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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킬 하우스 (4) (262/449)


262. 킬 하우스 (4)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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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봉으로 달려가는 두 대의 SUV 뒷좌석에는 각각 K―201 유탄발사기 사수와 K―3 사수가 앉아 있다. 길을 막고 선 초소를 최대한 빨리 날려 버리고 돌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도로는 의외로 한적해서 그들은 출발한 이래 딱 두 개의 초소만을 폭파한 뒤, 쭉 내달릴 수 있었다. 한라산 북측에서 여전히 대규모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허술한 대응이었다.

“하여간에 이 새끼들, 멍청해. 이래서 먹물 먹은 새끼들은 안 돼.”

뻥 뚫린 도로를 바라보며 채양균은 코웃음을 쳤다.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이승남이 묻는다.

“뭐가 그렇게 안 된다는 거요?”

“아무한테나 턱턱 자리를 내줘서 안 된다는 거야!”

채양균이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이 좁은 제주도에서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체포되지 않은 채 버틸 수 있었는지 잘 안다.

물론 조철웅이가 이끄는 특임대 애들이 워낙 똘똘하게 자신을 잘 보필해 준 것도 큰 이유이기는 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그것은 바로 인사 문제였다.

정신 나간 한 교수 새끼는 대빵으로 임명한 놈이 죽자마자 바로 다음 서열을 승진시켜 그 공석을 메웠다.

자리가 비어 있는 꼴을 못 봐준다. 제 딴에는 동기부여를 하겠다고 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입장을 조금만 바꿔놓고 보면 말이 안 되는 인사다.

밑의 참모들 입장에서는 일을 똑바로 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수색과 경비를 대충 하면 할수록, 그래서 더 많은 장군들의 대가리가 저격을 당해 날아갈수록 더 빨리 자신이 별을 달 수 있거나 군의 정점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새끼들은 존나게 안일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보다 그 일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놈은 확실히 별들을 모른다. 그런 특성을 알고서야 이런 식으로 후다닥 승진을 시켜주진 않았을 테니까.

그것이 열흘이 넘도록 채 장군과 특임대, 그리고 해병 중대가 해군 전체에게 쫓기면서도 제주도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숨어 지낼 수 있던 가장 큰 이유였다.

반대편에 있는 벼락출세를 한 장성들 중에서 단 한 놈만이라도 직접 필드에서 상황을 봐가며 진두지휘를 했다면, 채 장군 쪽의 그 적은 인원과 장비로 이렇게까지 버텨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애들 와 있습니다.”

목표 지점에 가까워지자 약간 속력을 줄였던 운전수가 소령을 향해 보고했다. 멀리 전방 주택 2층 창에 모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반대로 1층과 3층은 완전히 소등된 채다. 미리 입을 맞춰 둔 신호대로다. 플래시 불빛으로 서로 교신을 마친 뒤,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가자.”

긴 차량의 행렬이 불 켜진 주택 쪽으로 이어졌다. 좌회전을 하기도 전에 이미 마중 나와 있는 대원이 있다.

“오시는 데 불편한 점 없으셨습니까?”

농담 섞인 말로 인사를 건네는 것은 두 시 오십 분에 해군 기지 정문을 향해 판처파우스트 3를 발사했던 그 다섯 남자 중의 하나다.

자동차에서 내린 소령은 남자로부터 적외선 망원경을 건네받으며 물었다. 골프장과는 500여 미터 떨어져 있다.

“내부 상황은 어때 보이나?”

“개판입니다. 좀비들을 아직도 다 못 잡았는지 총소리는 계속 나고, 그런데도 골프장 정문 병력은 별로 움직일 생각이 없고…… 그렇다고 정리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명령 체계가 다 꼬여 있는 것 같습니다.”

소령은 시간을 확인했다. 03시 21분. 진입 작전이 시작된 지 20여 분이 지났다. 이미 침투한 레드, 블루, 블랙 팀을 상대하기 위해 적의 병력이 이동할 만큼 충분한 시간을 줬다.

“장갑차가 있군. 트럭이 두 대.”

불 꺼진 골프장 정문을 적외선 망원경으로 살피며 소령이 중얼거렸다. 남자는 방금 막 소등한 주택의 3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준경도 새것으로 다 갈아 끼웠습니다.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판처파우스트 3는 착탈식 조준경을 채택하고 있다.

세 발 이상 로켓을 발사하면 조준경의 조준점이 틀어져 버리기 때문에 그것을 갈아 끼운 후, 새로 발사를 해야 정확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소령은 다시 SUV에 오르며 명령했다.

“좋아, 준비되는 대로 때려.”

