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킬 하우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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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킬 하우스 (5)
2022.05.21.
쿠웅― 두두두두―
머리 위 3층에서 폭발음과 총성이 울려온다. 보일러실 쪽에서 올라온 메인 B팀의 병력이 공격을 시작했다는 신호다.
소령은 팀을 재정비하여 계단을 올랐다. 이제 그들이 F층의 방어 병력을 제압하는 동안 3층을 정리한 B팀이 뒤쪽을 칠 것이다.
그 외에 추가 지원 병력은 오지 않는다. 먼저 투입된 세 팀은 처음부터 적군들을 유도하고 발을 묶어놓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끄으으으~! 으으으~!”
중상을 입은 방어 병력들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과 산발적으로 울리는 총성을 뒤로하고 소령이 이끄는 A팀의 주 병력은 중앙의 계단으로 이동했다.
드르륵― 드르륵―
3층의 학살을 피해 뛰어 내려오던 방어군의 사병들이 총알 세례를 받고 계단 아래로 나뒹굴었다.
두 줄로 갈라진 병사들은 로마 시대 신전처럼 장식된 넓은 대리석 계단의 가장자리를 밟으며 두 층 위로 올라갔다.
시체와 피로 물든 계단 위에서 소령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채 장군과 이승남을 호위하는 두 명의 특임대원은 3층의 B팀과 합류하기 위해 반대편 계단으로 이동 중이다.
팟, 맹렬한 불빛이 갑자기 뻗어 나오며 개방된 형태의 계단과 3층부터 5층까지 통으로 연결된 전면 유리를 환하게 비춘다.
대비하고 있던 놈들이 제논 라이트를 켠 모양이다. 다급하게 엎드리는 대원들의 그림자가 커다랗게 천장과 벽면을 물들인다.
타타타타― 타타타―
쨍강! 쨍강!
F층 방어 병력이 쏴대는 총알은 특임대원들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 건물 전면의 거대한 유리창을 박살 낸다. 메인 A팀은 대리석 계단과 난간에 바짝 몸을 붙였다.
소령은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병력들 중 K―201을 소지한 해병대원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F층은 조금 독특한 공간이다. 한 층의 높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높고, 거대한 샹들리에가 달린 중앙 계단의 장식도 너무 과하게 화려하다.
반면에 바로 위 5층은 허수에 가까워서 해당 층 자체에는 이렇다 할 시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이 기이한 건축 설계는 해군의 야망과 육군의 위상, 그리고 군이라는 집단의 이상한 집착을 모두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원래 해군 측에서는 작전 통제실을 5층에 두려 했다. 물론 당시의 설계는 지금의 형태와 꽤나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5층의 5라는 숫자가 5성 장군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채 장군의 육군에서 그것을 극렬히 반대했다.
해군 원수에 대한 해군들의 로망은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채 장군이라는 인물의 벽을 만나 좌절되었고, 결국 작전 통제실은 F층에 설치되어야 했다. ‘해군 너희는 별 넷까지만’이라는 의미였다.
다만, 해군도 나름의 곤조가 있으니까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작전 통제실에 이르는 4층의 긴 복도에 야트막한 한 단을 만들고 그 위에 작전 통제실을 얹었다.
해군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해서 4층보다 더 높은 곳에 섰다는 자위가 필요했다. 유치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핏대를 세우고 꼼수를 쓸 만큼 중요한 일이다.
작전 통제실은 그 위층까지 뻥 뚫린 구조이기 때문에 4.5층 정도에 위치해 있는 셈인 것이다.
“머리 들지 마! 아직 기다려!”
특임대 지휘관들이 자신의 팀을 돌아보며 고함친다. 어차피 적은 긴 복도 안쪽에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수류탄을 던지지 못한다. 마지막 고비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 작전 최대의 난관은 그 4.5층으로 이어진 한 단, 요새화된 복도의 공간을 얼마나 적은 손실을 입은 채 통과하느냐에 달려 있다.
적도 바보가 아니니까 거기에 꽤 많은 대비를 해두었음이 자명하다.
