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묵시록 82-08-428화 (428/449)

4장 히어로 (1)

“자, 진정하고 물 좀 마시자. 뭐라도 좀 먹고. 우리 지금 너무 흥분해 있어.”

치열하게 들떠 있는 포옹의 사슬을 끊은 것은 언제나처럼 분위기 브레이커, 유빈이었다. 유빈은 모두가 팔을 벌려 부둥켜안고 있는 무리에서 빠져나와 배낭의 지퍼를 열었다. 그러고는 물병을 꺼내 제니에게 주었다.

“너도 마시고 테라랑 혜주도 줘.”

“오빠 먼저 마시고 줘요.”

제니가 물병을 되돌려 주려 하며 말했다. 유빈은 손사래를 친다.

“괜찮아. 나는 삼식이 배낭에 든 거 나눠 마시면 돼. 수돗물 마셔도 되고.”

유빈은 배낭 앞주머니를 뒤적거려 사탕도 몇 알 꺼내 친구들과 나눴다. 민구에게도 세 개의 사탕이 돌아온다. 민구는 레몬 맛이 나는 사탕을 입안에 넣고 돌리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들의 배낭, 요술 주머니도 아닌데 뭐가 자꾸 나온다. 아까 계단에서도 헤드 랜턴을 꺼내 쓰는 걸 봤다.

꿀꺽―

유빈 일행들이 물을 돌려 마시고 사탕을 나눠 먹는 걸 보며 보안 요원과 애송이가 침을 삼켰다.

그들 역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끌려 다닌 탓에 입술이 바짝 말라 있다. 눈도 퀭하다. 물이야 사방에 널려 있어도, 그걸 마시러 갈 자유가 없다.

“자요, 아저씨.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일단 이거라도 좀 마셔요.”

늦은 순번으로 한 모금을 겨우 기울인 삼식이가 두 끄나풀에게 사탕 두 개와 물병을 넘긴다. 잠시 민구와 보안관의 눈치를 보던 보안 요원은 얼른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병을 애송이에게 넘겼다.

애송이도 아주 맛있게 물을 마셨다. 보잘것없는 한 모금의 물과 사탕 한 알일지라도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노라니, 그동안 정말 힘들었다는 게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제 다른 사람들 구하는 문제만 남은 건가…….”

사탕 두 개를 입안 가득 물고 빨아 먹으면서 유빈이 말했다. 지하 경비 본부에서 보았던 CCTV, 지하 주차장 두 개 층에 나뉘어 갇혀 있던 사람들. 그 수만 해도 몇 천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친구들 몇 명만으로 그들을 통솔해 무사히 탈출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이전에 먼저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전에 헬리콥터 타고 다니면서 잡아왔던 사람들. 그 사람들도 지하에 가둬뒀어요?”

유빈이 보안 요원에게 물었다. 예전에 잡혀간 태권소녀의 일행들. 혹시 그중에 몇 명이라도 아직 생존해 있을지 모른다. 멍하니 사탕을 빨아 먹고 있던 보안 요원이 깜짝 놀라 컥컥, 헛기침을 한다.

“아, 예? 누구요?”

보안 요원은 짐짓 모르는 척을 해본다. 힘든 끄나풀 노릇도 다 끝났고 이제는 살려주는가 싶었는데, 지금 이 시점에 예전에 잡혀온 사람들 이야기를 꺼내면…….

그 사람들… 이미 다 죽었다. 여기에서 좀비 밥이 되거나, 아니면 남부로 끌려가 거기에서 실험체로 사용되었거나. 하지만 여기에서 죽었다고 해봐야 공연히 분노만 사게 될 것 같다.

“아, 그… 예전에 잡아온 사람들은… 몇 명 안 남아 있습니다. 파멸의 마녀, 그년이 싹 다 데리고 가버려서…….”

보안 요원은 모든 책임을 파멸의 마녀에게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듣고 있던 보안관이 미간을 찌푸린다.

“파멸의 마녀? 그게 뭐야?”

