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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인간 사냥꾼 (5) (165/449)


165. 인간 사냥꾼 (5)
202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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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빈은 열심히 뛰어가면서도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두 손이 신경 쓰였다. 천막으로 돌아가 뭔가 무기를 챙겨 오고 싶었지만, 그렇게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헬기의 방송이 끝나고 구조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에 저곳까지 도착해 있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순식간에 방벽을 넘었고, 그 뒤에도 계속 뛰고 또 뛰었다.

다가닥다가닥, 열 개의 발이 자갈밭을 내달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그러다가 가장 체력이 약한 녀석이 다리가 풀려 고꾸라졌다.

“켁! 커억…….”

바닥에 나뒹굴며 얼굴이 쓸린 신입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나머지 넷은 힐끔 돌아보기만 하고 곧바로 다시 속도를 높여 뛰었다.

“기, 기다려! 나도 가, 같이…….”

자기를 버리고 갈까 봐 두려워진 신입이 손을 들어 올리며 애원을 했다. 가장 앞서 달리던 삼식이가 큰 소리로 외쳐 주었다.

“걱정 마! 걱정 말고 따라오기나 해! 내가 먼저 가서 잡아놓을 테니까!”

달리면서 간격을 줄일수록 확성기가 내는 소리의 방향도, 내용도 조금씩 더 분명해졌다. 이 지역에서 이뤄지는 마지막 구조라는 말이 들려왔다.

마지막!

그 말에 삼식이는 더 크고 넓게 보폭을 떼면서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선로에서 벗어나 방향을 바꿔 뛰어가야 할 상황에 부닥쳤다. 삼식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선로 난간을 기어 올라가 도로 쪽으로 몸을 넘겼다.

“야! 조심해! 밑에 잘 보고!”

뒤쫓아 달리던 유빈이 깜짝 놀라 외쳤다. 언제 좀비와 맞닥뜨릴지 모르는 선로 아래로 아무런 무기도 없이 뛰어내린다는 건 위험했다.

하지만 만류하지는 않았다. 아니, 만류할 수 없었다. 마지막 구조라는 저 방송을 들은 순간, 그들은 모두 목숨을 걸고서라도 달려가야 한다는 걸 공감했다. 이게 마지막 찬스다.

“조심해! 꽤 높아!”

제니가 난간을 기어오르자 먼저 선로 아래로 뛰어내린 삼식이가 일러주었다.

뒤따라온 보안관이 제니의 다리를 잡아 올려주었다. 난간 너머에서 지상까지는 3.5미터 정도. 제니는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지붕 위로 가볍게 뛰어내렸다.

이제 프로펠러 소리까지 들릴 만큼 가까워졌지만, 아직 헬기는 보이지 않는다. 전방의 시야를 가로막고 높이 솟아 있는 아파트 단지 때문이다.

“앞서가지 마! 나 기다려!”

보안관이 세 번째로 뛰어내리면서 급하게 외쳤다. 아파트는 무섭다. 일전에 산에 올랐을 때 본 다른 아파트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좀비들, 그 안에 갇힌 사람들.

죽음이 마치 함정처럼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게다가 여기는 처음 와보는 동네다. 하지만 확성기의 소리가 마음을 급하게 만들고 조심성을 사라지게 했다.

보안관이 자동차 지붕을 찌그러뜨리며 땅에 내려서기도 전에 삼식이와 제니는 아파트 단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 저놈들, 진짜!”

유빈과 보안관이 그 뒤를 따르며 혀를 찼다. 신입은 아직도 낑낑거리며 난간에 매달려 있다. 아파트 단지 내로 뛰어들자 검게 썩은 채 땅 위에 방치되어 있는 시체 토막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잘려나간 팔다리와 몸뚱이, 머리가 으깨지거나 목 없이 쓰러진 시체들. 그 주변에는 식칼이나 망치, 찌그러진 알루미늄 배트 따위의 여러 가지 원시적인 무기들이 떨어져 있다.

