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0. 킬 하우스 (2) (260/449)


260. 킬 하우스 (2)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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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등, 확인했습니다.”

망원경으로 골프장을 주시하고 있던 특임대 소령이 채 장군을 향해 보고했다. 간이 의자에 앉은 채양균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내가 말했잖아. 걔는 내 말이라면 껌뻑 죽어.”

“그 사람 말고도 오늘 죽을 놈 많습니다.”

시간을 확인한 소령은 계단을 내려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특임대원들과 해병대 병사들 앞에 섰다.

에에에엥―

골프장 정전 때문에 강정 기지에서는 사이렌이 울려 대고 있다.

그들이 위치한 장소는 폐쇄된 채 방치된 구 대학 건물 2층. 강정 기지에서 불과 1.5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반란군 놈들이 이곳 수색을 마치고 철수하자마자 여기로 옮겨와서 비어 있던 건물을 통째로 차지했다.

“주목!”

소령이 입을 열자 수십 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동안 쫓겨 다니면서 재미있었지?”

후후후, 소령의 농담에 몇 군데서 웃음이 터진다. 잠시 뜸을 들인 소령이 다시 물었다.

“혹시 무서웠던 사람 있으면 투항 허락하겠다. 있나?”

하하하! 또 작은 웃음이 터진다. 소령은 병사들의 얼굴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쫓아오던 새끼들, 어떻게 하고 싶었나?”

“죽이고 싶었습니다.”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던 특임대 대원이 나직하게 대꾸한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열흘이 넘도록 한 몸이 되어 목숨을 걸고 도망 다니는 동안 해병대 병사들도 이미 뼛속까지 동질화되어 있었다.

“너희 전우의 몸에 총알을 박은 새끼들, 어떻게 하고 싶었나?”

“죽이고 싶었습니다!”

해병대 병사들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다.

“오늘, 그걸 허락해 주겠다.”

가벼운 환호가 인다. 소령은 손을 들어 제지하며 말을 이었다.

“오늘 이 시간부로 우리는 도망 다니지도, 주저하지도 않을 것이다. 총 끝에 인정을 두지도 않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척,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소리가 하나의 구령처럼 절도 있게 울린다.

“오늘 밤 우리는! 저 부패하고 타락한 역도의 무리들을 모조리 처단하고 다시는 쫓기지 않을 것이다! 그간 쌓아왔던 너희의 분노! 적을 향한 증오! 나라를 구하겠다는 뜨거운 열망! 모두 이 한순간에 뜨겁게 불살라라!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너희 곁에 있는 동료들을 믿어라! 나를 믿어라! 채 장군님을 믿어라! 우리는 옳다! 그리고 승리할 것이다! 특임대와 해병대가 하나가 되어! 나라를 구한 역사의 현장에! 우리의 이름을 피로 새길 준비가 되었나?”

소령의 열변이 질문으로 끝나자 무릎앉아 자세로 대기하던 병사들은 손바닥으로 바닥을 한 번 쳤다.

도망자로 살다 보니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습관이 아주 몸에 뱄다. 신뢰를 가득 담은 눈으로 병사들을 바라보던 소령이 나직하게 지시를 내렸다.

“각 팀장들, 팀원들과 작전 다시 확인하도록.”

소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특임대원들과 해병대 병사들이 팀별로 뭉쳐서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린다.

급조해서 그린 단면도를 자그만 플래시 불빛으로 비춰 보는 초라한 환경이지만, 다들 의욕 하나만큼은 끓어 넘칠 기세였다.

“철웅아, 너 나중에 정치할래? 야~ 말 잘하네.”

소령이 3층으로 돌아왔을 때, 채양균이 빙글거리며 물었다. 연설을 귀담아들은 모양이다. 소령은 피식 헛웃음을 웃었다.

“큭, 장군님도 참 놀리시는 거 좋아하십니다. 저는 딱 이게 적성입니다.”

“적성이라……. 뭐, 잘하기는 하지.”

채양균은 담뱃불을 붙이며 중얼거렸다. 소령은 얼른 창가를 가리고 섰다. 채양균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여유롭게 맛을 음미하며 연기를 내뿜었다.

그때까지도 단 한마디 없이 구석에 기댄 채 어두워진 도로를 초조하게 바라보던 이승남이 입을 열었다.

“꼭 성공해야 하는데…….”

“성공합니다.”

대답하는 소령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이승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저쪽이 연일 강행된 수색으로 지쳐 있다고는 해도, 워낙에 병력의 차이가 압도적이다.

