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9. 칠월의 마지막 날 (5) (219/449)


219. 칠월의 마지막 날 (5)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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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은 온통 암흑이라 진우가 볼 수 있는 것은 녹색과 검정으로 이뤄진 주야 조준경 화면뿐이다. 그리고 그 녹색 화면에 비친 버스의 앞쪽은 기를 쓰고 달려드는 좀비들로 가득 채워졌다.

타앙― 탕, 탕, 탕탕탕탕―

총구의 불이 번뜩인다. 하지만 달려 들어오는 좀비들의 머리통을 쉬지 않고 날려도, 그다음 놈이 비집고 뛰어드는 기세에는 변함이 없다.

겁 좀 먹어라, 이 개새끼들아!

좀비들과 교전을 벌일 때마다 하게 되는 말을 진우는 다시 중얼거렸다. 활짝 열려 있는 앞문에서는 수많은 좀비들이 ‘내가 먼저 갈 거야’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텅, 텅, 부웅―

앞을 막고 정차되어 있는 자동차 지붕과 트렁크를 차례로 밟고 삼단뛰기 선수처럼 뛰어든 놈이 버스 앞 유리 창틀에 몸을 걸친다.

전면 유리를 통해 들어온 1번 손님이시다. 이놈처럼 다른 차들 위로 뛰어오는 좀비들 때문에 버스가 가진 높이의 이점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 오른쪽에도 창틀을 꽉 붙잡고 기어오르려는 놈들이 보인다.

물론 그러는 시간 동안 앞문을 통해 뛰어드는 놈들의 수는 셋을 넘었다.

버스의 양쪽에서 쉬지 않고 철판과 유리를 두드려 대는 좀비들의 교란작전은 덤이다. 진우의 총구도 더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며 불을 뿜어 댔다.

쾅― 쾅― 콰아앙~!

버스 내에서 울리는 총소리는 그 메아리가 몇 배나 증폭돼서 고막을 찢을 기세다.

총 맞은 놈이 맥없이 고꾸라지는 시간보다 뒤의 놈들이 한 걸음을 내디디는 시간이 더 짧다.

맞혔나?

명중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새로운 놈이 손을 뻗으며 달려온다. 어쩔 수 없이 좀비들과 진우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손바닥보다 작은 녹색 화면 속에서 어떤 놈이 이미 죽은 놈이고, 어떤 놈이 아직 위험한 놈인지 순간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문제적인 좀비 두 마리가 나타났다.

화르륵―

폭발한 자동차에 휘말렸던 놈들이 불똥을 뒤집어쓴 채 뛰어 들어온다.

온몸에 불이 붙은 좀비가 두 마리나 동시에 등장하자 그 강렬한 빛 때문에 주야 조준경의 변별력이 저하됐다. 녹색과 검정으로 구성되어 있던 화면의 대부분을 눈부실 정도로 커다란 흰색 덩어리가 덮어버렸다.

휘익― 휘익―

하얀 도트들과 그 잔상이 하도 선명해서 다른 것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윽! 이 새끼들!”

진우는 주야 조준경에서 눈을 떼고 시각에 의존해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둑― 투투둑―

불덩이가 된 채 동료들의 시체를 타 넘던 좀비들의 머리가 터져 나간다.

그런데 놈들이 쓰러진 뒤에도 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올랐다. 당연하다. 놈들이 의지를 가지고 피워 올리고 있던 불이 아니니까…….

화르륵― 화아악―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던 좀비들의 머리칼과 옷에, 그리고 사람들이 버리고 간 짐들에 불이 옮겨붙으며 버스 앞면 전체가 이내 불길에 휩싸여 버렸다.

그 끔찍한 불구덩이를 뚫고 달려오는 좀비들의 몸에도 물론 불이 옮겨붙었다.

화아아악―

엄청난 열기가 공기의 흐름을 따라 밀려든다. 그리고 매캐한 유독가스도. 젠장, 점점 더 악화되어 가는 상황에 진우는 입술을 꽉 깨물며 탄창을 갈아 끼웠다.

