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묵시록 82-08-372화 (372/449)

4장 더 킹 오브 건대 (1)

광장 진출에 앞서 강 소위가 C동의 병력들에게 사격 중지 명령을 내리는 동안, 유빈은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내 세 명의 사수와 보안관, 태권소녀에게 나눠 줬다.

“지금 먹어둬.”

“이거… 어째 좀 민망한데… 다들 굶고 있는 걸 빤히 알면서 우리만 먹는다는 게…….”

초코바와 물을 받아 든 구 상병이 옥상 반대편의 민간인들을 바라보며 멋쩍어한다. 벌써 포장을 벗기고 찐득한 초코바를 씹고 있던 진우가 말했다.

“마음은 알겠는데, 그래도 먹어. 같이 굶는 것보다 먹고 싸워주는 게 저 사람들에게 훨씬 도움이 돼. 이 정도라도 먹어야 몸이 말을 들을 거야. 그리고 어차피 우리가 성공하면 저 사람들도 오늘 저녁에는 밥 먹을 수 있어.”

구 상병도, 황 일병도 퀭해진 얼굴을 끄덕였다. 사실 음식을 보자마자 배 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대기는 했다. 어제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 생난리를 겪는 통에 24시간 이상을 굶은 상황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여섯 사람은 둥글게 둘러앉아 초코바를 씹고, 물을 나눠 마셨다. 민망하고 쑥스러운 마음을 꾹 눌러 참아가며 달콤한 초코바 두 개씩을 먹어 치우니, 그래도 좀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 후, 강 소위가 병력들을 다 모아왔고, 작전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제 본격적인 완전 소탕 작전의 시작이다.

“동선은 이런 식입니다.”

유빈은 배낭들을 각 건물의 위치에 맞춰 배치해 놓고, 작전에 투입될 모두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 들어와 있는 좀비들 먼저 잡고 내려가서, C동으로 들어가 C동 병력이랑 합류한 다음에, 주차장 완전 정리. 보일러 끄고, 그다음 D, E동의 순서로 정리. 이 동안에 C동 병력은 주차장에 철책을 새로 치면서 경계. 마지막이 체육관, 본관 깨끗이 정리하고 네 명 구조. 여기는 합류할 수 있는 병력이 넷뿐이니까 가장 마지막 순서. 전체적으로 보면 시계 방향으로 크게 한 바퀴 도는 모양이네요.”

진우와 구 상병, 황 일병, 개인화기로 무장한 세 명이 앞장을 서고, 짐꾼인 유빈이는 중간에서 병력들과 함께 움직인다. 뒤를 담당하는 건 보안관과 태권소녀. 실탄을 전달해 주러 나갔을 때 손을 맞춰봤던 그 형태 그대로 간다.

“우리는 언제 합류하나?”

김 중사가 물었다.

“강 소위님하고 김 중사님, 그리고 나머지 군인분들은 저희가 3층으로 내려가서 복도 코너를 돌면, 저 문으로 나와서 계단을 맡아주세요. 더 내려오시지도 말고 2층에서 뛰어 올라오는 좀비들만 잡아주시면 됩니다. 혹시 미처 다 잡지 못하고 지나치는 놈들이 생겨도 쫓지 마시고, 그 자리를 지켜주셔야 해요.”

“그럼 그 지나친 좀비들은 어쩔 생각인데?”

“그건 저희 쪽에서 처리할게요. 아, 물론 제가 아니고, 얘네 둘이 잡는 거지만요.”

유빈은 태권소녀와 보안관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3층을 다 잡고 나면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그러면 처음 순서와 마찬가지로 저희는 2층에 가고, 강 소위님 쪽 병력은 3층 계단에서 2층 계단 쪽을 지켜주시는 거예요. 계속 그런 식으로 반복하면서 내려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좁은 데에서 다 같이 모여 다니기에는 연습이 전혀 안 되어 있으니까요.”

“알겠어. 어째 너무 편한 일만 하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기도 하군.”

강 소위와 김 중사가 조금 민망해하며 말했다. 체면이 말이 아니긴 하지만, C동과 합류하기 전에는 가용 병력이 너무 적어서 별다른 대안도 낼 수 없다.

작전 회의를 마친 유빈은 내려가기 전, 진우와 두 병사에게 한 가지 더 당부를 했다.