“넵! 20분 후에 뵙겠습니다!”

남자는 문을 닫아주며 경례를 붙였다. 그러고는 주택을 향해 돌아서서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옥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판처파우스트 3의 새 조준경에 눈을 바짝 붙이고 목표물을 찾았다.

제1타깃, 장갑차.

제2타깃, 병력을 가득 실은 트럭 1호.

저격수의 조준은 트럭 2호의 운전병에게 고정되어 있다. 저격수가 먼저 운전병을 날리면, 곧바로 두 발의 로켓이 발사되고 골프장 정문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다.

“준비됐지?”

키 큰 저격수가 조준을 마치고 묻는다.

넵! 다들 눈을 조준경에 바짝 붙인 채 대답한다.

저격수는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쨍강!

트럭 2호의 앞 유리가 박살 나고, 운전대에 기대 있던 운전병의 얼굴이 피투성이 고깃덩어리로 변한다. 그리고 곧바로 로켓에 직격당한 장갑차가 불덩이로 바뀌었다.

콰아앙―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튀어 오르는 트럭 1호 역시 곧바로 화염에 휩싸여 버렸다.

“출발해!”

적외선 망원경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소령이 폭발을 확인하자마자 운전수에게 명령했다.

부아아앙―

SUV들을 앞세운 긴 차량의 행렬이 500여 미터 전방의 골프장 정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중간 지점까지 도착했을 때, 두 발의 로켓이 한 번 더 골프장의 굵은 철제 정문과 아직 폭발하지 않고 있던 트럭을 때렸다.

화르르르―

주변이 온통 환해질 만큼 강렬한 불꽃이 정문 주변을 휘감으며 타오르고, 철문과 바리케이드가 수십 미터 바깥으로 날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다.

위이이잉―

속력을 최대한으로 낸 승합차가 가장 먼저 골프장 정문을 돌파하였다. 네 번의 폭발이 있은 이후여서 별로 장애물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 뒤로 속속 자동차들이 골프장 내부로 달려 들어갔다.

“하하하, 이 개새끼들! 골프 그렇게 좋아하더니, 결국 골프장 때문에 망하는구나!”

진입로를 내달리는 SUV 뒷좌석에서 채양균이 통쾌하게 웃었다. 해군 기지의 정문에서 해군 본부 건물까지 닿으려면 세 개의 게이트와 무수한 건물들을 돌파해야 한다. 한세월이다.

반면, 지금 그들이 달리고 있는 뒤쪽의 골프장에서는 접근하기가 상당히 용이하고 가깝다.

2.5킬로미터 길이 정도에 걸쳐져 설계된 18홀과 골프 연습장을 지나면 헬기 이착륙장이고, 곧바로 해군 본부 후문에 닿는다.

게이트 하나와 일반 사병 막사가 그 사이에 있다고는 해도 정문 쪽과는 비교가 안 되게 단출하다.

해군 참모총장이었던 이승남으로서도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을 만큼 멍청한 배치였다.

‘왜 이렇게 기지 설계를 했던 걸까?’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지기는 하지만, 이승남은 사실 그 답을 알고 있다.

이 기지는 처음부터 전쟁을 대비하기보다는 외국 해군 간부 의전과 국내 장성의 복리 후생 쪽에 더 목적을 두고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장군들과 그 가족들이 외부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더 편안하게 라운딩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골프장을 본부 뒤에 바짝 붙여뒀다.

지금 이 상황처럼 제주도 내에서 침입 세력이 발생할 것이라는 변수는 아예 상정해 두지도 않았다. 그것이 오늘 밤, 아킬레스건이 되어 해군 간부 전체의 목줄을 잡아당기게 될 것이다.

부우우우웅―

열네 대의 차량은 굴곡진 잔디밭 위를 빠른 속도로 가로질렀다.

이따금씩 헤드라이트 불빛 내에 뛰어다니는 좀비들의 모습이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피투성이가 된 채 엎어져서 필드 위에 토사물을 게워내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도 보인다.

기껏해야 좀비 몇 마리를 풀었을 뿐인데, 골프장 주변의 경비 병력들은 어지간히 큰 타격을 입은 모양이다.

투투투투투― 투투투투―

좀비들과 싸우고 있던 경비병들을 발견할 때마다 SUV의 측면에 배치된 K―3가 불을 뿜는다. 좀비, 경비병 가리지 않고 무조건 제거한다. 미리미리 보이는 대로 처리해 둬야 후환이 없다.

그롸아아―

승합차의 앞을 막아서려던 좀비의 몸통이 차 아래로 말려 들어가며 터진다. 승합차는 심하게 휘청거리기는 했지만, 속도를 멈추지 않고 계속 내달렸다. 다른 차량들도 마찬가지다.

