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묵시록 82-08-421화 (421/449)

2장 난폭하게! 잔인하게! (9)

무기는 이제 확보됐다. 전기톱으로 저 지긋지긋하고 강력한 괴물의 팔목을 잘라 버리면 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그걸 쓸 수 있는가 하는 데 있었다.

오 박사는 지금 엎드린 채 쓰러져 있고, E9104596은 뒤에서 그의 발목을 사정없이 잡아당기는 중이다.

몸을 돌려 돌아눕는다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그러니 자신의 발목을 제대로 보고 이 전기톱을 사용할 수가 없다.

콱!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에도 E9104596은 다시 그를 잡아당긴다. 오 박사는 아킬레스건이 뜯겨 나간 발을 문 옆의 벽에 대고 힘을 주어 버텼다. 그렇게 할 때마다 끊긴 인대는 끔찍한 통증을 아낌없이 선사해 주었다.

콰앙― 덜컥―!

다시 문이 열린다. 다행히도 레일에 끼어 있는 해부용 도구들에 걸려 문이 온전히 개방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문은 입력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다시 닫히다가 E9104596의 팔에 걸려 열리기를 반복했다.

“끄으으! 으으!”

오 박사는 전기톱의 손잡이를 입에 물고 멀쩡한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몸을 돌리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커다란 산처럼 단단히 발목을 움켜쥐고 버티는 E9104596의 힘이 문제였다. 어느 각도 이상은 도저히 몸이 돌아가지 않는다.

“히이익!”

비스듬히 엎드린 채 문 쪽을 보며 헐떡이고 있던 오 박사가 숨넘어가는 비명을 지른다.

좀비들! 복도 반대편에서 뛰쳐나온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그와 E9104596이 대치 중인 해부실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이제는 몸을 돌아 눕히고 상태를 봐가며 저 괴물의 팔목을 끊을 여유 같은 건 없어져 버렸다.

“끄으으! 끄윽!”

오 박사는 가능한 최대로 몸을 굽혔다. 오른손에 든 전기톱으로 왼 발목을 움켜쥔 팔목을 잘라내야 하는 상황! 결코 녹록치가 않다.

하지만 여기에서 머뭇거렸다가는 몰려드는 좀비들에게 찢겨 죽고 말 것이다. 오 박사는 부들거리는 오른팔을 아래로 최대한 뻗었다.

그롸아아아아― 크와아아아아―

그러는 동안에도 좀비들은 복도를 가득 메운 채 빠르게 달려온다. 이제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불과 몇 초!

“끄윽! 뒈져라! 개년아!”

전기톱의 둥근 날이 E9104596의 손목 부근에 닿은 걸 확인하자마자 오 박사는 스위치를 위로 올렸다.

위이잉―

전기톱은 빠르게 E9104596의 피부를 가르고, 근육과 힘줄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절단면에서 타는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끄와아아아―

E9104596이 더욱 강력한 힘으로 오 박사의 발목을 잡아챈다. 온전한 오른손에 전기톱을 들고 있던 오 박사로서는 그 끌어당기는 힘에 버틸 수 있는 수단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가 어떤 반응을 하기도 전에 전기 톱날은 한 번 튕겨져 올랐다가 아래쪽으로 당겨진 E9104596의 엄지손가락과 그의 발목을 동시에 절단했다.

“까으으윽! 으으아!”

발목뼈를 가르며 안으로 파고들어 가는 톱날!

오 박사는 쇳소리를 지르며 스위치에서 손을 뗐다. 피부와 근육, 신경과 뼈가 한꺼번에 잘리는 그 끔찍한 고통에 그의 이성은 온통 마비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복도에서 뛰어오는 수십, 수백의 좀비들도, 문 앞에서 버티고 있는 저 무시무시한 E9104596의 모습도 전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발목의 통증을 멈추는 것만이 그가 원하는 바였다.

“으흐으으윽!”

오 박사는 땅에 머리를 짓찧으며 어떻게든 고통을 분산시켜 보려 애를 썼다. 이제…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이렇게 생으로 신체가 절단되는 고통을 두 번, 세 번 연거푸 경험할 바에는, 그냥 한 번에 죽어버리는 편이 훨씬 더 자비롭게 느껴진다.