“여기 숙소에 새로 들어온 놈들 잡는 동안에는 진우, 네가 최대한 빨리 처리를 해줘야 돼. 총알 문제도 그렇지만, 얘네 둘이 긴장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 모르니까 가능한 부담을 줄여줘.”

“알았어. 근데 이제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놈들이라야 2백 마리 남짓이나 될까 말까잖아.”

진우가 그야말로 진우다운 말을 하는 바람에 기합이 바짝 들어가 있던 구 상병과 황 일병의 입에서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터져 버렸다.

2백 마리밖에 안 된다니! 그냥 서 있는 2백 마리도 아니고, 존나게 뛰어다니는 놈들인데!

저 중 몇 놈만 저지선을 돌파해 뛰어들어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하하, 멋있는 말이긴 한데… 모든 사람의 기준이 너랑 같지는 않으니까, 허들을 좀 낮춰. 대신 네가 한 발이라도 더 쏘고. 부탁할게.”

유빈도 미소를 지으며 진우의 가슴을 가볍게 두들겨 줬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 작전도 진우가 없었다면 생각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진우가 중앙에서 모든 난관을 총 한 자루로 돌파해 나가야 한다.

유빈은 원래 박 소위의 것이었던 K―2를 옆으로 비껴 멨다. 이미 배낭을 멘 채로 거기에 쏘지도 않을 총까지 짊어지고 다녀야 하니 꽤나 거추장스럽지만, 진우 총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C동, 지금 구조대 출발한다! 사격 중지한 상태로 대기하도록!”

옥상 문을 열기 전, 강 소위는 다시 확성기를 통해 외쳤다. 이미 수많은 기적을 경험한 모든 생존자들은 잔뜩 들떠서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함성을 질렀다.

어젯밤,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어둠을 뚫고 이곳에 도착한 특수 요원들은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적어도 그들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보였다.

“잘 다녀오세요! 파이팅입니다!”

“다치지 마시고 잘해요!”

“너무 멋있어요!”

진우가 옥상 문 앞에서 사격 준비를 하자, 수감자 숙소 옥상에 있던 민간인들이 뜨거운 응원과 박수를 함께 보내준다. 진우네가 실탄 배달을 위해 처음 옥상 문을 열게 되었을 때의 두려움은 더 이상 생존자들에게 없었다.

그들은 문을 두들겨 대고 있던 좀비들이 자신의 바로 몇 미터 앞까지 뛰어든다고 해도 이제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특공팀이 버티고 있는 한 자신들은 온전히 안전을 보장 받았음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로 목전에서 생생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져 실탄 배달을 하러 갈 때보다 훨씬 더 열렬한 반응이다.

구 상병과 황 일병이 흥분해서 두 손을 불끈 쥐어 보이는 동안, 진우는 쑥스러워서 얼굴을 쓸어내리며 잠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가자!”

가까스로 감정을 다잡고 진지한 얼굴로 돌아온 진우가 유빈에게 신호를 보냈다. 유빈은 카운트 셋을 헤아리는 것과 동시에 문을 확 잡아 열었다.

탕― 탕, 탕, 탕―

네 발의 총성으로 네 마리의 좀비를 쓰러뜨린 진우가 건물 쪽으로 뛰어들었다. 구 상병과 황 일병이 그 뒤를 따랐고, 셋은 곧바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그롸아아아악―

달려드는 좀비들. 진우는 재빨리 총구를 좌우로 돌려가며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타앙― 탕, 탕―

순식간에 복도 전체가 조용해졌다. 다른 두 병사가 눈으로 쫓는 것보다도 더 빨리 예닐곱 마리의 좀비들이 이마에 구멍이 뚫린 채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꽈앙―

보안관과 태권소녀까지 합류한 걸 확인한 진우는 첫 번째 방문을 걷어차 열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뒤로 물러나며 좀비들의 머리를 날렸다.

탕, 탕, 타앙―

“이 방, 클리어!”

세 마리의 좀비를 잡고 난 뒤, 안쪽을 힐끔 엿본 진우가 외친다. 유빈은 앞선 세 명의 머리통에 시야가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벌써 일사천리로 쭉쭉 나아가고 있다.

