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2. Rush (2) (222/449)


222. Rush (2)
202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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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삼식이와 신입은 상봉 터미널 쪽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한산한 인도 위를 씽씽 내달리면 더 편할 텐데, 유빈은 반드시 도로의 중앙으로만 다니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야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좀비가 있을 때 피하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타당한 말이라고 생각해서 삼식이와 신입도 버스 차선에 바짝 붙어서 움직였다.

차르르륵― 차르르륵―

몇 번 페달을 돌리지도 않았는데 자전거는 그들을 400여 미터 앞 사거리로 데려다준다. 코너에서 우회전을 한 두 사람은 거기에서 두 블록을 더 간 뒤에야 멈춰 섰다.

도로 양쪽으로 보이는 풍경은 좌 이마트, 우 상봉터미널. 말만 들으면 대단한 번화가일 것 같지만, 의외로 길은 그리 넓지 않다.

“더 가지 마. 너무 가까이 가면 저기에서 보고 뛰어내릴라.”

백화점처럼 커다란 이마트 건물을 가리키며 삼식이가 신입을 향해 말했다.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여러 놈이 한꺼번에 부딪쳐 오면 깨질 것 같다. 그 옆에 있는 아파트도 신경이 쓰이기는 매한가지다.

물론 그들이 서 있는 곳은 5차선 도로의 한가운데니까 저기서 제아무리 빠르게 몸을 날린다고 해도 여기까지 닿을 가능성은 제로다.

“아우, 씨발. 징그러워.”

이마트 진입로에 드문드문 누워 있는 시체들을 보며 신입이 중얼거렸다. 코스트코 앞마당처럼 이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시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일 흔한 유형은 역시 머리통이 움푹 함몰되어 있거나 뒤통수가 으스러진 시체들이다.

사람들과 싸우다가 죽은 놈들도 있겠지만, 고층 건물에서 아래를 노리고 뛰어내렸다가 머리부터 떨어지는 바람에 즉사한 걸로 보이는 좀비들이 더 많다.

가끔은 자동차 유리창 안에 머리를 박은 채 죽어버린 놈들도 있다.

썩어가는 시체들의 상태는 사망 원인과 무관하게 전부 다 끔찍해서, 자기도 모르게 외면하게 된다.

지난 14일 이래 사람 죽은 꼴은 참 지겹게도 봐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걸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건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야, 이 자전거 확실히 존나 좋다. 씨발, 몇백 우습게 넘었겠는데?”

자전거에서 내린 신입은 알루미늄과 카본으로 된, 가벼운 자전거를 들었다 놨다 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전거 가게를 털 때 상단에 걸려 있던 놈을 굳이 욕심내서 집어 오더니, 어지간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근데 그거 너한테 너무 높아. 타고 내릴 때 가랑이 아프지 않냐?”

멈춰 서자마자 담배를 꺼내 문 삼식이가 불을 붙이면서 대꾸해 준다. 한 모금을 빨자마자 목에 턱 걸리는 맛이 있다.

후우우~ 삼식이는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를 보며 생각했다. 역시…… 이 깊은 맛과 만족스러운 향은 전자 담배가 따라올 수 없다.

혹시 너무 높다는 이유로 자전거를 빼앗기기라도 할까 봐 천만의 말씀이라는 듯 도리질을 하는 신입을 보며 삼식이가 말했다.

“뭐, 좋을 대로 해. 네 불알은 네가 챙기는 거니까…….”

빈 양철 쿠키 통을 가방에서 꺼낸 삼식이는 몇 모금 빨지 않은 장초를 그 안에 던져 버리고, 또 금방 새 담배에 불을 붙여 빨았다.

그러고는 담배만 피우다 보면 목이 너무 빨리 칼칼해질까 봐 캔 커피를 따서 마셨다. 그 외에도 넉넉하게 음료수를 챙겨 왔다.

신입도 계속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둘은 옛날 할리우드 갱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처럼 뻑뻑 연기를 뿜어 댔다.

흡연이 임무가 됐다고 생각하니 좀 우습지만, 어차피 이 일은 일곱 명 중에 삼식이와 신입, 둘밖에 못 하는 거니까.

“이렇게 괜한 짓으로 시간 끌지 말고, 그냥 이거 타고 쭉 가면 되는 거 아냐?”

