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묵시록 82-08-315화 (315/449)

3장 Jet (1)

“젠장, 또 이렇게 힘들어졌군. 기껏 조금 나아진 것 같았는데…….”

외야의 흡연 구역까지 걸어가며 민구는 몇 번이나 멈춰 서서 잠시 숨을 돌려야 했다. 그렇게 통증을 참고 절룩이며 걸어가는 사람에게 야구장 한 바퀴는 꽤나 가혹한 거리였다.

몸을 움직이고 근육을 쓸 때마다 그 얼굴 시꺼먼 놈에게 걷어차인 허벅지며 정강이가 쑤셔온다. 그나마 금간 갈비뼈를 보호한 덕에 숨은 제대로 쉬고 있지만, 대신에 팔다리에는 온통 피멍이 들었다.

“이게 뭐라고… 이까짓 것 한 대를 피우러 여기까지…….”

흡연 구역에 도착한 민구는 인상을 찌푸리며 담뱃갑을 열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어제부터 참아왔던 터라 빨리 한 대 피우고 싶다.

반쯤 남아 있던 담배는 어제의 그 난리를 겪으면서 온통 구겨지고 부러져 있었다. 멀쩡한 건 두 개비뿐이다.

“후우~”

담뱃불을 붙인 민구는 만족한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흙먼지에 너덜너덜해진 트레이닝복을 보고 있자니 딱 자신의 처지다.

누가 봐도 별로 대단하게 여겨질 리 없고, 가까이 다가오면 꺼림칙한 존재.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운 게 묻을까 봐 피하게 되는, 그런 인간.

천천히 담배를 다 피운 민구는 사물함으로 가서 새 담배를 한 갑 꺼냈다. 이게 있어야 그 외국인 녀석에게 붕대를 갈아달라고 할 수 있다.

지근거리에서 보초를 서는 군인들 덕에 사물함 주변은 대체적으로 평화롭다. 만약 그 보초병들이 없었다면 그깟 얇은 철판으로 된 사물함 따위, 도둑 몇 놈들에 의해서 금방 박살이 나버렸을 것이다.

“이야, 이 아저씨 졸라 부자야. 하고 다니는 꼴은 거지인데, 어디서 이렇게 담배를 모아놨어. 사물함 안에도 또 있더라고!”

민구가 사물함을 벗어나 절뚝거리며 걷고 있을 때, 아까 흡연 구역에서부터 뒤따라오던 놈들이 거리를 좁히며 떠들어 댄다. 민구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민구는 뒤를 슬쩍 돌아보고 멈춰 섰다. 아직 미성년자로 보이는 십 대 예닐곱 명이 그의 주변을 에워싼다.

하나같이 바가지 머리처럼 머리를 덥수룩하게 기른 어린애들. 젊은 남자들이 거의 다 군대로 끌려간 이후, 잠실 쉘터의 말썽은 이 또래 녀석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놈들은 아마 어제 자신이 싸울 때, 그 자리에 없었던 모양이다.

“아저씨, 담배 좀 꺼내봐요. 구경이나 좀 합시다. 한 갑 나눠 주면 더 좋고.”

“그러게. 아저씨, 보아하니까 몸도 영 불편한 거 같은데, 담배 피우지 말아요. 그거 건강에 좆나 안 좋은 거야.”

십 대들은 민구를 포위한 채 거리를 좁혀오며 위악적인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부근의 다른 사람들은 시끄러워질 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자리를 피한다. 민구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크크크큭, 아~나, 이거… 큭크큭.”

“어라? 씨발, 이 아저씨, 존나 기분 나쁘게 처웃고 자빠졌네. 사람이 말하는데…….”

두 놈이 뭔가 뽑는 시늉을 한다. 은박지로 만든 칼집에서 꺼낸 날붙이가 반짝인다.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작은 문구용 가위를 반으로 나눠서 날을 간 것이다.

무기조차도 학용품이라니… 게다가 친구끼리 사이좋게 나눠 가졌어…….

민구의 웃음이 더 커졌다. 물론 바가지머리의 분노도 더 증폭됐다.

“조용히 해, 사람들 보잖아! 웃지 말고 담배나 꺼내라고, 이 씨발아. 모가지에 빵꾸 난 다음에 줄래?”

“야, 땅꼬마.”

민구는 녀석의 말을 끊으며 벽에 등을 대고 섰다.

“너희 본드 불었냐? 사리판단이 잘 안 돼?”

“뭐래, 이 새끼가? 짜증나게.”

치켜뜨는 눈동자를 보니 그런 것도 아니다. 민구는 여전히 웃음기를 거두지 않은 채 물었다.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라니까, 무럭무럭 자라라는 의미에서 오늘 한 번은 특별히 봐준다. 빨리 꺼져! 근데 너희, 이거 보면서 아무 생각이 안 들디?”

