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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광기와 폭력 (2) (188/449)


188. 광기와 폭력 (2)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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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조의 작업은 멈춰 선 차들의 문을 열고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그걸 도로 끝까지 밀고 가 나란히 세우는 것이고,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로 반대편으로 간 가로수조는 도끼와 톱 따위의 연장을 이용해 가로수를 잘라낸다.

“차! 지나갑니다!”

문을 뜯고 기어를 바꾼 자동차를 대여섯 명씩 달라붙어 밀고 지나가는 동안, 잠시 멈췄던 도끼질이 다시 시작됐다.

그렇게 도로 끝자락에서부터 쉘터 가까운 방향을 향해 수감자들은 자동차를 옮기고 가로수를 베어냈다.

그들이 작업하는 동안 게이트 안쪽에서는 라이트를 비춰준다. 다섯 시까지는 그 평화로운 리듬이 지속되었다.

― 치이익, 본 망에 대기 중인 본부 예하 통사 수신 바람. 당소, 광나루사거리 경비 중인 흑표. 당소, 광나루사거리 경비 중인 흑표. 아홉 시 방향에서 좀비 접근 중. 추정 규모 삼 이상, 넷 가능. 현재 거리 오공공.

17시 12분. 사거리에서 날아든 무전 때문에 게이트 경비대의 얼굴에 잠시 긴장의 기운이 돌았지만, 체육관 3층의 중대 본부로부터 작업 중지 명령까지는 내려지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좀비들의 무리가 매일 어지럽게 얽혀드는 사거리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그 정도의 일로 멈춘다면 하루 작업 가능 시간이 채 두 시간이 못 될 것이다.

대규모 좀비 떼가 100여 미터 근처까지 접근해 왔다가 방향을 틀어 이동하는 일은 자주 있어왔다. 가장 가까이 왔던 놈들은 60미터 전방까지도 접근했던 적이 있다.

하물며 이건 500미터 이상 떨어진 놈들이니 별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당소, 중대 본부. 당소, 중대 본부. 대기 중인 흑표 수신 바람. 관측 지속하여 둘공공 내로 접근 시 즉각 벌집탄 사용하라. 귀소, 입감되었는지?”

체육관 3층에서는 흑표에게 포격의 재량권을 부여했다. 흑표에서 곧바로 응답이 돌아온다.

― 당소 흑표, 감명도 삼삼으로 양호하고, 포격 명령 확인했다. 보고 과정 생략하고 실행에 옮기겠다. 치익.

이제 상황은 명확하게 정리됐다.

만약 좀비들이 200미터 범위 이내로 접근하면 사거리를 지키고 있는 흑표가 벌집탄을 발사해서 광범위 살상을 하고, 그 후까지도 생존한 놈들을 K6 기관총과 7.62㎜ 동축 기관총을 이용해 사살할 것이다.

첫 포성이 들려왔을 때, 그 소리를 신호로 삼아 작업자들을 귀환시켜도 그들이 게이트 내로 퇴각할 만큼의 시간은 충분히 확보된다.

일단 K―2 전차가, 그리고 사거리에 쳐둔 레이저 와이어 철책이 좀비들의 접근을 지연시켜 줄 것이므로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는다.

더 먼 거리에 있을 때부터 공격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끝없는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이는 대로 좀비들을 모두 다 죽일 수는 없다.

포탄과 탄약도 소모품이지만, 탱크의 포신도, 기관총의 총열도 모두 소모된다. 위협이 될 만큼 근접해 오지 않는 놈들까지 모두 상대하기에는 화력도, 장비도 너무 부족했다.

쿵― 쿵―

자신들의 운명이 지금 얼마나 아슬아슬한 상황 위에 있는지 모르는 수감자들은 바로 그 순간에도 아름드리 가로수의 밑동을 향해 힘차게 도끼질을 하고 있다. 오늘의 두 번째 가로수가 넘어가기 직전이다.

한편, 흑표의 포수는 계속 긴장을 유지하며 조준경을 통해 다가오는 좀비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왕복 6차선 도로의 버려진 차량들 사이로 부패한 시체들이 걸어온다.

