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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운수 좋은 날 (4) (199/449)


199. 운수 좋은 날 (4)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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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이 너무 허술했다. 열 명의 병사가, 아니, 거기에 더해 스무 명의 민간인도 그에게 목숨을 맡기고 있는데, 그걸 너무 안일하게 대비했다. 씨발…….

그롸아아아악!

바로 근처까지 접근해 온 맞은편 차선의 좀비들이 중앙분리대 위로 뛰어오른다.

쿵―

쌓여 있는 자동차 더미를 향해 좀비들이 몸을 날렸다. 위로 기어오른 좀비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대충 겹쳐 쌓아두었던 자동차들이 흔들린다. 그리고 마침내 열댓 마리의 좀비들과 자동차가 뒤섞이며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콰장창―

거기에 깔려 뒈지는 고마운 놈들도 있지만, 자동차 사이에 팔다리가 낀 놈들은 어떻게든 빠져나오기 위해 뼈가 부러지고 힘줄이 끊어질 때까지 발버둥을 쳐댔다.

으드득― 찌이익―

그 끔찍한 소리를 듣고 그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어떻게 되는 것 같다.

“으아아아! 이 개새끼들아! 좀 뒈져라!”

인내심이라는 이름의 퓨즈가 가장 먼저 끊어진 일병 녀석이 뒷걸음질을 멈추고, 자동차와 엉켜 있는 좀비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를 시작했다.

“야! 그만하고 빠져! 빠지라고, 서 일병! 야!”

밤톨이 아무리 불러도 대꾸하지 않고 계속 방아쇠를 당기던 서 일병이 탄창을 갈아 끼운다. 그러고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조준도 거치지 않고 날아간 탄두가 자동차의 유리창과 연료통을, 그리고 좀비의 어깨를 관통했다.

꽈드득―

총격의 도움을 받아 관절을 떼어내는 데 성공한 좀비는 곧바로 몸을 날려 서 일병을 덮쳤다.

으득!

서 일병은 자신의 목덜미 살이 뜯겨 나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투투투투두―

좀비의 갈비뼈와 내장이 꿰뚫리고 찐득하고 검은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러나 서 일병의 목에 박힌 좀비의 이빨은 여전히 탐욕스럽게 살아 있는 인간의 살을 헤집고 피가 솟구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곧이어 제2, 제3의 좀비들이 서 일병의 팔과 다리에 달라붙었다.

후우욱―

서 일병의 총격을 받았던 자동차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시꺼먼 연기가 도로 전체를 뒤엎는다.

“이런 씨발! 아우!”

자신의 동료가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에 밤톨과 세 명의 병사는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고, 죽음은 그들에게도 가까이 와 있다.

투투투투― 투투투―

밤톨은 한 덩어리처럼 들러붙어 있는 서 일병과 좀비들을 향해 총알을 퍼붓고 돌아서서 뛰었다.

와장창! 쿠당탕!

등 뒤에서 또다시 울려오는 요란한 소리들. 분명히 또 좀비들이 자동차 더미를 무너뜨리고 이쪽 차선으로 넘어온 것이리라.

화르륵―

자동차들로 불길이 번지며 연기구름은 더 짙고 커졌다.

“으아아아!”

뒤를 돌아보던 김 이병이 뭔가에 발이 걸려 넘어지며 비명을 지른다. 그를 넘어뜨린 것은 20여 분 전에 그들이 죽인, 북단 방향에서 몰려오던 좀비의 시체다. 벌써 여기까지 밀려 버린 것이다.

끄아아아아!

일어나려다 뚫려 있는 좀비의 폐부 속 부러진 갈비뼈와 산산조각 난 폐를 짚은 김 이병이 죽는다고 고함을 친다. 밤톨은 그의 멱살을 잡아끌며 악을 썼다.

“진정해, 이 새끼야! 그냥 시체야! 일어나!”

“으…… 어어어! 으으…….”

패닉에 빠진 김 이병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그러더니 곧바로 몸을 구부리며 구토를 시작했다.

“우웨엑!”

이런 미친!

밤톨은 아침 식사를 고스란히 게워 올리는 김 이병을 잡아끌며 뛰었다. 나머지 두 명의 병사는 이미 20여 미터 이상 앞서가고 있다.