투투투― 투투투투투―
지금 머리 위로 돌가루를 흩뿌리는 저 맹렬한 제압사격이 그 대표적인 증거다.
“유탄, 각도 낮춰서 멀리 발사해.”
박살 난 난간에 몸을 숨기면서 소령이 명령했다. 일전에 사족 보행 로봇 관창이 폭발하면서 그 충격으로 무너져 내린 부분들이다. 해병대원들이 K―201 유탄발사기로 계단 위쪽을 비스듬히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풍―
맥없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유탄들은 50여 미터를 날아가 F층 복도를 뒤흔들며 폭발했다.
끄아아아, 바리케이드를 구축해 두고 있던 방어 병력들이 폭발에 휘말려 죽어가는 비명이 들려온다.
풍―
한 번 더 날아간 유탄이 폭발하자 건물 전체가 다 흔들렸다. 복도는 금방 화약 냄새로 가득해졌다.
대낮보다도 환하게 건물을 밝히던 라이트가 깨지자 모든 게 다시 암흑 속으로 빠져 버린다. 귀를 어지럽히던 총소리도 뜸해졌다. 이제 적의 총알이 빗나가기를 빌며 뛰어들 차례다.
드르르륵― 드르륵―
MP5로 무차별 제압사격을 하며 A팀원들이 계단 위로 뛰어올랐다.
투투투투― 투투투―
아직 죽지 않고 남아 있던 적 방어군도 곧바로 응사한다.
으아악!
어깨를 직격당한 특임대원이 난간 뒤로 밀려 떨어지고, 적의 병력에서도 비명이 쉼 없이 터져 나왔다.
퍽― 퍼벅―
두 다리와 복부를 잇달아 관통당한 대원이 쓰러지고, 7,62㎜ 나토탄에 머리를 맞은 해병은 몇 미터나 쭉 밀려나며 즉사했다.
소령도 MP5를 꽉 잡은 채 4층 복도로 뛰어 올라갔다. 서로 상대방의 눈을 향해 쏘아대는 플래시 불빛과 총성 때문에 4층의 입구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머뭇거리지 마! 흩어져!”
응사하고 있는 십여 명의 대원들을 향해 외친 뒤, 소령은 세 명의 대원을 이끌고 우회했다. 이 건물은 넓다. 직선으로 돌진하지 않더라도 저기까지 닿을 경로는 많다.
그리고 아직도 그의 카드는 다 사용되지 않았다. 저렇게 참호까지 구축해 놓고 기다리는 놈들에게 정면으로 맞서봐야 희생만 늘어날 뿐이다.
핑― 피잉―
머리 위로 총알이 지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몇 개의 작은 회의실을 지난 소령은 바리케이드의 왼쪽에 위치한 사무실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단단히 잠긴 이 5센티 두께의 강철 벙커 너머에 무방비 상태의 적군 측면이 있다.
‘뚫어.’
소령이 손짓으로 명령하자, 특임대원이 배낭에서 두꺼운 스펀지 막대처럼 생긴 가변 성형 작약을 꺼냈다.
동그랗게 만 성형 작약 접착면을 강철 문에 붙이고 뇌관을 끼워 넣은 뒤, 네 명의 특임대원은 거리를 두고 물러나 귀를 막은 채 벽에 바짝 달라붙었다.
콰쾅―
화염과 불꽃이 튀고, 두꺼운 강철판이 둥글게 잘려나간다.
뗑그르렁―
떨어져 나온 철판 조각이 바닥에 구르는 것과 동시에 소령은 아직도 불이 붙어 있는 구멍 안으로 총구를 넣은 뒤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르륵― 드르륵― 드르르륵―
30발짜리 탄창 하나를 다 쏟아붓는 동안 소령은 총구를 조금씩 돌렸다.
척, 소령이 뒤로 물러나 빈 탄창을 갈아 끼우는 사이, 두 번째 사수가 구멍 안에 총구를 넣고 무차별 난사를 시작했다.