게다가 현대 특수전에서 가장 중요한 전력이라 할 공중 지원도 받지 못하고 싸워야 한다.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야, 승남아. 너는 말이지, 간이 너무 작아. 어차피 인생 백 년 살기 힘들어. 그럴 바에야 좀 화끈하게 가보자. 아…… 내가 배짱부릴 수 있는 근거를 좀 줄까? 승남아, 너 저 강정 기지 짓다가 마무리 공사 장기 지연되었을 때 뭐했어? 해군 참모총장으로서.”

“뭐하냐니요? 해군 참모총장이랑 기지 공사랑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거야 건설사 일 아닙니까?”

채양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너는 골프나 쳤겠지. 대빵이 그러고 있으니까 밑에 애들이야 오죽했겠냐? 뭐, 사실 나도 그랬으니까 뭐라 그럴 자격은 안 되는데……. 근데 말이지, 얘는 달랐어.”

채양균은 소령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얘는 그 몇 달 동안에 여기에 와서 살다시피 했어. 내 허락 받고 자기 팀원 싹 다 끌고 왔었다고. 그래서 저 해군 기지 본부 건물부터 별관, 식당까지 싹 다 제 발로 밟고 돌아다녔단 말이야. 여기에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인질 사건이나 테러 대비하고 싶다고 부탁을 하는데…… 참내, 얼마나 대견하고 예뻐 보이는지……. 아예 실제 건물을 킬 하우스 삼아서 연습을 했다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 주제도 모르고 깝치는 한 교수랑 네 밑에 그 염병할 똥별 새끼들은 지금 우리 킬 하우스 안에 들어 있다는 거야. 싹 다 뒈질 일만 남았지.”

소령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상관의 칭찬에 답했다. 채 장군의 말은 절반 정도만 사실이다. 대한민국 군인 중에 오직 그의 대원들만이 실제 강정 기지를 무대로 삼아 테러 진압 훈련을 해봤다는 말은 사실이다.

자신도 있다. 눈을 감으면 도면이 한눈에 그려질 정도니까. 적에게는 강정 기지가 집무실이고 관사겠지만, 그에게는 전장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를 치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일지 그 자신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화력의 차이는 무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간이 콩알만 한 좀생이들이 가용 병력을 총동원해서 방어선을 구축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그가 연습했던 시나리오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목표까지 닿기 위해 죽여야 할 놈들이 너무 많다.

그러니 승률은 반반의 균형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이쪽으로 기운 정도라고 봐야 했다.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운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키는 쪽과 치려는 쪽, 어느 쪽이 더 운이 좋은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한 시간 후, 03시 05분이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준비 마쳤습니다.”

레드 팀의 팀장이 대표로 올라와 보고를 한다. 좌측 담장에서 출발해 세 개의 건물을 지나 가장 빠른 시간에 본부 건물에 도착해야 하는 팀이다.

이 녀석들과 이미 출발한 블랙 팀의 활약이 이 작전 성패의 6할을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운을 빈다.”

소령은 레드 팀장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레드 팀장은 운 따위 없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듯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40분 뒤, 강정 기지 정문 게이트로부터 570미터 떨어진 작은 횟집의 문이 열리며, 다섯 명의 남자가 도로로 나섰다. 열린 문틈으로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있는 시체들이 몇 구나 보인다.

조금 전, 순찰을 돌다가 다섯 남자에 의해 살해된 경비병들이다. 주변의 상가는 모두 고요했다.

투투투투― 투투투― 투투투투―

아직도 총성이 들려오는 강정 기지를 보며 제일 키가 큰 사내가 비웃음을 지었다.

“저 새끼들 진짜……. 크, 좀비 몇 마리 풀어 놨더니 그걸 한 시간이 넘도록 진압을 못 하네.”

“정예 병력을 그쪽으로 안 빼고 뒀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른 남자가 의견을 제시한다. 사내는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뭐, 그렇겠지. 양동작전이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게이트 쪽에 집중할 거다. 공두 시 사십오 분……. 슬슬 준비해라.”

사내가 명령하자 네 명의 남자는 승합차 뒷문을 열고 뭔가를 꺼냈다.

굵고 긴 막대 두 개와 검은 쇳덩어리들 뭉치.

대전차로켓 판처파우스트 3와 탄두다.

두 명이 기관단총을 들고 주변을 살피는 동안 다른 두 명은 능숙한 솜씨로 탄두의 추진부를 발사관에 연결했다.

조립된 발사관을 세운 남자들은 탄두의 연장관을 쭉 뽑아낸 뒤, 나사를 돌려 고정시켰다.

“시계 양호. 목표 확보했습니다.”

