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묵시록 82-08-324화 (324/449)

4장 가장 뜨거운 날 (3)

“자동차? 그게 뭔 소리야? 길이 다 꽉 막혔는데 어디로 차를 타고 다닌다는 거야?”

1호는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울 시내에 자동차가 마음대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은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는 쉘터 주변과 그 연결 통로 정도뿐이다. 그나마도 이따금씩 좀비들에게 점령당해서 눈치를 보는 게 현실이다.

― 치이익, 아, 그게 산책로라고 해야 되나… 치이익― 자전거 도로라고 해야 되나… 그런 곳 위로 차가 달리네. 두 대나. 큭큭큭, 저 새끼들, 간도 어지간히 크네. 무슨 소풍을 나왔나? 치익―

“혹시 군인들이 작전하고 있는 거 아니야?”

― 치익, 저언혀 아니야. 근접해서 봤는데, 그냥 일반인 남녀 애들이야. 여자들도 어려. 오… 치이익― 이 새끼들, 속도 올린다. 따라잡아야지. 하여간 하도 재미있어서 무전 때린 거다. 일 잘해라! 치이익―

무전이 끊기자 1호는 콧방귀를 뀌고 나서 조금 전까지 하던 짓을 재개했다.

이미 2호는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여자를 바닥에 눕히고 올라타 있다. 당하는 여자도, 지켜보는 여자들도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린다.

3, 4호의 웃음소리, 개들의 짖는 소리를 들으며 1호도 여자의 옷을 벗겼다. 이런 재미가 있어서 이 짓도 아직 할 만하다.

검은 헬기 3호가 유빈을 발견했을 때, 유빈 일행도 검은 헬기를 보았다. 헬기의 밑에 추처럼 길게 매달린 그물 베슬을 알아본 순간, 차에 타고 있던 일행 모두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성수대교를 막 지나친 시점이었다.

“저거… 그 검은 헬기 아니야?”

강 건너를 살피고 있던 삼식이와 태권소녀가 동시에 물었다.

“응? 뭐라고?”

전방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유빈은 뒤늦게 헬기를 알아차렸다. 그 이전부터 프로펠러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막연히 군인들이 타고 있는 헬기일 거라는 생각에 은근히 기대를 가지고 있던 터였다.

“허! 이런 젠장! 진짜네… 뭐지? 여기… 군인들이 있는 데 아니었어? 왜 저 새끼들이 여기까지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유빈은 커다래진 눈으로 점점 가까워져 오는 검은 헬기를 바라보았다.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잘 안 되는 일이다.

“어떻게 하지? 만약에 더 가까이 오면?”

삼식이가 물었다. 모두들 잠시 침묵에 빠진 채 머리를 굴렸다. 유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기… 그냥 모르는 척 태연히 달리고 있자. 그러면 그냥 지나쳐 줄는지도 몰라. 괜히 이쪽에서 먼저 속도를 높여서 시선을 끌 필요 없어.”

“그, 그래. 나도 네 생각이 맞는 것 같아.”

태권소녀와 삼식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저 헬기에 탄 놈들은 이쪽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러니 공연히 도망치고 있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카니발과 코롤라는 지금까지처럼 천천히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틀렸다. 검은 헬기는 산책로 우측 한강 위에서 자동차와 나란히 날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확성기를 켰다.

“흰색 카니발! 흰색 카니발! 멈추세요! 민군 합동 구조 본부가 구조해 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저희가 여러분의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 뒤에 차도 멈추세요! 멈춘 뒤에 차 문을 열고 나오세요! 저희가 구조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안전합니다!”

“구조래… 나는 쟤들한테 별로 구조 안 받고 싶은데, 이제 어쩌냐…….”

삼식이가 한숨을 내쉰다. 태권소녀와 규영, 신입의 얼굴에서도 핏기가 사라졌다.

두 대의 차량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헬기에서는 같은 내용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떠들어 댔다. 유빈은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보안관, 아무래도 쟤네 곱게 안 갈 것 같아.”

― 치익, 어, 내 생각도 비슷해. 치이익― 씨발, 망했네… 치이익―

“밟을게. 일단 도망은 쳐봐야지. 내 속도 맞춰.”

― 치이익― 그래, 알았어… 해 보자. 치익―

유빈의 목소리도, 보안관의 목소리도 가볍게 떨렸다. 당연히 두렵다. 신 차장이라는 사람이 죽던 날 그 건물 옥상에서 이놈들이 갈겨 대던 총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다.