투투둑― 투투투― 투투둑―

계단 쪽에서는 강 소위가 인솔하는 병력들이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좀비들을 향해 3점사를 퍼부어 대고 있다.

“3층 클리어!”

진입한 지 2분도 지나지 않아 진우가 3층의 모든 좀비들을 사살했음을 알렸다. 귀신같은 판단력과 야수 같은 몸놀림. 기계처럼 무감정하게 목표를 이루는 데에만 집중한다.

옆을 따라 걷던 구 상병과 황 일병은 다시 한 번 진우의 솜씨에 감탄했다. 똑같은 총을 들고 있지만, 해낼 수 있는 것의 클래스가 완전히 다르다.

“내려가!”

진우를 앞세운 여섯 명의 선발대가 2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 강 소위도 병력들과 함께 3층으로 내려왔다. 그들이 전열을 갖추기도 전에 이미 2층에서는 진우의 총소리가 잇달아 울려 댔다.

탕― 탕, 탕, 타아앙―

분명히 단발 사격 격발음인데, 연발로 쏴대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들린다. 게다가 말 그대로 백발백중. 어제부터 계속 보아왔지만, 그야말로 신기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그런 능력이다.

강 소위는 난간을 짚고 서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했다.

“2층 클리어!”

좀비들의 시체가 덮인 계단 아래에서 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강 소위도 그 목소리에 화답했다.

“2층 클리어! 사격 중지!”

“이동하겠습니다!”

계단에서 총성이 멈추자 진우를 앞세운 여섯 명의 선발대는 1층을 향해 뛰어 내려갔다. 건물 안에서 난리를 피우던 수십 마리의 좀비들을 모두 처리하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젠장, 좋기는 한데, 이게 진짜 꿈인지 생시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죽은 다음에 꿈속에 빠져 있는 건가… 꼼짝없이 끝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마침내 1층을 밟게 된 김 중사가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강 소위에게 말했다. 강 소위도 크게 다르지 않은 심정이다. 어찌나 흥분을 했는지, 총에 맞아 쑤시는 다리의 통증조차도 한결 덜한 것 같다.

어제 오전만 해도 그 역시 처량한 도망자 신세로 주인이 사라진 피난처에서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었다. 고 하사가 구조된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세 시! 세 시 방향!”

강 소위는 미리 약속되어 있던 대로 병사들의 사격 방향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김 중사를 포함해서 네 명이 나란히 늘어서서 수감자 숙소의 우측을 향해 총구를 들어 올렸다.

그롸아아아아― 그롸아아―

배회하던 좀비들이 튀어나온 인간들의 기운을 느끼고 방향을 바꿔 달려온다.

꿀꺽, 긴장한 병사들이 침을 삼키며 조준을 한다. 그런데… 이게 꽤나 생각과 달랐다. 좀비들은 점점 가까워져 오는데, 손은 떨리고 마음은 급하다. 게다가 이놈들 왜 이렇게 빠른 건지…….

“와아아아! 와아아!”

건물들 옥상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환호성과 응원 소리까지 더해지자, 병사들의 머릿속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사방에서 울리는 총소리는 귀를 흔들고, 눈은 좀비들에 홀려 정신이 없다.

달려오는 놈들은 수십인데, 어떤 것부터 먼저 죽여야 할지, 자신이 맡아야 하는 놈이 어떤 좀비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한마디로 무지하게 무섭다. 총을 들고 있다고 해서 간단히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투투툭― 투투투― 투투툭―

네 명의 병사가 나름 열심히 3점사를 날렸는데, 달려드는 좀비들의 파도는 별로 이가 빠지지 않고 그대로 몰려온다.

‘이게 정말 제대로 짠 작전 맞아? 개죽음 작전 같은데…….’

병사들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 특수 요원인지 뭔지는 계속 이보다 훨씬 더한 압박감을 느끼면서 이 주변을 누비는 걸 반복했단 말인가… 아까는 좀비들도 몇 배나 더 많았는데…….

탕, 탕, 탕, 타앙― 탕, 탕― 투투투― 투투둑― 투투둑― 탕, 타앙―

진우와 두 병사가 지원사격을 해주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리고 앞서 달려오던 좀비들 십여 마리가 순식간에 나동그라진다.

