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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테라와 제니 (2) (152/449)


152. 테라와 제니 (2)
202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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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버티지 못한 테라의 눈꺼풀이 열리자 안에 담겨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윤기를 머금은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드러난다. 그것을 본 덩치는 못 견디겠다는 듯 부르르 몸을 떨었다.

“우와아! 죽인다아! 미치겠다, 진짜!”

덩치는 테라를 꽉 끌어안고 뜨거운 숨을 뿜어댔다. 악취로 가득한 놈의 입 냄새보다도 괴로운 것은 이 수치스러운 상황이다. 테라는 그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덩치의 완력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쩐다, 씨발. 핸드폰만 있으면 인증 샷 찍는 건데.”

뒤에서 구경하던 놈이 중얼거렸다. 계속 낄낄대고 있는 덩치를 쥐가 잡아당겼다.

“야! 씨발, 다른 사람 생각도 좀 해! 헛짓거리하다가 시간 다 보낼래? 빨리빨리하고 넘겨! 한 사람 앞에 5분만 잡아도 50분을 해야 해!”

“캬하하~ 5분이래! 무슨 토끼냐? 등신아! 넌 5분만 해라. 난 30분 동안 존나게 할 거니까! 키키킥!”

다른 놈들이 낄낄거리는 동안 여드름쟁이는 주변을 돌며 놈들의 수를 헤아려 봤다. 분명 자신까지 열한 명인데…….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의문보다 더 강력하게 그를 지배한 것은 자극적인 쾌감이었다.

자신의 내부에 이런 가학성이 있던 것인가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이 상황이 좋다! 흥분된다! 여드름쟁이가 바짝 마른 입술을 핥고 있을 때, 덩치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알았으니까 망이나 봐, 씨발 새끼들아!”

“못 들었냐? 야! 망보라고! 나가서!”

쥐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여드름쟁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드름쟁이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더듬거렸다.

“아, 아까 분명히 내, 내가 세 번째라고…….”

“좃 까는 소리 말고 나가, 이 개새끼야! 맨 마지막에 여유 가지고 실컷 하면 되잖아! 그게 더 좋은 거야!”

쥐는 여드름쟁이의 따귀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다른 놈들도 일제히 노려보았다. 기가 꺾인 여드름쟁이는 계속 뒤를 돌아보며 화장실 밖으로 아쉬운 걸음을 옮겼다. 순서가 밀린 게 아쉽긴 하지만, 못하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까.

“나 할 때도 망봐줘야 돼.”

여드름쟁이는 문을 나서며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뭐해! 개새끼야! 빨리 옷부터 벗기고 바닥에 눕혀! 핑크 펀치 떡 치는 거 라이브로 구경 좀 하자!”

꺽다리가 아우성을 쳤다. 덩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 등신아. 이 옷을 입혀놓고 하다가 중간에 벗으라고 할 거야.”

“아, 이런 변태 또라이 새끼! 팬티 입고 할 새끼네!”

“크흐흐~ 팬티는 벗겨야지. 씨발, 어디 우리 테라는 이 안에 뭐 입고 있나 좀 볼까? 만날 궁금했는데…… 오호~ 오빠가 좋아하는 분홍 팬티 입고 왔네? 흐흐흐~”

덩치가 축축해진 손바닥을 비비며 악마처럼 키득댄다. 각오했던 것보다 더 역겹고 소름이 끼쳐서, 두려워서…… 테라의 입에서는 참고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

민구는 외야석에서 담배를 문 채 바깥의 사투를 구경하고 있었다. 곁에 선 초희는 불안해서 그러는지, 지루해서 그러는지 몸을 비비 꼬아대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오빠, 설마 우리 오늘 다 죽어?”

초희의 말에 민구는 짧게 대답했다.

“아니.”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의 눈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밖을 향해 고정되어 있다.

투투투투투두―

쉬지 않고 불을 뿜는 소총들, 그 막강한 화력 앞에서 조금도 기죽지 않고 뛰어오는 괴물들, 그리고 방어선이 돌파될 때마다 터져 나오는 괴로운 비명.

바로 눈앞에서 삶과 죽음이 생생하게 갈리고 있었다.

“저 난리가 났는데 정말 괜찮아, 오빠? 식칼이라도 좀 챙겨둬야 하는 거 아니야? 쟤들 뚫리면 여기까지 그냥 고속도로야.”

민구는 대꾸하지 않았다. 처음 사이렌이 울리고 난리가 난 것처럼 군인들이 뛰어다닐 때에는 그 역시 비슷한 생각에 자신의 칼을 찾으러 가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잠시 지켜본 지금은 의견이 달라졌다.

총격전이라는 건 잘 모르지만, 수없이 많은 아수라장을 헤쳐 온 그의 경험은 이 전투가 군인들의 패배로 끝장나지 않으리라는 걸 직감하게 해주었다.