“아… 그거, 저희들끼리 부르는 별명입니다. 황 회장 큰딸… 황 이사인지 뭔지… 하여간 손대는 일마다 다 쫄딱 망한다고 해서.”

“그 마녀라는 여자가 데리고 갔다고? 어디로?”

“막연히 남부라고는 하는데… 저희 같은 말단은 잘 모릅니다. 아마 부산 지사나 울산이나… 그쪽 아닐까요? 거기에 이 회사 공장도 많고 하니까.”

보안 요원은 진실해 보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사실 완전히 거짓말인 것도 아니다. 잡아온 사람들 중에 어느 정도 비율은 마녀 년에게 조공으로 바쳐졌으니까.

이 거대한 건물만으로도 부족해서 어딘가에 또 더 큰 악의 무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유빈 일행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남부… 그들이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지역이다.

“…여기에서도 죽였어요. 제가 저 방에 끌려 들어간 뒤에도 저 우리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을 저 아래로 던져서… 다들 엄청 야위어 있었어요.”

테라가 식사실 구석의 철제 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모두의 표정에 분노가 어리자 보안 요원은 움찔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사람들 가둬놓은 데로 갑시다.”

유빈이 짐을 챙기며 말했다. 제니는 테라가 샌들을 신는 걸 도왔다. 보안 요원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위층부터이긴 합니다만… 보시면 속상할 텐데요. 책임자 새끼들이 진짜 비인간적으로 가둬놔서…….”

발가벗긴 채 음식도, 물도 주지 않고 짐승처럼 한 군데에 가둬뒀다는 말을 하기가 무서워서 보안 요원은 말끝을 흐렸다.

만약 이놈들이 찾는 누군가가 그런 꼴로 남아 있어도 문제고, 이미 좀비 밥이 된 다음이라고 해도 문제다.

“너더러 책임지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빨리 앞장이나 서라고. 시간 끌지 말고.”

보안관이 녀석의 등을 떠민다. 그들은 긴 복도를 돌아 다시 C섹션의 계단으로 향했다.

“끄응!”

몇 걸음을 걷던 테라가 얼굴을 찌푸리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삼킨다.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제니가 걱정스레 물었다.

“발가락 때문에 그래?”

잘려 있는 발가락… 피가 맺힌 상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테라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까 아래로 떨어졌을 때, 좀 삐끗한 거야. 발가락은 이제 익숙해.”

“그럼 나한테 기대. 부축해 줄게.”

제니가 어깨를 대준다. 테라는 고집 피우지 않고 그녀의 부축을 받았다. 삼숙이도 반대편에서 자기 등을 짚으라는 듯 바짝 붙어 호위를 해준다.

“잠시 대기.”

계단 앞에 도착한 진우가 문에 귀를 대고 안쪽의 동향을 살폈다. 이 부근에 가까이 왔을 때부터 소름이 끼친 걸 보면, 아직도 계단 내에는 좀비들이 잔뜩 돌아다니는 것 같다.

그롸아아아―

두터운 쇠문 너머에서 좀비들의 포효가 들려온다. 많다.

“먼저 끌어당겨서 문 근처에 있는 놈들 싹 다 정리한 다음에 내려가자. 계단 내려가서 둘러싸이면 골치 아프니까.”

진우가 친구들을 돌아보며 작전을 설명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만일에 대비해 보안관과 민구가 일행들을 막아서는 형태로 뒤쪽에 서고, 진우가 문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사격 자세를 취했다. 문을 여는 건 발이 제일 빠른 삼식이의 담당.

“아… 이거, 영 허전하네. 들고 있는 게 너무 시원치 않아서…….”

아까 복도의 좀비들을 막기 위해 해머를 던져 버렸던 보안관이 삼단봉을 휘둘러 보며 중얼거렸다. 단 한 방이면 확실하게 죽을 것 같던 해머와 달리, 이 무기는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

“연다!”

삼식이가 신호를 보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삼식이는 계단 문의 긴 손잡이를 누른 뒤에 있는 힘껏 밀어 치고, 옆으로 돌아 나왔다.

콰당―

문이 안쪽으로 확 밀려 들어가고 정점까지 열렸을 때!