민구는 자신의 얼굴을 가로질러 나 있는 흉터 앞에서 검지를 세워 까딱댔다. 자신이 거울로 봐도 어지간히 험상궂던데, 이놈들은 겁도 없나 보다.

“킥킥킥, 이 새끼 뭔 소리 하나 했더니, 그딴 걸로 겁을 주려고 하네. 그게 무슨 무기냐? 그런 거 몇 개 더 만들어줄까? 응? 개새끼야?”

바가지머리 1호가 가위 칼을 민구의 얼굴에 바짝 대며 까분다.

하여간에 이 또래의 용기라는 건…….

민구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 뒤, 번개처럼 왼손을 휘둘렀다.

“악!”

팔목을 강타당한 바가지머리 1호가 인상을 쓰며 가위 칼을 놓친다. 민구는 그 가위 칼을 허공에서 잡아챈 뒤, 놈의 머리를 향해 그었다.

사악―

눈 바로 위까지 덮고 있던 놈의 앞머리가 뭉텅 잘려 나간다. 지금까지 가려졌던 여드름투성이 이마가 훤하게 드러났다.

녀석이 기가 질려 바짝 얼어붙어 있는 동안 민구는 팔을 휘둘러 옆에 붙어 서 있던 두 놈의 앞머리를 더 잘라 버렸다.

사악― 서걱―

암만 몸이 불편하대도 이깟 애송이들쯤이야.

“이 씨발!”

두 번째 가위 칼을 가진 놈이 엉덩이를 뒤로 빼고 칼을 휘둘러 댔다. 민구는 놈의 날을 빼앗은 가위 칼로 쳐서 튕겨 버렸다.

티잉― 날아간 녀석의 가위 칼이 바닥에 떨어진다. 무기를 놓친 놈의 얼굴은 멍해져 있다.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는 모양이다.

민구는 가위 등을 녀석의 옷깃에 걸친 다음 확 잡아당겼다. 쿵, 녀석은 머리를 벽에 찧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흐에에엑!”

나머지 놈들은 얼빠진 비명을 지르며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한다. 개중 약은 놈은 벌써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야! 너!”

자빠진 놈의 목덜미를 밟은 민구는 맨 처음 머리카락이 잘린 바가지머리 1호를 불렀다.

“네? 네?”

놈은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공짜로 이발을 해줬더니 존댓말도 꽤 잘 쓰게 됐다. 민구는 자빠진 놈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도망간 새끼 잡아와. 못 잡아오면 이 새끼 머리 자르면서 귀도 잘라 버릴 거야. 음… 2분 준다.”

민구는 시계를 보면서 어서 가라는 손짓을 했다. 졸지에 귀가 잘리게 된 녀석도 바가지머리 1호에게 빨리 잡아와 달라며 간절하게 울부짖는다.

잠시 망설이던 1호는 눈이 커다래져서 도망간 놈의 뒤를 쫓아 뛰어가기 시작했다.

“너희는 여기 일렬로 서.”

자빠진 놈의 목에서 발을 뗀 민구는 가위 칼을 쥔 채 벽을 가리켰다. 기가 죽어버린 십 대 강탈자들은 울상을 지으며 벽에 나란히 붙어 섰다. 그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지? 분명히 비틀거리면서 걷던 약골이었는데, 왜 이런 상황이 됐지?

이미 머리카락이 잘린 놈들이 받은 충격은 훨씬 더 컸다. 이 헤어스타일은 그야말로 바보 컷. 앞머리가… 2센티미터도 안 남고 쌍동 잘려 나갔다.

꼴사나운 것은 둘째 치고, 눈앞에서 칼날이 번쩍한 뒤 머리카락만 사라락 떨어져 내렸던 그 순간의 공포가 너무 크다. 가위 한쪽 날로 이런 게 가능하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게다가… 이 남자는 아직 오른손을 주머니에서 빼지도 않았다. 남자의 팔목에는 약봉지가 달랑거리며 매달려 있다.

잠시 후, 달아났던 놈이 1호와 함께 돌아왔다. 쭈뼛거리는 두 놈도 마저 벽에 세운 민구는 놈들의 얼굴을 빤히 훑어보며 가위 칼을 흔들었다.

“너희들 칼을 잘 쓰는가 봐? 이런 걸 들고 다니는 걸 보면.”

다들 고개를 푹 숙인 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만 연발한다. 민구가 다시 말했다.

“죄송할 게 뭐가 있어. 다들 자기 가진 재주로 살아보겠다고 한 건데… 하지만 참고로 이 흉터 만든 새끼한테 내가 어떻게 해줬는지를 알려주지. 걔도 칼을 좀 썼거든. 자기가 조선 최고의 칼잡이니 뭐니 하고 껍죽대던 놈이었는데, 정작 싸울 때는 떼로 덤비더라?”