일단 군인들의 수가 많다. 그리고 저 군복을 입은 어린 녀석들은 허둥대는 와중에도 용케 드문드문 목표를 맞춰 나가고는 있다.

뒤에서 받쳐 주는 탱크와 장갑차의 화력도 큰 힘이 된다. 한 번씩 대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때마다 괴물들은 수십 마리씩 갈가리 찢겨 하늘 위로 솟구친다.

반면, 괴물들은 너무 두서없고 맹목적으로 넓게 퍼져 달려오고 있다.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뒤통수를 치는 전략 따위, 괴물들은 쓸 줄 모른다. 실탄이 떨어지거나 하는 치명적인 문제만 없으면 전투는 곧 끝이 나게 될 것이다.

물론 중요한 저지선 역할을 하던 철책이 다 부서져 버린 지금, 곧바로 이만한 규모의 놈들이 또 몰려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는 할 테지만…….

“안달하지 마라, 군인 애들이 이겼으니까.”

확신을 얻은 민구는 손가락을 꺾으며 뒤로 물러났다. 더 구경할 필요가 없어졌다.

“정말? 아직 저렇게 죽어라 싸우고 있는데? 정말이지?”

“그래. 그러니까 쓸데없이 방방 뛰지 말고, 군인들 돌아오면 박수나 열심히 쳐. 쟤들도 오늘 아주 죽을 똥 쌌을 거다.”

“어디 가, 오빠? 무서워 죽겠는데 나만 혼자 여기 내버려 두고!”

“세수 좀 하고 온다, 이것아. 군인 애들 오면 화장실도 엄청 북적일 테니까.”

화장실로 가는 동안 보초병들이 사라진 복도를 걸으며 민구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것이 얼마나 치열하든 간에 유능한 지휘관이 이끄는 싸움은 늘 보기 좋다. 이 지독한 난리 속에서 쉘터가 이나마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오늘 납득되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의 군인들을 총지휘하는 대장은 꽤나 냉정하고 주도면밀하다. 망설이지 않고 내부의 경비들까지 한 번에 동원해서 필요한 때에 화력을 집중한 게 승패를 가른 변수였다.

냉정한 지휘관이나 군인들과 달리, 총소리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여전히 혼란 속에서 헤어 나질 못하고 있었다.

외부와 이어진 벽에 달라붙은 채 손에 땀을 쥐고 구경을 하거나, 담요 속에 머리를 처박고 훌쩍거리는 사람들, 어수선한 틈을 타서 물건을 훔치는 녀석들까지.

행동의 양상은 조금씩 달라도 초식동물처럼 겁에 질려 있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군인들이 뚫리는 순간, 이놈들은 전부 죽은 목숨일 터였다.

“나 할 때도 망봐줘야 돼.”

화장실 앞에 도착했을 때, 여드름이 잔뜩 난 녀석 하나가 문을 닫고 나오며 안을 향해 중얼거리는 게 보였다. 무슨 개소리인지 전혀 짐작조차 되지 않았지만, 민구는 신경 쓰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어어! 아저씨! 여기 오면 안 돼! 다른 데로 가요!”

여드름쟁이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뻗는다. 민구는 슬쩍 고개를 틀어 놈의 손을 피하고 노려봤다. 여드름쟁이는 화장실 문을 막아서며 소리를 질렀다.

“야! 누가 좀 나와봐! 사람 들어가려고 해!”

“비켜.”

민구는 낮고 짧게 말했다. 여드름쟁이가 고개를 저어 그렇게 해줄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하려 할 때, 민구의 주먹이 놈의 배에 꽂혔다.

우욱, 여드름쟁이는 배를 움켜쥐고 앞으로 무너졌다. 호흡이 막힌 놈의 얼굴은 금방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이, 씨발! 등신 같은 새끼가 망도 제대로 못 보네. 뭐야?”

두 놈이 동시에 문을 열고 튀어 나왔다. 둘 중 키가 더 작은 놈이 뒤춤에서 날카로운 플라스틱 조각을 꺼내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칫솔을 부러뜨려 바닥에 대고 간 것이다.

“꺼져! 씨발아! 모가지에 빵꾸 난 다음에 질질 싸지 말고!”

꺽다리가 손가락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 나, 이 새끼 알아! 이 새끼, 엊그저께 이 앞에서 칼로 좀비를 썰…….”

침을 튕겨가며 떠들던 꺽다리는 말을 다 맺지 못하고 눈을 까뒤집으며 바닥에 뒹굴었다.

민구의 빠른 발길질에 차인 사타구니가 극심한 통증을 선사한다. 격통을 이기지 못해 바닥에서 몸을 꼬는 꺽다리의 엉덩이를 민구는 한 번 더 걷어찼다.

