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묵시록 82-08-274화 (274/449)

5장 회전 단두대 (3)

지지지직― 가가각―

위이잉―

좀비의 팔이 가장 먼저 날에 걸렸다. 놈의 뼈가 잘릴 때, 그 진동이 파이프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어 와서 보안관은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위이이잉―

순식간에 팔 하나를 자른 회전톱은 곧바로 놈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가가각― 지지이익―

자기 목 뒷덜미가 잘려 나가는 동안에도 좀비는 저항도, 달아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파이프 너머의 삼식이를 노려보며 잘린 팔을 내저을 뿐이다.

핏― 피핏―

좀비의 목덜미에서 떨어져 나온 살점과 끈적한 검은 피가 측면에 붙여둔 아크릴 판에 튀었다.

“아흐으~”

삼식이가 얼굴을 찌푸렸다. 고글과 마스크로 얼굴을 단단히 감싸고 있고, 거기에 아크릴 판도 가려져 있는데 놈들의 피가 튀는 것 같다. 이걸 보고 있자니 머리통에 못을 박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기분이 나빠진다.

물론 직접 파이프를 잡고 당기는 보안관은 훨씬 더 죽을 맛이었다. 자신이 당기기 때문에 좀비의 목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파이프를 감싼 손아귀에 아주 싫은 감각이 전해져 온다. 두꺼운 보호 장갑조차 그 느낌을 차단해주지 못하고 있다.

툭―

톱날에 걸리던 아주 약한 저항이 사라졌다. 목뼈를 포함해 목이 3/4 이상 잘린 좀비의 머리가 아래로 뚝 떨어진다. 녀석은 이제 죽었다.

위이이잉―

톱날은 조금도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두 번째 좀비의 어깨 근육을 잘라낸 톱날은, 놈의 두개골과 관자놀이를 가르기 시작했다.

파바박―

순식간에 머리통에 커다란 금이 생겨난다. 당기고 있는 방향의 반대편인 삼식이 쪽 아크릴 판에 초록색 뇌수가 팍 튀어 뒤덮였다.

주르르르, 뇌수에 섞인 두개골 조각들이 아크릴 판을 타고 흘러내린다.

“우우욱! 우웨엑!”

거리를 둔 채 바라보고 있던 신입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신입은 황급히 마스크를 끌어내리고 구석으로 뛰어가 뱃속에 들었던 모든 것을 토해냈다.

“왜 그래요? 왜…….”

등을 돌린 채 골목 쪽을 보고 있던 제니와 규영이 불안해하며 물었다. 절단 현장을 보게 했다가는 도저히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아 그 둘은 처음부터 돌려 세워놨었다.

자신은 이런 거 아무렇지도 않다면서 고집스럽게 앞을 보고 있던 태권소녀가 말했다.

“…그냥 역겨워서 그래. 위험한 일 없으니까 돌아보지 마.”

규영이 제니의 손을 꽉 잡았다.

“누나… 나 무서워요. 괜히 내려온다고 했나 봐요. 저 소리도… 후우, 후우…….”

“괜찮아, 규영아. 오빠들 믿고 앞에 봐. 우리는 망보면 돼. 그게… 우리 일이야.”

다독이는 제니의 목소리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저 좀비들을 다 죽이고 나면 선반을 한 칸 올리는데, 그땐 자신도 전동 드라이버를 들고 가서 나사를 조여야 한다.

얼마나 끔찍한 걸 봐야 하는지도 두렵지만, 자신이 겁을 먹고 실수를 할까 봐 그게 더 무섭다. 나사를 떨어트리거나 해서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면 어쩌지… 후우, 후우~ 제니는 제대로 호흡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위이이잉―

회전톱은 이미 두 번째 좀비의 머리를 측면에서 세로로 갈라놓고 세 번째 좀비의 목을 자르는 중이다. 세 번째 좀비는 다른 놈들에 비해 왜소했다. 넉넉하게 닿을 것이라고 계산해서 세팅해 둔 톱날이 놈에게는 좀 높았다.

톱날은 좀비의 뒷목을 아주 얕게 자르고 지나쳐 네 번째 좀비의 팔뚝 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 젠장! 왜 한 번에 안 죽고 또 일을 두 번 하게 하냐… 사람 돌아버리게!”

보안관이 이를 악물었다. 한 번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데, 이걸 왕복하기 시작하면 톱날이 좀비를 자르는 건지, 사람의 인내심을 자르는 건지를 모를 지경이 될 것이다.

