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묵시록 82-08-417화 (417/449)

2장 난폭하게! 잔인하게! (5)

“야이 개년아!”

오 박사의 욕설! 그리고 쉐도우 실드 대원의 재빠른 움직임!

테라는 그 모든 악마들을 뒤로 하고 열심히 뛰었다.

그녀는 어젯밤을 꼬박 새며 거의 아무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밤새 체력이 고갈될 정도로 뛰고 또 뛰었었다.

그리고 새벽녘에는 민구에게 피를 나눠 주고, 조금 전까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극한까지 끔찍한 시각적 테러를 견뎌야 했다.

그렇게 지친 상태이니 당연히 속도가 나지 않는다. 마음보다 훨씬 더 느리게 팔다리가 움직이고, 바로 코앞처럼 보이던 크레인까지가 한 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잡…아……!”

대원들의 고함 소리가 느린 화면 속의 음성처럼, 물속에서 울리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모든 것이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동시에 또렷하게 보인다.

벌어진 바닥의 해치, 그 아래로 돌아다니는 좀비들의 부패한 몸뚱이, 그리고 맞은편 유리에 희미하게 반사되어 비치는 오 박사의 분노한 표정까지…….

테라는 그녀에게 남은 모든 에너지를 바닥까지 끌어모아 집중시켰다.

부웅―

도움닫기를 한 그녀가 열린 해치를 향해 몸을 날렸다. 바닥에 떨어질 때 다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따위는 들지도 않았다.

“잡았다!”

쉐도우 실드 대원이 외쳤다. 그는 하늘에 떠오른 테라의 허리를 우악스럽게 움켜쥐며 뒤로 당겼다.

하지만… 이미 중력은 그녀의 편이었다. 테라의 몸은 빠르게 해치 아래로 떨어져 내렸고, 그녀를 끌어 올리려던 대원도 중심을 잃고 테라와 함께 아래로 곤두박질쳐졌다.

쿠웅―

작은 회장의 부상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푹신한 바닥에 두 사람이 떨어져 내렸다. 엉덩방아를 찧은 테라가 고통을 참으며 황급하게 기어서 도망간다. 바닥을 짚고 일어나는 쉐도우 실드 대원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하다.

여기는……!

그로아아아아아―

사방에서 덮쳐오는 좀비들의 울음소리!

대원은 본능적으로 대검을 빼 들었다.

사악―

가장 앞서 달려들던 좀비의 얼굴을 대검이 가르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런 부상은 좀비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음을, 그도 이미 알고 있다. 좀비는 대원의 팔을 움켜쥐고 상완이두근에 이빨을 박아 넣었다.

“끄으윽! 이익!”

대원은 좀비를 뿌리쳐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찌이익―

피부가 찢겨 나가면서 팽팽해져 있던 붉은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으윽!”

이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크기의 고통에 대원은 몸서리를 치며 경련했다. 그런 그의 뒤쪽에서 또 다른 좀비가 머리를 누르고 목을 물어뜯는다.

까드득―

자신의 피부와 근육이 뜯겨 나가는 소리가 고스란히 귀를 타고 전해졌다. 대원의 동공은 고통과 공포로 인해 엄청나게 확장됐다.

콱―

세 번째 좀비가 그의 왼팔에 달려든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어디를 어떤 놈이 물어뜯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좀비들이 한꺼번에 그를 덮치며 이빨을 박아 넣었다.

옷은 산산조각으로 찢기고 옆구리에서는 내장이 툭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푸슈슛―!

경동맥이 뜯겨 나가자 피가 천장에 닿을 만큼 강력하게 솟아올랐다. 대원은 눈을 홉뜬 채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꽈드득! 우드득! 꿀쩍! 꿀쩍! 찌이익―!

좀비들의 만찬은 주변을 피바다로 만들며 계속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 좋게 ‘잡았다!’를 외쳤던 동료가 처참하게 죽어가는 걸 보며, 위층의 쉐도우 실드 대원들과 직원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이… 개년이…….”

