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묵시록 82-08-282화 (282/449)

1장 Big Picture (3)

문 대위가 군인들에 둘러싸여 잠실 쉘터 게이트를 통과하여 이동하고 있던 그 시각, 진우는 군인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좀 쉴까?”

숲이 우거진 능선 부근에 올라섰을 때, 진우가 물었다. 여기쯤이면 우거진 덤불과 나무들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잠시나마 마음 편하게 숨을 돌릴 수 있다.

헥― 헥― 헥―

개는 길게 빼문 혀로 대답을 대신했다. 진우는 녀석의 가슴에 묶어둔 나일론 로프를 풀어주었다. 끌고 오던 들것의 무게에서 벗어난 개는 온몸을 부르르 털고 나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양쪽 어깨를 짓누르던 가방 두 개를 땅에 내려놓자, 진우도 비로소 좀 숨을 편히 쉴 수 있었다.

“힘들다, 그치?”

수통의 물을 한 모금 마신 진우는 전투식량 봉지를 잘라 만든 조그만 그릇에 물을 부어 내밀었다.

꼼짝도 하기 싫다는 듯 엎드려 있던 개가 겨우 일어나 물을 핥는다. 녀석의 혀가 날름거리는 동안 진우는 수통을 좀 더 기울여 한 번 더 물을 채워줬다.

“요만큼만 마시자.”

녀석에게 부어 준 물의 양이 부족할 것을 알면서도 진우는 수통의 뚜껑을 닫았다. 총알은 가방 네 개를 채울 만큼 있는데, 물은 수통 하나가 전부다. 둘이 마음대로 마시면 순식간에 바닥을 보인다. 이 불균형도 그들의 이동을 힘겹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타아아앙― 파아아앙―

산의 서쪽에서는 어젯밤부터 시작되었던 저격소총의 총성이 아직도 이따금씩 들려왔다. 저격소총의 째지는 듯한 소리가 몇 발 울리고 나면 곧이어 연발이 이어진다.

분명 어제 그의 눈앞을 지나갔던 그 덤불들 소행인 것 같은데, 경기관총 발사음까지 더해진 걸 보면 그 후로도 몇 놈이 더 합류했다는 이야기다.

“후우~ 저 새끼들 진짜…….”

놈들의 총성이 울릴 때마다 진우는 공연히 성질이 나서 한 번씩 그쪽으로 눈을 흘겼다. 산적이나 구미호처럼 산속에 자리를 잡고 길목을 지나는 사람들과 차량을 잡아먹는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진우 자신 역시 놈들 때문에 어떤 위협을 받게 될지 모른다.

멀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도 신경이 쓰인다. 슬슬 어디에선가 좀비들도 몰려오고 있을 것이다. 불을 지르면 좀비가 온다는, 그 간단한 공식조차 이 새끼들은 전혀 모르나 보다.

이래저래 빨리 이 지역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답이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어도 현실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역시 무게였다.

그와 개는 5인을 완전 무장시키고도 남을 양의 개인화기와 예비 실탄, 거기에 전투식량이 더해진 무게를 나눠 끌며 산속을 주파해야 한다.

거기에 진우는 K―2와 저격소총, MP5까지 총 세 자루의 총을 메고, 들고 있다. 험한 산길을 헤매고 다니기에 적합한 짐의 양이 결코 아니었다.

“아… 이거 슬슬 찢어지려 하네. 이러면 더 힘들어질 텐데…….”

들것의 바닥을 살피던 진우가 혀를 찼다. 마찰과 무게 때문에 해지고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다. 한계까지 내몰린 게 그들의 체력과 인내심만은 아니었나 보다.

“뭘 좀 먹자.”

진우는 인삼 몇 뿌리와 전투식량을 꺼냈다. 여러 개로 나뉜 비닐 포장을 전부 다 뜯은 진우는 그중에서 초코바 두 조각만 자신이 먹기로 하고, 나머지 전체를 은박 위에 늘어놓았다.

“나는 이것만 먹을게, 나머지는 네가 먹어.”

그러자 개가 앞발로 진우의 팔을 건다. 어허, 잠깐 기다려 봐, 라고 하는 몸짓이다. 진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이게 제일 먹을 만하다는 건 나도 동의해. 근데 생각해 봐. 달랑 이거 두 개랑 나머지 전부잖아. 어떤 게 더 이익이겠냐.”