여기는 텄다. 눈앞이 너무 밝아 시야도 너무 불량하고, 그 역경을 딛고서 좀비들을 제압하더라도 저 연기를 계속 들이마시다가는 얼마 못 버티다 자신이 먼저 의식을 잃을 것이다.

위이이잉―

좁은 차내에서 계속 총성을 들었던 귀는 벌써 오래전부터 울려 대는 중이다.

투투투― 투투― 투투투투투―

앞쪽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하던 진우는 총구를 왼쪽 유리창 쪽으로 돌려 세 발을 쐈다.

투투툭―

관통당해 너덜너덜해진 유리창을 개머리판으로 때려부쉈다.

쨍강.

유리창이 박살 난 걸 확인할 겨를도 없이 다시 정면으로 몸을 돌렸다.

버스의 좌석을 타 넘고 기어오는 좀비들이 있다. 그놈들에게 총알 세례를 퍼부어준 뒤, 더 시간을 끌지 않고 깨뜨려 놓은 왼쪽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롸아아아아―!

전면 창 부근에 서 있던 놈들이 갑자기 얼굴을 내민 진우를 알아보고 격하게 반기며 돌아 달려온다.

“죽어! 이 새끼들아!”

진우는 놈들의 머리와 상반신을 한꺼번에 날려 버리고는 한 발을 창틀에 걸치고 올라섰다. 지붕으로 가야 한다.

“읏!”

손을 올려 더듬거리던 진우는 이내 포기했다. 버스의 지붕은 매끈하다.

루프 랙도 없고, 빗물이 빠지도록 파놓은 홈도 없고, 손으로 붙잡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 물론 그렇게 버벅대는 사이, 앞쪽에서는 불타는 또 다른 좀비들이 뛰어오고 있다.

“좀 가자! 이것들아!”

진우는 다시 버스 안으로 총구를 돌려 난사하고, 대검을 꺼냈다.

제발, 제발 이 대검이 아직도 버스 강판을 뚫어줄 만큼 날이 서 있기를 바라면서. 의자와 창틀을 믿고 올라선 진우는 대검을 쥔 손을 힘껏 휘둘렀다.

칵― 칵― 칵―

세 번을 해보고 진우가 내린 결론은…… 이 각도, 이 연장으로는 버스의 지붕을 뚫지 못한다는 거였다. 안 된다.

그롸아아아―

어느새 바로 발밑까지 뛰어온 좀비가 몸을 날리며 갈퀴 같은 손을 휘젓는다. 물론 그래봐야 전투화 코를 긁고 제 손톱이나 벗겨질 뿐이다. 하지만 등골이 오싹해지는 터치임에는 틀림없다.

진우는 얼른 몸을 버스 안으로 집어넣고, 먹이를 놓친 게 못내 아쉬워 팔을 뻗는 좀비의 얼굴에 5.56㎜탄을 먹였다.

하아아~ 하아아~

당혹스러움 때문에 진우의 호흡이 가빠진다. 불길은 점점 더 크게 번지고 있는데, 이 버스에서 빠져나가기가 너무 어렵다.

그와아아―

그러는 동안에도 좀비들은 계속 쇄도한다.

탕탕탕― 탕― 탕탕탕탕―

뒤통수가 터져 날아가는 좀비와 그 뒤로 죽 널린 시체 더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탄창을 갈아 끼우는 진우의 목덜미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배낭 안에 든 탄창을 꺼낼 만큼의 작은 여유도 없다.

빨리 달아나야 하는데……. 대검으로 구멍이 뚫렸어야 했는데, 왜 이렇게 단단해서…….

원망스러운 눈으로 불빛이 어른거리는 천장을 힐끗 올려다보던 진우에게 발상의 전환이 찾아왔다.

그래, 구멍이 없으면 만들면 되고, 대검으로 안 되면 총을 쓰면 된다. 제까짓 게 그저 일반 고속버스인데, 아무리 단단해 봐야 방탄일 리는 없으니까.