오 박사는 씩씩거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상황 파악이 조금 늦었다. 여러모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일이 이 지경까지 흐른 제일 큰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크레인 바닥이 열리는 걸 보고 있으면서도 테라 년이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 한다는 걸 깨닫기까지 0.5초 정도 딜레이가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저 구멍은 그 누구도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 죽음의 구멍이었으니까… 그게 도피처가 될 수 있다고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세상에서 오직 저 희한한 면역자 년만이 가질 수 있는 도피처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만으로는 쫓아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후우우~”

돌아서서 감정을 추스른 오 박사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다시 테라에게 말을 걸었다.

“테라 씨, 거기로 간다고 해서 우리가 못 잡을 것 같습니까? 바쁜 사람들끼리 이게 무슨 시간 낭비입니까? 좀비들이 많으니까 든든한 아군 같아 보였어요? 하하하, 어림없는 이야기입니다. 그것들이랑 같이 평생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잖아요. 제 행동에 화가 났다는 테라 씨의 뜻은 충분히 다 전달됐으니까, 이제 올라오세요. 크레인 내려보내겠습니다.”

오 박사는 아무렇게나 떠들어 댄다. 구석에 웅그리고 앉아 있던 테라는 그를 노려보면서 벽을 짚고 일어섰다.

“윽!”

골반에 전해지는 통증!

테라는 이마를 찌푸렸다. 조금 전 쉐도우 실드 대원과 함께 바닥에 떨어졌을 때, 그의 무게까지 더해져 어딘가 삐끗한 모양이다. 그녀가 절룩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걸 본 오 박사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그것 봐요. 괜히 무리한 행동 하다가 다쳤잖습니까. 세상에… 마음 아파라. 제 가슴이 찢어집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가녀린 테라 씨, 혹시라도 신경이 다쳤으면 어쩌죠? 그런 상태에서 함부로 걷다가는 반신마비가 될 수도 있어요. 어서 올라오세요. 일단 검진부터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동영상 찍지 않을게요. 약속합니다.”

그가 떠들어 대는 동안에도 테라는 보란 듯이 좀비들 사이를 스치며 뒷걸음질을 쳤다. 주둥이에서 아직도 뜨뜻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좀비들이 바로 옆을 지나지만, 저 위에서 떠들어 대는 오 박사보다는 징그럽지 않다.

“안 되겠다. 방호복 입고 내려가서 저년 잡아와. 좋게 이야기해 줘도 말을 안 들어 처먹네.”

잠시 테라를 노려보던 오 박사가 뒤로 돌아서며 현장 정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명령했다.

“에? 저기를 내려가라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죽습니다! 백 프로 죽어요!”

별안간 날벼락을 맞은 직원들은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오 박사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죽기는 왜 죽어? 방호복 입으라니까? 그거 원래 좀비들한테 물어뜯기지 않게 만든 옷이잖아. 그거 입고서 좀비들 대가리에 구멍 뚫어서 해체 준비시킨 경험들도 많이 있잖아. 뭘 새삼스럽게 그래? 자, 어서 갔다 와.”

“아니요! 아니! 그건 한 마리일 때 여러 사람이 잡고 있었던 거잖습니까? 저기는… 좀비들이 수십 마립니다. 저기에서 어떻게 힘을 써요? 안 됩니다. 절대 무리예요. 뜯겨 죽는다고요.”

공포에 질린 직원들의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연구원들과 엔지니어들, 그리고 일반 직원들은 혹시라도 그들의 불행이 자신들에게까지 옮을까 봐 슬금슬금 옆으로 물러났다.

“하라면 해! 하라고, 이 새끼들아!”

오 박사의 눈짓을 받은 쉐도우 실드 대원들이 삼단봉을 휘두르며 직원들을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팼다.

세 명의 전투 요원이 둔기까지 휘두르며 별안간 달려들자 세 명의 직원은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맞아야 했다.