철퍽―

빗물이 고여 있던 웅덩이를 좀비의 시체가 때리자, 물이 사방으로 튄다.

“거리가 충분합니다! 가까이에 있는 놈부터 잡으면 됩니다!”

한차례 더 근접해 온 좀비들을 잡고 나서 진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진우가 꿀팁을 알려줬지만, 강 소위와 함께 있는 병사들의 멘탈은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

가까이에 있는 놈부터 잡으라니… 말이 쉽지, 불과 60미터 안쪽에서 좀비들이 저렇게나 떼를 이루어 달려드는데…….

방아쇠를 당기면서도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투투투― 탕, 탕, 탕― 투투둑― 탕― 투투둑―

진우와 두 병사는 이를 꽉 물어가며 전방의 좀비들을 쓰러뜨리고, 동시에 아홉 시 방향을 지원했다.

여기가 제일 힘든 구간이라는 건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C동 옥상에 있는 소대 이상 규모의 병력과 합류만 하면 그다음부턴 쉬워진다.

그롸아아아―

열두 시부터 세 시까지 90도에 걸쳐 방사형으로 몰려오는 좀비들. 하지만 이제 정말로 그 규모가 확연하게 줄었다.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싸운다면 진우 혼자서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잘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맡아주십쇼! 저희는 이제 돌파하겠습니다!”

강 소위와 네 명의 병사가 어느 정도 평상심을 회복하자, 진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측면의 좀비들 수도 꽤나 줄어서 이제 충분히 싸울 수 있는 규모다. 해보겠다는 자신감과 용기만 있으면 저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우는 두 명의 사수와 두 명의 근접전 스페셜리스트, 한 명의 짐꾼을 이끈 채 전방의 C동 건물을 향해 돌진했다.

탕, 탕, 타앙― 탕, 탕―

재빨리 총구의 방향을 바꿔가며 앞쪽의 좀비들을 처리하던 진우가 15도 우측을 가리켰다.

“두 시 쪽으로 나가야 돼! 더 이상 벽에 붙지 마!”

철책을 따라 달려가고 있던 여섯 명의 선발대는 즉각 방향을 바꿔 사선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지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굳이 포기해 가면서 방향을 바꾼 이유는,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좀비들에게 덮쳐지지 않기 위해서다.

그롸아악― 그르르르―

C동의 2, 3층 복도를 점령하고 있던 좀비들이 가까이 다가온 진우 일행을 보고 흥분해 크게 울부짖는다. 그러고는 창문을 박살 내며 아래로 몸을 내던졌다.

와장창― 쨍그랑―

유리 조각의 비가 쏟아지고, 그 사이사이에 끼어 좀비들도 떨어져 내렸다.

쿠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나뒹굴던 좀비들이 부러진 뼈를 덜그럭거리며 다시 일어나서 뛰어온다.

“으아! 어느 쪽부터 쏴야 돼?”

양방향에서 좀비들에 에워싸이게 되자, 구 상병이 당황해하며 외쳤다. 유빈이 작전을 설명해 줄 때, 뛰어내리는 놈들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했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고 나니 압박감이 확 그를 덮쳤다.

복도에서 몸을 내던진 좀비들이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가깝다.

“그냥 네 방향 집중해! 여긴 우리한테 맡기고!”

맹수처럼 네 발로 달려드는 좀비의 머리통을, 그보다 훨씬 더 무서운 맹수의 표정으로 후려갈기며 보안관이 소리를 질렀다. 까짓것, 많다고 해봐야 열댓 마리. 그중에 반은 추락하면서 관절이 부러진 상태다. 그러니 태권소녀와 나눠서 상대를 하면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으아아!”

황 일병의 입에서 비명과 기합의 중간 정도 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데도 불안해서 오줌을 지릴 것만 같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약간은 흘러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세 방향에서 포위라니…….

힐끔 엿본 등 뒤에서는 보안관과 태권소녀가 좀비들에 둘러싸인 채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 까딱 실수 한 번만 하면 물려서 저세상행인데… 저 둘은 마치 몸 전체에 갑옷이라도 두른 듯 거침없는 움직임을 보인다.

“젠장, 이건 딱 보니까 어제 죽은 놈인데…….”