그롸아아아― 그와아아아―

접근해 있던 좀비들이 몰려들어오기 시작한다. 계단을 뛰어오르는 놈들과 떨어져 내려오는 놈들이 한데 뒤엉켜 문 앞에서 대혼전이 벌어졌다.

투투둑― 투투투― 투투둑― 투두두―

진우는 놈들이 복도 밖까지 빠져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방아쇠를 당겼다. 계단 입구에 시체들을 쌓아서 발 디딜 틈도 없이 만들어놓기는 싫다.

퍽― 파박― 팍―!

대가리가 터진 좀비들이 복도 바닥에 엎어지며 달려오던 속도를 이기지 못해 이리저리 미끄러진다. 제니는 혹시라도 테라가 너무 무서워하지 않을까 싶어 그녀의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

하지만 테라는 제니의 걱정과 달리 숨을 죽인 채 진우와 좀비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어깨가 덜덜 떨리기는 했지만 비명도 지르지 않고,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았다. 테라 역시 거친 좀비 세상을 거쳐 오면서 꽤나 단련이 되었다는 걸, 제니는 새삼 깨달았다.

바퀴벌레만 봐도 그 자리에 꼼짝없이 얼어붙어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던, 그런 소녀는 이제 없다.

투투투― 투투투― 투투투―

진우는 몰려드는 좀비들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모두 정리했다. 그의 K―2 탄창이 바닥나기까지 복도에는 스무 마리 가까운 좀비들의 시체가 쌓였다. 마세티 손잡이에 왼손을 얹고 대기하고 있던 민구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지?”

좀비들을 모두 쓰러뜨린 뒤, 탄창을 갈아 끼우며 진우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양한 모양의 좀비들이 섞여 있다. 죽은 지 며칠 되지 않은 것처럼 생생한 좀비와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닳아 빠진 넝마를 걸치고 있는 놈들, 그리고 오늘 물린 게 분명한 생생한 녀석들까지…….

이 건물 내의 어딘가에 보관해 두고 있던 좀비들과 주차장에서부터 올라온 놈들, 그리고 탈출하려다 그들에게 물린 직원들까지… 온갖 종류의 좀비들이 한데 섞여있다.

이곳으로 내려오며 이미 계단을 싹 정리했던 터라 이렇게 많은 놈들이 또 모여 있다는 게 이상했다. 게다가 아까 A섹션 계단 앞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좀비들에게 쫓겼었다.

“저놈들은 계단에서 물렸겠지. 사람들이 뛰어 내려오니까 좀비들도 쫓아왔을 거고.”

보안관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도 진우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여기… 8층이야. 건물이 크고 천장이 높으니까 실제 동네 조그만 건물로 따지면 10층 높이는 될 거야. 애초에 여기까지 올라온다는 게 이상해. 불이 난 건 밖의 주차장인데… 우리 코스트코 옥상 정도의 높이에서 조용히 있어도 좀비들이 몰려오지는 않았잖아.”

그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몇 명쯤이 1층으로 도망가려다가 소수의 좀비들을 이끌고 계단을 어지럽힐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외부의 좀비들이 몰려오지는 않는다. 좀비들이라고 해서 천리안처럼 먼 곳에 숨은 사람들을 다 찾아내는 건 아니니까.

“이쪽입니다.”

9층에 도착한 보안 요원이 계단 입구 왼쪽을 가리켰다. 건물의 중앙으로부터 L자로 꺾여 나와 꽤나 떨어져 있는 폐쇄적 위치였다.

심지어 조명도 들어오지 않아서 어둑어둑하고, 긴 복도는 불길하게만 보인다.

“여깁니다… 아마 이 층은 여자들 모아둔 곳일 겁니다.”

문 앞에 선 보안 요원이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했다. 혹시 옛 동료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태권소녀가 다급하게 문을 열려고 하자 보안관이 그녀를 막았다.

“아니, 잠깐만. 문 뒤에 물러나 있어. 먼저 안전한지 확인하고.”

