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공주는 잠 못 이루고 (3)
“으아아악!”
좀비에게 붙잡힌 1호기 조종사가 비명을 지른다.
카득!
살이 뜯기는 소리! 좀비의 악취와 함께 순식간에 퍼지는 피비린내!
메이저는 뒷걸음질을 치며 MP5를 난사했다. 달려들던 좀비들이 내장을 쏟으며 뒤로 날아간다. 그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스틸 컷으로 기억에 남았다.
조종사의 목덜미를 피로 물들인 좀비!
무릎을 꿇은 조종사의 몸 위로 수십 마리의 좀비들이 한꺼번에 덮친다.
자신을 쫓아오던 세 마리가 모두 MP5의 총알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
탄창을 교환했다. 그러고는 뒷걸음질을 치며 마구 난사를 했다.
철컥― 철컥―!
어느새 새로 갈아 끼운 30발도 다 바닥이 났다. 메이저는 MP5를 집어 던진 뒤, 권총을 빼 들었다.
타앙― 탕! 탕!
손끝이 옷깃을 스칠 만큼 가까이 쫓아왔던 좀비의 얼굴이 터진다. 허공에 이빨과 살 조각이 날린다. 놈의 시체가 허물어지기도 전에 또 다른 좀비들이 그를 향해 팔을 휘저으며 뛰어온다.
“으아아아아!”
메이저는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19발짜리 탄창이 끼워진 그의 글록 17 총구가 불을 뿜을 때마다 눈앞을 가득 메운 좀비들의 몸뚱이 어딘가에 구멍이 뚫렸다.
탕! 탕! 탕! 타앙!
그를 향해 몸을 날리던 좀비가 눈이 꿰뚫린 채 바닥에 떨어져 뒹군다. 바로 옆에서 달려오던 놈의 코가 날아갔다.
턱―
뒷걸음질을 치던 메이저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직 한 마리가 남았는데!
뒤로 넘어지면서 그는 팔을 쫙 뻗어 좀비의 아가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운명의 장난처럼 마지막 발이 날아가고, 슬라이드가 뒤로 밀린다.
‘이제 죽는 건가…….’
바닥에 등을 찧으면서 그는 생각했다. 좀비는 여전히 아가리를 쫙 벌린 채 그를 향해 덮쳐온다. 하지만 다행히, 놈은 이미 죽어 있었다.
아가리로 들어간 총알이 놈의 뒤통수를 뚫고 나갔고, 좀비의 시체는 메이저의 가슴에 뇌수를 묻히며 맥없이 쓰러졌다.
“하아아! 하아아! 이익!”
메이저는 정신없이 놈의 시체를 옆으로 밀어 치며 뒤로 기었다. 보안관에게 맞아 부러진 갈비뼈의 통증도, 태권소녀에게 파운딩을 당해 조각조각 난 광대뼈의 욱신거림도 이 순간만큼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운이 좋게 살아남았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으아아악!”
멀리 계단 쪽에서는 불운하게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조종사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고 있다. 메이저는 곧바로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아직… 아직 죽고 싶지 않다. 조금 더 많은 쾌락을 느끼고… 조금 더 오래 살고 싶다… 마지막에는 평안하게 잠자듯이 숨을 거두고 싶다. 저렇게 살이 뜯겨 고통스럽게 죽는 건 질색이다.
투투둑― 투투둑― 투투투―
계단 쪽에서 총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아까 그 커다란 주먹덩치의 일행들이 도착한 것이다. 메이저는 자신의 모든 병력을 잃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한 K―2를 든 까만 하이바를 쓴 놈에 대한 기억도 되살아난다.
건대에서 헬기를 제압했던 놈…….
메이저는 테라를 놓고 벌인 이 승부에서 졌다. 이제 와서야 알게 된 거지만, 적이 너무 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아직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도망치면 돼! 일단 도망쳐서 숨어 있으면… 기회는 또 와!’
메이저는 기다시피하며 보안관의 반대편 복도로 무작정 내달렸다.
“허억! 헉! 헉!”
숨이 턱까지 차오른 메이저는 가장 가까운 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고는 테이블 아래로 기어 구석에 틀어박혔다.