신입이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았다 놨다 해보면서 묻는다.

“어디로?”

“어디긴, 이 답답아. 원래는 한강인지 잠실인지 거기 수용소 가기로 했었잖아. 이거 타 보니까 존나 빠르고 쫙쫙 나가는데, 그냥 이거 타고 쫙 빼면 될 것 같다는 이야기잖아.”

“하하하, 이거 타고 가다가 뭘 만날지 알고 그런 소리를 해? 자동차처럼 지붕이 있냐, 들이받으면 좀비들이 죽기를 하냐? 육교 아래 같은 데 지나가다가 한 놈만 뛰어서 덮쳐도 그냥 끝이야. 또 만약에 타고 가다가 저 앞에서 좀비들이 튀어나왔다, 그러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삼식이가 웃으면서 저 멀리 면목동 쪽 사거리를 가리킨다. 당장 20분쯤 뒤에 좀비들이 등장할 방향이다. 물론 신입은 지지 않고 받아쳤다.

“옆으로 꺾지, 그럼 그 상황에서 가만히 서 있겠냐?”

“그래, 좋아. 꺾었어. 뒤로 돌아가지 않을 거면 좌우 중에 한 방향이겠지. 근데 거기는 또 이미 다른 좀비들이 지나가고 있는 중이면 어쩔래? 네가 서울 시내 길 다 알아서 쌱쌱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인간 내비게이션이야?”

“씨발, 이 새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토만 달고 있네. 좀비가 만날 너 필요할 때에만 나와? 당장 여기만 해도 한 마리도 안 보이는구만.”

“그거야 우리가 저 새끼들한테 페인트를 발라서 지나가는 시간을 알게 됐으니까 그렇지. 바로 이삼 일 전만 해도 전혀 몰랐던 거잖아. 그때 같았으면 이렇게 여유롭게 담배나 빨고 있을…… 으앗! 저거 움직여!”

삼식이가 다급하게 외치며 페달에 발을 올리는 시늉을 하자, 신입은 소스라치게 놀라 자전거를 돌리려다 핸들을 놓치고 버둥댔다.

“장난이야, 장난! 카하하하, 너 표정 진짜…….”

삼식이는 배를 잡고 웃었다. 신입은 분하기도 하고 여전히 무섭기도 해서 얼굴이 시뻘게졌다. 신입이 삼식이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후려치며 소리를 버럭 지른다.

“야, 이 개새끼야! 그런 짓 좀 하지 마! 놀란다고! 아우, 씨발. 열 받아!”

“하하하! 것 봐, 무섭잖아. 밖에 나오면 무방비라서 무섭고 쫄게 되어 있어. 지금은 농담이니까 이렇게 내 팔에 화풀이하면 끝이지만, 실제였으면 큰일 나는 거야. 내 몸을 숨길 데가 없다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거라고. 그러니까 편하게 잘 곳 있고, 먹을 것 떨어져 가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한 길을 나설 생각 하지 마. 거기까지 갈 용기랑 운, 반씩만 가지고도 이 근처에서 잘살 수 있어. 저기 저 시체들도 처음에 밖으로 나올 때는 다들 뭔가 계획을 가지고 나왔을 거야. 하지만 실패해서 결국 저 모양이 된 거지. 모험,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너?”

“그럼 그때 복지 센터에서는 왜 반대 안 했어? 유빈이 새끼가 반나절 만에 닿고 어쩌고 할 때에도 똑같이 좀 말해 보지? 그때는 같이 꿍짝꿍짝해 놓고서. 하여간 이 새끼들도 차별 은근 쩐다니까?”

“그때는 차가 있었잖아. 달릴 도로도 있었고. 그리고 사방에서 좀비들이 점점 가까이 오는데 어떻게 손 놓고 앉아 있어. 위험해 보이는 걸 알더라도 아무거라도 해볼 수밖에 없었지. 지금이랑 달라.”

삼식이는 반쯤 피운 꽁초를 쿠키 통 안에 던져 넣고 새 담배를 물었다. 오늘의 작전은 두 가지의 실험을 위한 것이다.

먼저 보안관 일행이 알아보고 싶었던 것은 좀비들의 이동 경로에 담배를 피워 두면 놈들이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그 냄새를 감상하는가이다.