10여 미터 간격으로 벌려 앉은 두 남자가 조준경에 눈을 붙인 채 보고한다. 돌담 위에 저격소총을 걸치고 전방을 관찰하던 키 큰 사내가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초침이 두 시 오십 분을 막 가리키자마자 사내가 명령했다.

“우측, 좌측. 각자 장갑차부터 날려.”

“시작은 화려하게!”

콰아앙!

두 남자가 농담과 함께 방아쇠를 당기자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로켓이 발사되고, 뒤쪽으로는 카운터매스가 날아가 후폭풍을 반감시킨다.

쑤우웅―

빠르게 날아간 로켓은 상대방이 대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전에 장갑차의 장갑을 때렸다.

성형 장약탄 특유의 먼로―노이만 효과는 엄청난 고열과 에너지로 두꺼운 장갑의 한 점을 뚫어냈고, 장갑차 내부는 순식간에 화염과 폭발에 휩싸였다.

풍―

장갑차의 해치 위로 산산조각 난 장갑차장의 시체와 함께 불꽃이 솟아오른다.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두 대의 장갑차는 완전히 궤멸되었다.

그만한 발사음과 후폭풍이 있었으니 초소 쪽에서도 당연히 반응이 이어졌다. 다섯 남자가 있는 방향을 향해 서치라이트를 돌리려는 경비병을 스코프로 보며 키 큰 사내가 중얼거렸다.

“어림없어, 인마.”

타아앙―

그가 방아쇠를 당기자 경비병의 목과 얼굴이 퍽! 하고 터져 나간다. 서치라이트는 붉은 피와 뼛조각으로 범벅이 된 채 멈춰 섰다. 곧바로 다른 병사가 라이트를 잡았다.

“교훈을 얻어라, 좀.”

사내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 탄환은 병사의 눈을 관통했다. 두 명의 피를 뒤집어쓴 서치라이트는 온통 뻘겋다.

“재장전 마쳤습니다.”

저격수가 시간을 버는 사이, 판처파우스트의 탄두를 재장전한 남자들이 보고를 한다. 재장전이야말로 이 독일제 무기의 탁월한 특성이다. 저격수는 조준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공삼 시 정각 됐으면 쏘고 가자. 뭘 기다리냐?”

콰아아아앙―

또다시 날아간 두 발의 로켓은 초소와 게이트 주변의 바리케이드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폭발에 휩싸인 경비병들은 시체조차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타앙― 타앙―

세 발째의 재장전 시간 동안 저격수는 계속 총구를 돌려가며 방아쇠를 당겼다. 라이트를 깨고, 차량의 운전병을 사살했다.

콰아앙―

또다시 날아간 로켓이 터지면서 정문 일대는 완전히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뒤늦게 정문 쪽으로 달려온 지원 차량에서 K―3를 난사했다.

“저 새끼들, 대강 막 갈기네.”

다섯 남자는 서둘러 승합차에 몸을 싣고 라이트도 켜지 않은 채 곧바로 내달렸다. 이제 골프장 게이트도 날려 줄 차례다.

500여 미터 우측의 정문 게이트에서 불꽃과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을 확인한 레드 팀은 해군 기지의 좌측 벽에 C4를 붙여 두고 다시 기다렸다.

세 시 정각에 폭파 스위치를 누르자 폭발음과 함께 두꺼운 콘크리트가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튄다.

하지만 기지 내부에서 그 소리를 인지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동 시각에 정면에서 제2차 폭발이 워낙 성대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들어가! 뛰어! 뛰어!”

콘크리트 먼지가 다 가라앉기도 전에 레드 팀장은 대기하고 있던 스무 명의 병력을 모두 들여보냈다.

특임대가 셋, 나머지는 해병대로 구성된 레드 팀은 매끄럽게 강정 기지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벽에 설치되어 있던 센서가 날아가면서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어 대지만, 그것도 괜찮다.

어차피 5분 전에 정문에서 장갑차들이 폭발할 때부터 기지 전체를 사이렌 소리가 휘감고 있었으니까.

퓨퓨푹― 퓨퓨푹―

기지 안으로 뛰어든 레드 팀 대원들은 소음기가 장착된 기관단총으로 가로등부터 전부 박살 내버렸다. 이렇게 몰래 들어오는 일은 모름지기 어둠 속에서 해야 맛이 제대로 난다.

길게 펼쳐진 화단을 빠르게 가로지른 레드 팀원들은 첫 번째 건물인 해군 회관 부근에서 멈춰 섰다.

긴 직사각형 구조의 해군 회관 앞은 병력을 태운 트럭과 실탄을 지급받고 트럭에 뛰어오르는 병사들로 분주했다. 해군 회관 옥상에서는 라이트가 쉬지 않고 움직이며 아래를 비춘다.