보안관은 그렇게 말하며 애송이가 들고 있던 방패를 빼앗아 쥐었다. 비록 엉망으로 금이 가고 망가진 상태였지만, 누군가 안쪽에 숨어 있던 놈이 총을 쏜다면 그걸 한 번 막을 정도는 된다.

준비를 마친 보안관은 자신이 걸고 있던 아이디카드를 스캐너에 가져다 댔다.

띠릿―

일반 쉐도우 실드 대원의 아이디카드였는데도 잠금장치는 단박에 열렸다. 잡아온 여자들에게 아무나 접근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보안관은 손잡이를 돌리고 천천히 문을 안으로 밀었다.

“어후―!”

지독한 악취!

문이 열리자마자 내부의 열기와 함께 악취가 확 풍겨져 나온다. 모두들 얼굴을 찌푸렸다. 좀비 냄새는 아니었다. 사람의 배설물과 땀 냄새가 한데 섞여 썩어 들어간다.

“꺄아악!”

문의 잠금장치가 해제되자마자 방의 안쪽에서는 여자들의 힘없는 비명이 들려온다. 단지 문이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두려워하고 있다. 그녀들이 여기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던 건지 대충 짐작이 간다.

보안관은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방패를 앞세워 머리를 들이밀며 외쳤다.

“무서워하지 마요! 구하러 왔습… 어윽!”

깜짝 놀란 보안관이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 전부 다 옷이라고는 걸치고 있지 않다.

“왜 그래? 누가 지키고 있어?”

보안관이 당황해하는 걸 보며 태권소녀가 물었다. 보안관이 고개를 젓자마자 태권소녀는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경순이 언니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허!”

방 안의 광경을 목격한 태권소녀의 입에서도 당혹스러운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외부에서 문이 열린 이래 줄곧 울부짖으며 서로 문에서 더 멀어지기 위해 한데 뒤엉킨 발가벗은 여자들.

누구 하나 예외랄 것 없이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패닉 상태의 그녀들은 아예 문 쪽을 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배설물이 뒹구는 바닥에는 맥없이 고꾸라져 있는 바짝 마른 시체도 두 구 있다. 여기는… 지옥이다.

‘이런 데에 경순이 언니가! 그리고 애들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태권소녀의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두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도 방 안에 그녀가 아는 얼굴은 없었다. 이미 전부 다 희생된 모양이다.

“진정들 하세요! 구조하러 왔습니다!”

태권소녀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외쳤다. 하지만 여자들은 듣고 있지 않았다. 그저 한없이 웅크린 채 덜덜 떨며 비명만 질러 댄다. 죽음과 고통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가 있다.

물 한 잔 얻어먹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가 죽기 위해 끌려가는 걸 계속 지켜봐야 한다면 누구라도 이렇게 망가질 수 있으리라…….

“원래는 처우를 이렇게까지 심하게 하지는 않았는데… 남부 쪽에서 지원을 확 줄이면서 오 박사도 반쯤 돌아 가지고…….”

그녀가 흥분했다는 걸 깨달은 보안 요원이 변명을 한다. 태권소녀는 홱 돌아서서 녀석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개새끼들아! 어떻게 사람이……!”

“아! 아닙니다! 제가 한 일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그럴 힘이 어디 있었겠어요!”

보안 요원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다급하게 외쳤다. 녀석을 노려보던 태권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꽉 쥐었던 주먹을 폈다.

그녀가 정말 죽이고 싶은 건 오른손가락이 몇 개나 날아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이런 잔챙이가 아니라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던 그 우두머리 놈이다.

“어제 얼굴이 곤죽이 돼서 온 놈 있었지? 너희 검은 군복 중에 꽤 높은 놈 같았어. 그놈 어디 있어?”

태권소녀가 덜덜 떨고 있는 보안 요원에게 물었다.

“얼굴이 곤죽이 된 사람? 혹시 메이저요? 말 심하게 더듬는 사람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놈! 그놈 숙소는 어디야?”

“21층이긴 한데요… 그… 당연히 거기에 없을 겁니다. 지금 이 난리가 났는데, 명색이 쉐도우 실드 대장이 자기 방에 누워 있겠습니까?”