민구는 조금 전 그에게 칼을 휘둘렀던 바가지머리의 배에 가위 등 쪽을 대고 주욱 긋는 시늉을 했다. 놈은 팔다리를 부르르 떤다. 날이 없으니 베이지는 않지만, 등골까지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갈비뼈 아래서부터 여기, 배꼽에 닿을 때까지 사선으로 갈라줬어. 그랬는데도 쏟아지는 내장을 움켜쥐고 뛰더라고. 물론 몇 미터도 못 가고 자빠졌지만. 사람은 배에 힘이 안 들어가면 제대로 못 서거든. 어때? 편하게 고통 없이 죽은 건가?”

“아… 아니요, 아니요.”

“맞는데… 그 정도면 큰 고생 안하고 간 거야. 근데 그때는 내가 화가 나서 앞뒤 안 따지고 저질러 버렸던 거고, 너희는 달라. 너희들이 만약에 한 번만 더 이런 거 들고 설치는 거 보면 오금부터 끊어버릴 거야, 이 새끼들아. 그리고 매일 뭔가 하나씩 잘라주마.”

놈들이 충분히 겁을 먹었다고 확신한 민구는 킥킥, 웃고 나서 그 자리를 떠났다.

사람의 외양이 허술해지니 이제는 별일을 다 겪는다. 무섭고 힘이 드니까 다들 반쯤 돌아서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하고 있다.

태양 그룹 같은 장사꾼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 믿는 사람들이나, 이따위 학용품을 가지고 강도짓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저 애새끼들이나, 따지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아무 것에나 일단 매달리고만 싶은 모양이다.

“끄으응.”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민구는 돗자리 위에 앉아 트레이닝복 상의를 벗었다. 조금 전, 잠시 몸을 놀린 그 정도도 운동이라고, 다친 팔다리가 더 쑤셔온다. 민구는 약봉지에서 튜브 안에 든 소염제를 꺼내 피멍이 든 팔과 어깨에 발랐다.

“헬로! 네이버!”

옆자리의 젠킨스가 다가와 기웃거리며 중얼거린다.

“싸웠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흐음, 당신은 몸을 훼손하는 데 재주가 있군. 이제 멀쩡한 데가 별로 없어 보여.”

물론 민구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녀석이 어떻게 하면 뭔가를 뜯어낼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민구의 등에서 커다란 피멍 자국을 발견한 젠킨스는 퉁퉁한 팔로 소염제와 등을 번갈아 가리키며 약 바르는 시늉을 한다. 그러고는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원 시가렛!”

큭큭큭, 이놈만은 참 한결같군……. 민구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지금 그의 몸 상태로는 분명 등까지 팔을 돌리기 어렵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약 잠깐 발라주는 거랑 붕대 다시 감아주는 게 가격이 같다고?

한참 실소하고 나서 웃음기를 걷어낸 민구가 젠킨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꺼져.”

☆ ☆ ☆

“삼식아, 너무 앞서가지 마.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진우는 삼식이를 불러들이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높이 솟은 리조트 건물들의 깨진 창문 사이로, 불길한 징조처럼 커튼이 휘날린다.

좀비들로 북적이는 6번 국도에서 벗어나 한강의 지류 쪽으로 남하한 지 이틀째, 시간으로는 아홉 시간 만에 드디어 강가에 지어진 첫 번째 레저 시설을 만났다.

비록 여기가 그가 찾던 양평 레저는 아니지만 이제 물가에 닿았으니 곧 더 많은 시설들이 속속 나타날 것이다. 뭔가 그와 삼식이를 태우고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도구.

“어우, 냄새…….”

매표소를 지나 워터 파크 안으로 들어선 진우는 소매로 코를 가렸다. 지독한 썩는 내가 부근의 대기 전체를 꽉 채우고 있다. 진우는 목에 두르고 있던 얇은 머플러를 끌어 올려 코와 입을 덮었다. 그래도 여전히 숨쉬기는 어렵다.

악취의 근원지는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수영장이었다. 근 한 달 동안 피와 온갖 오물들이 제멋대로 흘러나와 부패된 수영장의 물은 탁한 녹색으로 변해 있었다. 마녀들이 끓여놓은 지옥의 음식이라고 해도 믿어질 비주얼이다.

후드득―

시체 주변에 앉아 있던 새들이 카트 바퀴 소리에 놀라 날아오른다. 달려들려던 삼식이는 ‘왜 안 쐈어?’라고 묻는 눈빛을 지으며 진우를 돌아본다. 사냥감을 놓쳐 버린 것이 아쉬운 모양이다.

