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묵시록 82-08-387화 (387/449)

2장 무쌍난무 (2)

그롸아아아아―

괴물들, 많기도 하다. 물론 그래서 더 가슴이 뛰기도 하는 거지만… 민구는 마세티를 힘차게 내휘두르는 것으로 놈들을 맞았다.

빠악―

가장 앞서서 달려오던 좀비가 마세티의 칼등에 관자놀이를 직격당하고 휘청거린다. 민구는 놈의 골반을 걷어차서 산책로 난간 아래로 밀어버렸다.

풍덩―

서너 바퀴를 굴러 떨어지다가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한강에 빠져 버린 좀비는, 빠르게 흐르는 물살에 휘말려 하류 쪽으로 떠내려갔다. 그러는 사이, 민구는 그 반동을 그대로 살려서 두 번째 놈의 얼굴을 마세티로 찍었다.

콰득―

마세티의 거대한 칼날이 좀비의 입을 가르고 턱뼈까지 파고든다. 하지만 단번에 두 동강을 내지는 못했다.

역시 예전만은 못하군…….

민구는 잘려 나간 오른쪽 옆구리 근육의 빈자리를 실감하며 쿠크리의 칼등으로 마세티의 칼등을 망치질하듯 후려쳤다.

칵―

뼈 사이에 맞물려 꽉 끼어 있던 마세티가 앞으로 뻗어 나가며 좀비의 턱을 두 동강으로 잘라냈다. 허공에 떠 있던 놈의 머리 위쪽이 바닥에 떨어져 구른다. 그러는 사이, 민구는 다시 한 발짝을 내딛으며 쿠크리를 휘둘렀다.

휘익―

빠르게 바람을 가른 쿠크리의 유선형 날이 세 번째 좀비의 목에 박힌다. 민구는 박혀 있는 칼날을 밀며 그것을 회전축으로 삼아 몸을 회전시켰다. 회전력을 가득 실은 마세티가 네 번째 놈의 무릎을 찍었다.

우득!

두 개의 무릎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꺾인 좀비는 비틀거리며 허물어졌다. 민구는 녀석을 피해 옆으로 스텝을 밟으면서 마세티로 놈의 뒤통수를 찍었다.

쩌엉―

뒤통수가 쪼개진 좀비가 뇌수를 흩뿌리며 힘없이 엎어졌다.

그렇게 난리를 치는 사이, 세 번째 좀비의 목에 박혀 있던 쿠크리의 칼날은 놈의 목뼈를 파고들었다. 민구는 쿠크리의 칼날을 비틀어 이미 죽어 있는 세 번째 좀비의 목에서 빼냈다.

그러고는 슬쩍 곁눈질로 뒤를 돌아보았다. 테라는 그로부터 몇 미터 뒤에 떨어진 채 군인과 젠킨스의 사이에 서서 민구를 지켜보고 있다.

그롸아아악― 크롸아아―

속속 달려드는 좀비들의 울음소리에 민구는 다시 앞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피식거렸다.

“보채지 마라, 이 새끼들아.”

물리면 죽는, 아슬아슬한 싸움. 그런데 그 난이도 높은 싸움이 그의 가슴에 기쁜 두근거림을 전달해 준다. 살아 있다는 만족감이 온몸 구석구석에 쉬지 않고 뻗어 나갔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것 같고, 뇌는 손발과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있다. 귓가에서는 쉬지 않고 드럼 소리가 울려 대는 중이다. 짜릿짜릿하다.

쉘터 구석에서 불편한 몸을 억지로 다그쳐 가며 비지땀을 흘렸던 모든 시간들은 바로 이 한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자신의 육체가 아직까지는 자신의 의지를 그런 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는 게 즐거워서, 민구는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러고는 마세티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카각―

달려들던 좀비의 정수리에 마세티가 박혔다. 민구는 칼날에 박힌 좀비를 앞으로 끌어당기면서 놈의 목에 쿠크리를 찔러 넣었다.

유선형의 칼날은 조금의 저항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끄러지며 좀비의 목을 관통했다. 민구는 두 팔을 X자로 교차시키며 확 당겼다.

으득―

좀비의 머리가 마세티 칼날에 박힌 채로 잘려 나갔다. 그 무게를 지탱하려던 민구의 몸이 잠시 휘청한다. 역시 이번에도 문제는 오른쪽 옆구리. 한 번 몸을 기울이면 도무지 빠르게 제자리로 바로잡기가 어렵다.