목표물로 지정된 맨 앞줄 좀비와의 거리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줄어들고 있다. 400, 370, 330, 280…….

포수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오늘 이놈들은 어째 그냥 지나갈 것 같지 않다. 조준경에 표시된 숫자는 또다시 깎여 나가고 있다. 230, 210…… 그리고 200.

“거리 둘공공! 발포합니까?”

포수가 물었다. 전차장은 K6 기관총의 손잡이를 꽉 쥐며 승인했다.

“때려!”

투웅―

둔중한 발사음과 함께 벌집탄, 정식 명칭 대인 화살탄. 현재 그들 중대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 최강의 대좀비 살상 무기가 K―2의 120㎜ 주포에서 발사되었다.

포신을 빠져나가자마자 시한신관이 작동을 하고 탄체가 분리되면서 내부에 빼곡하게 갇혀 있던 8,000여 개의 소형 금속 화살들이 방출되었다.

방출된 금속 화살들은 순식간에 19도 이상의 각도로 확산된다. 자동차, 가로수, 간판, 건물의 유리창, 그리고 좀비들……. 도로 전체에 있던 모든 것이 일시에 관통되면서 기묘한 울림이 만들어졌다.

파파악―

비록 한 개의 무게가 8그레인에 불과하지만, 음속을 돌파하는 속도가 화살에 사람의 두개골을 관통할 만큼의 파괴력을 부여했고, 수십 개의 관통상을 일시에 입은 좀비들은 장풍에 맞은 것처럼 뒤로 날아가 떨어진다.

이 무기가 가진 가장 탁월한 장점은 주변을 불바다로 만드는 일반 포탄과 달리 뒷감당을 걱정해 가며 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단, 자동 장전 장치에 넉넉하게 탄약이 채워져 있기만 하다면…….

그러나 그렇게 우수한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명중시켜 사살한 좀비의 수는 수십 마리에 불과했다. 나머지 수천 개의 화살들은 가로수와 자동차에 무수한 흠집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이것이 문형식 대위가 그토록 가로수와 자동차 제거에 열중하는 이유였다. 시가전을 벌일 때, 가로수와 자동차는 좀비들을 위한 훌륭한 방패고, 병사들에게는 통곡의 벽이다.

그롸아아아악―

지형지물로부터 지원을 받아 살아남은 좀비들이 크게 울부짖으며 K―2를 향해 달려온다.

“후진! 속도는 20. 벌집탄 한 번 더 때려!”

명령을 내린 전차장이 K6 기관총의 장전 레버를 당기려 할 때였다. 우측의 광진 광장 숲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거기에서도 좀비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방향에서의 접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거리도 아홉 시보다 훨씬 가까워서 채 30미터도 안 된다.

젠장, 이게 무슨! 더 위험한 건 이쪽이었는데 엉뚱한 곳에 신경이 팔려 있던 건가!

당황한 전차장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투웅―

상황을 모르는 포수는 또 한 번 아홉 시 방향을 향해 벌집탄을 날렸다. 수십 대의 차량 유리가 박살 나고, 수십 마리의 좀비가 그야말로 벌집처럼 꿰뚫린 채 고꾸라졌다.

“후진 속도 올려! 포탑 우로 돌려! 회전각 60! 7.62㎜ 전방 사격해!”

미친 듯이 명령을 내린 전차장은 양손으로 K6를 꽉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특별히 겨냥을 한 것도 아닌데 십자가 모양의 조준경 안에는 보름달만큼이나 커다랗게 보이는 좀비들의 얼굴이 몇 개나 들어 있다.

텅텅텅텅텅텅― 텅텅텅텅텅텅!

12.7㎜탄이 난사되자 좀비들의 사지가 뚝뚝 떨어져 나가고 놈들의 몸은 종잇장처럼 너덜너덜해져서 뒤로 나뒹군다.

게이트를 기준으로 아홉 시 방향을 향해 퍼부어지는 동축 기관총도 끊임없이 수많은 좀비들의 몸통과 머리를 꿰뚫고 터뜨렸다.