그 첫 번째 실험을 위해서 이렇게 양철통 안에 자꾸 불붙은 담배를 모아 두고 있다.

두 사람이 부지런히 임무를 수행한 덕에, 어느새 통 안에는 두어 번씩만 빨아댄 담배가 두 갑 가까이 쌓인 채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 올리는 중이다.

“쿨럭쿨럭, 야, 이거 통 저쪽으로 좀 치울까? 몇 분 동안 계속 맡았더니, 냄새…… 씨발, 완전…….”

바람이 바뀌는 바람에 고스란히 연기를 뒤집어쓴 신입이 기침을 쿨럭거리며 뒷걸음질을 친다.

삼식이도 슬슬 담배 냄새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어제도 하루 종일 전자 담배만 빨면서 이 순간만을 기다렸는데, 참 인간은 간사한 동물인가 보다.

삼식이와 신입이 자전거로 이동하며 연기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코스트코 앞 도로에서는 보안관 일행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분홍이들의 발을 묶어 줄 지연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다.

“다 준비됐지? 장갑! 고글! 다들 꼈어? 우리 제니도 오케이?”

팔목까지 오는 두툼한 철조망 전용 장갑을 낀 보안관이 안전 고글을 고쳐 쓰며 물었다. 제니, 유빈, 태권소녀순으로 쪼르르 서서 장갑 낀 손을 들어 보이고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간다!

보안관은 묵직한 망치를 들어 맨 끝 차선의 자동차 운전석 유리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콰창!

유리는 산산조각이 나서 부서져 내렸다. 보안관은 철조망 장갑을 낀 왼손을 차 안으로 넣어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옆 차선 자동차의 조수석 유리도 부수고 그것의 잠금장치 역시 풀었다. 이것으로 이 차선에서 보안관이 할 일은 끝. 이제 옆 차선으로 옮겨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 된다.

철컥, 제니는 보안관이 작업한 자동차들의 문 두 짝을 열어 서로 마주 보도록 대놓는 일을 맡았다.

날다람쥐처럼 재빠르게 한쪽 문을 반쯤 열고, 그 옆 차 문을 반쯤 열고 뒤로 물러나면서 두 차의 문을 최대한 활짝 열리도록 당긴다. 그렇게 하고 나면 그녀 역시 보안관처럼 옆 차선으로 이동한다.

다음 순서로 뛰어드는 것은 유빈과 태권소녀가 한 조를 이루는 결속팀. 이건 호흡이 중요하다. 태권소녀와 유빈이 문 하나씩의 앞에 선다.

그리고 허리에 빨랫줄 두루마리를 철사에 꿰서 휴지처럼 차고 있는 유빈이 줄을 쭉 뽑아 틀만 남은 한쪽 창문을 관통시킨 다음, 옆 차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태권소녀에게 준다.

그러면 태권소녀는 그걸 다시 자신의 차 창틀에 한 번 돌리고 다시 유빈에게 넘기는 식이다.

이렇게 두 개의 문이 팽팽하게 연결되도록 서너 번 반복하고 나서 가위로 줄을 자르고 매듭을 단단히 묶는다.

모든 자동차들이 서로 문을 마주할 수 있도록 간격을 맞춰 세워진 게 아니니까 필요한 줄의 길이도, 각도도 매번 다르다.

이 모든 작업이 가능한 것은 200미터 두루마리의 무게가 1킬로그램도 되지 않는 3㎜ 다용도 나일론 줄, 흔히 말하는 빨랫줄의 위엄 덕분이다. 다른 소재였으면 아마 그 무게 때문에 작업이 몇 배나 힘이 들었을 것이다.

“꽉 당겨! 너무 느슨하잖아!”

유빈의 매듭을 보면서 태권소녀가 잔소리를 한다. 유빈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힘껏 줄을 당겼다. 매번 잔소리하던 입장에서 졸지에 잔소리를 듣는 대상이 되어버리자, 그거 영 기분이 별로다.

‘저기…… 너, 팔다리 길고 주먹이랑 힘이 세다는 건 잘 알지만, 나도 일단은 막노동으로 먹고 살았는데…….’라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두 사람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문을 꽉 잡은 채로 서로 줄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매듭을 묶었다.