그롸아아아―

바로 등 뒤까지 쫓아온 좀비들의 울음소리.

조준도 하지 않고 그저 막연히 총구만 뒤로 돌려 몇 발씩을 날려가며 달렸다. 토사물에 코와 입이 다 막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뛰던 김 이병이 풀썩 쓰러진다.

“야, 이 새끼야! 빨리 가야 한다고!”

욕설을 퍼부어보지만, 파랗게 질려서 켁켁거리는 놈의 얼굴을 보니 이미 움직이기는 텄다. 좀비들과의 거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결단이 필요하다. 버리고 갈 것인가, 아니면 같이 싸우다 죽을 것인가.

머리가 선택을 하기도 전에 밤톨의 몸은 돌아서서 좀비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이상하다……. 이상해……. 이렇게 의리에 사는 인간이 아니었는데.

밤톨은 스스로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근접해 오는 좀비들의 몸통과 얼굴에 총알을 박아 넣는 중이다.

정면을 향해 있는 그의 시야 왼쪽 끝, 그 검고 흐릿한 영역에 건너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좀비들의 모습이 있다.

이제 끝이다. 정면에 있는 놈들을 다 처리한다고 해도 저놈들이 중앙분리대를 넘어오는 순간, 나 역시 좀비가 되는 거다…….

밤톨은 이를 악물었다.

갑자기 정의감이 북받쳐 오른다. 이왕 죽는 거, 한 마리라도 더 줄여놓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공포보다 더 강력하게 그의 육체를 지배했다.

그래야 지금까지 자신의 명령을 잘 따른 병사들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

“너도 쏴! 이 새끼야!”

가까스로 다시 숨을 쉬게 된 김 이병을 향해 악을 쓰면서 밤톨은 몰려오는 좀비들을 향해 연사를 퍼부었다.

죽기 직전의 마지막 행운을 쓰는 것인지, 웬일로 총알이 제대로 박힌다. 네 발로 기어오던 좀비들이 픽픽 쓰러져 바닥을 뒹굴었다.

“하아~”

바닥까지 다 비워 버린 탄창을 빼며 밤톨은 생각했다.

이제 내 할 바는 다 했다. 곧 저쪽 차선의 좀비들이 나를 덮칠 것이다. 그리고 조금 전 서 일병이 죽던 것처럼 나 역시 좀비의 밥이…….

그런데 왜 아직 덮쳐오는 놈이 없지?

빠직―

총소리를 뚫고 둔탁한 파괴음이 고막을 울린다.

“응?”

밤톨은 반대쪽 차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그 남자가 서 있었다. 그 칼자국 난 사내가…….

민구는 이미 피와 뇌수로 범벅이 된 야구 배트를 힘차게 휘둘러 좀비의 다리뼈를 박살 내고, 쓰러진 놈의 뒤통수에 무지막지한 일격을 가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공중에 떠 있는 좀비의 턱을 후려갈겼다.

콰작!

턱과 목이 동시에 꺾인 좀비가 자동차 사이로 굴러 떨어진다.

“하아~ 하아~”

밤톨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성적 흥분과는 다른 종류의 뜨거운 감정이 목덜미까지 치솟아 오른다.

민구는 세 번째 좀비의 아가리를 피하고 거리를 벌린 뒤, 놈의 관자놀이를 향해 배트를 돌리는 중이었다.

씨발…… 나는 왜 포기하려고 했지?

밤톨은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새 탄창을 장착했다.

이것이 그가 가진 마지막 탄창이지만, 그런 사실조차도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겨우 일어난 김 이병의 얼굴도 잔뜩 상기되어 있다.

“야구 빠따에는 지지 말자!”

밤톨이 외쳤다.

넷! 김 이병도 힘차게 답했다. 네 발로 시체 더미를 짓밟아가며 또다시 좀비들이 달려든다.

투투투― 투투둑―

밤톨은 놈들의 대가리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두려움을 덜어내자 명중률이 올라간다. 두 병사는 뒷걸음질을 치면서도 다섯 마리의 좀비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사이 민구는 자동차 위로 기어오는 놈들의 척추를 부러뜨리고, 목뼈를 꺾고, 정수리를 쪼갰다.