멀쩡한 군복을 입은 좀비가 세 발로 뛰어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보안관이 혀를 찼다. 모두 다 구해주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들이 도달하기 전에 이미 낙오되어서 물린 놈들이 있는 모양이다.

사연은 안됐지만, 그렇다고 봐줄 수는 없는 일. 보안관은 해머를 높이 치켜들었다.

빠가각―

보안관의 해머에 강타당한 군복 좀비가 왼쪽으로 날아간다. 태권소녀는 딱히 당황하지도 않고 날아오는 좀비의 시체를 피하며 곧바로 풀스윙을 휘둘렀다.

까앙―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은 또 다른 좀비의 시체가 바닥에 나뒹군다. 그사이 보안관은 절룩거리며 뛰어오는 놈의 턱을 저 멀리 날려 버렸다.

두 친구에게 뒤를, 두 병사에게 앞을 맡긴 진우는 C동 입구에서 몰려나오는 좀비들을 잡았다.

탕, 탕, 탕, 타앙― 탕, 탕, 탕―

1층과 계단 주변에 있던 놈들이 잔뜩 뛰어나오다가 진우가 쏜 총알에 미간을 관통당한 채 나자빠졌다.

“아아아~! 어어어!”

C동의 옥상 끝에 모여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쉬지 않고 탄성과 걱정의 목소리가 울렸다. 건물 안에 정말 어지간히도 많은 놈들이 몰려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 많은 놈들이 한꺼번에 뛰어나가는 모습도 엄청나지만, 입구로부터 몇 미터 내에 그것들의 발을 묶어놓은 채 모조리 쏴 죽이는 저 특수 요원의 능력도 정말 대단하다.

특수 요원의 몸이 살짝 방향을 바꾸고 총이 발사되면, 어김없이 좀비 한 마리가 바닥에 뻗는다. 그리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그 명중을 확인하는 동안에 특수 요원은 벌써 다른 좀비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게다가 가끔 한 번씩은 몸을 뒤로 돌려 다른 병사 둘을 돕기까지 한다.

“들어가자!”

입구와 1층 계단 주변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은 진우가 외쳤다. 보안관과 태권소녀도 뛰어내린 좀비들을 거의 다 처리한 상황이었다.

진우와 두 근접전 캐릭터가 앞장을 서서 건물 안으로 진입했고, 구 상병과 황 일병은 계속 3점사를 날리면서 뒷걸음질로 합류했다.

“최대한 빠르게 올라간다! 주변에서 뛰어다니는 놈들만 잡아!”

진우가 탄창을 갈아 끼우며 외쳤다. 어차피 옥상까지만 올라가면 40명가량의 병사들이 있다.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좀비들을 잡고 또 동시에 사방에서 밀려드는 놈들을 모두 상대하는 것보다는, 일단 합류한 뒤 분대 단위로 조를 짜서 소탕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게다가 이 건물은 계단도 세 개나 되기 때문에 한 번 좀비들과 숨바꼭질을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시간이 늘어지게 된다.

탕, 탕, 탕, 탕, 타앙― 탕, 탕, 탕―

한 층을 오를 때마다 진우는 양쪽 복도에서 덤벼오는 놈들을 향해 5.56㎜탄을 퍼부어주며 동료들이 합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덕에 여섯 명의 선발대는 순식간에 3층을 돌파했고, 어느새 옥상으로 이어진 계단에 설 수 있었다.

“아! 진짜 지겨워! 여기도 이걸 다 치워야 되네!”

옥상 계단 주변에 쌓아놓은 장애물들을 보며 보안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리 힘에 부치는 일은 아니지만, 이제 여정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 새로 나타난 퀘스트니까 하기 싫어지는 게 당연하다.

탕, 탕, 투투둑― 투투투― 탕, 타앙―

진우와 두 병사는 3층 복도와 아래층 계단에서 올라오는 놈들을 쓰러뜨리느라 여념이 없다. 유빈은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탄창을 꺼내 든 채 기다리다가 손을 내미는 사수에게 전달해 준다.

“으랏차!”

묵직한 철제 책상들을 아래로 집어 던져 버린 보안관이 장갑을 낀 손으로 옥상 문을 쾅쾅! 두들겼다.

“열어요! 구조대입니다!”

“왔다! 아우! 정말 왔어!”

철문 바깥쪽에서 환호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그런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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