“됐어, 괜찮아. 야, 먹을 거 아직 있는데 왜 내가 새 깃털을 뽑고 앉아 있어야 되겠냐. 그것도 시체 뜯어먹고 있던 새를. 그런 거 말고 우리는 제트스키 찾아야 돼.”

진우는 건성으로 녀석을 달래며 혹시 다른 움직이는 것은 없는지 살폈다. 떠다니는 시체들이나 깨져 있는 유리창의 개수를 보면, 한때 여기에 좀비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아직도 그럴는지 모른다.

“으아, 저 안에도 온통 피투성이네.”

리조트의 로비를 슬쩍 엿본 진우가 혀를 찬다.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려고 장식해 둔 대형 화분의 열대 화초들에도 피가 잔뜩 튀어 있다.

진우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도 카트를 세워두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카운터에 비치되어 있는 주변 관광 지도가 필요하다.

자박―

카펫을 밟으며 조용히 한 발, 한 발을 내딛던 진우가 걸음을 멈추고 중앙의 나선형 계단 쪽을 돌아본다.

뭔가 움직였나? 아니면 그저 바람에 커튼이 흔들리는 걸 보고 착각하는 건가?

지금까지 생존하는 데 크게 공헌해 왔던 그의 후각은… 시체들이 떠 있는 수영장을 가로질러 오면서 거의 마비되어 있다. 이 리조트는 그냥 거대한 부패와 악취, 그 자체라고 보면 된다.

“찝찝해, 젠장…….”

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커다란 전지에 프린트해 놓은 약식 관광 지도 그림이 벽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카약, 제트스키, 모터보트, 바나나 보트, 등산, 수영… 그림 속의 만화체 인간들은 모두 즐겁고 행복하다.

“이게 그렇게 재미있다, 이거지? 좋아, 나도 이제 금방 탈 거니까.”

제트스키를 탄 캐릭터를 보고 혼잣말을 중얼거린 진우가 접이식 관광 지도를 빼 들려다가 움찔한다. 대리석 카운터 뒤쪽에 피투성이가 된 여직원의 시체가 누워 있다.

좀비가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아차렸지만, 그래도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특히 저 안구 주변에 들끓는 구더기들은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터엉―

몇 층인지 특정하기 어려운 위층에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난다. 특유의 포효도 희미하게 들린다. 이쯤 되면 확신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쳐서 로비를 빠져나왔다.

“여기서 나가자, 삼식아. 코가 썩는다.”

진우는 지도를 주머니에 넣고 카트 손잡이를 잡았다. 분명 이 건물들 중 어딘가에 좀비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가 그놈들을 모두 잡아 죽여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 불필요하게 위험과 마주해 가며 실탄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

드르르륵―

카트 바퀴가 시멘트 바닥을 지나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진우는 썩은 물이 고인 수영장을 지나 한때는 근사했을 풀 바와 매표소를 빠져나왔다.

그제야 좀 숨쉬기가 편해진다. 진우는 걸음을 서둘렀다.

“푸아아아~”

강변에 나 있는 도로를 따라 100여 미터 이상을 멀어진 뒤에야 진우는 머플러를 끌어내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삼식이도 연달아 몸을 턴다.

“그래도 괜한 고생만 한 건 아니야. 이거 봐, 여기가 우리가 있는 데라고. 이렇게 자세한 건 보통 지도에는 안 나와.”

진우는 조금 전 가지고 나온 관광 지도를 펼쳐 들고 삼식이에게 보여줬다. 그래봐야 삼식이는 지도 따위 관심이 없다. 녀석은 심리적 안정을 찾고 싶었는지 진우의 엉덩이 쪽으로만 자꾸 파고든다.

삼식이가 마음껏 냄새를 맡도록 놔둔 채 진우는 지도를 살펴봤다. 강을 중심으로 그려진 지도에는 그가 조금 전 지나온 리조트와 몇 개의 레저 시설, 그리고 음식점 등이 표시되어 있었다.

다들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모여 있다는 것은 확인했다. 다만, 축적이 없는 지도여서 정확한 거리까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쪽으로 가면 되나 봐. 강 따라 걸어가기만 하면 되니까 최소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네.”

어제부터 지속적으로 그를 유혹해 오던 양평 레저가 그리 멀지 않다. 거기까지만 가면…….

진우는 제트스키에 올라타서 잠실까지 빠르게 물 위를 질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히죽 웃었다.

시원하게 물보라가 일고, 두 팔에 강한 진동이 느껴지겠지. 그리고 얼굴에는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올 테고……. 음, 고글이 있어야겠는걸? 아닌가? 선글라스 정도만 있어도 되려나? 진우는 미리부터 준비물을 생각했다.

기분이 좋아진 진우는 힘차게 카트를 밀고 달리다가 그 위에 올라탔다. 힘찬 엔진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부아아아앙―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