잠시 아주 짧은 평화가 찾아왔을 때, 중앙분리대를 사이에 두고 밤톨과 민구는 서로 마주 보았다. 피식, 둘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번진다.

인사치레도, 칭찬도……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순식간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기분이다. 두 병사와 민구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롸아악―

멀리서 좀비들의 포효가 들렸다. 그리고 버스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울려 댄다. 대체 몇 놈이나 살아남은 건지……. 정말 질리는 것들이다.

민구는 엉망으로 찌그러진 야구 배트를 버리고, 뒤차 지붕에 올려뒀던 골프 웨지를 오른손에, 그 다음다음 차 지붕에 놓아뒀던 캠핑용 도끼를 왼손에 들었다.

길이는 짧지만 손잡이에 파라 코드까지 친친 감아둔, 제법 괜찮은 도끼다. 그 뒤뿐 아니라 근처의 차 지붕마다 뭔가가 잔뜩 놓여 있다. 도끼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민구에게 밤톨이 물었다.

“그런 건 다 어디서 나셨습니까?”

“사람들 차에는 별게 다 있지.”

민구가 대꾸했다. 조금 전까지 그 많은 좀비들을 두드려 패서 죽이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호흡이 안정적이다.

처음 철책을 사이에 두고 만났던 그날처럼 평온하고 침착하다. 잘 벼려진 칼날 같다.

“조 병장님! 조 병장님! 괜찮으십니까?”

무전병과 합류하고 나서야 밤톨과 김 이병이 처진 것을 뒤늦게 깨닫고 병사들이 되돌아왔다.

이제 활용할 수 있는 병력은 다섯이다. 무전병에게 민간인과 함께 있으면서 그들을 보호했어야 한다는 둥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것도 다 허세였다는 걸, 목숨이 걸린 교전을 하다 보니 깨닫게 됐다.

불이 붙은 자동차 타이어에서 뿜어진 연기가 바람에 실려 날아오며 시야를 가리고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든다.

“쿨럭! 쿨럭! 탄창 두 개 줘.”

지금까지 교전에 참여하지 않은 무전병에게서 탄창을 얻고, 밤톨은 병력을 재배치했다.

자신은 민구가 있는 건너편 차선으로 가 자동차 지붕 위에 올라섰고, 나머지 넷을 조금 뒤쪽의 도로 위에 나란히 세웠다.

높이를 확보하자 도로 전체가 아까보다 훨씬 더 넓게 조망되었다.

흩날리는 연기 너머, 200여 미터 전방에서 달려오는 놈들의 수효는 이제 겨우 마흔 마리도 안 된다. 버스를 흔들어 대던 좀비 덩어리도 훨씬 작아졌다. 놈들의 물량도 슬슬 바닥을 드러내는 모양이다.

2.5차선에 네 사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다. 자기 몸통 넓이만큼만 커버하면 된다.

아까 남단 쪽에서 달려오는 20마리 때문에 그 진땀을 흘렸던 게 우습다. 그 정도는 불알을 긁으면서도 여유롭게 처리할 수 있는 거였는데…….

“온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자기 앞만 확실히 처리해! 내가 여기에서 지원할 테니까!”

네 병사의 대답을 듣자마자 밤톨은 민구에게 고개를 돌려 건너편 도로를 가리켰다.

“형님, 저는 저쪽 차선만 볼 겁니다. 믿을게요.”

자동차를 타 넘어가며 달려오는 놈들을 모두 처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열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나한테 걸면 손해는 안 봐.”

도끼와 웨지를 든 채 차선의 중앙에 버티고 선 민구가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꾸한다. 이제 준비는 다 끝났다.

밤톨은 몸을 돌리고 연기 사이로 비치는 좀비들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가장 앞서 네 발로 뛰어오는 놈의 머리와 옷은 활활 불타고 있다.

타타탕―

놀랄 만큼 진정된 밤톨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자, 불붙은 좀비가 뒤로 나자빠진다. 그와 거의 동시에 여남은 마리의 좀비들이 시꺼먼 연기와 쓰러진 자동차 더미를 뚫고 튀어나온다.

그롸아아아아!