텅―

모든 걸 포기한 오 박사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바닥을 긁고 있을 때, 잘린 엄지손가락 때문에 악력을 상실한 E9104596이 그제야 그의 발목을 놓치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고, 지금껏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이 사라지자 문이 굳게 닫혔다. 물론 오 박사가 그런 사실을 인지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후우우! 후우! 후우!”

격렬한 통증의 파도로부터 겨우 정신을 추스른 오 박사는 잔뜩 찌푸려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발목이 이제는 자유롭다는 것과 문이 닫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발치로 시선을 돌렸다. E9104596의 잘린 엄지손가락이 바닥에 떨어져 있고, 자신의 발목은 1/3가량 깊이 잘려 나가 있다.

고속 회전 날에 의해 절단되는 것과 동시에 화상을 입은 발목 주변에서는 피조차 터져 나오지 않았다.

쿵― 쿵―

해부실의 문이 울린다. 손바닥 두 개만 한 크기로 문에 나 있는 창은 포효하는 좀비들의 얼굴로 가득 채워졌다. 놈들은 바로 눈앞에서 먹이를 놓쳤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분노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터엉― 터엉―

해부실의 좌우 양쪽 창문에도 좀비들이 잔뜩 달라붙어 머리와 팔로 유리를 두들겨 대고 있다. 그 수가… 적어도 100마리는 되는 것 같다.

아무리 단단한 강화유리라지만, 저 정도의 체중이 한꺼번에 실리고 계속 박치기를 해 대면 결국 부서지는 건 시간문제다.

“으으윽 으윽!”

오 박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어가며 뒤로 물러났다. 잘린 발목들의 뼈가 흔들릴 때마다 쩌릿쩌릿한 고통이 척추를 경직시키고 숨 쉬는 걸 어렵게 만든다.

이를 딱딱 부딪치며 뒤로 물러나고는 있지만, 오 박사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절망적이어서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오른발은 힘줄이 끊겼고, 왼 발목은 뼈가 잘렸다. 거기에 왼 팔꿈치 아래는 뜯겨 나갔으니, 이제 사지 중 멀쩡하게 남은 곳은 오른팔, 단 하나뿐이다.

“윽! 젠장! 씨발! 이런 씨발! 으아아아아!”

벽에 기대앉은 채 땀과 피로 범벅이 된 얼굴에서 유리 조각을 뽑아내던 오 박사가 울부짖었다. 걸을 수도 없게 되어버린 이 상황이 너무도 저주스럽다. 그러는 동안에도 정면의 문과 양쪽 측면의 유리창은 시끄럽게 울려 대고 있다. 거기에 달라붙은 저 좀비들은 도무지 포기라는 걸 모른다.

“크흑! 그래도 내가… 내가 이긴 거다… 너희들이 아무리 시끄럽게 짖어 대도 내 살을 뜯어먹기 전에는 내가 이긴 거라고! 이 개새끼들아…….”

조금 기운을 차린 오 박사는 오른팔만을 이용해 리프트를 향해 기어가면서 이를 빠드득, 갈았다.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각종 약품과, 해부용 기구들, 깨진 유리용기 때문에 그 모든 과정은 지독하게도 고통스러웠지만, 얌전히 기대 누워 쉰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후우우! 후우우! 이이익!”

리프트 앞에 도달한 오 박사는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일단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든 기기를 조작한 뒤, 리프트 위에 몸을 눕혀야 한다.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생각해! 후우우! 후우우~ 생각하라고!”

리프트가 내려오는 동안 오 박사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깨져 버린 안경렌즈 때문에 시야는 좁아졌고, 2초가 멀다하고 온몸을 휘감아오는 고통 때문에 머리는 뿌연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무겁다.

몇 층으로 가야 이 지긋지긋한 좀비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부하 직원들을 만날 수 있을까… 부하들을 무장시켜 데려와야 식사실의 좀비들 틈으로 도망친 테라 년을 잡아올 수 있는데…….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오 박사의 눈에 바닥을 적시며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가 들어왔다. 그것이 뜯겨 나간 자신의 왼팔에서 흘러내리는 피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별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지… 일단 치료를 해야 돼… 응급 처치를…….”

오 박사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지혈을 하지 않고 이대로 계속 방치하면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한 채 먼저 과다 출혈로 죽을 수밖에 없다.

오 박사는 눈높이에 설치된, 그러나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까마득히 높기만 한 진열대를 손으로 더듬거리며 지혈제를 찾았다.

“베티젤… 베티젤…….”