태권소녀는 놈의 멱살을 놓고 벽을 쾅! 내려쳤다. 이 넓은 건물 내에서 그놈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분하다.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끝냈어야 했다.

“어제 그냥 죽였어야 했는데…….”

태권소녀가 분을 이기지 못해 중얼거린다. 그때까지 잠자코 보고만 있던 민구가 입을 열었다.

“죽었어, 내 손에.”

말해줘야 할 필요는 없는 일이지만, 이 망아지같이 씩씩한 계집애가 저렇게 한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았다. 민구는 그녀의 괄괄함이 마음에 들었다.

“정말이요? 누군지 알고 하는 이야기예요?”

“그래. 너 보내고 담배 피우고 있을 때, 숨어 있는 걸 찾았지. 여기랑 여기에 막 수술해서 꿰맨 흔적이 있더군.”

민구가 자신의 얼굴에 손가락으로 선을 그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태권소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럴 이유도 없고, 수술했다는 부위가 자신이 때렸던 곳과 일치한다.

“아… 길게 이야기할 거 없지. 자, 이게 그놈 라이터였어. 저놈은 알아볼지도 모르겠군.”

민구는 메이저에게서 빼앗은 지포 라이터를 태권소녀에게 던져 주며 보안 요원을 가리켰다. 꽤나 오래 사용한 것 같은 구식 지포라이터다. 보안 요원이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 라이터 맞습니다. 본 적 있어요.”

“한 방에 죽인 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아주 고통스럽게 죽어야 하는 새끼였는데…….”

태권소녀가 라이터를 돌려주며 한숨을 내쉬자 민구가 엷은 웃음을 지었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특별 대우를 해줬으니까.”

태권소녀와 민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유빈은 여자들이 갇혀있는 방의 문을 닫아버렸다.

“이 사람들, 우리가 도저히 데리고 나갈 수 없을 것 같아. 지금 누구 지시를 받고 움직일 상황이 아니네. 군인들이 와서 데리고 가야지.”

패닉 상태의 사람들을 억지로 진정시킨다고 해도 좀비들이 돌아다니는 건물을 누비고 도로를 내달리는 동안에 다시 발작을 일으킬 게 빤하다.

저 사람들이 안정을 찾으려면 안전한 환경에서 꽤나 오랜 시간의 요양이 필요할 터였다.

“근데 이 건물에 놔두고 가는 건 안 될 것 같은데……. 여기에 아직 몇 놈이나 무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지도 모르잖아.”

삼식이가 말했다. 그의 의견이 옳다. 건물은 넓고, 층수도 까마득히 높다. 적의 주력 병력은 다 사살했다지만, 그래도 어디에서 어떤 놈들이 돌아다니고 있는지 완전히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 팀을 반으로 나누는 것도 탐탁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남아서 이 건물을 경계하는 팀도, 도로를 내달려서 용산철로의 군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팀도 모두 위험에 노출되는 거다.

그리고… 군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한다고 해도 실제 구조 병력이 언제쯤 꾸려질는지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미리 정해져 있는 군소 쉘터의 이송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에야 군은 행동을 취할 게 분명하다. 그럼 그동안 건물에 남겨진 팀은 연락도 받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놈들에게 갱생의 기회를 줘볼까?”

의외로 골치 아픈 문제에 모두가 고민하고 있을 때, 민구가 두 끄나풀을 가리키며 말했다.

“갱생? 그거랑 지금 이 문제가 무슨 상관이야?”

보안관이 물었다. 민구는 보안관의 질문을 무시한 채 끄나풀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그 태양 그룹 마크 찍힌 옷 벗어버리고, 용산철로까지 뛰어가.”

“네?”

보안 요원과 애송이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놈들이 말귀를 못 알아먹자 민구는 애송이의 머리에 알밤을 한 방 먹이고는 다시 설명을 해준다.

“탈출한 민간인인 척하면서 살려 달라고 하란 말이야. 너희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 잔뜩 있으니까 구해 달라고. 도망치다가 손에 총도 맞았다고 하면 더 좋겠지.”