“윽!”

민구는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기 위해 애를 썼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좀비들은 피에 젖은 아가리를 쫙 벌리고 달려든다.

푸욱―

민구는 옆에 주저앉아 있는 좀비의 시체에 쿠크리의 칼날을 박아 넣으며 그 힘으로 간신히 버텼다. 그러고는 마세티에 아직도 달라붙어 있는 좀비의 머리통을, 달려들어 오는 놈의 얼굴을 향해 힘껏 후려쳤다.

와직―!

두 개의 머리통이, 두 개의 두개골이 전력으로 부딪치자, 끔찍한 소리가 났다. 제대로 박치기를 한 좀비가 뒤로 넘어진다. 민구는 쿠크리의 칼날을 놓고 옆으로 비켜섰다.

몸을 날려 덮쳐들던 일곱 번째 좀비가 그의 오른쪽 옆구리를 스치듯 지나갔다. 민구는 놈의 오금을 차서 무릎을 꿇리고, 마세티를 휘둘러 뒷목을 힘껏 후려쳤다.

서걱!

머리를 잃은 좀비가 맥없이 고꾸라진다. 옆구리가 이 모양이 된 이래 처음으로 한 방에 머리를 잘랐다. 민구는 만족한 표정으로 좀비의 시체에 다가가 쿠크리를 회수했다.

그사이 다시 일어난 여섯 번째 좀비와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좀비가 한꺼번에 달려든다. 민구는 쿠크리를 등 뒤의 나이프 홀더에 다시 꽂고, 그 손잡이를 꽉 쥐었다.

젠킨스가 일러준 대로 이 손잡이를 잡은 팔의 힘을 이용해 몸의 중심을 잡으려는 것이다.

후우웅―

한 팔로 중심을 잡아가며 휘두른 마세티는 더욱 기운차게, 그리고 빠르게 춤을 춘다. 두 팔을 역방향으로 움직여 몸의 중심을 잡는다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는 이질감이 적었다.

좋은 소식이다. 민구는 득의만면해서 발을 뒤로 빼며 비스듬히 섰다. 그러고는 백핸드로 마세티를 힘차게 내질렀다.

카각―!

한꺼번에 두 마리 좀비의 몸통을 갈겼다. 마세티는 갈비뼈가 밖으로 드러날 만큼 커다란 치명상을 놈들에게 안기고 지나갔다. 그 힘 그대로 회전한 민구는 자세를 낮추며 나머지 한 마리의 발목을 끊었다.

으직―!

발목뼈가 부러진 좀비의 몸이 옆으로 기우뚱하게 기운다. 달려들던 두 마리는 놈의 몸뚱이에 막혀 잠시 발이 엉켰다.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이지만, 그 정도면 민구에게는 충분했다.

민구는 두 좀비의 사이로 비스듬하게 마세티를 꽂아 넣었다.

까득!

첫 번째 타격은 왼쪽 좀비의 어깨를 잘라냈다. 반동이 느껴지자마자 민구는 곧바로 손목을 틀어 역방향으로 마세티의 칼날을 휘둘렀다.

칵―!

이번에는 오른쪽 좀비의 팔꿈치가 잘려 나간다.

두 놈이 휘청거리는 동안 민구는 계속 방향을 바꿔가며 마세티를 내려쳤다.

좀비들은 팔과 다리, 무릎과 발목이 모두 끊긴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중심을 잡아보려 비틀댄다. 하지만 이미 놈들의 스피드는 1/3 이하로 줄어들어 버렸다.

민구는 한 발짝 물러나 거리를 확보한 뒤, 있는 힘껏 마세티를 휘둘러 세 마리의 좀비를 차례로 처치했다.

카칵―!

아홉 번째 좀비의 머리가 풀숲 속으로 날아간다. 마세티를 휘둘러 좀비들의 체액과 뇌수를 털어낸 민구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열 번째 좀비를 노려봤다.

“너희들은 하나같이 겁이 없구나.”

재미있다는 듯 중얼거린 민구는 오른발을 크게 내디디며 마세티를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콱―!

관자놀이에 칼날이 박힌 좀비가 한쪽 무릎을 꿇고 넘어진다. 민구는 쿠크리 손잡이를 쥔 오른팔을 아래로 밀어 몸의 방향을 바꿨다.