오 박사는 간절하게 지혈제의 상표명을 불렀다. 주사기 모양의 튜브를 짜서 바르기만 하면 폴리머가 작용을 해서 콸콸 쏟아지는 피도 10여 초 만에 멎게 만든다.

“젠장! 또 이거야! 이건 왜 이렇게 잔뜩 가져다 놨어!”

비슷한 모양의 D.E.M이 손에 걸릴 때마다 오 박사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 빨간 주사기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아마도 위기 대응용으로 비치해 놓은 모양인데, 지금의 그로서는 짜증스러울 뿐이다.

“찾았다! 하아! 하아! 끄으으으!”

겨우겨우 두 개의 베티젤 주사기와 하나의 D.E.M을 동시에 집어 든 오 박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손바닥 안의 베티젤은 그냥 두고 D.E.M만 내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손이 하나뿐이라 그 정도의 정교한 작업은 여의치 않다. 그는 일단 리프트 위로 기어 올라가 숨을 헐떡거리며 목적지 층수인 16을 눌렀다. 그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삐링―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쿵쿵대며 흔들리던 해부실의 문이 열린다.

‘어째서?’

논리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어서 오 박사는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문 쪽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떻게 좀비들이 보안용 카드가 필요한 이 문을 연단 말인가…….

그렇게 그가 의문을 가지는 동안 문은 활짝 열렸고, 좀비들은 안쪽으로 뛰어든다.

“으앗!”

아무 의미 없는 저항이라는 걸 알면서도 오 박사는 리프트의 미닫이식 문을 닫았다.

콰작!

얇은 알루미늄 문은 좀비의 손길이 닿자마자 대번에 심하게 우그러진다. 리프트의 모터가 가동되는 소리가 위잉― 하고 울리지만, 그가 이 층을 벗어나기도 전에 좀비들은 문을 뜯어내고 그를 산산조각 낼 것이다.

“안 돼… 흐으으~ 안 돼!”

오 박사는 미친 사람처럼 침을 뚝뚝 떨어뜨리며 D.E.M의 뚜껑을 젖히고 그걸 자신의 왼쪽 어깨에 박아 넣었다. D.E.M의 주사 부위가 심장에서 가까울수록 깨어날 때 고통이 크다는 기본 지식조차 까맣게 망각할 만큼 그는 다급했다.

“끄윽!”

심장을 콱 움켜잡는 것 같은 고통에 오 박사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다. 그가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어가기 직전에 알루미늄 문이 뜯겨 나간다.

고개를 모로 하고 있던 오 박사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목에 아이디카드를 덜렁거리며 매달고 있는 또 다른 연구원 좀비였다.

‘저놈의 카드가 스캐너에 접촉되었던 건가…….’

그 생각을 미처 다 하기도 전에 오 박사의 심장박동은 정지됐다. 오 박사를 향해 이빨을 박아 넣으려던 좀비들이 우왕좌왕하며 멈춰 선다.

위이이이잉―

심장이 멎은 오 박사를 싣고 리프트가 천천히 16층으로 올라간다. 갑자기 먹이를 잃은 좀비들이 사납게 포효하는 소리가 12층 해부실과 주변의 복도를 울렸다.

그롸아아아아아―

☆ ☆ ☆

“거, 거, 거기 누, 누구야?”

좀비들을 죽여가며 7층을 막 지나온 메이저가 계단 위쪽을 향해 물었다.

시끄럽게 울려 대는 개 짖는 소리, 그리고 저벅거리는 전투화 소리.

분명 아군일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그를 뒤따르던 헬리콥터 조종사들과 엔지니어들은 MP5의 총구를 위쪽으로 겨누며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총격전에 대비했다.

“대장? 대장님이십니까?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컹컹거리는 개 짖는 소리 사이로 누군가 물어왔다. 분명히 아는 목소리다. 옆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와 함께 지하 1층으로 출동했던 대원이다. 메이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나, 나, 나다! 개, 개는 뭐야?”

“아아, 이놈들이요… 14층에 들러서 데리고 왔습니다. 여차할 때 이놈들이라도 풀면 다만 몇 초는 건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근데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쉐도우 실드 대원들이 개와 함께 아래로 내려온다. 무장한 대원은 넷, 개는 여섯 마리. 대단한 대군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현재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병력이 모였다. 긴장한 채 계단을 오르고 있던 메이저도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너, 너, 너희 엘리베이터는 피, 피해가 그리 크, 크지 않았나 보군. 네, 네, 네 명이나 내려오는 걸 보면…….”