위이이잉―

속도를 올리며 유빈은 눈을 부릅뜨고 핸들을 꽉 잡았다. 룸미러를 힐끔거려 확인해 보니, 보안관도 곧바로 바짝 따라온다.

문제는 검은 헬기도 그들의 속도에 맞춰 쫓아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긴… 얼마나 미련한 생각이었나. 사람 잔뜩 태운 카니발로 헬기를 뿌리쳐 보겠다는 발상이라는 건…….

“멈추세요! 차 세워! 여기는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어이! 카니발! 차 세워!”

헬기에서 울려 퍼져 나오는 멘트가 권고에서 경고로 바뀌었다. 물론 유빈은 듣지 않았다. 그런 지시에 따를 것 같으면 애초부터 도망치지도 않았다.

“으아아아! 밟아! 더 밟아!”

뒷자리에 앉은 신입은 미친놈처럼 흥분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흘깃 뒤를 돌아보면 검은 헬기가 약 올리듯 거리를 유지해 가며 따라오고 있다. 아무리 속도를 높여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유빈은 가속 페달을 더 깊숙이 밟았다.

씨이이잉―

엔진 소리가 커질수록 좁은 산책로가 확― 확― 뒤쪽으로 사라져 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유빈은 눈으로 흘러 들어가는 땀을 씻어내며 마음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젠장… 이런 젠장… 재수도 어지간히 좋네. 하필이면 이렇게 어디 피할 수도 없는 데에서 저런 놈들과 만나다니.

“숲… 숲으로 들어가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저 정도 높이면 우리 안 보일 것 같은데…….”

옆자리의 태권소녀가 오른쪽으로 넓고 길게 펼쳐진 갈대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 역시 사색이 되어 있다. 유빈은 힐긋 옆을 돌아보았다.

너무 좁고… 숨을 곳이 마땅치 않다. 아까 지나온 서울 숲처럼 울창하다면 또 몰라도…….

유빈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거기 안 돼. 저런 풀밭은 프로펠러 바람에 다 날려서… 뭔가 건물들이 있어야 돼. 몸을 완전히 숨기고 피해 다닐 수 있는… 그리고…….”

그리고 놈들을 따돌린다고 해서 다 끝나는 일이 아니다. 만약에 놈들이 차를 부수기라도 하면 그때는 어떻게 10킬로미터 가까운 거리를 되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

유빈은 좁은 산책로를 따라 이리저리 핸들을 돌려가며 머리를 굴려보려 애를 썼다. 하지만 도무지 이렇다 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큰일 났다… 큰일……. 왜! 왜 저 검은 헬리콥터를 계산에 넣지 않았던 걸까?

유빈은 입술을 꽉 깨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단지 요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언제든지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거였는데… 당연히 계획 속에 저 검은 헬기 변수도 넣었어야 했는데…….

― 치이익, 야! 무슨 작전을 가지고 달리는 중이야? 치이익― 아니면 그냥 무조건 달리고만 있는 거야? 어느 쪽이야? 치익―

뒤쫓아오는 보안관이 무전을 통해 묻는다.

작전? 그런 게 있으면 이렇게 겁에 질려 있을 이유가 없다.

유빈이 머뭇거리고 있자, 태권소녀가 무전기를 쥐고 외쳤다.

“그냥 일단 달려! 얘 아직 아무것도 생각난 거 없어!”

맞는 말이다. 유빈은 아찔한 속도로 좁은 산책로를 내달리면서도 어떻게든 눈앞에 보이는 풍경들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여기는 낯선 동네고, 그저 산책로에 공원일 뿐이다. 숨거나 도망칠 공간이 도무지 마땅치가 않았다. 오른쪽에 광활하게 펼쳐진 한강에 뛰어든다고 해도 도망은 못 친다.

“유빈아! 저기 저거! 저 건물! 저 동그란 벌레처럼 생긴 건물! 나 저거 알아!”

영동대교를 지나서 조금 더 내달렸을 때, 삼식이가 운전석 머리 받이를 두드리며 외쳤다.

“응? 뭐? 뭐?”

“저기! 저거! 저거! 고가도로 아래 있는 저 동그란 건물! 저기로 들어가!”