“하, 하지만… 용산철로까지 꽤 먼데요.”

애송이가 비지땀을 흘리며 말했다. 좀비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맨몸으로 대로 위를 2킬로미터가량 뛰어간다는 건 그냥 적극적인 자살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총을 드리겠습니다. 탄창 하나씩이랑.”

가만히 듣고 있던 진우가 끼어들었다.

“좀비를 만난다고 해도 어지간히 많은 놈들이 아닌 이상 두 명이 그 정도 무장이면 충분히 해볼 만 할 겁니다.”

진우의 말을 들은 애송이와 보안 요원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각자 30발의 총알을 가지고 2킬로미터…….

비록 한 사람은 왼손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닌 듯하다. 위에서 지켜보다가 대규모의 좀비 무리가 부근에 없을 때 출발하면 된다.

“탄창은 분리한 채로 드릴 테니까 건물 외벽 밖으로 나가서 장착하십쇼. 마당의 좀비들은 제가 처리할 거고, 어느 정도 거리까지는 엄호를 해주겠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계속 주시하고 있다가 허튼 마음 먹는 순간 언제라도 머리를 날려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걸 알면서도 두 끄나풀은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감사합니다!”

이 이상한 K―2를 든 녀석에게 감히 엉겨볼 생각 같은 건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클래스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그럼 그다음에 저희는 어떻게…….”

보안 요원이 잔뜩 긴장하며 물었다. 민구가 말했다.

“너희 내키는 대로 해. 우리도 나쁜 놈이었다고 자수를 하든가,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하고 사람들 틈에 섞여 들어가서 조용히 살든가.”

오늘 수많은 동료들의 죽음을 본 두 끄나풀에게 그건 나름대로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목숨을 걸고 뛰어가 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 사람들이 용산철로에 도착한 다음에 아저씨가 시킨 대로 구조 요청을 안 하면 어떻게 해요? 그냥 생존자인 척하고 다른 사람들 따라 내려가 버릴 수도 있잖아요.”

태권소녀가 의심을 거두지 않고 물었다. 민구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찾아서 포를 뜨는 거지.”

“그, 그럴 일은 없습니다. 저희도… 이 사람들 살리고 싶어요.”

애송이가 간절하게 말했다. 그를 딱히 믿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위험부담이 적은 방법이어서 친구들은 두 끄나풀에게 전령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일단 지하의 사람들에게 진정하고 구조를 기다리라는 메시지부터 방송으로 전하기로 한 일행은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이것도 그 요술 가방 안에 넣어둬. JL로 가려면 쓰는 신호기다. 이건 신호 보낼 위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중에 뒤쪽에서 걷는 유빈에게 민구가 천천히 다가와 젠킨스의 버클과 지도를 내밀며 속삭였다.

“JL로 가다뇨? 그게 뭔가요?”

“아아, 이야기하려면 기니까 그냥 챙겨뒀다가 나중에 테라가 좀 진정되면 물어봐. 쟤가 나보다 더 잘 알아. 혹시 잊어먹을까 봐 미리 챙겨놓는 거야. 어차피 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리고 이건 테라 거다. 이것도 나중에 주면 돼.”

민구는 가방에서 울트라나이프를 꺼내 유빈에게 건넸다. 한 번 주었던 선물이니까 이제 그녀의 것이다.

“아니, 왜 이런 걸 다 저한테… 나중에 아저씨가 직접 주시면 되지… 어! 설마?”

중얼중얼하면서도 배낭 안에 물건을 챙겨 넣던 유빈이 약간 놀라며 말을 멈춘다.

이 사람, 우리와 같이 가지 않을 생각인 건가…….

“쉿―!”

민구가 히죽 웃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는 시늉을 한다. 유빈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테라를 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목숨을 내놓고 덤벼들던 사람이 왜 갑자기…….

“저기… 같이 가셔도 돼요. 먹을 건 충분하니까요. 보안관이랑 영 껄끄러우면 다른 숙소에서 지내셔도 되고… 또…….”

“강요하지 마.”