“아닙니다. 저희 두 명 즉사, 두 명 관통상이었습니다. 멀쩡하게 남은 건 저희 둘뿐이었고, 얘들은 부상당한 대원들 병원으로 데려다 주고, 그 앞 호위하고 있던 걸 억지로 끌고 왔습니다. 근데 대장, 지금 옥상으로 가시는 길입니까?”

개들을 진정시키던 대원이 헬리콥터 조종사들을 알아보고 물었다. 아마 이 녀석들도 조종사를 찾으러 내려오던 길인가 보다. 메이저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8층부터 드, 들렀다 간다.”

“8층이요?”

“그래. 거, 거, 거기에 테, 테라가 있었어. 가자. 개, 개, 개들 데리고 아, 앞장 서.”

메이저는 늘어난 팀원들을 이끌고 8층 계단 문 앞에 도착했다. 내선 전화를 걸었을 때 아무도 응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를 불안하게 하지만, 그래도 일단 식사실에 가봐야 한다. 그래야만 단서든 뭐든 찾을 수 있다.

컹! 컹! 월! 월! 으르르르―!

개들은 몹시 흥분해서 문을 열기도 전부터 사납게 짖어 댔다. 개들의 목줄을 움켜잡고 있던 대원이 말했다.

“어째… 이 8층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 이 새끼들이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걸 보면…….”

메이저도 동의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지만, 갑자기 지하 1층의 엘리베이터에서 겪었던 그 끔찍한 꼴을 여기에서도 겪게 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본능적으로 그를 감쌌다.

“개, 개, 개부터 한 두, 두어 마리 머, 머, 머, 먼저 내보내 봐.”

메이저의 명령을 들은 대원은 계단 문을 조금만 열고 그 사이로 셰퍼드 두 마리를 집어넣었다. 복도 안에 들어선 개들은 줄이 팽팽히 당겨질 만큼 앞으로 달려 나가고 싶어 한다.

월! 월월!

대원이 끈을 놓자 두 마리의 셰퍼드는 맹렬하게 짖어 대며 복도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 후, 메이저 일행은 모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2초, 3초, 4초… 5초가 지나도록 총소리 같은 건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일단 이 부근은 아닌 모양이다.

“나, 나, 나가자!”

메이저가 비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머지 네 마리의 개를 앞세운 대원들과 메이저, 엔지니어. 그리고 조종사들이 줄을 지어 계단 문을 지났다.

8층은… 그들이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요했다.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그들이 조금 전 풀어놓았던 개들이 짖어 대는 소음뿐, 그 외에는 별다른 소리랄 게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조용하다.

메이저 일행은 서로 손짓으로 사인을 주고받으며 발소리를 죽인 채 앞으로 전진했다. 두 번의 코너를 무사히 돌았다. 이제 긴 복도의 중앙에 다다르기만 하면 거기에 식사실이, 그 안에는 테라가 있다.

하지만… 그 긴 복도라는 것이 가진 독특한 성격 때문에 그들은 ㄱ자 형태 코너의 끝에서 좀처럼 몸을 내밀지 못했다. 만약 누군가 그들을 쏴 죽이려 한다면, 바로 저 구간에서 그 목적을 달성하려 들 게 빤하다.

시야는 뻥 뚫려 있지만, 좌우 어느 쪽으로도 피할 길이라고는 없는 죽음의 구간에서…….

“개들 다 풀겠습니다.”

메이저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쉐도우 실드 대원은 자신이 붙잡고 있던 네 마리의 목줄을 동시에 놓았다.

컹컹! 컹! 컹!

네 마리의 개가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 식사실 복도 안쪽으로 내달린다. 만약 이 부근에 상대가 있다고 해도 이만하면 충분히 주의를 끌었겠다 싶어졌을 때, 대원 한 놈이 복도 벽 바깥쪽으로 슬쩍 얼굴을 내밀었다.

“어, 어때? 뭐가 이, 이, 있나?”

메이저의 질문에 대원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직 아무것도 눈에 안 띕니…….”

타아앙―

복도를 흔들며 울려 퍼지는 총성!

그와 동시에 코너 바깥을 내다보고 있던 대원의 뒤통수가 퍽― 터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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