단체로 탈출을 위한 전투라도 벌였던 것일까?

어쨌든 다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저렇게 되어버린 것만은 확실하다. 불길한 기운이 아파트 단지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으아!”

예기치 않던 장소에서 끔찍한 모습을 발견한 삼식이가 속도를 줄였다. 훼손된 시체들보다 더 소름 끼치는 것은 깨진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상가 안쪽의 풍경이었다.

벽 전체에 걸쳐 말라붙은 피가 가득한 상가 내부는 보름 전 일어났던 살육의 기록을 고스란히 전해 주었다. 제니 역시 입을 막고 충격을 가라앉히기 위해 숨을 골랐다.

“멈춰 서지 마! 여기가 제일 위험해 보여! 그리고 아무거라도 하나씩 무기가 될 만한 걸 집어!”

뒤따라온 보안관이 머리 없는 시체의 손에서 빠루를 빼앗아 집어 들며 삼식이의 등을 밀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여러 동의 아파트가 둘러싸고 있는 마당이다.

유빈도 알루미늄 배트를 잡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박혀 버리면 빼기가 힘든 날붙이보다 이런 둔기가 훨씬 쓸모가 있다.

“집기는 하는데, 웬만하면 이걸 쓰는 일은…….”

‘이걸 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숙인 머리 위로 그늘이 드리워지는 게 느껴졌다.

깜짝 놀란 유빈이 고개를 드는 것과 거의 동시에 제니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쏟아져 내린 유리 조각이 콘크리트 바닥을 때렸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둔중한 충돌음.

튕겨 오른 유리 조각이 유빈의 볼과 눈꺼풀을 스치면서 가는 핏줄기를 만들어냈다.

윽! 유빈은 이마를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오빠!”

제니의 째지는 목소리!

유빈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야가 가려졌다는 현실이 안겨주는 공포. 소름이 온몸에 돋는다.

겨우 실눈을 뜨고 돌아보니 하반신이 작살 난 좀비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모습이 비친다. 살아 있는 사람을 보고 흥분한 좀비가 아파트 창문을 깨고 몸을 던진 것이다.

부러진 종아리뼈가 허벅지를 뚫고 튀어나와 있지만, 놈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인다.

그리고…… 가깝다. 틈을 주지 않고 이어지는, 쨍강! 쨍강! 유리가 깨지는 소리. 제2, 제3의 좀비가 베란다 유리창을 향해 돌진하면서 아래로 뛰어내린다.

“비켜!”

얼어붙어 있는 제니와 유빈을 밀치고 보안관이 빠루를 휘둘렀다.

빠각―

네 발로 기어오던 좀비의 턱뼈가 돌아가며 녹색 체액과 누런 이빨이 사방으로 튄다.

좀비의 팔꿈치가 무너진다. 보안관은 틈을 주지 않고 다시 한 번 세차게 내려쳤다.

우둑!

좀비의 목뼈가 꺾이는 소리가 확성기 소리에 섞여 아파트 마당을 울렸다.

그롸아아아~!

또 다른 좀비의 울음소리!

위험하다!

하지만 유빈은 아직 한쪽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피가 들어간 눈은 따끔거리기만 하고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미칠 노릇이다.

“이익!”

유빈은 알루미늄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거리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배트는 허공을 갈랐고, 덕분에 더 위험해지기만 했다.

그와아아―

좀비가 포효하며 달려든다. 그 벌려진 아가리를 향해 유빈은 창으로 공격하듯 정면으로 배트를 찔러 넣었다. 그게 휘두르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빠악―

배트 끝에 찔린 좀비의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하지만 치명타는 아니었다.

씨발, 유빈은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한 번 배트를 휘둘렀다.

부웅―

이번에도 짧았다.

“정신 차려! 왜 이래!”

벌써 두 마리를 해치운 보안관이 유빈을 대신해서 세 번째 좀비의 머리통을 박살 내주며 빽! 소리를 친다.