삼식이가 가리키는 왼쪽엔 이상하게 생긴 건물이 둥근 진입로와 교각 사이에 서 있었다.

“저게 뭔데?”

물어보면서도 유빈은 이미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 저 둥근 진입로와 교각이 마음에 쏙 든다. 저런 구조물들이 있으면 헬기가 바짝 달라붙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서 내려야 할 것이다. 삼식이가 얼굴을 바짝 붙이고 소리쳤다.

“그냥 공원 같은 거야! 근데 저 건물! 지하철역이랑 이어져!”

“확실해?”

유빈은 자동차를 잔디밭 쪽으로 내몰면서 물었다. 덜컹거리며 야트막한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삼식이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응! 여자애들이랑 여기 많이 왔었어!”

“그래, 알았어! 내려!”

계단 앞에 자동차를 세운 유빈이 운전석 문을 열고 뛰어내리며 외쳤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규영이 앞쪽을 가리키며 더듬거린다.

“그, 그런데… 좀비! 좀비!”

“응? 좀비?”

슬라이드 도어를 열고 규영을 안아 내리려던 유빈이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좀비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 꽤 많은 놈들이 공원 쪽에서부터 걸어오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열댓 마리는 되는 것 같다. 유빈은 도리질을 했다.

“괜찮아! 괜찮아! 저건 문제 안 돼.”

진심이었다. 총으로 무장한 미치광이들에게 쫓기는 상황에 처해보니, 좀비 열댓 마리 정도는 별로 무섭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유빈은 자기도 모르게 손도끼를 찾고 있었다. 삼식이가 규영이를 업는 동안 야구 배트를 든 태권소녀와 신입도 따라 내렸다.

사방에 굵은 교각들이 어지럽게 서 있다. 이 그늘 아래로 들어오니, 시야가 확 좁아졌다.

끼이익―

보안관의 코롤라가 바로 옆에 멈춰 섰다. 보안관이 빠루를 들고 내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왜 여기 섰어? 여기 뭔데?”

“삼식이가… 이 건물로 들어가면 지하철이랑 이어진다고……. 빨리 가자!”

유빈은 손도끼를 들고 앞장서서 뛰었다. 보안관은 동그란 건물을 힐끔 올려다봤다. 넓은 창문 너머로 뭔가가 걸어 다니는 게 보인다.

“야! 유빈아! 앞서가지 마! 저기 좀비가!”

“괜찮아! 좀비는 괜찮아! 빨리 가자!”

유빈이 정신 나간 놈처럼 지껄인다. 그들 여덟 명은 둥근 건물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거기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지하철 역 계단이 있지만, 다들 그런 사실을 깨달을 수 없을 만큼 정신이 없었다.

검은 헬기의 그물 베슬 안쪽에 타고 있던 쉐도우 실드 대원들 B조는 달아나는 유빈 일행을 흥미로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주변을 빙 둘러친 고가도로와 청담대교에 가려져 모든 게 다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변을 돌아다니는 좀비들 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 B조 조장이 히죽거리며 웃었다.

“저 새끼들, 이상한 데로 들어갔네. 겁도 없이 좀비들 돌아다니는 데로… 어떻게 할까?”

여덟 명. 사실 그리 욕심이 날 만큼 많은 수는 아니다. 이왕 만났으니 잡아가도 되는 건데, 건물 내외부에 좀비들이 있다는 위험부담을 생각하면 딱히 매력적이라고만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래저래 귀찮은 구석이 많다.

“오~ 저년 다리 보십쇼. 쪽 뻗었네. 사슴이네, 사슴. 오우!”

헬기가 움직이며 방향이 바뀌었을 때, 건물 계단으로 뛰어가는 태권소녀의 모습을 보며 다른 대원이 군침을 삼킨다.

요즘 걸리는 여자마다 닥치는 대로 온갖 짓을 다 하고는 있지만, 정말로 매력적인 년들은 잘 만나기 어렵다. 그런데 지금 지나친 저 계집애의 몸매는 아주 혹할 만하다. 아랫도리가 후끈 달아오른다.

“저건 또 뭐야? 우와! 이런 씨발!”

그 바로 뒤에 남자 새끼들 사이로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잘록한 허리와 대조를 이루는 골반, 거기까지만 봤는데도 대원들은 박수를 쳐 댄다.