진우의 말을 들은 개는 킁킁거리며 초코바의 냄새를 맡고 다시 나머지 전투식량들, 그러니까 빵, 햄, 강정들에 코를 가져다 댔다.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같은 동작을 한 번 더 반복하며 시간을 끌던 녀석은 결국 수긍을 하고, 강정부터 와득거리며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게 이득이라니까.”

진우도 초코바를 깨물었다. 전투식량 중 그나마 이게 제일 씹을 만하다. 지난 며칠 동안의 경험상 아예 처음부터 녀석에게 더 많이 주고 최소한의 정량을 챙기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얻었다.

공평하게 둘로 나눠 먹기 시작해도 녀석의 먹는 스피드가 월등히 빨라서 어차피 거의 다 빼앗기기 때문이다.

두 번째 초코바가 1/4조각쯤 남았을 때, 녀석은 벌써 제 몫을 다 먹어 치우고 진우를 보며 애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

주둥이에서 뚝뚝 떨어지는 침을 진우가 못 본 척하자, 녀석은 좀 더 노골적으로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끄으응~ 끄으응~

“크, 너 진짜… 무슨 깡패냐……. 안 돼… 아, 맞다. 이럴 때 훈련을 시키면 되나? 킹.”

진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녀석은 짧게 얼― 하고 대답한다.

아하… 그래. 이렇게 훈련을 시키는 거였구나.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래부터 조금밖에 남지 않았던 초코바의 절반을 내밀었다.

날름, 녀석은 혀로 잽싸게 핥아먹는다. 교육에 성공한 진우는 환하게 웃으며 한 번 더 불렀다.

“킹!”

얼―

“좋아, 그거야! 그게 네 이름이라고. 자.”

진우는 나머지 초코바를 녀석에게 주고 머리를 다독거렸다.

“이제부터 내가 킹이라고 부르면 대답하는 거야. 알았지?”

초코바 조각을 삼키고 있는 개는 대꾸하지 않았다. 진우는 조금 전의 학습을 각인시키기 위해 놈이 잊어먹기 전에 한 번 더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킹!”

개는 눈만 힐끔 돌려 진우를 쳐다본다. 조금 전의 그 영민하게 대답하던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냉담하다. 진우는 답답해하며 말했다.

“아… 참내, 이런 바보. 킹이라고 부르면 대답을 하라니까. 그게 네 이름이라고. 킹!”

녀석의 눈이 진우의 빈손을 먼저 보고, 다시 얼굴 쪽으로 향한다. 어이, 아저씨. 초코바도 없으면서 뭐하는 짓이야? 일단 꺼내놓고 시작합시다, 라는 메시지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헐… 놀림감이 되어버린 진우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녀석의 뻔뻔한 얼굴을 멍하니 쳐다봤다. 이 놀이에서 바보는 녀석이 아니라 그 자신이었다.

“너, 그런 식으로 나오면 이거 안 줄 거야.”

인삼 뿌리를 내밀며 협박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조금 분한 마음의 진우가 인삼을 씹어 먹고 있을 때, 녀석의 귀가 쫑긋거린다. 잠시 후, 진우도 그 소리를 들었다.

키리리리리링, 키리리리리― 길길길길길―

아주 묵직한 엔진 소리와 쇠가 마찰하는 소리다. 산의 북서쪽 방면에서 점차 가까워져 오고 있다.

“여기서 잠깐 쉬고 있어. 주변 좀 둘러보고 올게.”

저격소총을 들것 옆에 내려두고, 소음기가 부착된 MP5를 옆구리로 돌려 메며 진우가 말했다.

이 총은 위력도 약하고 유효사거리도 짧지만, 가까이에서 맞추면 망치로 못질하는 정도의 총성만 낸다. 그리고 정확도도 꽤 높아서, 소리를 내지 않고 좀비를 잡아야 할 때는 꽤나 유용하다.

K―2는 가슴에 사선이 되도록 멨지만, 되도록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가 움직일 채비를 마치자 개도 몸을 일으키며 따라나서려 했다.

“아니, 아니, 좀 쉬고 있어도 돼. 금방 보고 올 테니까. 이거 지키는 담당도 있어야 하잖아.”

진우는 가방들을 가리키며 녀석을 진정시켰다. 가방을 지키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긴 한데, 더 중요한 일은 이 덩치 큰 개에게 쉴 시간을 주는 거다.