그러고는 다시 팔을 위로 올리며 마세티를 내리찍었다. 이번에는 좀비의 목이다. 목덜미에서부터 파고들어 간 마세티의 칼날은 놈의 반대편 쇄골에 닿을 만큼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민구는 아직 엉거주춤하게 버티고 서 있는 놈의 오른다리를 힘껏 걷어찼다.

으직―

중심을 잃은 좀비가 마세티 칼날이 파고든 것과 역방향으로 엎어진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민구는 두 손으로 마세티의 손잡이를 잡고 확 잡아당겼다.

까드드득― 좀비의 목 주변이 뜯겨 나가고, 마세티의 칼날이 확 빠져나온다.

“하아아~ 하아아~”

열 마리의 좀비를 순식간에 해치운 민구는 숨을 몰아쉬었다. 민첩함이 예전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어 있다면, 지구력은 그 반의반도 안 된다. 겨우 이 정도만 몸을 놀렸는데도 가슴이 들썩거릴 만큼 호흡이 빨라졌다.

그나마 좁은 산책로에서 한 방향으로 달려오는 놈들을 상대하는 것이어서 난이도가 조금은 낮았던 게 도움이 됐다.

민구는 묵직하게 울려오는 갈비뼈를 꽉 쥐고 테라 쪽을 뒤돌아보았다. 테라는 경외와 공포심이 한데 깃든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처음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 때도, 철책 앞에서 마세티로 좀비들을 죽이고 난 직후였다.

“가자.”

민구는 그녀에게 손짓했다. 테라는 달려와 그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섰다. 젠킨스와 군인도, 그들의 곁에서 숨을 죽인 채 민구와 좀비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민간인들도, 그 뒤를 따라 뛴다.

“미쳤군! 미쳤어! 고대 로마에서 태어났어야 할 인간이 21세기를 살고 있어!”

민구의 칼솜씨에 흥분한 젠킨스가 아이처럼 웃으며 지껄여 댔다. 뭔가 대단한 힘을 가진 부하를 얻은 것 같아서 두려움이 꽤나 희석된 것이다.

“애썼다는 건 잘 안다.”

좀비들에 물려 죽은 병사의 시체 앞에 도착한 민구는 허공을 주시하고 있는 시체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러고는 마세티를 목에 대고 작두로 썰듯이 눌렀다.

그 광경이 너무도 끔찍해서 뒤를 따라 뛰어오던 사람들이 모두 주춤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두지 않으면 이 녀석도 되살아나 뒤쪽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총알 챙겨. 다른 놈들이 주워 가기 전에.”

하이바를 벗어 원래 주인인 병사에게 되돌려 주며 민구가 말했다. 동료의 시체가 목이 잘리는 걸 보고 얼이 빠져 있던 병사는, 그 말을 듣고서야 제정신을 차렸다.

그가 동료 병사의 전술 조끼에서 탄창을 꺼내 회수하는 동안, 민구는 잘려 나온 목에서 피투성이 하이바를 벗겨내 자신의 머리에 썼다.

플래시가 하나 늘어난 것만으로도 뒤따르던 사람들은 한결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롸아아―

뒤쪽에서는 여전히 좀비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발소리와 함께 그들을 쫓아오고 있다. 어둠 속에 묻혀 거리가 가늠이 되지 않기에 그 포효는 더욱 소름 끼친다.

투투투― 투투둑―

하이바를 돌려받은 병사는 이따금씩 뒤로 돌아서서 방아쇠를 당긴 후, 다시 달렸다. 마음 같아서는 뒤따라오는 놈들을 모두 정리하고 싶지만, 그 혼자만의 화력으로는 상대도 안 된다. 죽어라 달리는 수밖에 없다.

크르르르르릉―

코너를 돌아 나갔을 때, 멀리 전차가 움직이는 모습과 소리가 들려온다. 전차는 선착장에서 꽤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 그 주변에 뭉쳐 있는 좀비들을 깔아뭉개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뛰어오는 동안 산책로에서 만났던 모든 좀비들보다 더 많은 놈들이 탱크에 엉겨 붙어 있다. 저 많은 놈들을 선착장의 반대편 쪽으로 유인해 내느라, 산책로로 지원을 못 왔던 모양이다.

