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1+700 VS. 1,200 (4)
“황 일병! 벽으로 붙어! 각도 줄여!”
진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 황 일병은 쉽사리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쭈뼛거린다. 계단을 내려오기 전에 미리 말해뒀던 부분이지만, 막상 땅에 발을 딛고 사방에서 달려드는 좀비들을 보고 있으니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모양이다.
투투툭― 투투둑― 투투투―
그롸아아아―
탕, 탕, 탕―
그와아아―!
달려들던 좀비들은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뒤쪽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이내 뒷줄에 서 있던 놈들이 풀쩍 뛰어오른다.
“엇쭈! 이 새끼들이 여기에 이렇게나 많이 숨어 있었어?”
건물 뒤편과 아래에서 어슬렁거리던 좀비들이 달려들자, 보안관은 해머를 크게 휘둘러 녀석들의 대갈통을 후려쳤다. 태권소녀도 각도를 벌려서 반대편의 좀비들을 상대했다.
빠아악―
알루미늄 배트가 좀비들의 관자놀이를 강타할 때마다 얇은 뼛조각이 부러지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황 일병, 움직여! 좌로 붙어!”
진우는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지금처럼 소수의 인원으로 에워싼 좀비들을 돌파할 때, 벽을 탈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전략적 이점을 준다. 그 작은 변화만으로도 신경 써야 하는 각도가 정확히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야이, 개새끼야! 뒈질래? 움직이라고! 벽 타!”
구 상병도 참다못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네, 넷! 움직이겠습니다!”
익숙한 고참의 호통이 귀에 콱 박히자 황 일병은 그제야 천천히 철책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각도를 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하자, 그것만으로도 훨씬 안정감이 든다.
진우는 약 90도가량을 커버하면서 한두 발짝씩이라도 전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간격 유지해! 발을 계속 움직여!”
총알을 퍼부으면서 진우는 계속 진형을 유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럴 때 누구 하나라도 흥분해서 너무 앞서 나가거나 뒤처지면 전열이 흐트러지고, 그걸 수습하려면 또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게 된다.
투투툭― 탕― 탕, 탕― 투투둑, 투두둑―
총소리가 요란하게 귀를 때리고 그보다 더 큰 좀비들의 포효가 울려 퍼지자, 주변 건물 옥상의 사람들은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빠른 속도로 달려들던 좀비들이 진우에게 걸려 머리가 터진 채 뒤로 날아가기라도 하면 ‘오오오~!’ 하는 거대한 함성이 터진다.
여섯 명의 실탄 배달조가 벌이는 전투는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처럼 수많은 관객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쉘터 주차장은 순식간에 콜로세움이 되어버렸다. 목숨을 건 전사들의 혈투를 지켜보며, 옥상 위의 민군들은 온 마음을 다해 배달조를 응원했다.
이 거대한 스케일과 박진감! 게다가 이 싸움에는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운명도 함께 걸려 있다. 여섯 영웅이 실패하면, 결국 700명이 다 죽는다.
“젠장! 위에서 지원사격해 달라고 요청할 걸 그랬나 봅니다!”
황 일병이 탄창을 교환하며 앓는 소리를 한다. 그에게는 이제 실탄이 60발밖에 남지 않았다. 진우가 큰 소리로 그를 달랬다.
“괜찮아! 이제 다 왔어! 이게 더 나아!”
어차피 옥상에서 쏴대는 지원사격이라고 해봐야 대여섯 명이 날리는 부정확한 3점사일 뿐이다. 어차피 거기에 있는 군인을 통틀어도 그 정도 인원밖에 안 된다.
지금처럼 빠르게 달려드는 좀비들을 상대로 그런 식의 사격을 해봐야 명중률은 10퍼센트를 넘기 어렵다.
오발 사고에 대한 걱정도 그렇고, 실탄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쓸 수 없는 작전이다. 그러니 아예 개입하지 말라고 한 판단이 옳다.
“D동! F동! 계속 담배 피워! 담뱃불 꺼뜨리지 마!”
수감자 숙소의 옥상에서 강 소위가 확성기를 통해 명령했다. 그 말을 들은 위험 환자 숙소의 사람들이 다시 열심히 라이터를 켜 댄다.