그는 전술 조끼의 어깨를 더듬어 대검을 빼 들고 그것이 무슨 대단한 무기라도 되는 양 꽉 쥔 채 방 안을 꽉 채운 어둠을 노려보았다.
“후우우~! 후우우!”
입술을 떨며 뿜어내는 메이저의 거친 숨결이 닿을 때마다 그의 대검 날이 뿌옇게 흐려진다.
“으아! 이거 뭐야!”
메이저의 발소리를 쫓아 달려왔던 보안관은 모퉁이를 돌자마자 만난 좀비 밭을 보고 진저리를 쳤다.
활짝 열린 계단 문과 그 앞을 가득 메운 좀비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서른 마리는 넘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열린 문을 통해 계속 뛰어 들어오고 있다.
그롸아아―
복도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던 좀비가 그를 보고 달려온다. 보안관은 놈의 머리통을 있는 힘껏 후려갈겼다.
와작―!
뼈가 박살 나며 복도 벽으로 날아가 꽂힌 좀비. 그와 동시에 뒤쪽에 서 있던 좀비들이 보안관과 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무 많고, 또 너무 가깝다.
“보안관! 뒤로 빠져!”
진우가 고함을 지른다. 보안관이 허리를 숙이고 뒤돌아 뛰어오는 동안, 진우의 K―2가 불을 뿜었다.
투투둑― 투투투― 투투― 툭― 투투둑― 투투투―
복도를 가득 메우고 달려오던 좀비들이 좌에서 우의 방향으로 머리가 터져 나간 채 쓰러진다. 진우는 뒷걸음질을 치며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는 남은 실탄 수에 대한 계산이 이뤄지고 있었다. 탄창 속의 총알이 빠르게 줄어든다. 그렇다고 모드를 단발로 바꾸기에는 타깃이 너무 많다.
‘탄창을 갈아 끼우는 몇 초 동안 버틸 수 있을까…….’
서둘러 뒷걸음질을 치는 동안 진우의 가장 큰 걱정은 그것이었다. 뒤따라오는 삼식이에게서 MP5를 건네받을 틈도 없는데…….
투투둑― 탁―! 철컥―!
마침내 공이가 빈 약실을 때리는 순간이 왔다. 진우는 K―2를 모로 틀어서 빈 탄창을 날리고 전술 조끼로 손을 뻗어 새 탄창을 꺼냈다. 그러는 동안에 벌써 좀비들은 그들과의 거리를 확 줄여 다가왔다.
“빠져!”
보안관이 외친다. 그런 후, 그는 진우를 향해 달려드는 좀비들을 향해 해머를 힘껏 집어 던졌다.
빠악―!
엄청난 기세로 날아간 4킬로그램짜리 쇳덩이는 앞서 뛰어오던 두 마리의 머리통을 뒤로 꺾고, 퉁― 튀어 뒤따르는 좀비들의 다리를 때렸다.
놈들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보안관은 삼식이에게서 넘겨받은 폴리카보네이트 방패를 프리스비 원반처럼 잡고 수평으로 던졌다.
후웅― 후웅―
빙글빙글 돌며 날아간 방패가 좀비들의 무릎을 때렸다.
우당탕!
다리가 꺾인 좀비들이 앞으로 구르고, 뒤따르던 놈들이 거기에 또 얽혀 자빠진다. 그렇게 해서 번 2초 정도의 시간!
진우가 무사히 재장전을 마치기 위해서 아주 중요한 보너스 타임이었다.
철컥―!
새 탄창을 끼워 넣은 진우가 곧바로 총구를 정면으로 겨누며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투― 투투둑― 투투투― 투투두― 투투투―
또다시 추풍낙엽처럼 좀비들의 머리통이 터져 나간다. 복도의 바닥은 좀비들의 시체로 가득 찼고, 벽과 천장은 좀비들의 뇌수로 물들었다.
두 번째 탄창을 다 비울 때쯤 비로소 복도를 울려 대던 좀비들의 포효가 잠잠해졌다.
“하아~ 하아~! 좀 놀랐다.”