끄아아아―
퍼퍼벅―
으악―
티잉―
소음기가 달린 MP5의 총성을 뚫고 적군의 비명과 도탄이 벽을 맞고 튀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 번째 사수가 난사를 끝낸 뒤에야 특임대원은 구멍에 눈을 대고 강철 벽 너머를 살펴봤다.
피투성이가 되어 엄폐물 위에 쓰러져 있는 방어 병력들의 시체가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다. 이곳은 정리가 끝났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건물의 반대편에서도 일방적인 MP5 난사 소리가 울려 대는 중이다. 4.5층이 슬슬 정리되어 감을 알리는 신호다. 특임대원들의 총구에 붙은 플래시가 복도를 완전히 장악한 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이제 은행 금고처럼 단단한 보안 장비 뒤에 숨은, 작전 통제실 본체만 남았다. 공략 방법도 이미 정해놨다. 천장의 귀퉁이에 C4를 터뜨리고, 그렇게 생겨난 틈으로 진압탄을 앞세워 침투할 것이다.
“저항이 미미했습니다.”
F층에서 4.5층으로 올라가는 한 개의 단을 오르며 A팀 부팀장이 말했다. 방금 전의 교전에서 사상자는 일곱 명. 예상했던 것보다 적다.
소령도 고개를 끄덕여 주기는 했지만, 무전으로 다른 팀들과 교신을 할 수 없다는 점이 한 가닥 불안으로 마음을 무겁게 한다. 흩어져서 힘겨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은 지금 스스로의 경험과 상상만 믿고 모두 눈을 가린 채 코끼리를 더듬어가며 거세를 하는 중이다.
코끼리가 얼마나 성질을 내고, 누구를 가장 먼저 짓밟을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거세가 성공해도 이미 짓밟혀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축전지를 사용하는 작전 통제실은 건물 전체가 정전이 된 지금도 아무 이상 없이 가동되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CCTV를 통해 F층이 완전히 제압당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양측에 더 큰 희생이 있기 전에 놈들이 투항해 주면 좋겠지만, 애초에 그럴 만한 그릇의 놈들이 아니었다.
“다들 부디 살아남아야 한다…….”
작전 통제실의 지붕에 올라가 C4를 부착하고 있는 대원들을 보며, 소령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실력과 충성심을 모두 신뢰할 수 있는 부하들을 그만큼 다시 모은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휘이이잉―
교전과 폭발 속에서 박살이 나버린 유리창을 통해 바닷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응? 이건 뭐야?”
C4 폭발에 대비해 창가로 물러나 서 있던 해병대 K―201 사수가 뭔가를 발견하고 당긴다.
처음에는 케이블의 단선된 부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의 케이블이 5층이 아니라 더 위쪽에서부터 외부를 통해 늘어져 내려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거기에는 폭발이 없었는데…….”
K―201 사수는 케이블의 단면을 눈 가까이 들어 올렸다. 플래시 불빛이 작전 통제실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워낙 컴컴해서 잘 보이지가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니 단선된 것이 아니었다. 끝부분에 뭔가 빛을 반사하는 유리 재질이 붙어 있다.
“뭐야, 뭘 찾았어?”
가벼운 미소와 함께 다가온 특임대원이 K―201 사수의 어깨를 툭, 친다.
“아, 이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아무렇게나 흔들거리던데 말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며 K―201 사수가 케이블을 내밀자 특임대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케이블 카메라다. 누군가 위층에서 이쪽의 움직임을 엿보고 있었다. 그것도 이만한 특수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고도로 훈련된 집단이…….
“매복입니…….”
특임대원의 목소리가 다 터져 나오기도 전에 콰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유리창의 잔해가 깨지고 로프에 몸을 묶은 병력들이 F층의 정면과 우측에서 창을 뚫고 뛰어든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르르―
창을 깨고 들어온 습격대는 땅에 발을 내딛기 전에 일단 MP5로 난사부터 시작했다.
퍼버벅― 퍼퍼퍼벅―
C4를 설치하던 병사들이 등에 무수한 총알을 맞고 앞으로 고꾸라진다. 넘어져서 노출된 그들의 하체에 다시 한차례 총알 줄기가 홅고 지난다.