“서, 선착장이다! 선착장이다!”

조명이 환하게 밝혀진 선착장을 보며 민간인들이 환호했다. 이제 200여 미터만 더 뛰면 유람선에 탈 수 있고, 그러면 일단 목숨은 건지는 거다. 사람들의 발소리가 빨라졌다.

위이잉―

선착장 조명에 연결된 소형 발전기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때마침 유람선도 환한 조명을 쏘며 선착장 쪽으로 접근하는 중이다.

투투툭― 투투투―

풀숲 사이로 뛰어나오던 좀비가 3점사 세례를 받고 뒤로 나가떨어진다. 병사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잔뜩 굳었다. 동료 두 명의 시체에서 회수한 실탄도 이제 50여 발밖에 남지 않았다.

“하아~! 하아~”

선착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가능한 한 어두운 풀숲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물가의 기둥을 잡고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까지 살아남아 한 무리로 움직인 사람들의 수는 출발할 때 인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은 저 어둠 속 800미터 구간의 어딘가에서 희생당했고, 잠시 후 좀비가 되어 그들을 덮쳐 올 것이다. 초라하고 끔찍한 현실이다.

“빨리 와요! 빨리!”

마음이 급한 민간인들은 선착장의 기둥을 꽉 잡고 유람선을 향해 팔을 내저었다.

뿌우웅―

가까이 다가온 유람선은 속도를 줄이며 고동을 크게 울렸다.

“비켜요! 비켜! 그러고 있으면 배가 못 들어온다고!”

눈치 빠른 사람들이 난리를 쳐 대고, 별것도 아닌 일로 시비가 붙었다. 그렇게 선착장이 시끌벅적해지는 동안에도 민구와 병사는 굳은 얼굴로 캄캄한 덤불 속을 노려보고 있었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오자, 사람의 키보다도 훨씬 높이 자라나 있던 갈대가 제멋대로 흔들리며 춤을 춘다. 하지만 그 흐름 사이에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있다.

뭔가가 저 안에서 무성한 잡초들을 헤치며 다가오는 중이다. 플래시 불빛이 향할 때마다 한 번씩, 이질적인 색깔이 언뜻언뜻 비친다.

“도대체 사람을 얼마나 잡아먹은 거냐…….”

민구는 넓은 벌판 가득 자라난 풀숲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병사들이 쏴 죽이고, 전차가 깔아뭉개고, 그가 베어냈는데도… 그런데도 아직 괴물들이 남아 있다. 그것도 꽤나 많이…….

“배는 아직 멀었나?”

민구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등 뒤의 테라에게 물었다.

“지금… 거의 가까이 왔어요. 막 배를 대려고 하는 것 같아요.”

뒤쪽을 돌아본 테라가 대답했다. 민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등 뒤에서 떨어지지 마.”

그사이에도 덤불들은 바쁘게 흔들린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배에 오르기 전에 일전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달은 민구는 왼쪽에 서 있는 병사에게 말했다.

“많다. 알지?”

“네! 네!”

병사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유람선에 타기 직전에 목숨을 잃고 싶지는 않다.

와사삭― 와사삭―

발전기와 유람선의 엔진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 사이로 풀이 꺾이는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덤불과 선착장의 거리는 불과 3미터. 민구는 쿠크리까지 뽑아 든 채 두 팔을 벌리고 대비를 마쳤다.

크롸아아아―

오른쪽에서 튀어나온 좀비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놈이 포효하며 몸을 날리자마자 민간인들은 째지는 비명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사각!

민구는 쿠크리를 휘둘러 놈의 목을 그었다. 힘을 잃고 덜렁거리는 좀비의 목에 마세티가 박힌다.

콱―!

뼈와 칼날이 부딪치며 갈린다. 민구는 팔을 당기며 녀석의 배를 걷어찼다.

그와아악―

제2, 제3의 좀비들이 속속 풀숲을 가르며 튀어나온다. 민구는 쿠크리로 걸고, 마세티로 내리찍고, 다시 쿠크리로 잘라냈다. 목이 잘리고 발목이 끊어진 좀비의 시체가 산책로 위에 나뒹군다.

투투투― 투투둑― 투투투― 투투투―

옆의 병사도 이를 악물고 방아쇠를 당겨 댄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소중한 탄약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머리가 터지고, 갈비뼈가 박살 난 좀비들이 풀숲에 날아가 꽂힌다.

