하지만 시아는 급히 자리에 다시 주저앉아야 했다. 온몸이 무언가에 짓눌리는 듯한 무거움과 함께 어질함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확실히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며 시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어지러움은 곧 사라졌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십 대 후반의 젊은 여자였다.
그런데…….
‘어라?’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시아의 눈이 점점 커졌다.
“어머, 아가씨. 일어나셨네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던 시아는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나?”
헉!
깨어난 후 처음으로 제대로 목소리를 내 본 시아는 다시 입을 멍하니 벌렸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분명 자신의 목소리는 아닌데… 아닌데 너무도 익숙한 음성이다.
“네, 뭐 시키실 일 있으세요, 카밀라 아가씨?”
“…….”
카밀라?
‘지금 날 보고 카밀라라고 한 거야?’
내가 카밀라라고?!
‘여기서 그 이름이 왜 나와.’
카밀라.
자신이 눈을 감으면 늘 보던 그 여자, 그 여자의 이름이 바로 카밀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