투투둑― 투투둑―

진우는 버스 천장을 향해 여섯 발을 날렸다. 두 번, 세 번 시도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기 싫어서 구멍 한두 개는 뚫릴 수밖에 없도록 화끈하게 퍼부어 버렸다.

그리고 정면의 놈들에게는 여덟 발을 썼다. 전면 유리창은 이제 기어 올라오는 좀비들로 북적북적한다.

불길이 흔들릴 때마다 그 사이로 납빛으로 썩은 얼굴들이 튀어나오면 진우는 놈들의 미간에 총알구멍을 뚫어 뇌수까지 뽑아주었다.

“읏차!”

난사 후 얻은 약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진우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어김없이 달려드는 좀비 세 마리.

투툭― 툭― 툭―

네 발을 썼다. 지겹다, 이 반복되는 패턴.

이번에는 어떻게든 올라가야 한다. 진우는 총을 사선으로 메고, 오른손에 대검을 쥔 채 지붕을 더듬거렸다. 총알이 뚫고 나온 날카로운 단면이 손가락을 찌른다.

그 따끔함이 반갑기까지 하다. 진우는 팔을 쭉 뻗으면서 대검에 체중을 실어 힘껏 구멍 안으로 찔러 넣었다.

칵―

박혔다. 그 느낌이 손에 전해진다. 진우는 두 손으로 대검을 잡은 채 당겨봤다.

카가각―

체중을 실어도 될 만큼 깊게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한 진우는 창틀을 밟고 뛰며 몸을 끌어 올렸다.

끄롸아아아아!

어느새 불길을 뚫고 버스 중앙 통로를 달려온 좀비가 팔을 뻗어 진우의 전투화를 붙잡는다.

젠장, 왜 안 오나 했다.

까드득―

순식간에 하중이 늘어나 버린 대검에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린다.

“윽! 놔! 놔! 이 새끼야!”

진우는 달려드는 좀비의 손과 얼굴을 정신없이 걷어찼다. 하지만 상대도 어지간히 간절하게 진우를 원하는지라 그 정도로 보내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진우는 자신의 전투화 발목을 붙잡은 좀비의 엄지손가락을 으깨듯 밟아 풀어낸 후에야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탁, 진우가 발을 뗀 창틀로 달려들던 좀비는 결국 중심을 잃고 버스 아래로 떨어진다. 그사이 진우는 바로 옆의 창문을 발판 삼아 밟고 겨우 지붕 위로 올라섰다.

“허억, 허억…… 이쪽으로 올라올걸……. 젠장.”

버스 뒤쪽을 보고 앉아 숨을 몰아쉬던 진우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버스 지붕의 맨 뒤에 야트막한 리어 스포일러가 툭 튀어나와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옆 창문이 아니라 뒤쪽 유리창을 깨고 나왔으면 그 난리를 치지 않고도 저걸 붙잡고 아주 손쉽게 올라올 수 있었을 텐데, 쯧.

어쨌든 지금 그는 원하던 대로 버스 지붕 위에 올라와 있으니 됐다.

버스 주위로는 계속 좀비들이 몰려들고 있고 버스 내부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점점 더 크게 번지고 있지만, 일단 여기까지는 왔다. 숨을 돌리고 가방에서 탄창을 꺼내 재정비할 시간 정도는 벌었다.

“이 새끼들, 불을 보더니 아주 잔치가 났네…….”

예비 탄창들을 꺼내 전술 조끼에 끼워 넣던 진우가 중얼거렸다.

좀비들은 모닥불에 뛰어드는 벌레들처럼 버스를 겹겹이 둘러싼 채 두드리고, 또 흔들어 대며 포효한다. 그는 이제 폭 2.5미터 길이 12미터의 섬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긴박한 순간에 어릴 적 했던 ‘떨어지면 악어!’ 놀이가 생각난다.

