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박 이병, 쉘터 구하기(4)
김 중사가 가리킨 장벽 밖, 그들로부터 400미터 이상 떨어진 6층 건물의 사무실에서 진우는 천천히 총구를 움직여 가며 방아쇠를 당겼다. 건물의 문을 부수고 난입하려는 좀비들과 외부 계단을 타고 기어오르는 좀비들이 제1타깃이었다.
타아앙―
총알이 발사될 때마다 한 마리씩, 좀비들이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고꾸라진다. 기계처럼 사격을 하던 진우는 문득 시간을 확인했다.
불을 지르고 오겠다고 간 유빈이 떠난 지 어느덧 두 시간이 넘게 흘렀다. 그사이 하늘도 꽤나 어두워져 버렸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밤이 되면, 희망을 준다는 이 스나이퍼 짓도 할 수 없게 된다.
‘괜찮은 건가… 이놈들.’
진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탄창을 갈아 끼우고 있을 때,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응? 뭐야?”
강 소위가 깜짝 놀라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군자역 방향에서 중형차 한 대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있다. 어둑해진 도로 위에서 반짝이는 헤드라이트가 너무도 이질적으로 보인다.
“오빠들이네요.”
쉰내 나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제니가 반가운 목소리로 일러준다. 신입과 규영, 임수정도 별로 놀라는 기색 없이 짐을 챙길 준비를 하고 있다. 진우도 안심한 듯 엷은 미소를 짓고 다시 저격 준비에 들어갔다.
그들의 예상이 맞았다. 중형차는 슈퍼마켓 앞에 멈춰 섰고, 불을 지르러 갔던 다섯 명이 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아, 오래 기다렸지? 하아~ 하아~ 좀비들이… 계속 나타나지를 않아서… 그놈들 기다리느라고.”
가장 앞서 뛰어 올라온 유빈이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참았던 숨을 몰아쉰다.
“불 잘 질렀어요?”
제니가 유빈에게 바짝 다가서며 물었다. 유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화끈하게 질러 버렸지. 기가 막히게 큰불 났어. 아마 한… 두 블록 정도는 다 타버리지 싶은데, 차들이 워낙에 잔뜩 멈춰 서 있어서 다 옮겨붙었어. 아마 옥상으로 올라가면 여기에서도 보일걸? 하늘이 훤할 거야.”
불장난에 성공한 어린아이처럼 들뜬 표정의 유빈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좀비들은요?”
“군자역 사거리에서 우회하는 거 확인하고 오는 거야. 거기다가 불을 질러놨거든. 앞으로도 계속 그쪽으로 가주면 좋겠는데…….”
유빈은 땀을 닦아내고 나서 자신의 배낭과 짐을 들었다. 수천 마리 좀비들의 방향을 틀어놓았으면서도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투다.
그사이 보안관과 나머지 일행들도 문을 열고 들어섰다. 큰불을 보고 온 직후여서 그런지, 다들 잔뜩 상기되어 있다. 강 소위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
“수고했어. 그런데… 차는 대체 어디에서…….”
“열쇠 꽂혀 있는 차를 골라서 다른 차 배터리와 바꿨어요. 도로가 뻥 뚫려 있는 걸 보니까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아깝더라고요.”
유빈은 간략하게 대답을 해주고 창가의 진우에게 다가갔다.
“잘하고 있냐? 희망 많이 쐈어?”
진우는 바닥에 늘어놓은 빈 탄창들을 들어 보였다.
“아낌없이 듬뿍 안겨줬지. 근데 이제 잘 안 보여. 너무 어두워서.”
“아, 그럴 시간이 벌써 한참 지났겠네. 가방 챙겨, 진우야. 아… 그리고 탄창도 다시 채워. 이젠 다음 단계로 가자.”
“다음 단계?”
탄창을 꺼내 자신의 전술 조끼에 채워 넣으며 진우가 물었다. 유빈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번에는 돌파야. 그러려고 차도 가져왔고. 강 소위님도 준비하세요.”
유빈은 자신과 진우, 보안관과 고 하사, 그리고 강 소위를 첫 번째 승차팀으로 지목했다. 진우 가는 곳에 언제든 따라가는 삼숙이가 함께 나가고 싶어 했지만, 제니와 태권소녀가 붙잡아 만류시켰다.
“안 돼, 안 돼. 이놈. 여기 언니랑 같이 있어야지. 응? 그렇게 해줘라.”
제니는 삼숙이의 얼굴을 주무르며 혼을 빼놓았다. 태권소녀가 든든하게 지킨다고는 해도 이 많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사나운 개 한 마리쯤 있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헥, 헥, 헥… 삼숙이는 눈을 껌뻑거리면서 진우와 제니를 번갈아 본다.
“금방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 친구들 부탁할게.”
