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가장 뜨거운 날 (7)
얼―!
삼식이는 한 번 더 낮게 짖었다. 가슴을 펴고 있는 녀석의 모습은 화약 냄새 나는 것들이 있다고 경고할 때의 바로 그 자세였다.
“뭐… 여기가 잠실 수용소 부근이니까 그럴 수도 있어. 군인들이 작업하나 보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진우는 자세를 낮추고 K―2의 조준경으로 삼식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겨눴다.
조심해야 한다. 어제 그 미친 손가락 수집꾼들 같은 놈들을 또 만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
“어디냐아~ 어디에 있냐~”
진우는 노래를 흥얼대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총구를 천천히 돌렸다. 조준경 내에 보이는 풍경이 고가도로의 기둥 근처를 지날 때, 진우는 움찔하며 멈춰 섰다.
“어?”
외마디 감탄사를 내지른 진우는 잠시 조준경에서 눈을 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거짓말이다. 아마도 뭔가 잘못 본 게 분명하다.
후우~ 후우~
그러다가 진우는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왈칵 솟았다.
잘못 봤을 리가 있나… 저 얼굴을 어떻게 잊어…….
흑~ 눈물을 훔쳐 낸 진우는 애써 감정을 가라앉히고 다시 조준경에 얼굴에 가져다 댔다.
“보안관!”
진우는 탄식을 하며 숨을 삼켰다. 그렇게 보고 싶던 얼굴이 조준경 안에 있다. 그런데 자꾸만 시야가 흐려진다.
진우는 다시 눈물을 닦아내고 눈을 부릅떴다. 거리는 300여 미터, 이상하게 생긴 둥근 건물과 고가도로 기둥 사이에 보안관이 서 있다.
그의 입술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 엉망으로 얼굴이 망가진 검은 군복을 입은 놈이 보안관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보안관은 자신을 때리는 놈을 호랑이 같은 눈으로 노려볼 뿐, 반항을 하지 않고 있다.
“삼식이…….”
진우의 입에서 또 하나 그리운 이름이 터져 나온다. 삼식이는 흙먼지투성이가 된 채 팔을 뒤로 하고 바닥에 꿇어앉혀진 채이다. 녀석의 주변에 총을 든 두 놈이 낄낄거리고 있다. 이게 보안관이 맞고만 있는 이유다.
“그럼 유빈이는…….”
진우는 총구를 좌우로 돌렸다. 전철역 입구 주변에 검은 군복 한 놈이 기웃거린다. 하지만 유빈이는 보이지 않았다.
진우는 조준경을 위쪽으로 올렸다. 건물의 유리창들을 찬찬히 훑다가 강 쪽으로 나 있는 커다란 전망창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유빈의 모습을 찾아냈다.
“다… 살아 있었어… 이 새끼들… 흑! 어흑!”
진우의 눈에서 또 눈물이 흘렀다. 진우는 얼른 눈을 꾹 감아 눈물을 쥐어짜고 나서 다시금 조준경을 노려보았다.
유빈이의 주위에 세 놈이 있었다. 한 놈이 치면, 다른 놈이 붙잡아 또 때리고, 유빈이 겨우 중심을 잡으면 다른 놈이 옆구리를 걷어찬다.
“개새끼들…….”
진우는 이를 바득 갈았다. 그는 저 검은 군복이 누군지, 어떤 놈들인지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저놈들이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도 상관없다. 내 친구를… 저 불쌍한 놈들을 저렇게 개 패듯이 패고 있는 새끼들은…….
“죽여주마!”
다시 눈물을 닦아낸 진우는 조준경에 눈을 붙이고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넣었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유빈 주위의 놈들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세 놈 사이에 유빈이 끼어 있어서 한 번에 처리하기가 만만치 않다.
후우우~
숨을 고른 진우는 놈들을 노려보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기회가 왔다. 두 놈이 유빈을 붙잡고, 한 놈이 달려가 있는 힘껏 앞차기를 날린 순간이었다.
유빈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 창문에 부딪쳤고, 세 놈은 가슴을 쫙 펴고 낄낄 웃는다.
“처웃지?”
진우는 이를 꽉 물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세 놈의 머리통에서 붉은 피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진우는 총구를 아래쪽으로 틀었다.