하지만 양방향에서 몰려오는 좀비들을 피하기 위해 전차가 후진하면서, 작업을 하던 수감자들의 가장 큰 보험은 사라져 버렸다.

“히에에엑~! 사람 살려!”

자동차를 밀고 있던 수감자들과 나무 베기를 하고 있던 수감자들 모두가 총소리를 듣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돌아 뛰었다.

탱크가 빠져나가 버린 사거리의 빈 공간에는 그 빗발치는 총알들 사이를 용케 헤치고 나온 좀비들이 덮쳐오고 있다.

투투툭― 투투툭―

작업 현장 북단을 지키고 있던 네 명의 경비병은 레이저 와이어에 접근하려는 좀비들을 향해 삼점사를 갈겼다.

그롸아아아―

그 모든 저항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좀비가 몸을 날려 레이저 와이어를 덮친다.

카랑― 캉, 캉!

레이저 와이어가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놈의 얼굴과 복부, 팔다리가 철조망에 얽혀들며 가죽이 찢기고 살점이 벌어졌다.

투투툭― 투투둑―

얼굴이 와이어에 잘려 나가면서도 발버둥을 치고 기어오르려던 좀비의 머리통에 5.56㎜탄이 쏟아졌다.

파바박―

빗물이 고인 도로 위로 좀비의 뇌와 뼛조각들이 튄다. 그 뒤를 이어 제2, 제3의 좀비들이 또다시 몸을 날렸다.

“게이트 열어!”

그 네 명의 경비병을 지원하기 위해 외부 게이트를 열고 나온 대기조가 길가에 세워진 승합차 문을 연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배터리도 갈고 기름도 채워둔 차량이다.

부우우웅~

네 명의 병사를 태운 승합차가 400미터 전방을 향해 달려 나갔다. 도망쳐 오던 수감자들은 돌진해 오는 승합차 때문에 도롯가로 몸을 피했다.

“빨리 들어와요! 빨리! 빨리!”

게이트 경비병들이 달려 들어오는 수감자들을 향해 재촉의 손짓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달려와야 하는 거리는 300미터가 넘는다.

헤에엑~ 헤에엑~ 수감자들은 숨을 헐떡이며 미끄러운 도로 위를 열심히 뛰었다.

자동차를 밀어놓으러 갔다가 오는 바람에 맨 뒤로 처진 대여섯 명의 그룹이 중간 지점을 넘어섰을 때, 뿌드드드득― 엄청난 소리와 함께 커다란 가로수가 쓰러지며 그들을 덮쳤다.

조금 전, 가로수 베기조가 열심히 도끼질을 하고 줄을 잡아당겨서 넘어뜨리기 직전이었던 바로 그 나무다. 그저 우연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 끔찍한 일이었다.

“으아악!”

쿵―

높이 10여 미터. 멋대로 가지가 뻗은 커다란 가로수가 곁에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를 박살 내고 튕긴 뒤, 다섯 명의 수감자를 동시에 깔아뭉갰다.

아름드리 몸통에 직격을 당한 수감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나뭇가지에 머리를 맞은 두 명은 아스팔트에 내동댕이쳐지며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나무와 지면 사이에 다리가 끼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아악! 끄으으으~!”

부러진 다리가 주는 고통보다 좀비들이 몰려오는 도로 위에서 꼼짝없이 갇혀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끔찍하게 부상자들을 압박한다.

이이이익! 이익! 수감자들은 이를 악물고 몸을 빼내보려 애를 써보지만, 그 정도로 빠져나올 수 있을 만큼 가볍지가 않았다.

“도, 도와줘! 살려줘!”

깔린 두 사람은 뒤쪽으로 몸을 뻗으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투타타타타― 투투투투―

멀리 광나루로 쪽에서는 계속해서 총성과 좀비들의 포효가 들려온다. 살아 있어도 산 게 아니다.

“이런 썅! 염병!”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본 작업반장이 욕설을 퍼부으며 멈춰 섰다. 그리고 그 곁에서 달리던 다섯 명의 수감자도 그와 함께 돌아섰다.