진우는 삼숙이의 등을 쓸어주고 나서 문을 나섰다. 삼숙이 녀석은 그제야 포기한 듯 그 자리에 엎드린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 잘되든 안 되든 오래 끌지 않고 돌아올 거니까.”
유빈도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다. 부축을 받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강 소위가 유빈에게 물었다.
“저기… 자네는 원래 그렇게 걱정이 없는 성격인가?”
풋, 그 말을 듣자마자 보안관과 진우가 빵 터졌다. 영문을 몰라 하는 강 소위에게 보안관이 말했다.
“정반대죠. 삶 자체가 걱정인 놈이랄까. 딱 보기에도 늘 미간이 찡그려져 있잖아요.”
그런가… 강 소위는 옆에서 부축을 해주는 유빈을 돌아보았다. 말을 듣고 보니 퍼렇게 멍든 얼굴이 어딘가 수심이 가득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하면서 그렇게 무덤덤할 수가 있지? 목숨이 걸린 위험한 상황인데 별로 망설이지도 않고, 척척 판단을 내리고 있잖아.”
“그렇게 이상할 일 아니에요. 그냥 쟤네들 능력을 믿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정 무서운 일은 아예 할 생각도 안 하고요. 머리 조심하세요.”
유빈은 강 소위를 뒷좌석에 앉히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얼른 운전석을 차지한다. 보안관과 고 하사가 강 소위를 가운데 끼고 앉았다. 진우의 위치는 조수석이다.
“어? 이거… 야! 내 자리, 문이 없는데?”
조수석의 문이 아예 뜯겨 나간 걸 보고 진우가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유빈은 또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아, 그거 내가 부탁해서 보안관이 해머로 부쉈어. 너 총 쏘려면 문이 없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벨트 메면 돼. 어차피 그렇게 멀리 갈 건 아니니까.”
조수석도 어지간히 뒤쪽으로 쭉 빼놨다. 진우는 조금 긴장하며 조수석에 앉아서 벨트를 조였다. 문이 없는 자동차에 앉는다는 건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사격을 위해서는 꽤나 편한 환경이기는 하다.
“어때? 적응됐어? 달리는 동안에 쏠 수 있을 것 같아?”
진우가 몇 번 몸을 옆으로 기울여 조준 자세를 취할 동안 기다리고 있던 유빈이 물었다.
“음, 대충…….”
진우는 자세를 바꿔보며 대답했다. 오른손잡이니까 왼쪽이 조수석이라면 더 편하긴 했을 테지만, 여기에서도 비스듬히 틀어 앉아서 왼쪽 다리를 뻗어 중심을 잡고 몸을 내밀면 된다.
“계획은 간단해요. 게이트인지 철책인지까지 차를 타고 들어갈 겁니다. 거기까지 갔는데, 가장 외부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진우랑 보안관, 군인 두 분이 내려서 그 건물을 차지하는 거예요. 여기 총알 가방도 있으니까 거기에 있는 군인들이랑 같이 싸우면, 그 정도는 충분할 겁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는 다시 여기로 와서 다른 사람들을 마저 쉘터 쪽으로 태워 갈게요.”
“그… 만약에 건물 주변이 다 좀비들이라면 어쩌지?”
고 하사가 물었다. 유빈은 대수롭지 않게 곧바로 대답했다.
“그럼 몇 마리 잡고 곧바로 빠질 거예요. 낚시해 봐서 안 되면, 나중에 다시 가면 됩니다.”
“어이, 덩치 큰 친구. 나도 총이 있는데… 내가 그쪽에 앉을까?”
뒷좌석 중간에 끼어 앉은 강 소위가 보안관에게 물었다. 보안관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진우, 쟤가 쏘게 내버려 두세요. 총 솜씨가 영 별로시라면서요?”
“뭐… 그게 사실이니까 화는 안 내겠지만, 그럼 나는 대체 왜 여기에 끼어 있는 거야? 고 하사도 그렇고.”
강 소위가 묻자, 유빈이 고개를 뒤로 돌리며 대답했다.
“지금 강 소위님이 저기 남아 있는 유일한 장교라고 했잖아요. 강 소위님 역할은 통솔이에요. 안정을 주셔야죠.”
“아니… 무슨 작전이 뭔지도 하나도 모르는 사람한테 통솔이 다 웬말이야? 계획은 자네 머릿속에 다 들어 있잖아. 난 그냥 내려오라니까 내려왔고, 차에 타라니까 탄 수준인데… 무슨 말로 안정을 시키라고?”
“그냥 무조건 걱정하지 말라고 하세요. 다 구조할 거니까 차분히 꾹 참고 기다리라고.”
유빈은 핸들을 꽉 잡고 기어를 바꾸며 말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유빈은 가속페달을 밟았다.
부우우웅―
자동차는 도로 위의 어둠을 뚫고 기세 좋게 달려 나간다.
“우와!”