“이야아아!”

병사들도 지지 않고 맞고함을 지르며 K―2를 발사했다. 자기 정면이라는 좁은 범위만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명사수가 아니더라도 맞추는 건 가능하다.

간이 졸아드는 것 같은 이 공포만 극복할 수 있다면, 그리고 탄창을 갈아 끼우는 동안 생기는 공백만 아니라면……. 그만큼 거리도 가깝다.

투투투투투―

다섯 개의 총구가 번갈아가며 엄청난 천둥소리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온몸이 박살 난 좀비들의 불붙은 시체가 발아래 뒹군다.

“와라!”

부러진 다리와 꺾인 팔로 자동차 사이를 기듯이 달려온 괴물들을 향해 외친 민구가 웨지를 크게 휘둘렀다.

쩡―

정수리를 직격당한 괴물이 맥없이 고꾸라진다. 그 바로 곁의 자동차를 뛰어넘은 놈이 민구를 향해 몸을 날린다.

민구는 크게 몸을 회전시켜 웨지로 놈의 관자놀이를 후려갈겼다. 방향이 바뀌어 떨어진 괴물의 머리가 자동차 운전석 유리창을 박살 낸다. 녀석의 뒷덜미에 민구의 캠핑 도끼가 내리꽂혔다.

카득!

목뼈와 힘줄이 끊기는 소리. 민구는 도끼를 비틀어 빼고는 놈의 옆구리를 발로 차 밀어 넘겼다. 비스듬히 자빠진 놈의 얼굴에 다시 둔탁한 웨지가 꽂힌다.

퍼걱!

광대뼈가 부러지고, 문틀에 걸린 목뼈도 함께 꺾인다.

그롸아아!

그사이 왼쪽에서 또 다른 괴물이 덮쳐 온다. 민구는 도끼를 바깥쪽으로 휘둘러 놈의 아가리에 박아 넣었다.

콰득!

이빨이 다 날아가고 위턱과 아래턱 사이에 단단히 도끼날이 박힌 괴물은 검은 승용차의 보닛 위로 나뒹굴었다. 민구는 도끼를 놓고 두 손으로 웨지를 휘둘러 도끼머리를 내려쳤다.

콰각! 콰각!

괴물의 턱뼈가 부서지며 머리 윗부분이 벌어진다.

놈의 머리가 잘리기 직전에 네 번째, 다섯 번째 괴물들이 민구를 향해 몸을 날린다. 민구는 방향을 틀어 네 번째 놈이 SUV 범퍼에 머리를 찧도록 몸을 피하고, 다섯 번째 괴물의 정강이를 후려갈겼다.

놈의 사지 중에서 유일하게 멀쩡했던 뼈가 부러지자 갑자기 중심을 잃은 괴물의 속도가 줄어든다.

민구는 놈의 뒤통수를 후려쳐서 자빠뜨리고, 몸을 틀어 범퍼에 대가리를 박았던 네 번째 괴물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빙글, 괴물의 몸이 회전하는 것과 동시에 민구가 두 손으로 풀스윙한 웨지가 놈의 아가리에 꽂힌다.

와직!

녀석의 이빨과 입술이 한 덩어리로 뭉쳐진다. 민구는 다시 한 번 일격을 가해 놈의 턱을 박살 냈다. 그러고는 놈을 뛰어넘어 검은 승용차 보닛 위로 뛰어올랐다.

거기에 도끼로 고정되어 있는 괴물은 머리가 거의 다 잘려 나간 상황에서도 여전히 벗어나 보려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콱!

민구가 도끼머리를 밟자 날이 더 깊숙이 들어가 꽂히며 놈의 머리 윗부분이 으지직, 잘려 나간다.

데구르르, 힘없이 굴러 내려오는 놈의 머리가 땅에 닿기도 전에 보닛 위의 민구는 풀스윙으로 다섯 번째 놈의 턱을 후려갈겼다.

그런 후, 도끼를 빼 든 채 땅으로 내려섰다.

예각으로 휘어버린 웨지를 계속 휘둘러 네 번째 괴물의 아가리와 머리를 뭉개 버린 민구는 SUV 지붕을 더듬어 그가 놓아두었던 세 번째 예비 무기, 목검을 집었다.