“당신들이 하면 되잖아! 이렇게 잘 싸우면서! 왜 우리한테 내려가라고 해? 당신들이 방호복 입고 내려가서 이 기세로 싸우라고! 아악!”

용기를 끌어내서 대들던 직원이 입을 감싸 쥐고 비명을 지른다. 삼단봉에 직격당한 그의 입에서는 부러진 이빨이 뜨거운 피에 섞여 바닥에 떨어진다.

“그게 네 일이니까 하라는 거잖아! 이 개새끼야! 어디 남한테 미루려고 들어! 씨발 놈이!”

쉐도우 실드 대원들의 매질은 더욱 사나워졌다. 조금 전, 이 직원 놈의 제안 때문에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그 일이 돌아오게 될까 봐 그들은 무서웠다. 그러니 빨리 이놈들에게 그 일을 온전히 떠맡겨야 한다.

“하, 할게요! 그만! 그만! 아악! 합니다! 제발 그만!”

직원들은 머리를 감싸 쥔 채 비명을 지르며 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쇠몽둥이에 맞아 손가락이 부러지고 이가 부러져 나가는데, 더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일단 이 매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후우~ 후우~ 곱게 말할 때 들을 것이지, 개새끼들이…….”

쉐도우 실드 대원들은 매질을 멈추고 이마의 땀을 훔쳤다. 직원들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방호복을 걸친다.

방호복은 케블라 재질의 겉감에 두툼한 완충재를 댄 것으로, 일대일 상황에서 좀비와 마주하게 될 때는 나름 훌륭한 장비다.

하지만 그 무거운 옷에 방호용 헬멧과 중심을 잡기 위해 납을 넣은 신발까지 더해지면, 당연히 행동이 굼떠질 수밖에 없다.

“후우우우~ 으으윽! 후우우~ 개새끼들… 후우우~”

직원들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방호복의 지퍼를 올리고, 옷과 장갑, 그리고 신발을 단단히 결속시켰다. 그러면서 몰래 쉐도우 실드 대원들과 오 박사를 노려보았다.

방호용 헬멧을 쓰고 결속 장치를 채운 직원들이 장비함에 손을 뻗으려 하자 쉐도우 실드 조장이 앞을 막아선다.

“장비는 우리가 내려줄게.”

조장은 직원들을 빤히 노려보며 말했다. 이 안에 들어 있는 무선 드릴이라든가, 해체용 무선 전기톱 따위를 방호복을 입고 있는 상태의 이 직원 놈들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놈들이 앙심을 품고 달려들면, 지금 자신들이 가진 삼단봉이나 대검 따위로는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그러니 아예 위험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우린 그런 사람들 아닙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직원이 재차 장비함 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조장은 삼단봉 끝으로 그의 안전 헬멧 철망을 탁탁, 두들겼다.

“한 번 말하면 좀 알아먹어라. 방호복 입고 있어도 이걸로 제대로 때리면 뼈는 부러진다.”

“알았으니까… 그럼 부탁이나 하나 들어줘요.”

조장의 얼굴을 노려보던 직원은 무겁게 한숨을 내뱉으며 뒤쪽을 가리켰다.

“저기에 있는 샘플들… 크레인 내리기 전에 저놈들 먼저 던져 줘요. 그래야 좀비들이 저것들 뜯어먹는 동안 우리가 저년을 데리고 오든 어떻게 하든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조장과 오 박사는 눈동자를 돌리며 계산을 해봤다. 만약 지금 저 샘플들을 다 던져 주면 이따가 계단으로 이동을 할 때 좀비에게 던져줄 먹이가 없어진다.

하지만… 저 테라라는 년은 분명히 엄청난 가치가 있는 년이기는 하다.

그리고 이 방 안에는 아직 연구원이라는 족속들도 있다. 노동이라고는 해보지 않은, 가느다란 손가락에 안경을 쓴 무리들. 정 급하면 그놈들을 미끼로 써도 될 것 같았다.