지금은 이 섬에서 벗어나면 악어나 상어보다 진짜로 더 무서운 놈들이 곧바로 달려들어 엄청나게 깨물어 댈 거다. 게다가 그 섬은 폭발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대체 이런 상태로 계속 불타다가 얼마나 지나면 터져 버릴 것인지, 이 버스가 멈춰 서기 전에 연료가 얼마나 남아 있었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진우는 초조했다.

그것만 아니라면 차분하게 이 위에 버티고 서서 아래의 놈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쏴서 잡으면 될 텐데…….

반대편 상행선 터널을 막아버린 탱크로리의 폭발처럼 강렬한 기세는 아니겠지만, 버스의 외부까지 전체가 다 불길에 휩싸인다면 그 위에 올라서 있는 자신 역시 멀쩡할 리가 없다.

“우와, 높기는 진짜 높구나.”

재정비를 마치고 중심을 잡으며 일어난 진우는 터널의 천장이 말 그대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 그 높이를 깨닫자 한 걸음을 옮기는 일도 훨씬 더 신중해진다.

그롸아아아―

자동차들을 밟고 뛰어오른 좀비가 진우를 노려보며 날아올랐다가 고속버스 상단부를 들이받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으직―

어딘가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메아리를 만들어내며 울린다.

“매끄러워서 잡을 데가 없어, 이 새끼야. 안 그랬으면 나도 아까 그 고생 안 했지……. 근데 너희들, 그렇게 많지 않잖아? 아까 보았던 건 이보다 훨씬…….”

아래를 내려다본 진우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환기탑에서 보았던 놈들의 규모보다 여기 남아 있는 좀비들의 수가 월등히 적다.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것의 이점이 그런 거였다. 전체적인 규모 파악. 게다가 버스 내부가 활활 타오르면서 뿜어내는 빛 덕분에 반경 십여 미터 이내 정도는 훤히 보인다.

좀비들의 머릿수를 헤아려 보며 아무래도 영 부족한 것 같아 고개를 갸웃거리던 진우는 그제야 자신이 지금까지 어지간히 많은 놈들을 죽여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하긴……. 대충 손으로만 꼽아도…… 60마리가 넘는다. 어쩌면 80마리일지도 모르고.

화르륵―

진우에게 딴생각하지 말라고 재촉이라도 하듯, 깨진 유리창을 통해 시꺼먼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온다. 통째로 날아간 전면 창 쪽의 불길은 이따금씩 지붕 위로까지 붉은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지금 당장 연료통이 폭발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시간 끌면 안 된다. 진우는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며 도망갈 곳을 골랐다. 물론 그래 봐야 거의 독 안에 든 쥐 꼴이긴 하다.

왼편 차선에는 SUV가 서 있고, 그 너머는 터널 벽이다. SUV의 앞쪽에는 중형 승용차가, 또 그 앞에도 중형 승용차가 서 있다.

SUV의 뒤쪽은 소형차다. 자신의 오른편에는 지겹게 걸었던 그 1m 높이의 정비로가 길게 뻗어 있다. 버스의 바로 뒤에는 고급 세단이 서 있다.

버스의 앞쪽은…… 지금은 연기에 가려져 정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아까 좀비들을 쏠 때의 기억을 더듬어볼 때, 승용차가 멈춰 서 있었다.

그러니까 결국 요점만 말하자면, 선택지라는 게 벽, 아니면 자동차뿐이다.

뛰어내리기 수월한 쪽은 SUV의 지붕을 노리는 것일 테지만, 그것도 높이 차이가 꽤 나고 폭도 1미터 가까이 되기 때문에 마냥 쉽다고만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진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저 지붕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까? 내가 저기로 뛰어내려서 다시 그 뒤쪽으로 달아나는 동안 좀비들은 과연 몇 마리나 쫓아올까?

그리고 그 일들이 어찌어찌 잘 성공한다고 하면 그다음에는 또 어디로 몸을 숨겨가며 이 많은 좀비들을 다 죽인다는 말인가.

‘숨는다’는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연상된 것은 아까 반대편 터널에서 이쪽으로 올 때 지나온 그 셔터였다.