“으아아아!”

앞에서 밀려드는 좀비들에 집중하고 있을 때, 민간인 그룹의 오른쪽 끝에서 또 다급한 비명이 울려왔다.

고통에 찬 비명! 뒤따르던 좀비들이 어느새 따라잡은 것이다.

“젠장!”

민구는 미간을 찌푸렸다. 좀비들이 섞여 들어오면 이 민간인 무리 전체가 유람선의 공격 대상이 되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만약 그가 왼쪽으로 옮겨가 버린다면, 그때는 또 정면이 무너질 것이다.

“싸워! 소리만 지르지 말고! 밀기라도 해!”

마세티로 좀비의 뒤통수를 쪼개며 민구는 악을 썼다. 풀숲 속에서는 끊임없이 좀비들이 튀어나온다. 민구는 쿠크리와 마세티를 어지럽게 교차시키고, 또 펼쳐서 휘두르며 놈들을 상대했다. 자르고, 부러뜨리고, 밀고, 또 걷어찼다.

“하아~ 하아!”

칼을 휘두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숨이 가빠왔다. 금 간 갈비뼈가 욱신거린다. 잘려 나간 옆구리 근육 주변도 계속 찌릿찌릿한 통증을 준다. 이 허약한 체력으로 앞으로 몇 마리나 더 상대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콱! 카득!

쿠크리로 오른쪽 좀비의 목을, 마세티로 왼쪽 좀비의 뒤통수를 찍었을 때, 가운데에서 또 한 마리의 좀비가 뛰어올랐다. 민구는 하이바를 쓴 이마로 녀석의 아가리를 들이받았다. 그러고는 양쪽의 칼을 뽑아 녀석의 목 주변을 도려냈다.

“빠져요! 빠져!”

더 이상은 무리라는 신호가 민구의 몸 여기저기에 왔을 때, 유람선에 승선하고 있던 병력이 큰 소리로 외치며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투― 투투툭― 투투투투투―

두 정의 K―2와 한 정의 K―3가 집중적으로 훑자, 갈대밭 안쪽에서 뛰어오던 좀비들의 사지가 잘려 나가고, 머리통이 박살 났다.

그렇게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에 민간인들은 아직 정박하지 않은 유람선 쪽으로 뛰어 넘어갔다.

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

등 뒤에서 울리는 총소리에 움찔움찔하면서도 민구는 열심히 칼을 휘둘렀다. 그만큼의 화력이 더해진 것만으로도 일대의 좀비들은 이내 깨끗하게 정리됐다.

“아저씨, 타요! 이제 우리만 남았어요!”

테라의 목소리. 민구는 마세티를 가방 안에 넣고 선착장 쪽으로 돌아섰다. 그와 함께 싸웠던 병사도 상기된 얼굴로 그를 따른다.

“이게 다야? 나머지는?”

유람선 승무원들이 병사에게 물었다. 병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도중에 습격을 받아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알았어! 고생 많았다!”

승무원이 병사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러고는 민간인들을 향해 소리쳐 물었다.

“물린 사람 없습니까? 옆 사람들이 확인하세요! 물린 사람 섞이면 골 아파집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주변으로 고개를 돌리는 동안, 유람선은 선착장으로부터 멀어졌다. 하지만 아직 속도를 내지 않은 채 제자리에서 부유하고 있다.

투투투― 투투투투투―

유람선 지붕에 배치된 K―3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강둑에서 서성이고 있는 좀비들을 향해 사격을 계속했다.

“이다음 100인조까지 기다려서 함께 이동할 겁니다! 그동안 여기에서 대기하는 거예요!”

왜 빨리 출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승무원이 대답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세부적인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일단 이 배에 올랐으니 생존의 위협에서부터는 벗어났다고 믿는 것이다.

민구와 완전히 탈진한 젠킨스, 그리고 테라도 통로 뒤쪽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다. 등받이에 기대 가쁘게 호흡하던 민구는 뭔가 이질감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응?”

손끝에 느껴지는 이 찐득한 감촉. 민구는 손을 들었다. 그의 손바닥은 다량의 피로 붉게 젖어 있다.

“내 피가 아닌데…….”

민구는 앞쪽에 모여 앉아 있는 사람들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저 놈들 중 누군가는 크게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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