진우는 바닥에 쓰러진 채 꿈틀거리고 있는 몇 마리의 좀비들을 노려보며 세 번째 탄창을 끼워 넣었다.
그때, 중앙 쪽의 복도에서 좀비들의 포효가 들려왔다. 모든 좀비가 그들을 따라 달려왔던 게 아닌 모양이다.
“거기 유빈이랑 제니가 있는데!”
“안 돼! 보안관!”
무작정 달려 나가려는 보안관을 삼식이와 진우가 붙잡았다. 저 좀비 시체 밭 어딘가에는 아직도 목숨이 달라붙은 채 버둥대는 놈들도 몇이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뛰어가다가 시체를 밟고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그걸로 끝이다.
“뒤로 돌아가야 돼! 저리로는 못 가!”
진우는 보안관을 잡아당기면서 함께 뛰었다. 그의 말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보안관은 내심 불안해서 죽으려고 한다. 진우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그를 달랬다.
“제니를 믿어! 내가 가르쳐 준 대로 잘할 거야!”
“대체 이건 또 무슨 일이야…….”
유빈이 퀭해진 얼굴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지난 1분 정도의 시간이 영 이상한 흐름이다.
보안관이 이제 총을 그만 쏴도 좋다고, 다 끝났다고 해서 식사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복도 저 편에서 뭔가 낯선 사람들의 형체가 하나둘 나타났다.
맨 처음 그림자가 어른거렸을 때에만 해도 진우 일행이 나타날 거라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좀비들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유빈도, 제니도 몇 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거리가 멀어 잘 보이지 않았던 건 아니다. 어차피 그들이 서 있는 복도 중간에서 그저 30여 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이었으니까. 그냥… 머리가 맑지 못했다.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고막을 때리는 총소리를 들어야 했고, 등을 쿵쿵, 울리는 합판 엄폐물의 충격을 느껴야 했으며, 총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떠느라 약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계속 등 뒤가 울려 대는 것 같고, 머리는 빙글빙글 돌아 합판 조각이 튀며 할퀸 수많은 생채기 정도는 고통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상태였다. 물론 제니도 마찬가지다.
“어! 어! 조, 좀비잖아!”
뒤늦게 상황을 인식한 유빈은 다급하게 MP5를 들어 올렸다. 사람 기척을 느낀 좀비들도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 네 마리.
탁― 탁―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는다. 조금 전 사격을 중지하라는 보안관의 말을 들었을 때, 모드를 안전으로 돌려두었던 걸 잊고 있었다. 유빈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조종간을 돌렸다.
타타타― 타타타― 타타타―
급하게 발사한 3점사가 좀비들의 몸통을 때리고 허공을 가른다. 하지만 진우가 하는 것처럼 깔끔하게 머리를 꿰뚫지 못하고 있다.
겨우 10여 미터 거리일 뿐인데!
계속 방아쇠를 당기면서 사격 각도를 수평으로 유지하는 것만도 초보자인 유빈에게는 엄청나게 힘이 드는 일이었다.
타타타― 타타타―
총알은 이제 다 떨어져 가는데, 아직 한 마리도 죽이지 못했다. 관통당한 다리로 기어오는 놈이 둘, 벽에 나가떨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놈이 둘, 무엇보다도 달려오는 놈이 하나! 놈과의 거리는 5미터 이내!
“으아아!”
유빈은 MP5를 꽉 붙잡고, 애원하듯 마지막 여섯 발을 날렸다. 맞지 않았다. 이번에도 머리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
어깨가 날아간 좀비는 빙그르르 돌며 바닥으로 내리꽂혔지만, 이내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려 든다.
“도망가! 제니야!”
유빈은 총을 몽둥이처럼 휘둘러 싸울 각오를 하고 뒤돌아 외쳤다. 총열을 잡은 케블라 장갑의 안쪽으로 뜨듯한 열기가 느껴진다.
어차피 그의 서툰 손놀림으로 탄창을 교환하는 것보다, 이쪽의 승산이 더 높다. 물론 둘 다 엄청나게 낮은 확률이지만…….
“다 갈아 끼웠어요!”