“새끼라니……. 말을 좀 가려서 해라, 이 어린놈의 새끼야.”

“이런 씨발 놈이!”

순식간에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본 두 번째 놈은 민구의 눈을 향해 칫솔 조각을 내질렀다.

그따위 기술로 덤벼드는 놈의 용기가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날 지경이다. 민구는 슬쩍 몸을 틀어 도발을 흘려보내고는 놈의 팔을 비틀어 칫솔을 빼앗아 쥐었다.

조금 열린 문틈으로 여자의 흰 다리가 얼핏 보인다. 이놈들이 안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던 건지,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못 들어가게 하려고 애를 썼던 건지 한 번에 파악한 민구는 키득거리며 말했다.

“참 기운도 좋은 새끼들이네. 밖에서는 죽어라 싸우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하고 싶었냐?”

“으아악~ 놔, 이 씨발! 너 우리가 몇 명인 줄이나 알고 깝치는…….”

“에이, 이놈아. 놔주세요…… 해야지.”

민구는 빙글거리며 놈의 팔을 좀 더 올려 꺾었다.

끄아악~

여자 소프라노만큼 높아진 키로 비명을 지른 놈이 사정을 했다.

“으! 으! 놔주세요. 부, 부탁드립니다.”

민구는 화장실 안으로 놈을 밀어 처넣으며 놈에게서 빼앗은 조잡한 무기도 바닥에 던져 버렸다.

콰당탕―

갑자기 문이 열리자 안에 있던 녀석들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뭐, 뭐야? 이 씨발!”

움찔한 놈들이 화장실 중간 칸을 둘러싸며 뒷걸음질을 쳤다. 마치 거기에 여자가 있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다. 한 놈이 당황하며 소리를 빽! 질렀다.

“나가, 이 개새끼야! 뒈지고 싶지 않으면!”

나머지 놈들이 주춤거리기만 하고 덤벼들지 못하는 걸 보면, 좀비와 싸운 사람임을 알아챈 게 맞다.

더 쥐어 패기도 귀찮아진 민구는 놈들에게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은 채 뚜벅뚜벅 두 번째 변기 앞으로 걸어가 지퍼를 내렸다. 그가 마음대로 정해둔 자기 변기다.

놈들의 숫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아 당하는 여자가 누군지 안되기는 했지만, 모르는 사람의 성범죄에 나서서 주먹을 휘두를 만큼 오지랖이 넓지는 않다.

만약 그렇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댔다가는 그가 데리고 있던 동생 놈들도 모두 턱뼈가 남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야! 뭐야! 뭔데 이 씨발, 이렇게 시끄러워! 할 수가 없잖아!”

놈들이 둘러싸고 있던 중간 칸에서 씩씩거리는 목소리가 울려 나온다.

쏴아아―

민구는 시원하게 오줌을 갈기면서 대꾸해 줬다.

“새끼, 간이 작구나. 이 정도 가지고 집중을 못 해? 아무 방해도 안 하고 그냥 오줌만 싸고 가는 건데?”

나프탈렌 볼을 맞춰 흔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 때, 문제의 가운데 칸이 벌컥 열리며 눈에 핏발이 잔뜩 선 두 놈이 뛰어나왔다.

“이런 씨발 놈들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두 놈이나 더 숨어 있었다는 게 놀라워서, 민구는 변기 위에 걸려 있는 스테인리스 거울을 통해 놈들의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

한 놈은 덩치가 꽤 크고, 또 다른 놈은 쥐상이다…… 라고 생각하려던 순간, 눈에 들어온 광경이 그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살짝 휘어 있어서 일렁거리는 거울에 비친 여자의 얼굴. 분명히 아는 얼굴이다. 그가 마음에 빚을 지게 만든 바로 그 계집애였다.

“어후, 씨발! 막 넣으려던 참인데…… 등신들아! 이걸로 콱 그어버려! 죽여도 괜찮아!”

덩치와 쥐는 다른 놈들의 손에 송곳과 공업용 커터를 쥐여주며 다시 되돌아 들어가려 했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테라의 눈동자는 뻥 뚫린 듯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흐으윽……! 흐윽……!”

더 이상 크게 울 기운도 남지 않은 걸까? 테라의 울음은 소리가 아니라 들썩이는 가슴의 움직임으로만 전달됐다.

“잠깐, 스톱! 거기, 너희들!”

민구가 몸을 돌리자 아직 멈추지 않은 오줌이 덩치와 쥐를 향해 날아간다.

으앗!

이런 씨발!

예상치 못한 오줌 세례를 뒤집어쓴 놈들은 기겁을 하고 오줌을 털어낸 뒤, 동료들에게서 연장을 빼앗아 쥐었다. 그러는 동안 민구는 지퍼를 올렸다.