하아~ 유빈은 계속 찢어진 눈두덩을 문지르며 어떻게든 눈을 떠보려고 애를 썼다. 딱딱, 부딪치는 이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만약 이 좀비들이 위층에서 뛰어내린 게 아니었다면, 그래서 두 다리가 멀쩡한 채였다면 자신은 아마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나마 뒤뚱거리는 녀석들이었기에 한쪽 눈이 감긴 채였어도 보안관의 도움이 올 때까지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다.

“너! 눈이!”

그제야 유빈의 눈 주변이 피투성이인 걸 본 보안관이 놀랐다. 유빈은 손사래를 쳤다.

“아냐, 별거 아냐! 그냥 찢어진 거야! 피가 들어가서 그래.”

호들갑을 떨 시간은 없다.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에도 아파트 고층에서는 좀비들이 그르렁대며 아래로 뛰어내리기 위해 유리창을 들이받고 있었다. 아무리 두 다리가 작살 난 놈들이라고 해도 수가 쌓이면 답이 없어진다.

“어느 쪽이야? 어디로 가야 돼?”

기어오는 좀비의 대가리를 후려치며 삼식이가 묻는다. 아파트 벽에 튕겨 나오는 메아리 속에서 다들 방향감각을 잃었다. 당장 눈앞의 좀비들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연산 능력은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저기! 저기, 헬리콥터다! 저기야!”

커다랗게 외친 신입이 아파트의 게이트를 통과해서 도로로 뛰어나갔다. 어느새 저기까지 도망가 있었는지 싶을 만큼 이럴 때는 재빠르기도 하다.

일행은 신입의 뒤를 따라 뛰었다.

와장창! 퍼억―

등 뒤에서는 여전히 유리창을 깨고 뛰어내리는 좀비들의 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고층에서 떨어진 놈들은 지면에 부딪혀 대가리를 박살 내며 스스로 죽어주기도 하지만, 그런 행운보다는 살아남아 네 다리로 기어오는 놈들이 더 많았다.

피해야 한다. 부러진 팔다리로 기어서 따라오는 좀비들보다는 뛰는 게 빠르다.

“으아! 보인다! 여기요! 여기요!”

아파트의 그늘을 벗어나자 정말로 헬리콥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편 멀리, 그리 높지 않은 건물 위에 밧줄을 드리운 채 떠 있는 헬리콥터. 그리고 그 주변에 두 번째 헬리콥터가 날고 있다.

터질 것처럼 벅찬 심장에 다시 새로운 에너지가 주입되는 기분이다.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도로를 건너다가 좀비의 대군을 만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 따위도,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 앞에서는 무의미해졌다.

보안관 일행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일직선으로 헬기를 향해 죽어라 달렸다.

“씨발! 왜 이렇게 멀어!”

신입이 오만상을 찡그리며 욕을 한다. 괴롭기는 모두 마찬가지였다. 보이기에는 바로 코앞 같은데, 아무리 달려도 그 거리가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는 것 같다. 몇 개의 건물을 휙휙 지나쳤는지 모른다.

선로 위에서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도대체 얼마를 뛰어온 걸까. 게다가 방금 전에는 목숨을 걸고 쇳덩이를 휘둘러서 좀비들의 대가리를 깨부숴 가면서. 그러는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입술은 바짝 마르고, 폐는 타오르는 것처럼 뜨겁다.

그래도 다들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한 발짝씩을 내달렸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회니까…….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응원가처럼 울린다.

“다 왔어!”

그 멀고 지루했던 여정이 끝났다. 헬기가 떠 있는 건물이 바로 두 블록 너머라는 걸 눈으로 확인했을 때에는 모두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삼식이가 제니를 돌아봤다. 고개를 끄덕인 제니는 달리는 속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후드 티를 등 뒤에서부터 잡아당겨 벗었다. 눈부시게 하얀 그녀의 등과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보안관이 만류할 틈도 없었다. 건물 그늘을 벗어난 제니는 도로 위에 멈춰 서 있는 자동차를 향해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그 위에서 카우보이처럼 멋지게 웃옷을 휭휭 돌릴 참이었다.