전속력으로 내달린 차량들은 2.5킬로미터 거리를 금방 돌파했다. 공중 지원도, 통신도 없이 수행해야 하는 이 작전에서 비장의 무기는 스피드다.

적들이 세 방향에서 몰아쳐 오는 공격에 혼이 팔린 사이, 몰래 다가가 심장을 치는 것이 요점이다. 해군 본부 함락까지 20분 이상 끌어도 안 되고, 끌기도 어렵다.

투두두두두― 투투둑― 투투투투―

선두 차량의 요란한 사격 소리가 헬기 이착륙장에 도달했음을 알린다. K―3가 철책을 경비하고 있던 경비병들을 제압하고 있는 것이다.

저쪽은 단순한 K―2, 이쪽은 K―3와 저격총.

화력의 수준이 다르다. 당연히 경비병들은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그동안 소령을 비롯한 모든 병력은 하차를 마쳤다. 절단기를 동원해 펜스를 뜯어내고 60여 명의 병사들은 헬기 이착륙장 안으로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관제탑 주변은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지만, 아직 이륙하는 헬리콥터는 보이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판처파우스트 3로 정문을 때려 작전 시작을 알린 때로부터 아직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계급별로 보고에 보고, 보고를 거쳐야 하는 딱딱한 관료 조직의 특성상, 한 교수는 이제야 겨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전달받았을 것이다.

“저거부터 처리해.”

아직 아무도 탑승하지 않은 헬리콥터 두 대를 가리키며 소령이 명령했다. 이 싸움에서 끝을 내야 한다. 그러니 달아날 수 있는 수단 같은 건 일찌감치 제거해 두는 것이 상책이다.

C4를 든 특임대원들이 헬기로 달려가는 동안 다섯 명의 K―3 사수와 다섯 명의 특임대가 불이 환히 밝혀진 관제탑으로 뛰어들었다.

저 정도 인원이 저 높은 장소에서 농성을 한다면 중대 병력 정도는 충분히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저기도 난리구만.”

좌측 아래에 위치한 사병 막사를 내려다보며 채 장군이 중얼거렸다.

투투투― 투투둑―

병사들은 막사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달려오는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 문제의 원흉, 해군 본부 건물이 보인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좀비와 사병들이 정신없이 얽힌 저 막사 건물을 통과해야겠지만, 그래서야 단기간에 목표까지 닿지 못한다.

하지만 소령에게는 다른 복안이 있었다. 시간도 줄이고 병력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는 복안이.

“하수구 열었습니다!”

헬기장 구석에서 둥근 맨홀 뚜껑을 들어 올린 병사가 보고를 한다. 소령은 플래시로 안쪽으로 비춰 보았다.

10여 미터 아래로 이어진 맨홀.

하수구와 가스 공급용 파이프를 배치해 놓은 높이 2.5미터, 폭 4미터가량의 지하 통로다.

이 루트는 기지 어디로든 거미줄처럼 이어진다. 당연히 해군 본부 건물 아래로도 지난다.

이곳으로 들어가 땅 밑에서 500여 미터를 달리면 막사에서 쓸데없는 충돌을 벌이지 않고도 해군 본부의 지하 3층 주차장에도, 반대편의 보일러실에도 닿을 수 있다.

예전에 그가 팀원들과 아직 골조밖에 지어지지 않은 강정 기지를 킬 하우스 삼아 연습하던 때에 직접 밟아본 경로다.

“들어가! 빨리! 서둘러!”

특임대원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사다리를 타고 맨홀 아래로 내려간다.

콰쾅―

뒤쪽에서 헬리콥터가 폭파하는 소리가 울리고, 관제탑을 점거한 병력들이 막사를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투투투투― 투투투―

지형적으로 워낙에 유리하기 때문에 기갑 병력의 추가 지원이 올 때까지 20분 이상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사이 소령의 메인 화력은 해군 본부를 점거하면 된다. 계획은 깔끔했다.

탁탁탁탁탁―

50여 명의 메인 타격대는 플래시 불빛에 의존해서 캄캄한 지하의 터널을 빠르게 돌파했다. 몇 개의 코너와 갈림길을 지나야 했지만, 조철웅의 기억에 새겨진 지도에는 오차가 없었다.

중간 지점에서 병력은 다시 반으로 갈라졌다. 메인 B팀은 보일러실부터 출발해 해군 본부의 좌측을 정리한 뒤, 작전 사령실에서 A팀과 합류할 것이다.

“클리어! 아무도 없습니다.”