‘너, 너, 옥상. 너, 너, 수류탄. 너, 너, 위치 이동해서 제압사격.’

아름드리나무 뒤에 몸을 숨긴 레드 팀장은 손가락으로 병사들을 지정해서 임무를 분담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서브 소닉탄을 장착하고 있는 특임대원이 소음기가 부착된 MK14를 옥상을 향해 겨눈다.

틱― 틱― 틱―

박수 소리보다도 작은 금속음만 남긴 채 음속을 돌파하지 않는 7.62㎜탄이 옥상의 병사들을 향해 날아가 꽂힌다. 순식간에 세 명의 경비병이 쓰러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화단 아래 숨어 있던 두 명의 해병대원이 몸을 일으키며 병사들을 태운 트럭을 향해 수류탄을 집어 던졌다.

툭, 투르르르―

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물체에 대해 해군 회관 앞의 병사들이 인지하기도 전에 수류탄은 요란한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콰앙―

트럭의 장막이 찢어지고, 순식간에 수십 명의 젊은 군인들이 쇳조각 파편에 목숨을 잃고 쓰러진다.

투투투투― 투투투투투―

건너편 화단으로 이동해 대기하고 있던 해병대원 네 명이 일제히 연사를 개시하자 아직 살아남아 있던 병사들이 사방으로 피를 흩뿌렸다.

틱― 틱―

그러는 동안에도 MK14는 계속 옥상의 병사들과 라이트를 향해 소리 없는 실탄을 날려 보냈고, 두 번째 수류탄 투척이 이루어졌다.

폭연과 신음이 어두운 밤하늘을 가득 메운다. 이만하면 기선 제압으로서는 아주 훌륭하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레드 팀장은 가장 먼저 몸을 일으켜서 해군 회관을 향해 기관단총을 난사하며 돌진했다. 나머지가 열을 이루며 그 뒤를 따랐다.

폭발의 충격파에 날아갔다가 겨우 몸을 추스르려던 병사들이 벌집처럼 온몸이 관통된 채 다시 나뒹굴었다.

20명의 레드 팀이 지나가는 길 주변에는 시체들이 줄줄이 널린다. 아직 단 한 사람의 아군 손실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제 두 개의 건물만 더 통과하면 해군 본부 건물에 닿을 수 있다. 본 게임은 거기서부터다.

해군 회관 1층으로 들어가 지하에서 방향을 바꿔 빠져나오며 건물 내부로 수류탄을 까 던져 넣는 레드 팀장의 얼굴은 한 시간 전 소령과 인사를 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감이 가득했다.

레드 팀장이 수류탄을 던지고 팀원들과 합류해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 그것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해군 본부 건물의 좌측 날개 옥상에서 M24 저격소총의 양각대를 펴 놓고 주야 조준경을 통해 아래쪽을 살피던 씰 팀의 저격수이다.

“그리로 올 것 같더라.”

빙긋 웃으며 혼잣말을 한 씰 저격수는 녹색 원의 십자 표시 한가운데에 레드 팀장의 머리를 넣었다. 그러고는 상대방의 움직임에 맞춰 천천히 총구를 따라 돌렸다.

거리는 8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지만, 건물들의 사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상 끝이다. 놓칠 일이 없다.

“인사해 주시지 말입니다?”

씰 저격수의 우측에 서서 적외선 망원경으로 아래를 보던 감적수가 말했다.

저격수의 생각에도 그 정도 예의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저 아무 데서나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깝치는 특임대 애들도 겸손이 뭔지 좀 배울 테니까.

슥, 저격수의 손가락이 방아쇠 위에 얹힌다. 방아쇠 압력을 910그램에 맞춰뒀기 때문에 그리 큰 힘을 줄 필요도 없다.

아주 살짝, 레드 팀장의 머리를 십자선의 중앙에 맞춘 저격수는 손가락을 까딱했다.

피아앙―

워낙 탄환의 무게와 속도가 월등해서 소음기를 낀 상태에서도 음속 돌파의 충격파는 커다랗게 울렸다. 그리고 그 소리를 직접 귀로 듣기도 전에 레드 팀장의 머리는 몸으로부터 뜯겨 나갔다.

“정타!”

핏줄기가 높이 솟아오르는 레드 팀장의 목을 보며 감적수가 말했다. 레드 팀이 혼비백산 흩어지는 모습은 덤이었다.

철컥―

씰 저격수는 노리쇠를 뒤로 당겨 재장전을 하며 빙긋 웃었다. 이제 저 리더 없는 놈들을 하나하나 데리고 놀아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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