민구는 딱 잘라서 냉정하게 말했다. 테라, 그리고 이 어린애들과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다. 맑고 밝은 것들끼리, 그리고 탁하고 더러운 것들끼리 함께 있어야 격에 맞는 법이다.

이놈들과 함께 있는 편이 테라에게 더 좋을 거라고, 그는 판단했다.

이놈들은 강하다. 고릴라 덩치 놈이 의외로 무른 구석이 있어서 그게 좀 마음에 걸리지만, 총잡이 놈이 충분히 냉혹하니까 그 부분은 보완이 된다. 그래서 녀석들이 어디로 갈 것인지 묻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다.

킁― 킁킁―

관리 본부가 있는 지하 1층의 A섹션까지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삼숙이가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얼―!

삼숙이는 지금까지와 다른 톤으로 짖으며 진우의 옷을 잡아끌었다. 예전에 강원도에서 덤불처럼 위장한 저격수들을 피할 때와 비슷하지만, 뭔가 차이가 있다. 이번에는 녀석이 소리 내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뭐야? 왜 그래, 삼숙아? 네가 무슨 말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 피하라고?”

진우가 당황해하며 삼숙이에게 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삼숙이는 끙끙거리며 다른 친구들까지 등을 떠민다.

“뭔데 그러지?”

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다들 당혹스러워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삼식이가 코를 벌름거린다.

“킁, 킁, 이거…….”

점점 허리를 굽히다가 바닥에 납작 엎드리기까지 하며 계속 냄새를 맡던 삼식이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이 안 어디서 가스 샌다.”

“뭐라고? 왜? 잡혀 있는 사람들은?”

친구들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왜 가스가 새는 건지 그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폭발해서 불이 나면… 연기가 아래로 깔릴 거고, 지하 주차장에 갇혀 있는 수천 명의 잡혀온 사람들은 전부 다 질식사하게 된다. 그건… 정말로 대참사다.

“안 돼!”

친구들은 좌우를 둘러보았다. 지하 1층. 창문도 없는 길고 복잡한 복도, 밀폐된 사무실들… 불길이 타오르고 연기가 퍼지기 딱 좋은 구조다.

“어디야? 어디!”

당황한 친구들은 삼숙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녀석이라고 해서 가스의 근원지까지 알아맞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너희들, 다 계단으로 올라가! 빨리! 내가 찾을 테니까!”

민구는 유빈의 등을 제니와 테라 쪽으로 떠밀며 소리쳤다. 어차피 가스가 퍼져 있다면 총은 쓸 수 없는 상황. 모두 한데 몰려다닌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아저씨!”

테라가 깜짝 놀라 멈춰 선다. 민구는 난감했다. 어차피 너와 갈 길이 다르다는 말을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센 척하지 마!”

보안관이 민구의 팔을 잡고 계단 쪽으로 당기며 뛰었다. 이런 일로 이딴 녀석에게 생명을 빚졌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일단 피하고, 불은 나중에 함께 끄면 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C부터 시작해서 A섹션까지 이르는 긴 복도를 죽 따라 걸어온 상태였고, 돌아가는 길은 까마득히 멀다. 그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보장 못한다.

“미안! 급해서 그래!”

다친 골반 때문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테라를 삼식이가 달랑 들어 안았다. 이제야 좀 속도가 난다.

“이쪽이야!”

계단 앞에서 떼어온 건물 구조도를 보며 유빈이 방향을 안내했다. C섹션의 계단까지는 너무 멀다. A섹션 계단을 찾아가면…….

세 번째 코너를 돌아서 계단 문의 손잡이를 잡았을 때, 유빈은 가스 누출의 원점을 발견했다. 원점에 있던 놈들도 유빈을 발견했다.

“헉!”

문이 반쯤 열린 주방 내부, LPG가스통을 몇 겹으로 쌓아놓은 채 밸브마다 활짝 열어놓고 있던 놈들이 기겁을 하며 놀란다. 복장을 보아하니 직원이다.

그들이 테라를 구하기 위해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동안 아마 이놈들은 여기로 내려온 모양이다.