여섯 명이 좀비들과 벌이는 뜨거운 싸움을 숨죽인 채 바라보느라 담배 피우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타앙― 탕, 탕, 탕― 타앙―
진우는 사방으로 총구를 돌리며 달려드는 좀비들을 처치하고, 한 발짝씩 전진을 했다. 그런데 양옆의 두 병사는 그렇게 하는 게 꽤 버거운 상황이다.
목표로 삼았던 시멘트 덩어리까지는 아직도 10미터 이상이 남았다. 유빈이 던져 둔 담배 깡통이 어느 정도 좀비들을 잡아두고는 있지만, 확실히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뺄까? 나중에 다시 와도 돼!”
진우가 탄창을 교환하며 소리쳐 물었다. 다른 두 병사의 실탄이 30여 발밖에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한 실탄의 수가 뼈에 사무치게 아깝지만, 무모하게 달려들다가 죽는 것보다는 재도전이 낫다. 보다 못한 보안관이 나섰다.
“야! 됐어! 그만 가도 돼! 이만하면 충분히 던질 수 있는 거리야! 그만 가도 되니까 비켜서!”
“진짜? 꽤 멀어!”
구 상병과 함께 각도를 벌려 서며 진우가 물었다. 거리는 20미터 이상, 목표물의 높이는 17미터. 묵직한 무게의 배낭을 던져 올리기에는 부담스러울 만한 거리와 각도다.
그롸아아아―
잠시의 여유도 줄 수 없다는 듯, 좀비들이 맹렬하게 울부짖으며 아가리를 쩍쩍 벌린다. 진우는 미친 듯이 놈들의 미간에 총알을 박아 넣고, 보안관이 충분히 도움닫기를 할 수 있는 위치로 옮겨 섰다.
“줘! 빨리!”
보안관이 해머를 내려놓고 유빈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빈은 청 테이프로 표시해 둔 첫 번째 배낭을 건네며 소리를 질렀다.
“그거 던져 보고, 안 되면 곧바로 후퇴하는 거야!”
“안 될 일이 없다니까! 넘어가면 넘어갔지, 안 닿지는 않아!”
보안관은 호기롭게 외치면서 배낭을 묶어둔 빨랫줄을 잡고, 팔을 크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윙― 윙―
물기 가득한 옷으로 완충재를 삼는 바람에 원래부터 무거웠던 배낭에 빗물까지 잔뜩 스며들었지만, 보안관은 그걸 한 손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려 댄다.
훙― 훙―
허리 아래쪽에서부터 시작한 스윙은 금세 어깨 위로까지 올라왔다. 보안관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배낭을 회전시키면서 허리를 뒤로 젖혔다. 그러고는 힘차게 한 발을 내디디면서 배낭을 집어 던졌다.
휘이이이―
빨랫줄을 꼬리처럼 길게 늘어뜨린 배낭이 하늘을 난다.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안타까움과 기대, 그리고 두려움과 감탄이 섞인 탄성이 흘러나왔다.
빗속을 뚫고 날아가던 배낭은 목표로 삼았던 C동의 옥상을 절반이상 가로질러 날아간 뒤에야 떨어졌다.
과연 대단한 힘! 성공이다!
“우와아아아!”
주변 건물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들어갔어? 들어갔냐고?”
좀비들을 쓰러뜨리느라 잠시도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진우가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병사들도 귀를 쫑긋 세운 채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그래! 들어갔어! 자, 보안관! 이것도 던져! 방금 전처럼만 해!”
유빈은 앞쪽의 사수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고, 미리 준비해 뒀던 두 번째 배낭을 보안관에게 넘겼다.
“껌이지! 이까짓 것쯤이야!”
기세가 오른 보안관은 빨랫줄을 꽉 움켜쥐고 힘차게 배낭을 돌렸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 투구도 정확하게 C동 옥상으로 날아갔다.
“와아아아! 와아아!”
옥상의 민간인과 군인들은 이미 승리를 다 쟁취한 사람들처럼 큰 소리로 환호를 해 댄다. 진우와 두 병사의 총소리가 묻힐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다.
“이제 가자!”
두 번의 미션을 성공리에 마친 보안관이 해머를 챙겨 들고 진우의 등을 두드리려 할 때, 유빈이 또 배낭을 내밀었다.
“아직 아냐! 이것만 던지고 가! 하나 더 해야 돼!”
“왜? 이건 뭐야? 두 개라고 했잖아!”