바로 아래쪽에서 노면이 휙휙 지나가는 걸 보며, 진우는 가벼운 탄성을 질렀다. 문 하나 있고 없고가 이렇게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주다니… 막힘없이 불어오는 바람이 속도감을 몇 배로 높여준다.
장벽까지는 금방이었다. 트럭의 충돌과 크레모아 폭발 후폭풍으로 구멍이 뻥 뚫린 장벽 앞에서 유빈은 살짝 속도를 줄이며 말했다.
“그냥 돌파할 겁니다! 꽉 잡으세요!”
흩어져 있는 벽돌과 돌 조각을 밟고 지나면서 자동차가 덜컹거린다. 하지만 크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끊겨 나가 있는 레이저 와이어 더미와 좀비들의 시체를 지나친 자동차는 무너진 게이트를 밟고 비스듬히 멈춰 섰다. 조수석의 진우가 쉘터 쪽과 마주 볼 수 있는 각도로.
“와아아! 저거 뭐야!”
옥상에 피신해 있던 사람들에게서 환성이 쏟아진다. 어둠을 환하게 밝히는 불빛과 자동차의 속도, 그리고 좀비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까지 접근해 오는 용기까지… 전부 다 그들을 흥분시킬 만한 것들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그들에게 손 한 번 흔들어주고 싶지만, 그럴 여유는 없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좀비들이 고개를 돌리고 뛰어오기 시작한 탓이다.
그롸아아아아―
좀비들은 아가리를 쩍 벌리며 헤드라이트의 환한 빛 속으로 달려온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열댓 마리는 훨씬 넘었다. 거리는 채 40미터도 안 된다.
“진우야! 온다! 무리다 싶으면 빼라고 말해!”
하이빔을 켜서 전방을 환하게 밝힌 유빈이 진우에게 외쳤다. 유빈은 벌써 기어를 후진으로 두고 언제라도 뒤로 빠질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진우는 몸을 돌려 총구를 밖으로 겨누며 대답했다.
“사실 너 별로 걱정하지도 않잖아.”
그런 후, 진우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가장 앞서서 달려오던 덩치 큰 좀비가 목이 꺾인 채 뒤로 넘어간다. 터져 버린 놈의 뒤통수가 바닥에 부딪치기도 전에 진우는 곧바로 다음 놈과 그 옆의 좀비의 미간을 향해 총알을 날렸다.
탕― 탕, 탕, 탕, 탕, 타앙― 탕, 탕, 탕, 탕― 탕, 탕, 탕―!
벼락같은 총소리.
순식간에 열 마리가 넘는 좀비들이 쓰러져 버렸다. 하지만 그 뒤로도 좀비들은 계속해서 달려온다.
탕, 탕, 탕, 탕― 탕, 탕―!
진우는 침착하게 하나씩 놈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이 정도쯤이야 사실 그리 어려운 과제도 아니다.
자동차의 불빛을 향해 달려들다가 자빠지는 좀비들의 시체가 점점 늘어갈수록 주변 건물들의 옥상에서 울려오는 환호성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왜 이것밖에 모여들지 않지? 그 많은 놈들이 안에 있는데…….”
유빈은 계속 앞뒤를 번갈아 보며 좀비들의 수를 헤아렸다. 내부 게이트를 뚫고 달려오는 놈들의 규모가 아무리 봐도 너무 적다. 계속 끊임없이 달려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십 단위다.
좀비들의 총수가 천 단위 이상이라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쉘터 건물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주차장 안쪽에서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탕, 탕, 탕― 탕, 탕―
유빈이 고심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진우는 꾸준하게 좀비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 댔다. 벌써 탄창 두 개를 비웠으니 적어도 50마리 이상의 좀비들을 잡은 것이다. 철책이 무너진 게이트 주변에는 놈들의 시체가 수북하게 쌓였다.
“게이트에서 가장 가깝다는 건물이 저거 맞죠?”
왼쪽의 수감자 숙소를 가리키며 유빈이 강 소위에게 물었다. 강 소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기는 애초부터 민간인들이 묵던 곳이 아니라서 경비가 허술한 곳에 세워졌어!”
유빈은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수감자 숙소를 살펴봤다. 건물 안에 난입해 있던 좀비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3층 건물의 깨진 창문들 사이로 보인다. 놈들은 진우를 반기기 위해서 엄청난 속도로 계단을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타당, 탕, 탕― 탕, 탕―
하이 빔의 사각에서 뛰어드는 놈들을 향해 진우가 총알을 퍼부어준다. 수감자 숙소 주변에도 좀비들의 시체가 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주차장 안쪽의 대규모 좀비들이 합류해 달려오는 듯한 기미는 없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뛰어들 기회였다.