언제 다시 휘잉― 하고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헬리콥터를 잡아놓기 위해 이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구조하는 사람에게도, 구조되는 사람에게도 최고인 하루를 만들어주겠어!

제니의 얼굴에 승리했다는 기쁨이 가득 번진다. 원치 않던 일이지만, 보안관이 보기에도 그럴듯한 장면이었다. 아름다웠다.

그 순간!

타앙― 투투투둑― 투둑―! 투투투!

날카로운 총소리!

그 총소리는 주변의 모든 소음을 순식간에 갈라놓을 만큼 크고 선명하게 울렸다. 제니는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두 팔로 감쌌다.

그리고 뒤이어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헬기가 떠 있는 건물로부터 들려왔다.

째지는 여자의 울음소리!

뭔가 잘못됐다. 제니의 눈에 공포가 번진다.

티잉! 팅!

어딘가의 쇠에 유탄이 맞으며 고막을 날카롭게 자극한다.

퍼엉―

또 다른 유탄이 10여 미터 떨어진 SUV의 타이어를 터뜨려 버렸다.

“내려와!”

제니를 덥석 안아 자동차 아래로 끌어내린 보안관이 그녀를 몸으로 감쌌다.

투투투투둑― 투투투두―

또다시 이어진 총소리.

다섯 명은 건물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 자세를 낮췄다.

“괜찮아? 다치지 않았지?”

보안관이 제니의 머리와 어깨, 그리고 온몸을 빠르게 훑으며 물었다. 제니는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피가 묻어나지 않는 걸 확인한 보안관은 제니의 후드 티를 다시 푹 덮어씌워 주었다.

“……뭐예요, 이거? 왜 총을?”

핏기가 가신 얼굴로 소매에 팔을 끼워 넣던 제니가 물었다. 보안관이라고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유빈도, 삼식이도 마찬가지다. 그저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추리를 할 뿐이다.

“좀빈가? 사람들 구조하려는데 좀비가 쫓아 올라온 건가?”

“몰라. 하지만 그거 꽤 그럴듯한 이야기네.”

빌딩 벽에 등을 바짝 붙인 채 고개만 살짝 내밀어 건너편 건물 옥상과 헬리콥터를 살피던 보안관이 동의했다.

“하아― 하아― 이런 데 숨어 있을 게 아니라 우리도 빨리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래야 구조를 받지. 저러다가 그냥 가버린다고, 이 새끼들아.”

신입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중얼거렸지만, 총알이 쏟아지는 거리로 선뜻 발을 내딛지는 못했다. 틈을 얻은 유빈은 목덜미에 흐르는 땀으로 눈 주변의 피를 씻어내 보려 애를 썼다.

투투투― 투투투―

끊어질 만하면 한 번씩 총성은 계속 이어지고, 총알이 뭔가를 때리는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만약 저들이 쏴대고 있는 게 좀비라면 한두 마리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쨍강!

또다시 유탄이 날아와 건너편 건물 2층의 유리창을 박살 냈다. 이제야 겨우 두 눈을 뜬 유빈이 보안관을 잡아당겼다.

“만약 그런 거면 여기 있으면 안 돼. 언제 좀비들이 저 건물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이야기니까. 좀 더 안전한 곳을 찾자. 총알도 무섭고.”

처음 와보는 동네에서 안전한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을 턱이 없지만, 아무 데라도 몸을 숨기는 것이 멍하니 서 있다가 눈먼 총알에 배가 뚫리거나 좀비들을 맞닥뜨리는 것보다는 낫다.

좀비 소굴로 뛰어드는 것만 아니면 된다. 게다가 아까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던, 팔다리 부러진 좀비들도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 만약 놈들이 계속 뒤를 쫓고 있다면 슬슬 도착할 때가 되어간다.