그러고는 삼식이의 옆에 서 있던 두 놈을 겨눴다. 놈들은 총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중이었다.
탕― 탕―
5.56㎜탄이 이마에 박히자, 놈들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그리고 진우의 총구는 곧바로 보안관을 때리던 놈에게 고정되었다. 그 개새끼는 입을 쩍 벌린 채 달아나려 하고 있었다.
타앙―
심장을 총알이 관통하자, 놈은 피를 흩뿌리며 고꾸라졌다. 이제 전철역 앞에서 기웃거리던 놈의 차례다.
진우는 빠르게 총구를 이동시켜 놈을 찾았다. 녀석은 아직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정확히 깨닫지 못한 것 같다. 그저 멍하니 건물 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타앙―
진우는 망설이지 않고 녀석의 머리를 꿰뚫었다. 첫 방아쇠를 당긴 때로부터 그 순간까지, 채 5초도 지나지 않았다.
“하아아~ 하아아~”
중요한 일을 끝내고 나자 가슴 저 안쪽에서부터 벅찬 감정이 끓어오른다. 진우는 총을 꼭 쥔 채 고개를 젖혀서 눈물을 삼키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이렇게 쉽게, 빨리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여기까지 오는 내내 정말로 녀석들을 만날 수 있다고 믿지도 않았었다. 그냥 희망을 갖고 싶어서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해왔을 뿐이다.
“삼식아!”
진우는 자신이 친구들을 알아볼 수 있게 해준 삼식이를 꼭 끌어안고 목을 쓸었다.
이 녀석이 짖어주지 않았다면… 자신은 아마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오리 보트에 짐을 옮겨 싣고 그냥 강을 건넜을 것이다. 바로 지척에서 맞아 죽어가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그건 정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후우~ 삼식아. 가자, 내… 내 친구들… 진짜 보고 싶었던 새끼들이… 후우~ 저기에 있어.”
진우는 눈물을 훔치고 배낭과 가방을 멨다. 나머지 식량 같은 건 어떻게 되든 관계없다. 탄창의 무게 때문에 몸이 한쪽으로 휘는 것 같았지만, 그런 게 무슨 상관인가… 친구들이, 내 친구들이 300미터 앞에 있는데…….
진우는 그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력으로 강변 산책로를 내달렸다.
“삼식아! 보안관! 유빈아!”
진우는 목청이 터져라 외치며 뛰었다.
얼―! 얼―!
그가 삼식이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앞서서 뛰는, 네 발 달린 삼식이가 계속 뒤돌아본다.
“이… 이게 지금 무슨…….”
몸을 납작하게 숙인 보안관은 커다래진 눈으로 삼식이를 돌아봤다. 삼식이 녀석 역시 멍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총소리가 여러 발 들렸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멀쩡하게 그들을 협박하고 있던 검은 군복들이 세 놈이나 동시에, 정말 거의 동시에 후두둑 무너져 내렸다. 머리와 가슴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천벌일까?”
삼식이가 묶여 있는 손을 풀어보려고 꿈지럭거리면서 중얼거렸다. 보안관은 얼른 녀석에게 다가가서 끈을 뜯어내 버렸다.
“아! 너… 괜찮아? 이 피…….”
삼식이는 보안관의 얼굴을 쓸어주며 안타까워했다. 보안관은 눈 주위의 피를 닦아내면서 말했다.
“아니야, 이거는 내 피 아니고, 죽은 놈 거야. 나는 여기 코랑… 입 주변만 찢어졌어. 아, 아니지… 지금 이런 이야기 할 때가… 저기… 유빈이랑 다른 애들은 지금 어디…….”
보안관이 삼식이의 머리를 눌러 자세를 낮추게 하고 있을 때, 강의 상류에서 뭔가 사람의 목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소리를 질러 대고 있다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야! 넋 놓고 있지 말고 총 집어. 뭐 온다. 피하든가, 아니면 이 총으로 싸우든가…….”
보안관은 기둥 뒤에 더욱 납작 엎드리며 삼식이에게 말했다. 귀를 기울이고 있던 삼식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내 이름 부른 거 같은데… 삼식아~ 이렇게……. 어! 이번에는 너 불렀다. 보안관~ 들었지?”