퍼버벅― 팅― 팅―
주변은 금세 흥건한 피로 물들었다.
드르르륵― 드르륵―
수십 정에 달하는 기관단총의 총성에 F층 전체가 압도되어 버렸다.
퍼버엉― 피시시싯―
최루탄이 바닥을 뒹굴며 호흡을 고통스럽게 하고 시야를 흐린다. 특임대원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뒹굴며 신음한다. 갑자기 전세가 뒤집혔다.
“9미리야! 정신만 바짝 차려! 괜찮다!”
바닥에 엎드렸다가 다시 몸을 일으키며 소령이 외쳤다.
함께 데려온 소수의 해병대 병력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특임대원들은 케블라 방탄 패드가 든 전술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MP5에서 발사된 권총 탄알 정도는 치명상이 되지 않을 만큼 얼마든지 막아주는 장비다.
문제는 적도 비슷한 방어 장비를 착용한 채 덤벼왔다는 것이다. 몸통을 어정쩡하게 쏴서는 못 죽인다. 저쪽은 방독면까지 착용한 채여서 장기전으로 가면 무조건 진다.
“쿡! 쿨럭! 따라와! 너! 응사하면서 뛰어!”
소령은 주변의 특임대원들과 해병대원들을 끌고 조금 전 그가 벽에 구멍을 뚫어 적을 사살했던 방어 참호 쪽으로 내달렸다.
거기에는 특임대원의 방탄 헬멧을 뚫어버릴 만큼 강력한 7.62㎜ 나토탄 사용 화기가 있다.
드르륵― 드르르륵―
창문에 매달린 채 로프를 풀던 습격대가 달려오는 소령 일행을 발견하고 MP5를 갈긴다. 소령도 지지 않고 응사했다.
드르륵―
몸통을 맞은 습격대가 중심을 잃고 허우적거리다가 긴 비명을 남긴 채 건물 바깥으로 떨어져 버린다.
드르르륵― 드르륵―
그 옆에서도, 또 그 옆에서도…… 습격대의 난사는 끝없이 이어졌다.
“끄으윽!”
다리를 맞아 쓰러진 특임대원이 자세를 돌려 사격하며 외쳤다.
“가십쇼! 끄으! 제가 막겠습니다!”
소령은 돌아보지 않았다. 여기에서 우왕좌왕하면 모두 개죽음을 당하게 된다. 단 한 명이라도 살아남고 이겨야 나라를 구한 영웅들의 이름 한 줄을 국립묘지에 새겨 넣어줄 수 있다.
“탄띠 확인해!”
피범벅이 된 참호 안에서 두 정의 M240 기관총을 발견한 소령은 직접 한 정을 들어 올리며 명령했다. 나머지 특임대원들은 K―2를 챙겼다. 9㎜ 권총탄보다는 5.56㎜ 나토탄의 저지력이 월등하다.
핑― 핑―
머리 위로, 또 벽으로 수없이 총알이 날아든다. 특임대원들은 참호와 시체를 함께 엄폐물로 삼고 응사했다. 그사이 탄띠를 갈아 끼우고 재장전을 마친 소령이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투투― 투투투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
순식간에 복도 건너편을 향해 예광탄과 불덩어리들이 날아간다. 목표는 단순하다. 창가에 붙어 있는 놈들과 서서 뛰어다니는 모든 놈들의 몸통을 꿰뚫으면 된다.
분당 900발이라는 놀라운 연사 속도와 대구경 탄환의 위력은 순식간에 창가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M240 기관총 두 정이 동시에 불을 뿜자 참호를 때리는 총알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너희 넷! 이거 더 끌고 천천히 전진해! 나머지는 따라와! 뛴다!”
보이는 각도 내의 위협들을 제거한 소령은 특임대원들에게 M240을 맡기고 넘겨받은 K―2를 꽉 쥔 채 달려나갔다.
드르르륵― 드르륵―
연기 속에서 MP5의 총성과 비명이 들려올 때마다 심장이 찢겨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인다.
내 새끼들이…… 죽어가고 있다.