맨홀 뚜껑을 밀어 열고, 슬쩍 고개를 내밀어 주차장 내부를 살펴본 선봉이 보고한다. 소령이 손가락 두 개를 돌리자 선봉은 연막탄을 주차장 내부로 던졌다.

피시시싯―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선봉이 사다리를 뛰어 올라갔다. 그 뒤를 이어 25명이 차례대로 사다리를 오른다.

“장군님, 호위 병력과 함께 여기 계시는 게…….”

소령의 권유에 채양균은 호탕하게 웃으며 산탄총을 들어 올려 보였다.

“야! 나 아직 현역이야! 이승남이랑 같은 과로 몰지 마. 승남아! 가자!”

유일하게 아무런 무기도 소지하지 못한 이승남을 앞세우고, 채양균은 사다리를 올랐다. 4성 장군이 그렇게 나오는데 소령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소령은 결의를 다지며 맨홀을 기어올랐다.

주차장 내부는 연막탄에서 피어오른 하얀 연기로 자욱해져 있었다. 시야가 가리기는 하지만, 이쪽의 병력 규모와 이동 방향을 CCTV 너머로 적에게 모두 알려주는 것보다는 전략적으로 이점이 있다.

스물다섯 명의 A팀 중 여섯 명이 다시 방향을 달리해 주차장을 가로질렀다.

지금 분리되어 나간 여섯 명은 한 층 아래의 전기 설비실로 가서 건물 전체의 모든 전원을 완전히 파괴한 뒤, 다른 경로로 이동할 것이다.

나머지 병력은 빠르게 계단을 뛰어올랐다.

적이 지하 주차장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병력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1층을 거치게 마련이다. 그런 작업이 이뤄지기 전에 미리 2층까지는 올라가 있어야 한다.

‘대기!’

2층 복도 문에 다다른 선봉이 왼 손바닥을 보이며 일행의 전진을 막는다. 계단 벽에 붙은 조명등을 개머리판으로 쳐서 깨뜨려 버린 선봉은 아주 살짝 문을 돌려 손 한 마디 정도만 열었다.

상대적으로 어둑한 복도에 비해 2층 복도는 환하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병사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명령을 받고, 또 전달하고 있었다. 어깨에 총을 멘 채로 초조하게 명령을 기다리는 사병들의 모습도 보였다.

외부 상황을 확인한 선봉은 다시 문을 당겨 닫았다. 어두운 계단에 선 대원들 사이로 초조한 시간이 흐른다.

팟―

그 순간, 아래층 계단과 위층 계단의 조명등이 일제히 꺼졌다.

어? 뭐야?

복도 쪽에서 당황한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건물의 전기가 나간 것이다.

틱, 문 위에 붙은 희미한 비상등이 켜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선봉은 섬광탄을 건물 내부로 집어 던지고 다시 문을 닫았다.

파악―

갑자기 찾아온 암흑 때문에 한껏 커졌던 적 병사들의 동공을 강렬한 섬광이 칼처럼 찔렀다.

으아악!

복도 전체에 커다란 비명이 울린다. 네 사람의 선봉대는 복도로 이어진 문을 열고 뛰어들었다.

파파파파파팟―

선봉대의 MP5에 부착된 LS―162 라이트가 빠르게 깜빡이며 복도의 경치를 보여준다. 1초에 일곱 번 반 점멸하는 이 75루멘 라이트는 그들의 시야를 밝히는 빛이자 무기다.

암흑 속에 위치한 상대가 이 조명을 정면에서 마주 보면 한동안 시각이 마비된다. 물론 아군에게도 상대방의 모습이 아주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 정도 핸디캡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선봉대는 복도의 왼쪽으로 돌아 나가며 MP5를 난사했다. 눈을 가리고 총을 더듬거리던 병사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벌집처럼 몸이 꿰뚫린 채 쓰러져 버렸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MP5에서 발사된 9㎜ R.I.P.탄은 목표물의 배를 뚫고 들어가 내장 전체를 헤집어 댔다.

어린 병사들의 목숨보다 돈 몇 푼이 더 소중했던 군 수뇌부는 오늘 방탄조끼를 표준 장비로 채택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그와 거의 동시에 제2대가 오른쪽으로 진행하며 복도 위에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게 총알을 먹였다.

콰앙―

산탄총에 맞은 적병이 문짝을 안고 넘어간다. 방 안에서 비명을 지르던 놈들에게도 무자비한 총알 세례가 퍼부어졌다.

“03시 29분…….”

소령은 시계를 확인했다. 예상 종료 시점까지 잔여 시간 11분. 작전은 꽤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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