“그래, 좋아. 너무 원망하거나 속상해하지 마. 이 일만 잘 끝내면 너희들도 단단히 한몫 잡게 해주지. 남부에 가면 힘 있는 놈들이 아직도 매일 예쁜 년들 서넛씩 바꿔가며 양주 마셔.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어. 이 동영상을 보기만 하면, 이 프로젝트에 돈 댈 놈은 차고도 넘쳐. 힘내자!”

마음속으로 계산이 끝난 오 박사는 산양 해골 무늬 스티커가 붙어있는 자신의 노트북을 가볍게 두들기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방호 헬멧 속 직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다. 저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게 너무도 두렵다.

“나와!”

쉐도우 실드 대원들은 철창을 열고 발가벗은 사람들을 끄집어냈다. 사람들은 오열하며 애원했다. 살려 달라고 비는 사람들의 등짝과 얼굴에 삼단봉과 군홧발 세례가 쏟아진다.

“이익! 개새끼들아!”

용기를 낸 남자 하나가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들어 보지만, 계속 굶어왔던 그에게 건장한 전투 요원들을 당해낼 힘은 없었다.

그의 얼굴은 금방 피투성이로 변했고, 부러진 갈비뼈가 뻘겋게 부어올랐다. 오금이 끊기고 어깨가 비틀린 남자를 끌고 쉐도우 실드 조장이 해치 쪽으로 걸어갔다. 오 박사가 그들의 옆에 서서 테라를 향해 소리쳤다.

“테라 씨, 내가 분명히 경고했었잖아요! 또 사람들이 죽게 되면 그건 전부 테라 씨가 그 알량한 자존심을 부렸기 때문이라고! 지금 이 사람들, 아무 죄도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 다섯 명이나 죽을 건데, 그거 다 테라 씨 때문이에요! 내가 충분히 돌아올 기회를 줬는데도, 거기에 틀어박혀서 꼼짝도 않고 버티는 테라 씨 때문이라고… 윽!”

한참 신나게 떠들어 대던 오 박사가 얼굴을 감싸 쥔다. 피가 섞인 침이 손바닥에 묻어 나온다. 조금 전 반항하던 남자가 그의 얼굴을 향해 뱉은 것이다. 오 박사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차오른다.

“이런 벌레 같은 새끼가!”

오 박사는 남자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손등으로 뺨을 갈겼다. 세 번째로 뺨을 때리려는 오 박사의 손을 남자가 덥석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그의 손등을 사정없이 깨물었다.

“아악! 악! 이런 미친 개새끼가!”

오 박사는 손을 빼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옆에서 남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던 쉐도우 실드 조장도 깜짝 놀라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뭉텅 뜯겨 나가고 뒤통수에서 피가 흘러내려도 남자는 단단히 깨문 턱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이! 이! 씨발 놈아!”

오 박사는 발가벗고 있는 남자의 사타구니를 구둣발로 짓이겼다. 그제야 남자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오 박사는 황급하게 손을 거둬들였다. 살점이 뭉텅 뜯겨 나간 손등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나온다.

“아윽! 으으으!”

오 박사는 고통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의 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조장은 남자를 모질게 두들겨 팼다.

끄윽! 끅!

남자의 입에서 반사적인 신음만이 터져 나온다.

“그만! 그만! 됐어! 그러다가 죽겠다. 숨은 붙여놔!”

조장을 만류한 오 박사는 남자의 얼굴을 노려보며 말했다.

“후우우~ 너, 이 개새끼… 오늘 아주 운수 대통한 줄 알아라. 원래대로였으면 넌 이렇게 곱게 못 죽었어. 아주 씨발,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여 버려야 하는 건데, 내가 지금 상황이 너무 궁해서 너도 그냥 미끼로 써준다. 고마운 줄이나 알아. 어이, 준비 다 됐으면 차례차례 처넣어!”