제니가 주섬주섬 총구를 들어 올렸다. 진우에게 배웠던 그 자세 그대로 가늠자를 눈에 대고 가늠쇠와 수평을 맞춘다. 아마 새 탄창으로 교환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떨리는 손 때문에 조준이 미세하게 흔들리지만, 제니는 입술을 꽉 깨물고 호흡을 멈춘 뒤,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툭―
첫 세 발이 날아가고 제니는 들려 올라간 총구를 얼른 아래로 내렸다. 다른 쪽 어깨마저 날아간 좀비가 비틀거리며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투투투―
또 다시 날아간 세 발의 9㎜ 총탄. 이번에는 명중이다. 탄착군을 이룬 세 발은 좀비의 귀와 눈, 그리고 두개골을 꿰뚫었다.
건대에서 야간에 건물 안으로 뛰어들 때 좀비들을 향해 난사를 했던 적은 있지만, 이렇게 실전에서 조준 사격으로 좀비의 머리를 뚫은 건 처음이다.
제니는 흥분하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두 번째로 가까운 좀비를 향해 총구를 돌렸다.
그롸아아아아―
어느새 일어난 좀비는 유빈을 향해 직선으로 달려오고 있다. 녀석이 뛸 때마다 유빈의 총탄에 맞아 찢어진 복부에서는 튀어나온 내장이 덜렁거린다. 제니는 눈을 크게 뜨고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투― 투두둑―
처음부터 총구가 들릴 것을 감안하고 쐈다. 세 발의 총알은 놈의 가슴을 때렸고, 또 세 발의 총알은 놈의 머리 부근을 스쳤다. 엉덩방아를 찧은 좀비의 얼굴로 겨냥을 바꾼 제니는 다시 세 발을 날렸다.
투투둑―
좀비의 목과 입 주변에 총알구멍이 뚫리고, 뒤통수에서는 뇌수가 팍 터져 나온다.
이제 두 마리…….
제니는 다시 총구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한 마리만 더 맞추면 된다. 나머지 두 마리는 다리가 날아가 버려서 기어오기 때문에 그렇게 아슬아슬하지 않다.
“꺄악!”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까운 좀비의 얼굴!
제니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을 잊을 만큼 배짱이 없지는 않다.
투투둑― 투투투― 투투투―
조준을 마칠 틈도 없이 쐈다. 아가리를 벌리고 날아들던 좀비는 얼굴과 가슴, 배가 엉망이 된 채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다 끝났다. 기어오는 두 마리만 처치하면!
제니는 오른쪽 눈을 꾹 감은 채 총구를 아래로 내렸다.
그롸아아아―
두 팔만으로 빠르게 기어오는 좀비들!
그야말로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모습이었다. 속도는 달려오는 놈들보다 느리지만, 각도와 면적이 줄어든 만큼 명중을 시키기가 더 어렵다.
앞서 있는 놈 먼저!
제니는 호흡을 고른 뒤,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둑―
첫 번째 세 발은 좀비의 등을 때렸다. 그녀가 계산했던 것보다 놈들이 기어오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다. 제니는 침착하게 다시 조준을 마쳤다.
투투투―
이번에는 성공했다. 머리가 엉망으로 꿰뚫린 좀비는 태엽이 끊긴 기계장치처럼 곧바로 움직임을 멈췄다.
“후우우~! 후우우!”
처음으로 만난 고비에서 불과 몇 초 만에 8부 능선을 넘었다는 기쁨!
제니는 숨을 고르고 옆으로 총구를 돌렸다. 앞 땅을 때린다는 생각으로… 타이밍을 재고 있던 제니는 바닥을 짚는 좀비의 손이 가늠자 안에 들어오는 순간, 방아쇠에 걸고 있던 손가락에 힘을 꽉 주었다.
틱― 틱―
벌써?
자신이 벌써 서른 발을 다 퍼부었다는 게 놀라워서 제니는 몇 차례나 다시 확인을 했다. 그래도 총알은 나가지 않는다.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기어오는 마지막 한 마리의 좀비는 거리를 확 좁혔다.
“…총알 없어?”