“근데 이거 별로 튼튼해 보이지 않는데……. 정말 이 정도로 좀비들을 붙잡아둘 수 있어? 분홍이들이 적다고 해도 수백 마리나 되잖아?”

여러 겹의 빨랫줄을 꽉 당겨 한데 묶으며 태권소녀가 물었다.

우드득, 플라스틱 창틀이 부서질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손아귀 힘도 참 어지간히 세다.

“완전히 가두려고 하면 이런 걸로 안 되겠지만, 잠시 동안만 발을 묶어두는 정도는 뭐, 정강이 높이로 줄 하나만 매어놔도 약간의 지연은 가능하지. 분명 우왕좌왕하다가 자빠지고 난리도 아닐 테니까. 문제는 그렇게 몇 분을 묶어둘 수 있느냐 하는 거야. 네 말대로 분홍이들은 수백 마리가 넘잖아. 그래서 머릿수가 모여야만 끊을 수 있는 정도로 해 놓는 거야. 단단하기로 따지면 케이블을 쓰는 게 맞겠지만, 그렇게 해 놓으면 정말 너무 튼튼해서 그게 문제지. 아예 안 끊어지면 이 앞에 좀비들을 모아서 양식하는 거나 다름없어지잖아…….”

“너 있지…….”

다음 차로 옮겨가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내내 이어지는 유빈의 설명을 끊으며 태권소녀가 말했다.

“설명하는 거 엄청 좋아하는 거 알고 있냐? 그냥 된다, 안 된다 정도만 이야기해 줬어도 되는 질문이었는데, 계집애처럼 계속 종알종알……. 자, 거기 잡아.”

윽, 또 지적받았다.

유빈도 마냥 지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받아쳐 봤다.

“네가 물어봐 놓고……. 네가 너무 남자 같은 거지! 다른 여자애들은 이렇게 자세히 말해 주면 다들 좋아하더구만.”

“다른 여자애? 정말? 누가 그렇게 했는데?”

매듭 묶기를 마친 태권소녀가 허리를 펴며 피식 코웃음을 쳤다.

응? 누가 좋아했냐고?

유빈은 다음 차를 향해 뛰어가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생각해 보니까 다른 여자애라고 해 봐야 뭐, 별로 그렇게 통계적으로 따져 볼 만큼 많은 수를 만나고 다닌 몸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최근에 누군가…… 아, 맞다. 제니, 제니였어.

“뭐, 멀리 갈 것도 없네. 제, 제니도 내가 이렇게 설명해 주면 좋아했어. 막…… 웃어 주고.”

당혹스러우니까 말까지 더듬게 된다.

어떠냐? 최고 아이돌도 내 이야기를 듣고 좋아했다는 말이다!

유빈은 나름 최선을 다한 반격이었는데, 태권소녀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건 걔가 친절해서 그래. 아이돌이잖아. 웃어 주는 게 버릇처럼 몸에 뱄다고.”

이런 젠장!

더 받아쳐 봐야 자기만 구차한 사람이 된다는 걸 깨달은 유빈은 그냥 응대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누가 약점이라고 놀리는 걸 대놓고 인정해 버리면 그건 더 이상 대단한 약점이 아닌 게 된다.

“하긴, 뭐 내가 말이 좀 많은 것 같기도 하네. 설명하는 거 좋아하고…….”

전략적으로 고른 답이었는데,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나니 왠지 좀 슬프다. 별로 멋있어 보이지 않는 성격이다.

“뭐, 다들 성격이 다른 법이니 나쁘다는 건 아니야. 그냥 그렇구나 하고 느낀 점을 말한 거야. 자, 다음!”

태권소녀는 악의가 없었다는 표현으로 어깨를 툭, 치고 다음 차로 넘어간다. 그러니까 그 느낀 점을 대놓고 말하는 성격이 문제인 건데, 얘는 그걸 모르는 것 같다.

혜주에게는 듣는 사람의 기분을 배려하는 언어 순화 필터링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뭐, 겉으로만 입에 발린 소리를 하고 속이 시커먼 놈들보다야 몇천 배 낫기야 하지만…….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이 모든 번거로운 준비는 담배에 이은, 오늘의 두 번째 실험을 위한 것이다.