이번에는 세 마리가 한꺼번에 온다. 왼쪽에서는 산발을 한 여자 괴물이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달려오고, 가운데에서는 팔 하나는 어디에다 잃어버린 채 남은 세 발로 뛰는 괴물이 자동차 위를 풀쩍풀쩍 뛰어오고, 오른쪽에서는 온몸에 불이 붙은 야차 같은 놈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몸을 날린다. 그놈이 가장 위험한 놈이다.

쩌억!

야차의 턱을 목검으로 후려쳐서 넘어뜨린 민구는 곧바로 세 발 괴물의 눈을 향해 목검을 찔러 넣었다.

으직!

안구를 꿰뚫고 들어간 목검을 통해 놈의 눈 뒤쪽, 나비뼈가 부서지는 느낌이 전해진다.

민구는 잡아 빼는 목검에 끌려온 세 발 괴물의 목을 도끼로 찍었다. 그러고는 목검을 왼쪽에서부터 휘둘러 놈의 오른쪽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 충격에 더해 목의 왼쪽에 쐐기처럼 박혀 있던 도끼가 놈의 목뼈를 박살 내며 빠져나온다. 덜컥, 힘줄과 뼈를 잃은 괴물의 목이 뒤로 젖혀지며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기울었다.

끄로아아아아!

산발을 한 여자 괴물이 두 팔을 휘저으며 달려든다. 민구는 옆구리를 틀어 그 공격을 피하면서 뒤통수를 후려쳤다.

화르륵!

불타는 야차와 겹쳐진 여자 괴물의 산발한 머리카락에도 불이 옮겨붙었다.

“뜨겁구나, 너.”

민구는 있는 힘껏 목검을 내려쳐서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활활 타오르는 여자 괴물의 머리통을 박살 냈다.

빠각! 빠각!

두개골이 엉망으로 쪼개져서 괴물이 쓰러질 무렵에는 목검도 그 수명을 다하고 두 동강이 나버렸다.

민구는 도끼로 야차의 목을 걸어 끌어당긴 후, 조금 전 부러뜨렸던 안구 뼈 사이로 뾰족한 목검 조각을 콱 쑤셨다.

빠각!

얇은 뼈가 부서지며 뭉클한 것에 박히는 느낌이 전해진다. 손을 뗀 도끼를 빙글 돌려 머리 부분으로 한 번 더 세차게 목검 손잡이를 박아 넣었다.

칵, 목검 조각이 깊숙이 박힌 채 맥없이 쓰러진 야차의 머리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제 네 번째 예비 무기를 꺼낼 차례다. 도끼를 오른손으로 옮겨 쥔 민구는 한 걸음을 물러나 흰색 소형차의 지붕에서 60센티 길이의 아이스 바일을 집어 들었다.

빙벽 등반을 할 때 얼음을 찍고 몸을 끌어 올리는 도구다. 힐끔 옆을 돌아보니 병사들은 조금 물러서기는 했어도 여전히 용감하게 싸우고 있었다.

새끼들…… 간이 꽤 크군.

민구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 또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달려드는 괴물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날로 목을 걸어 잡아당긴 뒤, 보닛에 얼굴을 박고 쓰러진 놈의 귓구멍에 아이스 바일을 박아 넣었다.

으직! 으직!

내부의 뼈들이 저항을 하지만, 애초에 이쪽의 도구는 단단한 곳을 뚫고 들어가 박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민구가 체중을 실어 당기자 톱날처럼 날카로운 피크가 피부와 뼈를 갈고 안으로, 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어 갔다. 마침내 괴물의 사지가 축 늘어진다.

“마지막이다! 긴장 놓지 마!”

불타는 자동차 사이로 달려오는 여섯 마리의 좀비를 보며 밤톨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그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긴장의 끈을 놓는 병사는 없었다. 오히려 너무 심하게 집중하는 바람에 숨을 쉬는 것도 잊을 지경이었다.

그에게는 이제 실탄이 다섯 발뿐이다. 다른 병사들 역시 사정은 비슷해서 다들 ‘마지막 탄창입니다!’라는 말을 외쳤었다. 지금 보이는 이놈들이 끝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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