뒷모습이 예쁘면 앞모습이 영 꽝이라는 말도 있지만, 저 정도 뒷모습이라면 까짓 얼굴 안 봐도 된다.

“조장님! 갑시다! 저거, 저년들 어떻게 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 3, 4호가 거의 동시에 B조 조장에게 요청했다. B조 조장은 피식거리며 자신의 부하들을 돌아봤다.

구조한 생존자 여자들을 데리고 온갖 못된 짓을 하는 건 그 자신이 변태라 시작한 짓인데, 이놈들도 한 번 맛을 본 이후에 아주 발정이 단단히 났다.

하긴 기껏 좀비 몇 마리… 총으로 갈겨주면 그만이니까…….

조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자, 해!”

사실 지금 그의 흥미를 끄는 건 저년들의 쌔끈한 몸매보다도, 저 건방진 것들이 어떻게 차를 타고 다니게 되었느냐 하는 부분이었다.

좀비 세상에서 자가용에, 드라이브라니…….

뭔가 너무 멋져서 그게 그의 숨겨져 있던 열등감을 자극한다. 저 싸가지 없는 어린것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면서 시원하게 웃어주고 싶다.

“여기는 B조. 내려가겠다.”

조장은 이어폰을 귀에 꾹 눌러 소음을 차단하면서 말했다. 헬기는 고가도로를 지나 한강의 산책로 위에 그물 베슬을 내려놓았다.

투두둑― 투투투― 투투투둑―

유빈 일행이 건물의 1층에 막 들어섰을 때, 바깥쪽에서 기관단총 소리가 울려왔다. 유빈은 자세를 낮추고 창문 밖을 내다봤다.

검은 군복을 입은 놈들 넷이 진형을 갖춘 채 이쪽으로 다가오며 근처의 좀비들을 향해 기관단총을 난사하고 있다.

“이런 미친… 우리가 뭐 그리 뜯어먹을 게 있다고… 저렇게 기를 쓰고 쫓아와.”

유빈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중얼거렸다. 계단을 막아야 하는데, 그렇게 사용할 만한 물건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기껏해야 둥근 탁자와 의자 정도. 그런 걸로는 토끼 정도나 겨우 막을 수 있을 거다.

“몇 명이야? 몇 명이나 돼?”

보안관이 빠루를 움켜쥐며 물었다. 유빈은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였다.

“네 명?”

“…그리고 개 두 마리.”

모두의 표정이 당혹감이 스쳐 간다. 보안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 젠장. 지하철 속에 들어가서 숨는 것도 안 되겠네… 아무리 깜깜해도 냄새는 맡을 수 있을 거 아니야. 그래도 거기밖에는 도망갈 데가 없나?”

“저기… 여기 지하철역은 야외에 있어. 지하가 아니야.”

건대역 주변의 7호선을 잘 아는 임수정이 안 좋은 소식을 또 하나 전해줬다. 보안관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면 도망간다는 거도 안 되네. 아… 짜증난다.”

“짜증날 일 또 있어. 저것 봐.”

태권소녀가 건물의 앞쪽을 가리킨다. 막 코너를 돈 다섯 마리의 좀비가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다. 코너 뒤편에 얼마나 더 많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여튼 뒤에는 개와 미친 총 든 놈들, 앞에는 좀비, 건물 밖에는 헬리콥터.

아주 좋다. 딱 죽으라고 만들어놓은 것 같은 그림이다.

“아휴! 진짜! 짜증나게! 야, 따라와! 뚫을게!”

보안관은 빠루를 높이 쳐들고 좀비들 쪽으로 뛰어갔다.

콰작! 콰작!

뼈가 부러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빠루 끝부분에 뇌수와 검은 피가 묻어 나온다.

보안관은 비틀거리는 좀비의 얼굴에 한 번 더 강한 일격을 가해줬다. 그리고 두 번째, 또 세 번째로 덤벼든 좀비들의 머리도 아주 박살을 내버렸다.

그롸아아아아~

그러는 동안에도 보이지 않는 코너 뒤편에서는 또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꽤나 많은 놈들이 이 부근을 지나다니는 모양이다.

“여기에서 계속 버벅거리다간 다 죽겠어. 위로 올라가자.”

보안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들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뛰어올랐다. 자꾸 막다른 길에 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모두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진다.

“괜찮아! 기습하면 이길 수 있어!”

보안관이 작게, 그러나 신념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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