오 박사는 손수건을 꺼내 상처를 동여매면서 짜증스럽다는 듯 손짓을 했다. 쉐도우 실드 대원들과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사람들을 끌고 와 크레인 아래로 던지기 시작했다.

그롸아아아―

첫 희생자가 멀찍이 던져지자마자 해치 아래에 모여 서 있던 좀비들이 달려들어 바짝 마른 남자의 몸을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왜 그런 짓을 해요? 그런 옷을 입었으니까 칼에도 안 찔리는데, 차라리 싸워요! 저 사람들 총도 없다고 하는 말 들었잖아요! 어차피 내려오면 다 죽어요! 제발 그러지 말라고요!”

구석에 서서 그 끔찍한 광경을 지켜보던 테라가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을 향해 울부짖었다.

“닥쳐! 이 씨발 년아! 사람 애먹이는 개 같은 년이 누구더러 이래라저래라하고 지랄이야!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두 번째 희생자를 바닥에 내던진 방호복 직원이 사납게 욕을 퍼붓는다. 너무도 의외의 반응이어서 테라는 말문이 턱 막혔다.

두 번째 희생자가 비명을 지르며 좀비들에게 뜯어 먹히고 있는 동안, 방호복 직원들은 각각 한 사람씩의 희생자를 끌어안은 채 크레인 위로 올라섰다.

끼이이잉―

크레인이 아래로 내려진다. 양쪽으로 크레인에 매달린 방호복 직원 둘이 먼저 바닥에 닿았다.

“장비! 장비!”

안고 있던 희생자를 달려드는 좀비들에게 밀어 치며 방호복 직원이 다급하게 외친다.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쉐도우 실드 대원이 무선 드릴과 무선 전기톱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러는 동안 세 번째 대원을 실어 내리기 위해 크레인은 다시 끌어 올려졌다.

그롸아악― 칵― 칵―

좀비들은 희생자들의 목덜미에, 허벅지에, 그리고 팔에 이빨을 박고 사납게 그릉거린다. 하지만 수십 마리의 좀비들 중 어떤 놈들은 방호복을 입고 있는 직원들에게 더 큰 흥미를 느끼고 덤벼들었다.

“윽! 으윽!”

좀비들에게 이리저리 떠밀리면서 방호복 직원들은 필사적으로 무선 드릴의 방아쇠를 당기고, 전기톱의 톱날을 회전시켰다.

위이이이잉―

드릴이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좀비의 미간을 뚫고 들어간다. 그러는 동안에도 놈은 뜯기지 않을 옷에 이빨을 박아 넣으려 하고 있다. 두개골에 닿은 드릴의 날 끝이 저항 때문에 부들부들 떨렸다.

쒸이이이잉― 웨에에엥―

두개골을 완전히 관통한 드릴이 뇌를 휘저으며 맹렬하게 돈다. 직원의 몸을 흔들어 대던 좀비의 몸에서 힘이 쭉 빠진다.

직원은 드릴을 비틀어 빼고, 바로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방호 헬멧의 철망 때문에 시야는 좁고, 달라붙은 좀비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중심은 계속 흔들렸다.

위이이이잉― 파박! 파박!

배에 달라붙은 좀비의 관자놀이에 드릴을 가져다 댔을 때, 뒤에서 육중한 무게가 더해졌다.

윽! 중심을 잃고 흔들린 직원이 고통에 비명을 내지른다. 옆으로 튄 드릴이 자신의 팔을 향해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다.

케블라 섬유를 관통한 것은 아니지만, 그 압력만은 살과 뼈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 개새끼들!”

직원이 다시 드릴의 방향을 돌리려 할 때, 앞쪽에서 강력한 힘이 그의 헬멧을 잡고 흔든다.

뜨드득! 뜨드득!

결속 장치가 뜯기는 소리!

직원은 필사적으로 그 손을 때리며 뿌리쳐 보려 했다.

“억!”