이 녀석, 엄청나게 센 힘에 비해서 꽤나 금방 지친다. 밥도 그다지 많이 못 주는 상황인데 짐도 끌게 하고 정찰도 데리고 다닐 수는 없다. 그러다가 쓰러져 버리면 너무 미안할 테니까.

말을 알아들었는지 녀석이 다시 가방 옆에 털썩 엎드리는 것을 확인하고, 진우는 완만한 비탈을 올랐다.

발목을 휘감는 잡초들과 씨름해 가며 위로 올라가기를 10여 분. 진우는 산의 북서쪽 능선에 도착했다.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 진우는 망원경으로 아래쪽 도로를 살폈다.

“전차구나… 어휴, 많기도 더럽게 많네.”

도로에는 여러 대의 전차들이 자리를 잡으며 나란히 멈춰 서고 있었다. 저런 놈들이 합류한 시점부터 이 전쟁은 그가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가지고 있는 탄환을 다 쏟아붓는다고 해도 저 괴물 같은 쇳덩이에게 아무런 충격도 주지 못한다.

그런 게 한 대도 아니고 여러 대다. 그의 시야가 닿는 범위 내에만 다섯 대 이상이 보인다. 얼른 도망쳐서 사정거리 밖으로 달아난다는 선택지를 택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둔하면 안 되는데.”

전차와 주변의 유류 수송차, 그 사이로 오가는 보병들을 차례로 훑으면서 진우가 중얼거렸다. 이 주변에서 벗어나기에는 북서쪽으로 나 있는 저 2차선 도로가 가장 적합한데, 이제는 전차들에게 점령당해 버렸다.

만약 저놈들이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그와 개는 어젯밤부터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다시 새로운 도주로를 모색해 봐야 한다.

귀찮기도 하고, 체력적으로 소모가 심한 일이다. 진우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

“아, 젠장. 겨우 여기까지 돌아왔더니…….”

진우는 혼잣말로 전차들을 원망하며 개와 짐이 기다리는 숲 속으로 돌아왔다. 갈 때는 10여 분에 걸쳐 올라간 길이지만, 내리막으로 돌아오는 때는 그 절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숲에 도착했을 때, 개는 충성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뒤쪽을 지키고 서 있었다.

“아쭈우~ 이놈 봐라?”

조금 내려진 가방의 지퍼와 온통 침에 젖어 번들거리는 그 주변의 천을 보면서 진우가 중얼거렸다. 개는 여전히 경계에만 집중하는 척을 하고 있다. 진우는 녀석의 뒤로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

“너 아주 요새… 슬슬 재주가 는다? 응? 내가 같이 갈까 말까 망설일 때에는 아주 착하고 바른생활하는 개처럼 굴더니… 이제는 무슨 말썽을 피울까 그 궁리만 하는 것처럼 보이네?”

진우가 가까워지는 동안 개는 이따금 한 번씩 힐끔거리며 그를 돌아본다. 진우가 녀석의 등에 손을 턱, 얹자 발랑거리며 뛰는 심장의 고동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야, 말을 하면 좀 돌아봐야지.”

진우는 녀석의 머리를 자신 쪽으로 돌렸다. 녀석은 최대한 순진무구하고 천진한 표정을 지으며 헥헥거린다. 진우는 오른손으로 살가죽이 넉넉한 녀석의 볼따구니를 잡아 당겼다.

“이 시키야… 가방이 침으로 아주 범벅인데, 그렇게 열심히 망보는 척하면 내가 모를 것 같지? 또 말썽 부릴 거야?”

개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버티고 있다. 진우는 그런 놈의 얼굴을 잠시 더 바라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배가 고프겠지만, 지금은 더 못 줘. 이 산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조금만 더 참자. 알았지?”

화해의 분위기인 걸 아는지 개는 얼른 진우의 손을 핥았다. 침으로 범벅이 된 손을 바지에 슥슥, 문질러 닦고, 진우는 다시 들것을 녀석의 몸에 연결했다.

네 개의 가방 중 좀 더 무거운 쪽 두 개를 녀석이 끄는 들것에 고정시켰고, 나머지 두 개는 진우가 양쪽 어깨에 비스듬히 걸쳐 멨다.

“켁! 어후, 무거워.”