“풀려나자마자 너 때리게 만들지 마라, 삼식아. 바보 소리도 좀 적당히 해야지… 아유, 이게 왜 이렇게 안 빠져!”
저쪽에서 뛰어오는 게 뭐든지 간에 그게 자신들의 이름을 알고 있을 리가 없다.
보안관은 죽어버린 놈들의 손아귀에서 총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워낙 꽉 쥐고 있는데다가 멜빵이 얽혀서 좀처럼 빠져나오지를 않는다. 물론 그 자신이 워낙 긴장하고 있어서 손이 떨린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얼―!
갑자기 눈앞에서 짖어 대는 커다란 개. 그 시커먼 색깔이며 덩치… 조금 전까지 그들을 귀찮게 했던 셰퍼드가 귀엽다고 생각될 만큼 위압적이다. 보안관은 일단 3단봉을 집어 들고 녀석을 향해 휘휘 휘둘렀다.
“쉭! 쉭! 오지 마! 이 새끼야! 아, 뭐야, 이 개는 또!”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어떻게든 기관총을 빼내려고 했다.
그때, 보안관의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 삼식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삼식아! 너무 앞서가지 마! 너 보면 놀란다고! 이리 와! 보안관! 삼식아! 나야!”
응? 이 목소리는…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보안관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하하하! 거기 있었구나… 이… 흐윽, 이 새끼야…….”
10여 미터 앞에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던 진우가 보안관을 보고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커다란 덩치의 개는 진우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어 애교를 떨고 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랐고,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훨씬 깡마르고 그을렸지만… 그래도 분명히 진우다. 보안관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너… 너… 진짜로? 어떻게… 여기… 여기 어떻게… 아, 네가… 한 거야? 이거?”
보안관이 시체들을 가리키자 진우는 눈물 고인 눈으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안관은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쳐 내고 진우를 향해 걸어갔다. 진우도 보폭을 크게 해서 걸어온다.
“야, 이 새끼야!”
와락 껴안은 둘은 눈물을 쏟으면서 서로의 등과 어깨를 두드렸다. 하고 싶었던 말이 그렇게 많았는데… 막상 이렇게 가슴과 가슴이 맞닿으니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목만 메어온다.
“흐으윽~! 다행이다. 이렇게 살아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 이 새끼들아!”
격한 포옹을 끝내고 난 진우는 보안관과 삼식이를 번갈아 보며 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직도 멍해져 있는 삼식이에게 다가가 녀석을 꼭 끌어안았다.
“삼식아… 너는 진짜… 못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어……. 누구를 때려본 적이 없는 놈이라서… 정말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어… 흐으윽! 으윽~ 온 세상이 이 난리가 났는데도 너는… 너는 이 새끼야… 여전히 존나 잘생겼구나… 흐으윽.”
삼식이도 뒤늦게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물었다.
“고맙습니다. 쿨쩍, 흐으… 우… 그런데… 아저씨, 누군데 내 이름 알아요?”
“크흑! 이… 미친 새끼… 흐으윽.”
다시 만난 친구가 여전히 바보인 게 기뻐서 진우는 웃었다. 보안관이 삼식이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진우잖아, 이 바보야!”
“에? 진우? 진짜? 아닌데? 이 정도로 못생기지 않았었는데… 이건 완전… 그냥 노숙자 아저씨잖아. 이렇게 하면… 어! 어! 진짜네! 진우야!”
삼식이는 진우의 수염을 가리고 가만히 쳐다본 뒤에야 뒤늦게 깨닫고 그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진우는 삼식이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그래… 삼식아, 이제 유빈이한테 가자.”
“유빈이… 우리도 어디 있는지 몰라. 조금 전에 얘들한테 내가 잡히고 걔네는 도망가는 바람에 헤어져서…….”
삼식이가 검은 군복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진우는 건물을 향해 앞장서서 걸었다.
“유빈이 새끼, 여기 2층에 있어. 걔도 두들겨 맞고 있어서 내가 나쁜 새끼들 다 죽여 버렸거든……. 근데 잠깐만, 걔네? 유빈이 말고 누가 또 있어?”
“아… 몇 명 더 있어. 어찌어찌하다 보니까 자꾸 일행이 늘더라고. 아, 이리로 가자. 2층에 있으면 이리 가는 게 더 빨라.”