“걔는 내가 데리고 가야겠다. 사연이 있는 애라서.”

“닥쳐! 이 씨발아!”

덩치와 쥐가 동시에 흉기를 앞세워 몸을 날렸다.

파박―

민구의 로우킥이 빠르게 날아가 두 놈의 무릎을 거의 동시에 꺾었다. 중심을 잃고 고꾸라지는 놈들의 턱에 다시 두 방의 발차기가 꽂혔다.

뒤늦게 덤벼들던 세 놈의 인중과 명치, 그리고 관자놀이에 민구의 팔꿈치가 박혔다. 물이 흐르듯 민구가 한 바퀴를 돌고 나자 세 놈이 나무토막처럼 쓰러졌다.

“끄으으윽~! 끄아아아~!”

턱뼈가 깨진 덩치와 쥐는 바닥을 훑으며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우두머리 격인 두 놈과 개중 주먹 좀 쓴다던 셋이 눈 깜짝할 사이에,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왜 저러는지도 모르게 자빠져서 뒹굴자, 나머지 놈들의 전의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덤벼보려 해도 발이 얼어붙어 꼼짝도 않는다. 애초에 레벨이 다르다는 걸 몸이 먼저 가르쳐 주었다.

민구가 걸음을 옮기자 남아 있던 놈들이 양쪽으로 갈라진다. 그중 문 쪽으로 달아나려는 녀석의 목덜미를 잡아채며 민구가 말했다.

“아냐, 아냐. 지금은 그냥 안 보내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구의 무릎이 놈의 옆구리를 찍었다. 하늘이 노랗게 변하면서 곧바로 쓰고 신물이 목을 타고 치솟아 올랐다.

우웨에엑, 놈은 엄청난 양의 토사물을 바닥에 토해내고 그 위에 얼굴을 묻은 채 쓰러져 버렸다.

겁에 질린 나머지 두 놈은 눈알만 굴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들의 앞에 선 민구는 손바닥을 휘둘러 코뼈를 후려갈겼다.

와직! 와직!

주저앉은 코뼈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놈들의 눈에서 번쩍 불이 나는가 싶더니, 다리가 맥없이 풀린다.

이제 아직까지도 의식이 남아 있는 놈은 덩치와 쥐, 둘뿐이었다.

“내가 원래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이 아닌데 말이지, 지금은 화가 좀 났거든?”

덩치의 얼굴을 꾹 밟으며 민구가 중얼거렸다.

“왜 화가 나는 건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그게 더 화가 난다.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겠어?”

덩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몇 줄이나 금이 간 턱뼈가 밟히자 저절로 경련이 일어날 만큼 극심한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다.

민구는 쥐의 얼굴로 발을 옮겼다.

우득!

덜렁거리며 겨우 붙어 있던 앞니가 부러져 나갔다.

“끄으윽!”

쥐는 얼굴을 감싸 쥐며 발버둥을 쳤다. 그래도 민구는 여전히 발을 떼지 않았다.

“너희들이 까분 걸 생각하면 죽여 버려도 시원치 않은데, 군대 끌려가면 어차피 오래 살기는 그른 목숨이니까 더 힘들라고 명줄을 붙여놓을 거다. 대신 이것만 기억해. 죽는 데도 여러 길이 있다. 또 내 눈에 띄면 그중에서 제일 고생스럽고 먼 길을 가게 될 거야.”

네, 네, 쥐와 덩치는 눈을 깜빡이며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놈들이 경고를 이해했다고 생각한 민구는 자비를 베풀 듯 힘차게 턱을 걷어찼다.

켁, 고무줄이 튕기는 것처럼 고개가 팩 돌아간 놈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거품을 뿜었다.

“후우우~”

민구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아직까지도 변기 위에 앉아 있는 테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흑~! 흐으윽~! 으윽~!”

바로 앞에서 그 난리가 벌어졌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온몸을 떨며 계속 울고만 있었다. 꽉 감은 눈, 경련하는 가느다란 두 다리.

정신이 멀쩡하다면 벌써 일어나서 도망을 나갔을 텐데 저러고 있는 걸 보니, 아직까지도 충격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마 내버려 두면 기절할 때까지 저렇게 울어 댈 게 분명하다.

어쩔까……. 민구는 잠시 연기를 내뿜으며 고민했다.

구구절절 잔소리를 하고 뒤를 챙겨주는 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다. 특히 우는 여자를 달래고 보채고 하는 건 딱 질색인 짓이다.

하지만…… 남자 화장실인 이곳에 저런 상태인 저 계집애를 내버려 두고 나가는 건 뒤에 들어오는 놈들에게 재미를 보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야 끼어들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젠장…….

민구는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 테라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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