직원의 팔이 돌연 뒤로 돌아간다. 뒤쪽에서 달려든 좀비가 그의 팔을 잡고 관절의 반대 방향으로 꺾은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아주 순식간이었고, 저항다운 저항도 없었다.

다리가, 팔이, 이상한 각도로 꺾여 버린 직원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부들거리는 동안, 아무 곳이나 마구 할퀴어 대던 좀비들은 결국 결속 장치를 뜯어내고 그의 맨발과 얼굴에 이빨을 박았다.

“끄으으윽! 끄으으윽!”

직원은 몸을 들썩이며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죽어가는 그의 시야에 자신의 무기였던 드릴이, 그리고 그 너머에는 허리가 반대로 꺾인 채 이미 숨이 끊어진 두 번째 직원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르륵― 그롸악―

좀비들은 포악스럽게 그의 코와 귀를 잘라내고 손가락을 삼킨다.

“으아! 안 가! 안 갈래! 올려줘! 올려! 죽는다고!”

크레인을 타고 내려가던 세 번째 방호복 직원이 울부짖는다. 오 박사는 입술을 깨물면서 조장에게 올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고는 방호복 직원에게 소리를 질렀다.

“샘플 꼭 안고 다시 데리고 올라와! 버리면 안 돼!”

이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게 명확해졌다. 그러니 방호복 하나, 샘플 하나라도 회수해서 계단을 오를 때 써먹는 편이 낫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흐아아아! 아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끌어 올려진 직원은 안고 있던 사람을 옆으로 밀어 치우고 바닥에 엎드려 숨을 헐떡거렸다. 오 박사는 그의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방호복 벗지 마. 계단으로 가자. 가서 총 가지고 돌아온다. 자, 다들 이동할 준비해! 여기 문 잠그고 간다!”

오 박사는 손뼉을 치며 모두 같이 나간다는 말을 반복했다. 쉐도우 실드 대원들이 삼단봉을 빙글빙글 돌리며 토끼몰이하듯 연구원들과 직원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저, 저도 총을 쏠 줄 압니다! 병장 만기 전역했습니다!”

“저도요!”

문 앞까지 밀린 엔지니어들이 돌연 자신의 사격 실력에 대해 어필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면 오 박사가 자신들을 미끼로 삼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 그래그래. 좋아, 너희들도 무장하면 되지. 그럼!”

오 박사는 노트북을 꼭 끌어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방을 나서기 전, 그는 테라가 있는 쪽을 돌아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개년아! 거기 천 날 만날 숨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씨발! 총을 가지고 돌아올 거야! 그래서 그 좀비 새끼들 다 쏴죽이고 네년을 끌어낼 때! 절대로 곱게 안 끌어낸다! 응! 아주 씨발, 좆같이 해주마! 여태까지 오냐오냐해 주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지? 제발 죽여 달라고 빌게 될 거다! 이 쌍년아! 일단 홀딱 벗겨서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차례대로…….”

오 박사는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한참 동안이나 내뱉고 나서야 문을 탁 닫고 나갔다.

사람이 사라진 방 안에 적막이 흐른다.

“하아아~”

테라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지금껏 억지로 버티고 서 있었던 건 오 박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테라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눈물을 닦았다. 조금 전 들었던 그 끔찍한 욕설과 폭력적인 일들을 정말로 당하게 될지 모른다는 게… 너무 무섭다.

하지만… 이렇게 반항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녀에게는 이게 마지막 기회처럼 여겨졌었다. 테라는 눈을 꾹 감고 제발 오 박사가 돌아오지 못하기만을 빌었다.

그르륵! 그으으으!

크레인 아래에서 낯선 좀비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녀와 함께 떨어져 내렸던 쉐도우 실드 대원의 시체가 비틀거리며 되살아나고 있다. 테라가 그 모습을 허망하게 보고 있을 때, 아무도 없는 위층에서 내선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때르르릉― 때르르릉― 때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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