어쨌든 톱날의 진행을 멈추고 있으면 좀비가 움직여서 제 힘으로 머리를 들이밀지 않는 한 이 작업은 안 끝난다.

보안관은 다시 천천히 파이프를 당겼다. 너무 빨리 당기면 선반 끝의 파이프를 자를 위험이 있으니까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아도 눈을 똑바로 뜨고 보면서 힘 조절을 해야 한다.

가가각― 가각―

갑자기 좀비가 머리를 드는 바람에 뒤통수가 톱날에 걸려들었다. 보안관은 황급히 손을 멈췄다. 머리카락이 무척 짧던 두 번째 놈과 달리 이 좀비는 긴 머리가 치렁치렁했다. 머리카락은 위험하다.

콘크리트도 잘라내는 다이아몬드 날이지만 머리카락이 축에 말려 들어가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모른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 이런 걸 잘라본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보안관은 파이프를 뒤로 밀고 좀비가 다시 머리를 숙일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이놈, 어지간히 정신없이 움직여 댄다.

“야, 얘 좀 어떻게 해봐! 방향을 바꾸든지, 아니면 목을 좀 더 앞으로 빼게 하든지 뭔 수를 좀 내. 머리카락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짜증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감정 때문에 보안관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사이에 세 번째 놈이 또 난리를 치다가 팔이 날에 걸려들었다.

지지지직―

놈의 가느다란 팔뚝이 순식간에 잘려 나간다.

“멈춰봐! 아예 삼식이 쪽으로 쭉 빼! 삼식아, 네가 당겨! 찬찬히!”

이쪽저쪽을 뛰어다니며 내부의 상황을 살피던 유빈이 다급하게 외쳤다. 삼식이는 잔뜩 몸을 움츠리면서도 손잡이를 당겼다.

위이이잉― 카가가각―

세 번째 좀비의 얼굴 반쪽이 순식간에 날아간다. 놈의 이빨이 선반과 아크릴 판에 튀고 바닥에 뒹군다. 좀비들의 피와 뇌수가 찐득한 검은색과 녹색이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큼직한 피범벅이 될 뻔했다.

위이잉―

한쪽 끝으로 회전톱을 빼낸 뒤, 세 친구는 긴급한 회의를 열었다.

“아, 머리카락. 왠지 저거, 진짜 걸리면 안 될 것 같은데… 계획 짤 때엔 전혀 생각을 못했네. 그냥 좀 힘들어도 위에서 무거운 걸로 내리찍을 걸 그랬나?”

유빈이 난감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보안관이 고개를 저었다.

“그거라고 돌발 상황이 없었겠냐? 그런 거 후회하지 말고, 저거 어떻게 할지나 생각 좀 해봐.”

“머리카락이야 뭐, 태우면 되잖아. 금방 타.”

삼식이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쟤 머리를 태운다고? 뭘로? 토치로? 만약에 불을 질렀다가 옷이나 이런 데 옮겨 붙으면 어떻게 해? 골치 아파질걸?”

보안관이 반박을 했다. 유빈도 같은 생각이라서 ‘그래그래’를 남발한다. 하지만 삼식이는 여전히 태평이다.

“하하, 이 바보들. 하도 끔찍한 걸 봐서 머리가 어떻게 되는 것 같았는데, 너희들 때문에 내가 웃는다. 왜 그렇게 계산이 안 돼? 일단 잘라. 머리카락이 끼더라도 모터가 멈출 때까지는 그냥 해봐. 어차피 과열되면 엔진이 자동으로 멈춰. 저게 얼마짜린데 엔진이 탈 때까지 계속 돌겠어? 다 자르고 난 다음에 엔진 끄고 머리카락 끼어 있는 것만 태우면 되잖아. 뭐, 기계에 무리가 갈지는 모르지만, 오래 써야 하는 거 아니니까. 오늘만 어떻게 돌리면 되는 거 아냐?”

유빈과 보안관은 서로 얼굴을 마주 봤다. 삼식이의 말을 듣고 나니 그럴듯했다. 하긴 머리카락일 뿐이니까… 괜히 진지하게 고민하며 소리를 질렀던 자신들이 바보 같다.

“그래, 알았어. 일단 삼식이 말대로 해보자. 지금 이걸 중단하고 새 방법을 찾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다. 그럼 그건 됐고… 어때? 할 만해?”