제니의 곁으로 물러나 있던 유빈이 물었다. 제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빈 탄창을 뽑았다. 유빈이 그녀를 뒤로 밀어내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러고는 MP5를 힘껏 휘둘러 손잡이로 좀비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콱! 콱!
두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기어오던 좀비로서는 방어할 수단이 없었다. 놈은 자신의 머리가 찢기고 깨지는 동안에도 유빈의 다리를 잡아보려고 팔을 휘저으며 아가리를 벌렸다.
“이익! 익!”
유빈은 안전화 바닥으로 좀비의 손을 짓밟고, 쇠가 들어 있는 안전화 앞코로 녀석의 얼굴을 걷어찼다. 두 번의 킥이 입 주변에 꽂히자, 좀비의 이빨이 뭉텅 빠지고 입술이 찢겨 덜렁거린다.
“이야아!”
유빈은 미친 사람처럼 다시 MP5로 좀비의 머리통을 때리기 시작했다.
세 번! 네 번!
귀가 찢기고, 눈알이 빠진다. 좀비가 벽 쪽으로 밀려나자 유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관자놀이에 사커 킥을 날렸다.
쩡―
유빈에게 걷어차인 좀비의 정수리가 벽에 맞고 다시 튀어나온다. 유빈은 발차기 연습을 하는 듯이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가끔 놈이 팔을 휘저으면 MP5로 사정없이 때렸다.
관자놀이와 정수리가 모두 움푹 파여 들어갔을 무렵에야 좀비의 움직임이 멈췄고, 그 후에도 유빈은 몇 번이나 더 그 파인 정수리를 향해 총을 휘둘렀다.
“하아아~! 하아아~!”
마침내 좀비가 확실히 죽었다는 걸 확인한 유빈이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 제니는 다시 새 탄창을 끼워 넣었다.
총구를 앞으로 겨냥하려던 제니가 더 이상 새로 나타나는 놈들이 없다는 걸 깨닫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다섯이나 되는 좀비들의 습격을… 막아냈다. 유빈 오빠와 단둘이서…….
제니는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았다. 머리가 터지고 내장이 튀어나온 채 죽어 있는 것이, 모두 사람의 형상이라 구역질이 치솟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악몽에는 나중에 시달려 주면 된다.
“후후후… 내가 네 마리 해치웠네요. 오빠가 하나 잡는 동안.”
제니는 유빈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며 웃었다. 유빈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정말 장해.”
“그것 봐요. 지켜줄 수도 있다고 했잖아요.”
제니는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가슴을 들썩이고 있는 유빈을 가볍게 안고, 그의 어깨를 도닥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몸을 뗀 뒤, 몇 미터 앞에 있는 식사실의 문을 바라보며 총을 고쳐 잡았다.
이제 저 안으로 들어갈 차례다.
“유빈아! 제니야! 괜찮아? 도망쳐! 우리 금방 가!”
복도 저편에서 보안관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빈은 숨을 고른 뒤, 힘차게 대답했다.
“우리 무사해! 제니가 다 죽였어!”
“오오! 진짜네!”
잠시 후, 중앙 복도에 도착한 보안관 일행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보며 감탄했다. 유빈이가 이 정도 사격 실력을 보일 리는 없으니, 이건 거의 다 제니의 공이다.
“조금 전, 그 좀비들은 대체 뭐야?”
유빈이 물었다. 진우가 대답했다.
“내가 다 죽였다고 생각했었는데, 한쪽 구석방에 숨어 있는 놈이 있었어. 그놈이 도망가려고 계단 문을 열었을 때, 다 뛰어 들어온 모양이야.”
“그럼 그 도망치려던 놈은?”
“계단 문 앞에 사람 하나 물어 뜯겨 죽어가고 있더라.”
그렇게 된 거군.
유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걱정할 건 별로 없는 모양이다.
얼―! 얼―!
그때, 진우의 곁을 지키고 있던 삼숙이가 뛰어와 앞발로 식사실의 문을 긁어 댄다. 그러고는 제니를 돌아보았다.
헥헥헥―
삼숙이의 얼굴이 이렇게 말을 하는 것 같다.
― 이 안에 있어. 아까 그 옷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