이미 완전무장을 하고 있는 몸 위에 가방 두 개의 무게가 더해지자 숨이 턱턱 막힌다. 목과 등이 졸리는 것 같아 진우는 이마를 찌푸렸다.

괴롭기는 개도 마찬가지다. 녀석은 천천히 첫발을, 그리고 몸의 방향을 바꾸면서 그다음 발을 뗀다. 관성이 붙기 전까지의 몇 걸음이 가장 무겁고, 힘들다. 진우의 이마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진다.

“젠장, 이 정도 차이가 나는구나. 좀 심한데…….”

짐을 끌어가며 가까스로 능선 위에 도착한 둘이 조금 휴식을 취하는 동안, 진우가 한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조금 전, 빈 몸으로 올라왔을 때에는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던 거리를 30분이나 걸려서 겨우 도달했다. 세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는 걸 인식하고 나자 이 이동 방식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이런 식이면 물도, 식량도 세 배가 들고, 체력은 그보다 더 소모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삼분의 일로 줄어든 속도다. 죽어라 달아나도 시원찮을 판에 그렇게 느리게 도망을 쳐도 되는 것일까?

진우는 개를 돌아봤다. 녀석도 혀를 길게 빼고 힘겨워하고 있다. 뭔가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하지만…….

가방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이 가방 안에는 우수한 개인화기들과 탄창, 그리고 전투식량이 있다. 삼척 발전소를 탈출한 이래 그가 너무도 간절하게 찾아 헤매던 물건들이다.

전장에서는 아주 흔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민간인들의 영역으로 옮겨간 이후에는 아무리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는 보물이다.

“젠장…….”

진우는 전차들에 점령당한 도로와, 소중하지만 무거운 가방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속도와 체력에 이렇게 극심한 손실을 보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화력은 유지할 수 있는 선. 이 상태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하지만 뭘 버리냐고. 버릴 게 하나도 없는데…….”

진우는 투덜거리면서 지퍼를 열었다. 5.56㎜ 나토 탄 탄창과 그가 국방부로부터 지급 받았던 K―2, 927307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건 다 너무 소중하다.

“안 돼, 안 돼. 이건 진짜 못 버려.”

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그다음 가방을 열었다. MP5용 9㎜ 탄창들과 전투식량. 이것들도 유용해서 버릴 수 없다.

특히 좁은 건물 내부를 통과하거나 해야 할 때, 이 총의 짧은 총신은 대단히 효과적일 것이다. 전투식량이야 뭐, 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 진우는 이번에는 개가 끌고 온 가방을 열었다. 다시 5.56㎜ 탄창들과 전투식량, 생명을 지키는 것과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이 들어 있다. 여기에도 버릴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마지막 가방에는 케이스에 든 저격소총과 그 총을 위한 7.62㎜ 탄창이 들어 있다. 아직 손에 익지 않았지만, 저격소총은 정말 좋은 놈이다.

이걸로 600미터 이상 원거리에 있는 놈들을 미리 처치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위력이면 웬만한 전투모나 방탄조끼 따위는 한 방에 관통이 가능하다. K―2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젠장… 결국 버릴 건 하나도 없네.”

진우는 이마로 흘러내린 땀을 훔쳐 내며 투덜거렸다. 당연하다. 녹이 슬었을지도 모르는 땅속의 실탄 만 발을 얻기 위해 그 멀고 험한 길을 다 헤치고 왔는데, 내 손 안에 들어 있는 이 반짝거리는 무기와 탄약들을 어떻게 내버린단 말인가.

키리리릭― 기리리릭― 길길길―

진우가 가방마다 지퍼를 열어놓고 미친놈처럼 좋아하다 안타까워하다를 반복하고 있는 동안, 멀리 아래쪽 도로에서는 전차들이 다시 이동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저놈들 이제 빠져나가려고 시동 거나 보다.”

진우는 얼른 망원경을 꺼내 북서쪽 도로를 살폈다. 그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전차들이 움직일 준비를 한다는 점에서는 맞았다. 하지만 놈들은 도로를 따라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언덕을 타고 넘어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쿠르르르릉―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전차들이 나무를 짓밟으며 비탈을 타고 오른다.

“헐! 이런 씨발…….”

진우의 입에서 저절로 욕설이 터져 나온다. 그와 개가 숨어 있는 산은 이제 전차들의 이동 경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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