“진우가 저걸 다 잡으면 안으로 들어갈 거예요! 진우랑 보안관이 앞장을 서고, 고 하사님이 강 소위님을 부축해 주시고요! 옥상까지 쳐서 4층을 쉬지 않고 올라가는 거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야 돼요!”
유빈은 몸을 뒤로 돌려 고 하사와 강 소위에게 계획을 일러줬다. 이렇게 허술할 때 진입하지 못하면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두 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빈은 고 하사에게 박 소위의 탄창 가방을 꼭 챙기라고 말하며 타이밍을 살폈다.
탕― 타탕― 탕, 탕―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진우는 기계처럼 꾸준한 페이스로 사방에서 달려드는 좀비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렸다.
무너진 벽 틈을 돌파해서 쉘터 내부로 들어온 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는 벌써 100여 마리의 좀비들을 죽였다.
“안 온다! 가려면 지금이야!”
진우는 안전벨트를 풀며 소리쳤다. 비록 소수이기는 해도 쉼 없이 몰려들던 좀비들의 웨이브가 잠깐이나마 뚝 끊기는 순간이 마침내 온 것이다.
해머를 꼭 쥔 채 준비하고 있던 보안관과 고 하사, 그리고 고 하사에게 기댄 강 소위가 차에서 내렸다. 진우도 바닥에 발을 디디며 자동차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
“플래시는?”
유빈이 물었다. 보안관은 머리에 쓴 헤드 랜턴을, 진우는 레일의 왼쪽 측면에 부착한 플래시를 가리킨다.
하이 빔 헤드라이트가 주변을 활짝 밝히고는 있지만, 일단 건물 내부로 들어간 뒤에는 빛의 사각을 비춰보기 위한 개인 조명이 필수적이다.
“우린 올라간다! 넌 가서 애들 데려와!”
수감자 숙소 입구의 좀비들을 향해 총알을 날리면서 진우가 말했다. 그의 뒤에 바짝 붙어 보안관과 두 군인이 따른다.
“만약에 내가 경적 울리면 조심하라는 신호야!”
유빈은 네 사람에게 행운을 빌어주고 자동차의 방향을 조금 틀어서 목표 건물을 더 잘 비춰주었다.
투투둑― 투투툭―
3점사로 모드를 바꾼 진우는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좀비들을 모두 쓸어버리며 수감자 숙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좀비 잡는 병력이 갑자기 네 명이나 자신들이 숨은 건물로 들어오는 걸 확인한 옥상의 병사들은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질러 댔다.
“하아~ 하아~”
눈과 귀가 모두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진우는 침착하게 한 발, 한 발을 내디뎠다. 벽에 막힌 헤드라이트 불빛이 사각에 아주 짙은 음영을 만들어낸 바람에 복도와 계단의 풍경은 굉장히 기괴했다. 눈이 부신 동시에 심연처럼 짙은 그늘이 여기저기 드리워져 있다.
시각에 온전히 기댈 수 없게 된 진우의 발걸음이 더 느려진다. 이 쉘터 안에 들어온 이상, 소름으로 좀비를 감지하는 디텍터는 사용할 수 없다. 벌써 아까부터 진우는 좀비들의 냄새와 느낌 때문에 온몸의 신경이 다 곤두서 있는 상태였으므로.
사방이 좀비들의 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콰창―
복도 저 멀리 안쪽의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진우는 총구를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렸다. 얼굴에 유리 조각들을 박은 두 마리의 좀비가 계단을 향해서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다.
탕― 탕!
진우는 놈들의 미간에 총알구멍을 하나씩 내줬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잠시 제자리에 서서 더 뛰쳐나오는 놈들이 없는지 기다렸다. 혹시라도 계단 중간에서 두 층의 좀비들로부터 협공을 당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일단 올라가는 것만 해! 내가 뒤를 받쳐 줄 테니까 뒤통수 걱정은 하지 말고! 저런 거 몇 마리는 내가 잡으면 돼!”
진우가 복도에 관심을 버리지 못하는 걸 본 보안관이 녀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전진하라고 외쳤다.
진우도 그 말을 따라 빠르게 계단을 뛰어올랐다. 일단 그가 길을 터야 고 하사와 강 소위가 따라올 때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탁탁탁― 탁탁―
수감자 숙소 계단에서 네 사람의 발소리가 불규칙한 리듬을 만들어내며 메아리친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플래시 불빛은 마치 그 리듬을 따라 춤을 추는 것 같다.
탁탁탁― 탁탁탁― 탁탁―
3층에 도착했을 때, 앞서 달리던 진우는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리듬이 너무 빨라졌다. 계단을 두드리는 발소리가 너무 많다.
이건…….
진우는 계단 아래의 세 사람에게 손짓을 하며 다급하게 외쳤다.
“빨리 올라와요! 뒤에서 쫓아오고 있습니다!”
빠아앙―
유빈이 울리는 경적 소리가 어둑한 복도 전체에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