두 번째 실험의 목적은 서로 경로와 이동 시간이 다른 두 좀비 무리가 타의에 의해 합쳐졌을 때, 놈들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려는 데에 있다.

두 개의 무리가 다시 나뉘어 따로 움직일 것인지, 아니면 한 덩어리로 합쳐져 같은 경로로 이동할지를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고 또 만약 합쳐진다면, 그때 놈들이 짧았던 쪽을 따라 움직일지, 아니면 크게 원을 그리며 돌던 쪽의 경로를 따라 이동할지도 체크해야 할 사항 중 하나다.

그래서 그들은 일단 서로의 주기가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분홍이 그룹과 파랑 노랑 얼룩 그룹을 한데 합쳐 보려고 하는 중이다.

분홍이 그룹은 대략 다섯 시간 반마다 한 번 정도 이 앞을 지나고, 파랑 노랑 얼룩 그룹은 세 시간에 한 번씩 코스트코 앞 도로로 행진을 한다.

그러니까 만약 이놈들이 합쳐져서 단시간, 즉 세 시간 코스 쪽으로 이동을 한다고 해도 보안관네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를 보는 건 없다.

이놈들 말고 다른 그룹들은 시간 간격이 커서 무작정 실험의 대상으로 삼기에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

유빈과 혜주가 티격태격하며 창틀을 묶어 길을 막는 동안, 자동차 유리를 깨고 문을 여는 작업을 다 마친 보안관과 제니 조는 다른 임무에 돌입해 있었다.

한쪽 길의 건물 기둥에 사람 키 높이와 허벅지 높이로 빨랫줄을 동여매고 돌린 다음, 양쪽에서 나란히 잡고 길 건너편 인도까지 뛰어간다.

그런 후, 거기에 있는 건물 기둥에 또 똑같은 높이와 비슷한 위치에 마저 묶는다. 이건 자동차 위를 밟고 지나가는 놈들을 방해하기 위한 장치다.

“하하하, 내가 더 빨랐죠?”

제니가 까르르, 웃는다. 매듭을 돌려 출발한 뒤 8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달려서 반대편 인도 건물까지 누가 빨리 가는지 시합이라도 한 모양이다. 제니가 손으로 기둥을 칠 때, 보안관은 그 한 발 뒤에 있었다.

태권소녀는 고개를 돌려 머쓱해하는 보안관과 그의 등을 두드려 주며 위로하는 제니의 모습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다시 자동차 문끼리 묶는 작업에 열중했다.

바보……. 누가 봐도 너 기분 좋으라고 저 고릴라가 일부러 져주는 거잖아…….

“여기는 끝!”

유빈과 태권소녀 조가 손을 들고 외쳤다. 그로부터 몇 초 뒤에 보안관도 끝이라며 두 팔을 흔든다.

어찌나 서둘렀는지, 14개나 되는 차문을 열어 그 사이를 결속하고 인도까지 다 막는 데 7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2차 저지선을 설치해야 해서 아직 쉬고 있을 여유는 없다.

허리에 차고 있던 빨랫줄 두루마리를 새것으로 교체한 네 명은 곧바로 20여 미터 뒤쪽으로 뛰어가 거기에서 똑같은 작업을 한 번 더 했다.

보안관은 부수고, 제니는 열고, 유빈과 태권소녀는 묶고, 그사이 다시 보안관과 제니는 인도까지 단속하는 것의 반복이다.

“후~ 생각보다 더 금방 끝났는데? 15분도 안 걸렸어.”

일을 다 마치고 로프가 팽팽하게 묶였는지 당겨보며 보안관이 숨을 고른다. 삼식이가 출발하는 것과 동시에 누른 타이머는 이제 막 00:15:20을 지나고 있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는 말을 듣고 유빈과 태권소녀도 겨우 한숨 돌렸다.

혹시라도 일하는 중간에 좀비들이 들이닥치면 안 되니까 다들 초조해서 미친 듯이 끈을 주고받으며 손을 놀려 매듭을 묶고…… 하여간 서둘렀던 결과이다.

“삼식이네 쪽에서는 슬슬 좀비들 오는 게 보이려나?”

고글을 위로 올리며 보안관이 멀리 사거리 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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