유빈의 질문에 보안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영 안 좋아. 이건… 그냥 치고받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겠어.”

“못 견디겠으면 내가 손잡이 잡을게.”

“야! 됐어! 나 하기 싫은 일을 널 주겠냐? 그리고 어차피 네가 하는 일도 그렇게 속이 편할 것 같지는 않아. 다시 시작하자. 그… 세 번째 좀비… 저기 저 바짝 마른 놈 있잖아, 저놈 목에 안 걸리더라. 네가 높이 조절해.”

보안관과 삼식이는 다시 양쪽 손잡이로 돌아가고, 유빈은 대걸레 자루를 방범 창살 사이로 집어넣었다. 대걸레 자루의 끝 부분에는 긴 송곳이 달려 있었다.

대걸레 자루를 창처럼 찔러 넣던 유빈은 몇 차례의 시도 끝에 결국 놈의 목 주변에 송곳을 박을 수 있었다. 조금 전, 얼굴이 워낙 처참하게 손상당해서 목 외에는 찌를 만한 곳이 별로 없다.

“잡았어! 올라간다! 당겨!”

유빈은 배에 힘을 꽉 주고 자루를 들어 올렸다.

찌직, 가죽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좀비의 얼굴이 위로 들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보안관이 손잡이를 당겼다.

위이이잉―

회전 날이 몇 센티미터 더 높이 올라온 좀비의 목 위를 지난다.

까드드득―

뼈가 갈리는 소리가 났지만, 톱날은 마치 두부 사이를 지나가듯이 부드럽게, 별 힘을 들이지 않고 옆으로 이동했다. 발버둥을 치던 좀비의 움직임이 뚝 끊어진다.

녀석이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한 유빈이 막대기를 빼내는 동안, 보안관이 조종하는 톱날은 네 번째 좀비의 치렁치렁한 머리카락과 단단한 두개골을 동시에 잘라 버렸다.

이제 겨우 네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측면의 아크릴 판은 온갖 체액과 뇌수로 뿌옇게 뒤덮여 버렸다.

“한 칸 올릴까? 다 죽은 것 같은데?”

삼식이가 물었다.

“아니! 확인 삼아 몇 번 더 왕복해. 확실히 죽었다는 걸 확신하기 전까지는 판 올리지 않을 거야.”

유빈의 말이 맞다. 이미 죽은 놈들의 시체가 손상되는 걸 보기 싫다고 살아 있는 친구의 목숨을 위험에 내몰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보안관과 삼식이는 미동도 없는 좀비들의 시체 위로 두 번 더 회전톱을 지나가게 했다. 그리고 손끝에 전해지는, 이 더러운 감각을 저주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파파팟―

톱날은 무심하게 회전하며 범위 내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갈랐다. 뒤의 좀비들이 동료의 시체를 밀어 대는 바람에 네 마리 좀비의 몸뚱이는 금방 엉망이 되어버렸다.

“자, 이제 손잡이 스톱! 내가 올라가서 일단 끌게.”

함정 아래의 좀비들이 결코 다시 살아나지 못할 거라는 걸 확신한 유빈이 선반 위로 올라가 손잡이를 조여둔 테이프를 풀었다.

회전톱이 완전히 멈추고 나서 유빈은 제니와 태권소녀, 신입을 불렀다. 한 칸 올릴 시간이다.

“우웁!”

선반을 들기 위래 합류한 세 사람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좀비들의 끔찍한 꼴을 보며 구역질을 했다.

다가가서 선반의 볼트를 푸는 태권소녀와 제니의 몸이 덜덜 떨린다. 시체 바로 옆에 앉아서 선반을 받치고 있는 신입도 안색이 새파랗다.

“다 풀었어요!”

제니가 외친다. 태권소녀도 같은 말을 복창했다. 끄응차~ 네 사람은 선반의 네 귀퉁이를 잡고 두 칸 위로 끌어 올렸다.

씨이이잉―

제니와 태권소녀는 양옆에서 전동 드라이버를 이용해 나사를 조였다. 제니가 앞쪽에서 작업할 때 태권소녀가 뒤쪽을 맡았고, 그다음에는 그와 반대로 해서 중심이 어그러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자! 힘내자! 이제 앞으로 다섯 번도 안 남았어. 이 페이스면 스물 몇 마리라야 금방이야.”