잠시 망설이던 수감자들은 왔던 길을 되짚어 달려가 자빠진 나무에 달라붙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나무가 그렇게까지 무거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알았더라면 애초에 뒤돌아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기 당겨! 우리가 들어볼게! 위로 들어!”

각각 한 사람씩 두 명이 깔린 사람들을 잡아당기고, 작업반장을 포함한 나머지 넷은 나무 사이에 손을 넣고 용을 썼다.

으으읏! 으읏! 혈관이 터질 것처럼 힘을 줘봐도 가로수는 도무지 들리지 않고, 당겨지는 부상자들은 고통에 비명을 질러 댄다.

하지만 이렇게 도와주러 온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 줄 알기에, 다리가 끊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도 끝끝내 ‘그만~’이라고 외치는 이는 없었다.

“한 번 더! 셋에 맞춰서! 하나! 둘! 셋! 으야아아압!”

작업반장이 아무리 머리를 써보고 나머지 다섯 사람이 호흡을 맞춰도 자빠진 가로수는 꿈쩍을 않는다. 온몸의 에너지를 극도로 짧은 시간에 모두 소진한 여섯 수감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씨발, 이거는 안 돼, 이 방법은…….

작업반장의 입에서 그런 말이 새어 나오자 깔려 있는 두 부상자는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제발! 가지 마요! 제발!”

“좀 닥쳐, 이 새끼들아! 누가 버리고 간댔어? 허억~ 허억~”

빗물과 섞여 흐르는 땀을 닦아낸 작업반장은 고개를 들어 멀리 사거리 쪽을 힐끗 살폈다.

승합차를 옆으로 대놓고 철망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병사들과 원래 그 자리를 사수하던 경비병들이 열심히 싸우고는 있지만, 레이저 와이어에 걸린 좀비들과 그 너머에서 달려오는 좀비들의 수가 워낙 많다.

비관적이다. 서둘러야 한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달아나고 싶다. 하지만 지금 곁에 서 있는 다섯 놈의 증인, 이것들이 나중에 자신에 대해 동료를 버리고 온 놈이라는 평판을 말할까 봐 그것이 두렵다.

다섯 수감자도 역시 도망은 가고 싶었다.

하지만 작업반장의 지시를 어겼다가 나중에 어떤 후환을 입게 될지 몰라 발이 묶여 있는 것이다. 폭력범인 데다가 장기수였던 터라 작업반장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수감자들은 많았다.

끄으으으~ 기절해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워낙 죽은 듯이 뻗어 있고, 찢어진 머리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어서 당연히 죽었다고만 생각했다.

이런 젠장, 수감자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쓰러진 사람들의 고개를 들어 올린다. 끄으윽~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난감하다. 이제 할 일이 또 늘었다.

“비켜봐! 이것 좀!”

작업반장이 바닥에 내던져져 있던 도끼와 톱을 들고 와서 다른 수감자들의 손에 쥐여 주자 깔려 있던 부상자들이 겁에 질려 두 손을 휘젓는다.

“자르지 마세요! 안 돼! 제발!”

뭐? 영문을 몰라 하던 작업반장은 1초 늦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고개를 저었다.

“미쳤냐, 너희? 다리 자르겠다는 게 아니야! 야! 저기 앞에 가서 이걸로 가지를 바투 잘라! 저거! 저거 무게라도 줄여야 해. 너! 너는 이걸로 저기 받쳐 줘. 날을 안쪽으로 해서 최대한 깊이 넣어봐!”

그렇게 말한 작업반장은 자신도 톱을 주워 들고 나무에 달려들어 녹색 나뭇잎이 무성하게 달린 가지들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쓱싹쓱싹, 톱질이 가해질 때마다 나무가 가볍게 들썩거렸고, 그 진동은 깔려 있는 사람들의 다리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끄으으으~! 으으으! 부상자들은 손가락으로 아스팔트 바닥을 긁으며 고통을 참아내려 애를 썼다.

도끼날을 눕혀 쐐기처럼 바닥에 넣고 진동을 최소화해 보려고 하지만, 부상자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니 거의 효과가 없는 모양이다.