보안관은 배낭을 받아 들고 나서도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투투투― 투투둑―
탕, 탕, 탕, 탕―
열심히 사격하고 있는 진우와 두 병사도, 태권소녀도 마찬가지였다. 왜 갑자기 배낭의 수가 늘었단 말인가. 유빈은 손을 내저으며, 일단 빨리 던지기나 하라고 채근했다.
“알았어. 이까짓 것, 힘든 일도 아니니까 던지기는 한다만…….”
보안관은 갑자기 바뀐 작전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열심히 배낭을 회전시키다가 있는 힘껏 내던졌다.
배낭이 제대로 날아가는지 지켜보기도 전에 유빈은 보안관에게 해머를 쥐어 주고, 진우의 등을 두드렸다.
“이제 가자!”
“저거, 제대로 날아가는지 보지도 않았잖아!”
뒤돌아 달려가면서 진우가 물었다.
“이미 다 던졌는데, 결과가 어떻든 마찬가지야! 다른 데 떨어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빠져!”
유빈도 전속력으로 뛰며 대답했다. 그가 냉정하게 말하고 있는 동안에 보안관이 던진 세 번째 배낭도 C동 옥상에 안착했다.
세 번의 연이은 스트라이크!
쉘터 건물들마다 축제 분위기가 끓어오른다. 하지만 아직 배달 팀 여섯 명은 수감자 숙소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이다.
탕, 탕, 탕, 탕―
투투둑―
진우와 두 병사가 가까이 달려오는 좀비들을 쏴서 자빠뜨리며 길을 텄다. 일행은 빠르게 내달려서 건물 입구로 들어섰다.
“안에! 안에! 좀비! 좀비!”
옥상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외친다. 그중에는 삼식이와 제니의 안타까운 외침도 섞여 있다.
“우리 나온 사이에 들어간 놈들 있나 봐! 앞에 조심해!”
후방에서 따라가던 태권소녀가 미리 경고를 해준다. 진우는 날카롭게 좌우를 훑었다. 로비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다.
그롸아아아―
계단 위에 올라가 있던 좀비들이 부웅, 몸을 날려 일행들을 덮친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동선. 하지만 진우는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총구를 그쪽으로 돌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타앙― 탕, 탕―
번개처럼 빠른 조준, 그리고 그보다 더 빠른 격발. 진우와 두 병사를 향해 날아올랐던 세 마리의 좀비는 가슴과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계단 아래로 나뒹굴었다.
“어딜, 이 새끼야!”
보안관은 입구 앞에 딱 버티고 서서 쫓아오던 좀비들의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호되게 해머로 후려갈겼다.
기세만으로 보자면 천하제일이지만,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 수없이 계속 밀려드는 좀비들을 그 혼자서 상대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젠장, 언제까지 꾸역꾸역 몰려들 거냐. 쯧!
“올라가! 보안관!”
두 명의 병사를 먼저 계단 위로 올려 보낸 진우가 자리를 잡고, 보안관을 부른다. 보안관은 한 번 더 크게 해머를 휘둘러 좀비들을 밀쳐 낸 후, 재빨리 돌아서서 뛰었다.
툭― 투둑― 투투두― 투투두― 투투― 툭―
모드를 3점사로 바꾼 진우는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수감자 숙소의 입구에는 좀비들의 시체가 어지럽게 쌓여간다.
이만하면 충분히 거리를 벌렸다 싶어진 진우는 마지막으로 계단을 뛰어올라 친구들의 뒤를 쫓아갔다.
“하아~ 하아~”
팔자에도 없이 특수 요원 부대의 선봉에 서게 된 구 상병과 황 일병은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계단을 올랐다. 그들의 탄창에는 정말로 몇 발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탄창을 빼서 확인해 볼 여유는 없지만,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여섯 발을 넘을 것 같지는 않았다. 구 상병은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이제 진짜 더 이상은 좀비가 나타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그롸아아악― 끄와아아―
이런 젠장!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구 상병은 이를 악물었다. 세 마리의 좀비가 아가리를 벌리고 복도 쪽에서 뛰어온다. 두 병사는 곧바로 총구를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둑― 투투투― 투투둑―
둘이 합쳐 아홉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두 마리의 좀비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하지만 한 마리가 빗발치는 총알들 사이를 꿰뚫고 그들을 향해 달려든다.
틱― 틱―
공이가 빈 약실을 때리는 소리!
두 병사의 총에서 실탄이 바닥났음을 알리는 소리가 울린다.
헉, 그 대단한 싸움을 다 잘해놓고 여기에서…….