나사가 단단히 조여졌는지 확인한 후, 선반 위에 올라 회전톱의 시동을 다시 걸면서 유빈이 외쳤다.

위이이잉―

톱날이 돌기 시작하고, 유빈은 손잡이를 테이프로 감았다. 규영과 제니가 등을 돌린 걸 확인한 유빈은 바닥에 내려와 셔터를 조금, 아주 조금 들어 올렸다.

콰장창―

요란한 소리를 내며 좀비들의 시체 더미 위로 다른 놈들이 덤벼들었다.

위이이잉―

놈들이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팔이 벌써 회전톱의 날에 휘말려 갈리기 시작한다.

기기기긱―

끔찍한 소리가 난다. 살면서 절대 듣고 싶지 않은, 그런 소리다.

이 짓을 앞으로 대여섯 번은 더 해야 한다는 생각에 모두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이 순간의 기억은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가장 끔찍한 악몽 중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

☆ ☆ ☆

상봉동 코스트코에서 회전 단두대가 제 임무를 다하고 있을 때, 웅덩이 아래쪽으로 산책을 나온 진우는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뭇가지를 바닥에 두드리는 중이었다.

“자, 봤지? 주워 오는 거야. 알았지?”

헥, 헥… 대장 개는 좌우로 풀쩍거리며 진우의 손에 집중하고 있다. 진우는 나뭇가지를 멀리 숲 속으로 내던졌다.

얼―

녀석은 짧고 낮게 짖은 뒤, 곧바로 내달렸다. 그러고는 금방 진우가 던진 나뭇가지를 찾아 물고 돌아왔다.

“후후후, 잘했어, 잘했어. 옳지!”

침이 뚝뚝 떨어지는 나뭇가지를 넘겨받고, 진우는 또 환하게 웃으면서 녀석의 목덜미를 쓸어줬다.

이 개, 정말 끝내준다. 용맹하고, 순종적이고, 잘 훈련되어 있다. 생긴 것과 달리 무지하게 영리하다. 이제는 생긴 것도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지금껏 그가 보았던 흔한 개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너 잃어버린 주인은 엄청 아까워하겠다. 살아 있다면 말이지.”

장난기가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녀석에게 진우가 말했다. 정을 주지 말자던 다짐은 어디로 다 사라지고, 이미 그의 마음은 녀석에게 푹 빠졌다.

비록 말 한마디 못하는 녀석이지만, 살아 숨 쉬는 내 편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특히 잠들 때 그렇다.

“멍멍아, 그만. 돌아가자. 이제 그만 놀고 밥 먹어야지. 너무 뛰어다니면 허기져.”

진우가 개를 진정시키며 앞서 걸었다. 녀석은 잠시 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쫄래쫄래 따라왔다.

멍멍이… 진우는 아직 녀석에게 이름을 지어 부르지 않았다.

몇 개나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지만, 굳이 그걸 입 밖으로 소리 내서 부르는 걸 삼가게 된다. 녀석이 좋지만, 아직 동행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였다.

“이 녀석, 완전히 내 뜻대로 통제될 수 있을까……. 암만 영물인 척 해도 결국 개일 뿐인데.”

앞질러 걸어가는 녀석의 엉덩이를 보며 진우는 자신의 고민을 중얼거렸다.

같이 놀고, 먹고, 잠들 때는 좋지만, 만약 그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도 이 개가 말썽 피우지 않고 그의 마음처럼 움직여 줄까? 그럴 것 같지 않다.

혹시라도 이 녀석이 군인들을 침입자로 알고 짖는다면, 그래서 군인들의 눈길을 한 번 더 끌게 된다면… 그렇게 되면 도망자인 진우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아무리 개가 귀여워도 녀석 때문에 자신의 목숨이 위협 받는 건 싫다. 그것이 두려워 진우는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서 그는 아직 녀석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것이다.

같이 가도 될까? 그는 매 시간마다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그렇게 진우가 고민을 곱씹으며 숲 속을 헤쳐 나가고 있을 때, 앞서 걷던 녀석이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고는 아주 낮게 짖었다.

얼!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였다. 이럴 거면 뭐하러 짖나 싶을 정도.

“왜 그래, 멍멍아? 토끼라도 있어? 못 잡아. 지금 총소리 내면 안 돼.”

진우는 녀석의 머리를 쓸어주며 지나쳐 가려 했다. 그때, 녀석이 진우의 탄띠를 꽉 물고 뒤로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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