“그래? 그럼 나머지는 못 봤는데…….”
진우가 야외 철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을 때, 셰퍼드들이 주변을 에워싸며 짖어 댔다.
으르르! 월! 월!
“으아! 깜짝이야!”
진우는 뒤로 물러나며 총을 겨눴다. 네 마리가 한꺼번에 으르렁대자 어지간히 위협이 된다. 물론 아직도 그는 개를 쏠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 순간, 삼식이가… 대장 개 삼식이가 쓰윽 나섰다.
엉―! 얼―!
압도적인 성량으로 울부짖은 대장 개 삼식이가 셰퍼드 무리의 가운데로 다가간다.
으르르르―
셰퍼드들은 몸을 곧추세우고 진영을 갖추며 버텼다.
으르르르― 으렁!
잠시 멈칫하는 것처럼 페이크를 쓰던 삼식이가 번개처럼 달려들어 가운데 놈의 목덜미를 콱 물었다. 그러고는 정신없이 좌우로 흔들어 댄다.
깨앵― 깨앵―
목을 물린 셰퍼드가 비명을 지른다. 동료를 돕기 위해 달려들려던 다른 놈들이 보안관이 휘두른 빠루를 피해 뒤로 훌쩍 뛴다.
끄으윽― 끄으응―
삼식이의 이빨에서 겨우 풀려난 셰퍼드는 잔뜩 기가 죽어 뒷걸음질을 친다. 놈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으와앙! 얼! 얼!
삼식이가 한 번 더 달려드는 시늉을 하자, 셰퍼드들은 황급하게 도망쳐 버렸다.
“그래, 꺼져! 이 개새끼들아!”
보안관이 호통을 치자, 2층 구석의 테이블 아래에서 유빈이가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보안관?”
“어, 너, 거기 숨어 있었구… 어이쿠.”
보안관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가득하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유빈의 얼굴은 완전히 피투성이가 된 채 퉁퉁 부어 있다. UFC 5라운드 한 게임을 다 뛰고, 다시 권투를 12회까지 치른 사람의 얼굴이다.
“아… 많이 이상해? 그래, 뭐… 그럴 만하지. 저 새끼들이 어지간히 얼굴을 때리더라고……. 그건 그렇고, 이 새끼들 죽인 사람 누구지? 갑자기 유리창이 작살나더니 대갈통에서 펑펑 피를 쏟으면서 쓰러지던데… 너희들 풀려난 거 보니까 공원에 있던 놈들도 다 죽었나 보네… 대체 뭐지?”
유빈은 벽을 짚어가며 테이블 밖으로 걸어 나왔다. 걱정쟁이 녀석은 그 와중에도 MP5를 챙겨 들고 있었다. 보안관의 커다란 덩치 뒤에 가려져 있던 진우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불렀다.
“유빈아…….”
“헐! 너! 진우… 진우?”
유빈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왜 진우가 난데없이 이 자리에…….
“그래, 나야. 인마! 어휴~”
진우는 유빈의 어깨를 끌어안아주며 머리를 다독거렸다. 세상에… 얼마나 맞았으면 얼굴이…….
“아… 참… 이렇게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아야야야! 끄으응! 야, 진우야, 나 좀 부축해 줘.”
한참 동안 진우를 끌어안고 울먹이던 유빈은 진우의 어깨를 짚으며 힘겹게 일어났다. 오늘 그는 B조와 A조 모두에게서 유난히 많은 매 사랑을 받았다. 온몸이 쑤시지 않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
“어디로 가게?”
진우가 물었다. 유빈은 퉁퉁 부은 얼굴로 아래쪽을 가리켰다.
“1층 사무실. 거기에 애들 숨겨놨거든.”
보안관과 진우의 도움을 받아 1층에 도착한 유빈은 힘겹게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혜주야, 제니야, 나야. 나와… 나와도 돼. 다 끝났어.”
“…제니? 제니라고?”
진우는 어처구니없어 하며 자신의 뺨을 두드렸다.
“이런 제기랄, 또 꿈이야. 죽이고, 문 열고, 제니가 나오고… 아침에 꿨던 꿈이랑 별로 다르지도 않네……. 대체 언제부터 꿈이었던 거야,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