자신들의 죄가 들통나는 게 두려워서 군이 오기 전 모든 증인들을 싹 다 죽여 버리려는 것일까? 이런 미친 개새끼들…….

“하지 마! 하지 마! 그러다 너희도 죽어!”

유빈은 놈들을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범죄를 은폐하려다 얼굴을 들켜 버린 세 명의 직원도 광인처럼 울부짖었다.

“가까이 오지 마! 씨발 놈아! 봤지? 봤지? 으아아아아!”

“아니! 아니! 못 봤어! 난 아무것도 못 봤어!”

유빈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눈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는 놈들을 주시했다. 등 뒤의 친구들은 인기척을 숨기고 코너 뒤에서 달아날 방법을 찾고 있다.

“거기 꼼짝 말고 서 있어! 이 씨발 놈아!”

가운데에 있던 녀석이 주방 벽에 걸려 있는 식칼을 뽑으려 뛰어간다.

“허!”

유빈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놈이 식칼을 들고 달려 나오면… 그 순간 모든 게 골치 아파진다. 놈을 죽여도 문제고, 놈이 안 죽어도 문제다. 나머지 둘을 자극해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이익!”

가운데 녀석이 식칼을 붙잡고 씨름을 하며 짜증을 부린다. 놈도 어지간히 당황해 있는 터라 벽걸이 고리에서 칼을 제대로 빼내지 못하는 것이다.

칼이 스테인리스 고리에 부딪칠 때마다 유빈의 심장은 절반으로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저러다가 점화가 되면…….

불과 몇 초 정도가 지났지만, 유빈에게는 몇 십 분처럼 느껴진다.

유빈은 뒤를 돌아보며 보안관에게 달아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는 몇 명이 있어도 달라지는 게 없다.

채앵―

또 한 번 칼과 스테인리스 싱크대가 부딪치는 소리!

유빈이 움직이려 하자 오른쪽 놈이 욕설을 퍼부으며 라이터를 꺼내 든다. 이 미친 새끼들은 이제 이성도, 뭣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유빈은 더 견디지 못하고 열려 있던 주방문을 발로 차 닫은 후, 뒤로 돌아 뛰었다. 이건 절대 곱게 안 끝난다.

띠리릭―

삼식이가 다급하게 아무 문이나 열었다. 식당이었다. 모두들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엎드려!”

가장 늦게 방 안에 들어온 세 남자가 몸을 날리며 외쳤을 때, 그들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았다. 대신에 그보다 훨씬 더 크고 강렬한 소리가 그들의 고막을 덮쳤다.

콰콰앙―!

복도 저편의 주방에서 점화된 폭발이 퍼져 나가기 시작하던 가스를 타고 순식간에 번져 나갔다. 조금 전 막 잠갔던 식당의 양쪽 문도 두 갈래로 튀며 사납게 터져 나갔다.

화르륵―

깔려 있던 가스가 공기의 흐름에 따라 뱀처럼 춤을 추며 순간적으로 타오른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귀는 찢겨 나가는 것 같다. 납작 엎드린 친구들의 머리 위로 열기의 폭풍이 지나갔다.

콰당탕―!

뜯겨져 나갔던 쇠문이 천장을 치고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화르륵― 화르륵―

아직도 남아 있던 가스의 줄기에 불이 붙어 한 번씩 타오른다.

치잇― 치이이잇―

천장에 붙어 있는 스프링클러가 가동되는가 싶더니, 이내 꺼져 버렸다. 그래도 열기에 달궈진 얼굴을 식힐 정도는 됐다.

일행들은 감각이 마비된 채 눈을 껌뻑이며 소리를 질러 서로의 안녕을 확인했다. 귀는 잘 들리지 않고, 조명이 모두 깨져 버려서 거의 암흑 속이다.

“끄으으으으!”

누군가 신음하고 있다. 고막이 윙윙거리는 와중에도 희미하게 들린다.

“쿨럭! 쿨럭!”

진우는 기침을 하며 K―2에 부착된 플래시를 켰다. 작은 광원이 조금 움직였을 때, 바닥에 떨어져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불에 탄 팔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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