구 상병과 황 일병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파랗게 질렸다. 좀비의 갈퀴 같은 손은 어느새 바로 코앞까지 덮쳐져 와 있다. 그때였다.
“아잣!”
두 병사의 어깨를 짚고 뒤로 당기며 튀어나온 태권소녀가 날카로운 뒤돌려 차기를 좀비의 가슴팍에 날렸다.
끄웨에에―
좀비는 자기 혀를 깨물며 뒤로 몇 걸음이나 밀려났다. 그사이 자세를 갖춘 태권소녀는 야구 배트를 꽉 쥐고 허리를 돌렸다.
까앙―
그녀의 풀스윙이 좀비의 이마를 정통으로 맞추자, 정말 야구장에서나 들을 법한 맑은 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 퍼진다.
목이 뒤로 꺾인 좀비가 다시 중심을 잡기도 전에 태권소녀는 다시 한 번 배트를 돌렸다. 이번에는 골프 스윙처럼 위로 쳐올려서 무방비로 노출된 좀비의 뒤통수를 갈겼다.
으쩍―
뼈가 여러 개의 조각으로 박살 나는, 둔탁한 소리! 좀비는 기묘한 각도로 목이 꺾인 채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하! 진짜네…….”
황 일병의 입에서 감탄의 말이 터져 나왔다. 겉보기에는 그저 늘씬하고 길쭉한 여자였는데, 저런 힘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밖에 나가서 싸우는 동안 계속 전방만 주시하고 있던 그이기에, 태권소녀의 몸놀림을 유심히 본 건 처음이었다.
그녀에게라면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다고 했던 보안관의 말이 그저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었다.
“일어나! 빨리 가야 돼!”
좀비를 쓰러뜨린 뒤에도 태권소녀는 별 흥분하는 기색 없이 뒤로 넘어져 있는 병사들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보안관과 진우도 때마침 3층으로 올라왔고, 모든 상황이 정리된 걸 확인한 유빈이 옥상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딱 세 번 만의 노크에 곧바로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감격한 표정의 병사와 민간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곱니다! 진짜! 최고! 사랑해!”
유빈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사방에서 사람들이 덮쳐온다. 잃어버렸던 가족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뜨거운 포옹이다. 두 병사에게도, 태권소녀에게도, 보안관에게도 사람들은 두 팔을 벌리고 달려들어 꽉 껴안았다.
“으, 읍! 이럴 때가 아니… 뒤에…….”
유빈은 볼과 입이 거의 틀어막힌 채로 열심히 떠들었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지금 뒤에 좀비들이 쫓아오고 있어요! 다 끝난 게 아니라고요! 이제 겨우 막 시작된 거예요! 문을 닫아야 합니다!’ 따위의 말들을 하려고 했는데, 워낙 꽉 끌어 안겨진 바람에 도통 말이 나오지 못했다. 말은커녕 숨을 제대로 쉬기도 힘들다.
투― 투투― 투투투― 투투둑―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깜짝 놀라 포옹을 풀고 뒤로 물러났다.
마지막까지 계단 앞을 지키던 진우가 뛰어 올라오는 좀비들을 향해 3점사를 퍼부어준 소리였다.
“막아요! 아직 여유 있습니다!”
사격을 마친 진우는 재빨리 옥상으로 뛰어나와 문을 닫았다. 병사들이 달려와 실외기를 쌓아서 문을 받친다.
한 겹! 그리고 또 한 겹!
쿵―
잠시 후부터 다시 문에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질긴 놈들……. 도무지 포기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괜찮습니다! 여기는 저희가 맡을게요!”
이를 악물고 문을 밀며 버티고 있던 진우에게 옆의 병사들이 한목소리로 외친다. 진우는 그들에게 문지기 역할을 맡기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하아아~!”
진우는 깊은 한숨과 함께 일행들의 곁에 주저앉았다.
“고생 많았다. 정말 이 고마움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강 소위와 김 중사가 다가와 실탄 배달팀에게 치사를 하며 손을 잡았다.
“지금 보급된 실탄은 특수 요원들과 우리 전우들의 목숨을 걸고 전달된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 발, 한 발의 실탄을 내 목숨이라고 생각하고 쏜다! 각 분대장이 지목한 우수 실력자 우선으로 탄창을 지급하도록!”