탕― 탕― 타타타―
방독면을 쓴 채 연기 속을 걸어오던 습격대의 옆구리와 목을 꿰뚫은 소령은 총구를 돌려 다른 놈들의 몸통을 겨냥했다.
타타탕― 탕― 탕―
소령은 적군의 피를 뒤집어쓰며 빠르게 내달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이긴다. 기관총과 탄통을 든 네 명이 복도 끝까지 뛰어오고, B팀의 잠입이 끝나기만 하면…….
“이야아!”
연기 속에서 소령을 발견한 습격대가 기합을 넣으며 총구를 돌린다. 소령도 다급하게 몸을 틀며 놈을 발로 찼다.
드르르륵―
하늘로 치솟은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다. 놈은 소령의 K―2를 꽉 잡고 누른 채 버틴다.
끄으으~ 잠시 힘 싸움을 벌이던 소령은 K―2를 뒤로 빼서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오른팔로 놈의 목젖을 노려 쳤다.
턱! 상대는 균형을 잃어 넘어지면서도 어깨로 소령의 공격을 막고 오히려 다리를 걸어온다.
이놈이!
한 덩어리가 되어 중앙의 대리석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소령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쿵!
대리석 계단의 중간, 무너져 버린 난간에 걸친 두 사람은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소령은 계속 최루탄의 연기를 들이마시고 있고, 놈은 방독면을 쓴 채다.
결국 소령은 아래에 깔렸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동안 소령은 놈의 방독면을 벗기는 데 성공했다.
“하하하하! 조철웅 소령님! 내 밑에 깔리니까 기분이 어떠십니까? 격투 훈련에서 그렇게 사람 괴롭히시더니!”
환하게 웃는 적의 얼굴.
이놈일 줄 알았다. 해군 특수전 전단 소령, 씰의 젊은 에이스라 할 녀석이다. 예전에 함께 훈련할 때부터 싹수가 보였던 놈이다.
“707도…… 끄응~ 공중 지원이 없으니까…… 별거…… 아닙니다?”
놈이 어떻게든 팔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도발을 한다. 사실이다. 헬기 한 대만 떠 있었어도, 무전으로 다른 팀들과 연락만 주고받을 수 있었어도 이렇게 허접한 매복에 당하지는 않았을 거다.
소령은 놈의 오른손을 꽉 낀 채 놔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녀석의 허벅지에 끼워진 권총집을 무릎으로 눌렀다.
“애들 그만 죽이고 빼! 우리의 승리다!”
“전원 몰살을 승리라고는 안 하죠!”
소령은 오른손으로 놈의 오른팔을 꺾어 잡아당기며 다시 한 번 설득했다.
“지금쯤 우리 B팀이 작전 통제실 장악했을 거다. 다 끝났어.”
“후후후, 끄으응…… 다급해지니까 뻥까 치깁니까? 거기를 무슨 수로?”
“비상 탈출용 엘리베이터…… 거기로 기어 올라가는 게 계획이었어. 내부에 전투 병력이 얼마나 있나? 공정 통제사들? 그렇게 소수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
놈은 대답하지 않는다. 소령은 다시 한 번 설득했다.
“더 죽고 죽이는 거 무의미하다. 그만 애들 빼자. 전부 군에 꼭 필요한 애들이야…… 끄으응.”
“익!”
결국 놈은 왼손으로 대검을 빼는 걸 택했다.
스트라이더 나이프. 길이도 짧고 날이 바짝 선다고도 할 수 없지만, 자동차 강판을 뚫을 수 있을 만큼 터무니없이 단단한 놈이다.
씰의 에이스가 왼손으로 칼을 눌러온다.
끄으으~!
소령은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세가 너무 불리하다. 소령의 이마부터 사선으로 칼이 내리그어진다.
깊지는 않지만 아주 천천히…… 그리고 눈썹을 지난 칼날은 소령의 왼쪽 눈꺼풀을 잘라내고 눈알을 터뜨렸다.
“으으윽!”
비명을 듣고 흥분한 놈이 체중을 왼손에 더 실으며 웃는다.
“그런 소리도 낼 줄 아는지는 몰랐습니다. 후후후, 어색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