“저기로 가자!”

옆 건물 2층 유리 전체에 걸쳐 임대 문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걸 발견한 유빈이 일행들에게 외쳤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비어 있었을 건물이니까 그만큼 내부에 좀비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적어 보였을 뿐이다.

헬기가 떠 있는 건물과도 가까워서, 총소리가 그치자마자 옥상으로 올라가 구조 요청을 한다면 쉽게 눈에 띌 이점도 있다.

“따라와!”

빠루를 든 보안관이 앞장서서 달렸고, 네 명이 그 뒤를 따랐다. 2층으로 통하는 계단 문에는 바깥에서 자물쇠가 채워진 상태였다.

좋은 소식이다. 최소한 좀비들이 마음껏 들락거리지는 않았다는 의미였으므로. 보안관은 빠루를 휘둘러 자물쇠를 박살 내고 문을 당겼다. 그러고는 쿵쾅거리며 계단을 뛰어올랐다.

환한 대낮인데도 빛이 들지 않아 실내는 어둑어둑했다. 보안관이 무기를 높이 들고 대기하는 동안, 유빈이 2층 출입문을 확 잡아당겼다. 부유하는 먼지가 빛과 함께 복도로 쏟아진다.

“정말 텅텅 비었네.”

쓰레기봉투와 종잇조각 몇 개가 전부인 건물 내부를 보면서 삼식이가 가볍게 탄식했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공사하는 사람들이 마시다 남긴 생수병 정도는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조금 했었다.

“그 건물이 어느 쪽이지?”

유빈이 창가로 다가가 창문 틈으로 얼굴을 댔다.

투투툭― 투둑―

또다시 들려오는 총소리, 그리고 비명.

뭔가 이상했다. 비명이 먼저 울리고 총소리가 난다면 그건 말이 된다.

좀비가 가까이 오자 그걸 보고 놀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군인들이 그 좀비에게 총격을 가한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와 반대로 총성이 울린 다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일관되게…….

이래서야 꼭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유빈은 자신이 느낀 이 위화감을 납득시키기 위해 계속 머리를 굴렸다.

“여기 있지 말고 옥상으로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있다는 걸 알려야지! 이러다가 좀비 다 죽이고 그냥 휭 날아가면 안 되잖아? 그냥 괜히 개고생만 한 거라고!”

방방 뛰는 신입을 유빈이 진정시켰다.

“가만히 있어. 그리고 좀 조용히 해!”

신입이 굳이 목소리를 더해주지 않아도 이미 주변은 소음으로 가득했다.

지난 며칠 동안 자신들이 내는 소리 외에는 거의 듣지 못했던 그들로서는 정신이 아득할 정도의 프로펠러 소리, 총소리, 그리고 비명 소리……. 혼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뚝. 그러다 갑자기 총소리가 사라졌다. 건물 벽에 메아리쳐서 울리던 소리까지도. 좀비든, 군인이든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모두 사라졌다는 의미였다.

유빈은 창문에 눈을 바짝 붙인 채 귀를 쫑긋 세웠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야 한다.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끄아아―!”

옥상에서 또다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하지만 헬기는 여전히 유유히 떠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유빈이 고민하고 있을 때, 삼식이가 그의 팔을 당겼다.

“유빈아, 저기 저거! 저 사람!”

삼식이가 가리킨 곳은 헬기가 떠 있는 건물의 1층 비상구였다.

그걸 열고 기어 나온 사람은 피투성이 중년 사내. 옆구리와 다리가 검붉은 피로 완전히 흠뻑 젖었다. 울컥울컥, 중년 사내가 발을 뗄 때마다 상처에서는 피가 솟아나왔다.

“으으윽~ 크윽~!”

중년 사내는 피로 발자국을 만들면서 필사적으로 기었다. 그러나 힘이 부쳐서인지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다. 코너를 돈 사내는 크게 한숨을 몰아쉬더니, 정차되어 있는 중형차 바닥 아래로 굴러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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