인사를 마치고 돌아간 강 소위는 확성기를 꽉 붙잡고 다시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그 역시 이번에 배달된 총알이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C동에는 현재 가장 많은 병사들이 피신해 있다. 저 많은 좀비들의 수를 감당하려면 그들의 전투력이 필요하다.
“걱정 많이 했어요.”
잠시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마음을 졸였던 삼식이와 제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들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아야야…….”
한계까지 육체를 내몰았던 구 상병과 황 일병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말… 숨도 제대로 못 챙겨 쉴 만큼 정신없이 흘러간 몇 분이었다. 아직도 눈앞에 좀비들의 끔찍한 몰골이 어른거리고, 귓가에는 놈들의 포효 소리가 남아 있다.
“그 짧은 순간에 손바닥이 다… 물집이 잡혔어… 얼마나 총을 꽉 잡고 있었는지…….”
구 상병이 손바닥을 들어 보인다. 아직도 미세한 떨림이 가시지 않은 그의 손아귀는 물집이 터지고 찢겨 빨간 속살이 드러나 있다. 총이 부서져라 꽉 움켜쥐고 용을 쓴 탓이다.
“진짜… 아슬아슬했죠? 저는 마지막에 가방 던지기 직전까지도 이거 성공 못할 줄 알았습니다. 하아아~”
황 일병도 한숨을 내쉰다. 말을 하는 동안에도 윗니, 아랫니가 계속해서 딱딱 부딪칠 만큼, 그는 온몸을 심하게 떨었다.
“큭크크, 저 새끼 작전이… 영 구렸어. 뭔가 너무 허술하게 준비하고 나갔던 거잖아. 가방도 두 개만 던지면 된댔다가, 실제로는 하나를 더 던지라고 하질 않나. 어이구~”
보안관이 유빈을 지목하며 놀려 댔다. 유빈은 손사래를 치며 진우에게 책임을 돌렸다.
“아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내 작전은 괜찮았어. 진우가 복도에서 총알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막상 주차장에 내려가서 총알이 부족했던 거잖아…….”
“그게 아니라 보안관이 담배통을 너무 멀리 던졌어. 그래서 힘들었던 거야. 이 주변의 좀비들을 꼬시려고 던진 건데, 연기가 이쪽으로는 오지도 않았는데 뭘.”
진우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농담을 들으며 엷은 미소를 짓고 있던 태권소녀가 유빈에게 물었다.
“근데, 아까 가방은 왜 세 개였냐? 분명히 두 개만 던진다고 했잖아.”
“아아… 그거. 그… 맨 첫 번째 배낭은 벽돌로 무게만 비슷하게 만든 짝퉁. 그걸로 보안관이 제대로 던지는지 확인한 다음에 진짜 총알이 든 가방들을 줬지. 귀한 총알이 혹시라도 제대로 날아가지 않으면 큰일 나니까.”
유빈은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야말로 걱정 전문가다운 발상이다. 보안관이 어처구니없어 하며 중얼거렸다.
“허, 이런 바보. 중고나라 사기도 아니고… 벽돌이라니. 그거 열어 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뭐, 어차피 그거 뜯고 있는 동안에 두 번째, 세 번째 배낭도 도착했으니까 거기에 집중했겠지.”
유빈은 그닥 신경 쓰지 않는다. 잠시 후, C동의 옥상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쳐 왔다.
“C동, 탄창 30개, 벽돌 네 장 수령 확인합니다! 30개 탄창 중 12개, 각 분대에서 선발한 우수 사수에게 지급했습니다! 발포 허가 바랍니다!”
벽돌 네 장?
강 소위는 자기가 뭘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어쨌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했다. 그는 확성기의 스위치를 누르고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발포 허가한다!”
“발포 허가 확인했습니다!”
C동의 병사도 큰 소리로 대답했다. 쉘터 내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C동 난간 밖으로 겨눠졌던 여섯 개의 총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타앙! 타, 탕, 타, 탕! 탕, 타앙!
머리가 뚫린 좀비들이 뒤로 넘어간다. 장관이다. 사람들의 환호가 그 뒤를 따른다. 잠시 재조준의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한 번 총성이 울려 댔다.
타, 탕! 타앙! 탕! 타아앙!
“아아~!”
강 소위는 희열에 가득 찬 표정으로 지그시 눈을 감았다. 맞은편 건물에서 울려오는 총성은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승리의 기운을 쉘터 전체에 퍼뜨리는 기계신의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