“빨리! 빨리! 뛰어!”

게이트를 열고 뛰어나온 병사들이 작업반장과 수감자들을 스쳐 간다. 팔꿈치까지 오는 두툼한 장갑을 낀 그들의 손에는 레이저 와이어가 잔뜩 들려 있다.

그리고 그 뒤를 개인화기로 무장한 병력이 따른다. 기지에서 쏘는 라이트가 정신없이 어른거리고, 총소리가 귀를 쩌렁쩌렁 울려 혼이 빠지는 것 같다.

팟! 주변 건물 옥상에 배치된 저격조들도 아래쪽을 향해 조명을 비춘 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도와줘! 얘들 빼야 돼! 잠깐만 도와줘!”

여전히 톱질을 멈추지 않으면서 작업반장이 외쳤다. 하지만 모두들 자신의 임무에 열중해 있어서 그의 말을 듣지 못한다.

그 역시 톱을 들고 휘두르며 고함을 치는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보일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다급했다. 작업반장은 피와 빗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을 가리키며 악을 썼다.

“아니면 이 사람들이라도 좀 업고 가! 피가 많이 나서 위험하다고!”

군인들은 순식간에 그들을 지나쳐 저 앞으로 달려가 버렸고, 쓰러진 가로수 주변에는 다시 수감자들만 남았다.

쓱싹쓱싹, 쓱싹쓱싹, 다들 입을 굳게 다문 채 죽어라 가지들을 잘라냈다. 하지만 도통 가벼워지는 기미가 없다.

“여기에다가 쳐! 그리고 저 뒤 신호등에 하나 더 걸고! 그리고 너희! 열두 시로 가서 경비대 불러들여! 빨리!”

박 소위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은 사거리에서 300미터 떨어진 제2철책 지점을 완전히 봉쇄하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그 고생을 하면서 수색과 작업을 해둔 곳이다.

철책에 가슴 높이로 레이저 와이어 끝을 걸어 고정시키고, 반대쪽에서는 같은 작업을 무릎 높이로 수행한다. 그리고 병사들은 중앙에 차선 한 개만을 열어둔 채 레이저 와이어를 잡고 대기했다.

이제 이 열어둔 공간으로 승합차가 지나가면 양쪽 끝까지 철조망을 다 연결할 것이고, 그게 새로운 1차 저지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50미터 떨어진 곳에 박 소위의 명령에 따라 설치되고 있는 제3저지선 뒤에서 이곳을 향해 사격을 가하면 효율적인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어제까지 힘들게 땅에 말뚝을 박고 철조망을 연결했던 작업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처음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흑표는 이제 아예 포탑 상면의 해치를 닫아건 채 농성 모드로 들어가 천천히 앞뒤로 이동하며 동축 기관총과 55톤이라는 무게를 무기로 삼아 도로 위에 좀비들의 시체로 된 곤죽을 만드는 중이다.

기관총 사격을 뒤집어쓴 자동차들에서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여기저기서 작은 폭발이 일어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대단한 화력조차 밀려드는 좀비들을 모두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만큼 광진 광장 숲 쪽에서 몰려온 놈들의 수효가 많았고, 저지선과의 거리도 짧았다.

또 좀비들이 저지선을 넘어가 버리면 아군들과 같은 선상에 놓이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사격을 할 수 없다는 점도 큰 제약이었다.

“야! 저기 뚫린다!”

승합차 주변에서 언제라도 달아날 준비를 한 채 1차 저지선을 지키고 있던 여덟 명의 병사가 한 시 방향 보도 위로 몸을 날리려는 좀비를 향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투투투―

난사당한 좀비와 상가 건물에서 뼛가루와 돌가루가 함께 튄다. 좀비의 살과 뼈로 뒤덮인 레이저 와이어 철책은 이미 한참 전부터 저지선으로서의 역할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체들의 무게가 집중된 방향은 아래로 축 처져서 거의 평지와 다름없다.

병사들은 후진하는 승합차와 보조를 맞춰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며 미친 듯이 사방을 훑고, 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방아쇠부터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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