물론 그 피난 연락갱은 멀리 저 앞에 있으니 거기까지 가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이 터널 안에 피난 연락갱을 그것 하나만 만들어 놓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고를 대비해서 뚫어놓은 것이니 일정한 간격마다 하나씩 준비되어 있지 않을까?

후우우욱―

자신이 총알로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불길이 환하게 비쳐 보인다.

버스 뒤쪽으로 1/3 지점에 있는, 방석 크기 정도의 네모난 송풍구에서도 조금 전부터 계속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솟아오르고 있다. 열기는 이미 말할 것도 없다.

“쿨럭! 쿨럭!”

숨을 턱턱 막는 연기를 손으로 헤치면서 진우는 SUV 쪽을 내려다봤다.

여기에서 뛰면…… 좀비들은 곧바로 쫓아 달려오기 시작할 거고, 만에 하나 발을 삐끗하기라도 하면 그 순간 사형선고를 받는 거다.

그것이 자꾸 진우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사실 평시에 뛰라고 하면 100에 99번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일 텐데, ‘다른 방법은 없어? 좀 더 안전한 거?’ 마음 저 안쪽에서 두려움이라는 놈이 자꾸 발목을 잡으려 든다.

“그럼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다가 죽을래? 더 시간 끌면 그땐 뛰고 싶어도 못 뛰어!”

왁! 소리를 지르며 결심을 굳힌 진우는 머릿속으로 동선을 짰다.

SUV 지붕에 내려서자마자 곧바로 다음 스텝을 떼서 오른쪽 도로 위로 내려서야 한다. 그리고 아직도 불길이 다 가라앉지 않은, 처음 불이 났던 자동차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경로는 직선. 그 경로가 아닌 다른 길은 전부 좀비들의 시체로 어지럽혀져 있어서 마음대로 달리기가 어렵다.

거기로 가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래야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아니, 꽤 높은 가능성으로 있으리라 추정되는 피난 연락갱을 만났을 때, 그 안으로 뛰어들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출구 쪽으로 가는 방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 가까운데 있는 놈들은 좀 쓸어버리고 가야 뒷덜미를 잡히지 않을 텐데…….

그러나 앞쪽의 연기가 워낙 자욱해져서 이젠 좀비들의 모습이 그 속에 완전히 숨어버렸다. 버스를 두드려 대고 울부짖으니까 거기에 있다는 건 알지만, 정확한 위치는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탕― 탕탕― 탕― 탕탕― 탕―

발목이든 뭐든 희끗희끗 보이는 놈들에게 총알을 날려주고 두 발짝을 도움닫기한 진우는 힘차게 몸을 날렸다.

그롸아아아―

진우의 몸이 하늘로 떠오르자마자 참 용케도 그걸 눈치챈 좀비들이 버스 앞쪽에서부터 달려온다.

허공에 떠서 SUV 지붕에 안착하기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인데도 연기를 헤치고 뛰어오는 좀비들의 모습이 곁눈으로 보인다. 옷자락에 불이 붙어 제 몸이 타오르고 있는 줄도 모르는 지독한 새끼들.

쿵―

진우의 두 발이 SUV 지붕에 내려앉았다. 움푹 내려앉은 지붕 강판 덕인지, 다행히 충격은 그다지 없다.

계획했던 대로 진우는 곧바로 다시 몸을 날려 도로 위에 내려섰다. 그리고 쫓아오는 놈들 중 가장 가까운 놈들의 머리통을 날려주기 위해 돌아섰다.

탕― 탕―

두 발을 쏜 진우는 얼른 방향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두 놈만 처리하면 되는 거라서 그런 게 아니다.

너무 많아서 그렇게 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차라리 죽어라 뛰는 편이 더 살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롸아아!

연기 속에 있던 거의 모든 좀비들이 진우를 향해 몸을 돌렸을 때.

콰아아앙―!

버스가 폭발하며 꽤나 묵직한 충격파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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