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폭풍 속으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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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폭풍 속으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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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폭풍 속으로 (5)
2022.01.16.
15분 후, 이승남의 에쿠스와 두 대의 지프는 중문 관광 단지 가장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쉐라톤에 도착했다.
정문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여덟 명의 해병은 이승남을 확인하고 경례와 함께 그들을 통과시켜 주었다. 개방적인 열대풍으로 꾸며진 전방 주차장을 통과해서 진입로를 지나자 도넛 모양으로 생긴 호텔 로비 정차 공간이 나타난다.
시속 10킬로미터 미만으로 천천히 진입하는 동안 소령은 계속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병력 배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 정문을 지나고 나면 로비에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화력이 없다. 물론 로비 입구는 소대 병력의 해병들로 단단히 막혀 있고, 그 옆에는 또 따로 트럭 한 대가 완전무장한 병력을 꽉 채워 대기 중이다.
“미친 새끼로구만. 전쟁이라도 하는 줄 아나…….”
겁이 많은 놈이라 어느 정도의 호위 병력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것쯤은 익히 짐작하고 있었는데도, 막상 그 광경을 실제로 보고 나니 저절로 욕이 나온다.
어림잡아 계산해 봐도 이승남이 몰고 다니는 병력의 4배수 이상을 배치시켜 놓았다. 투덜대는 채 장군을 소령이 달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군님. 저 정도는 예상 범위 내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총장님, 이 작전 종료 시까지 얘는 총장님 등만 바라보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꼭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운전석에 앉은 병사의 하이바를 치며 소령이 말했다. 혹시라도 허튼수작하는 기미가 있다면 당겨 버리겠다는 뜻이다. 이승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윤 장관에게 전화를 건 시점부터 나도 한배를 탄 거야. 돌이키지 못한다는 건 잘 알고 있어.”
지프에서 내린 병사들이 에쿠스 문을 열자 이승남, 채 장군의 순서대로 내렸다. 뒷좌석에 함께 앉아 있던 소령은 왼쪽 문으로 내려 합류해서 채 장군의 포승줄을 쥐었다.
“어서 오십시오, 총장님.”
경비 책임자인 것으로 보이는 해병 하나가 다가와 경례를 한다. 팔각모에는 중령 계급장이 달려 있다. 중령은 러닝셔츠 차림에 포승줄로 묶여 있는 채 장군을 위아래로 훑으며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래. 장관님은?”
“벌써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런가. 우리도 서둘러야겠군.”
이승남이 모르는 척 병력을 거느리고 이동하려 들자, 중령이 공손하게 만류한다.
“저, 총장님.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호텔 내부는 비무장이 원칙입니다.”
“뭐어?”
휴대용 금속 스캐너를 가지고 다가서는 병사들을 본 이승남이 걸음을 멈추고 과장된 반응을 한다.
“이 새끼가! 네가 암만 해병이라도 나는 엄연히 네 직속상관이야. 그런데 나한테 무장 해제를 명령해? 이런 정신 나간 새끼! 김 중장한테 전화 넣어서 뭐라고 하는지 좀 듣고 싶어? 응?”
“이렇게 하시는 동안에도 장관님은 계속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미 두 시간 전에 머리가 날아가 버린 해병대 사령관까지 들먹이며 성질을 부려봐도 해병 중령은 별로 흔들리는 기미가 없다. 킹메이커에게서 약속을 단단히 받고 나름 큰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다.
“뭐, 좋아. 어차피 나는 무장도 하지 않았고, 얘들은 여기 두고 가면 되겠지. 이제 만족하나? 정충교 중령? 자네 이름이 아주 오래 기억될 것 같구만.”
한참 성질을 부리던 이승남이 마침내 납득하는 시늉을 한 것은 차에서 내린 지 5분여나 지난 뒤였다.
지금쯤이면 시간 차를 두고 출발한 두 번째 팀, B팀이 부근까지 도달했을 시간이다. 그리고…… 2시 10분에 터뜨리기로 되어 있던 관창이 해군 기지 작전 본부 내에서 폭발할 시간이기도 했다.
콰아아앙―!
강정 기지에서 터진 50킬로그램의 C4는 태풍의 소음을 뚫고 2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쉐라톤에까지 그 폭발을 알렸다. 그리고 곧바로 건물 유리창 사이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뭐! 뭐야?”
이승남이 필사의 연기를 하는 동안, 특임대원들이 그와 채 장군의 몸을 덮고 주변을 경계한다.
그리고 제2, 제3의 폭발이 이어졌다. 내부에서 터진 150킬로그램의 C4는 지어진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현대식 건물을 순식간에 폐허처럼 만들었다. 소령이 외쳤다.
“총장님, 엎드리십쇼! 위험합니다!”
“뭐…… 이게 지금 무슨…….”
예상 밖의 굉음과 연기에 놀란 해병 중령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포탄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 걸로 미루어 포격은 아니다.
콰콰아아앙~!
이번에는 B팀의 유탄발사기에 의해 정문 초소가 산산조각으로 터져 나간다. 충격파가 차창을 흔들고 부상당한 경비병들의 비명 소리가 혼란을 더 가중시켰다.
타타타타타타―
B팀은 호텔 주차장 안쪽을 향해 50여 발을 난사했다. 당연히 그들의 총구는 채 장군이 위치한 쪽으로부터 먼 곳을 겨눴다.
“뭐야, 이 개새끼들! 습격이다!”
가장 먼저 반격에 나선 소령과 특임대원들이 정문을 향해 응사했다. 물론 어떤 일이 일어날는지 미리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일 빠르게 반응할 수 있던 것이다.
슈우우웅―
두 번째 유탄이 날아와 주차되어 있던 빈 차를 박살 낸다.
특임대원들은 얼른 호텔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B팀이라고 해봐야 도로 위에 버티고 선 것은 불과 여덟 명이 탑승한 두 대의 차량, 그중 네 명만이 사격하는 것이지만, 효과적인 제압사격술 덕에 이쪽에서는 고개를 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소령은 자신의 부하들이 얼마나 배운 대로 잘해내고 있는지 소리를 들으며 즐겼다. 이승남이 해병 중령을 향해 입에 거품을 물고 악을 썼다.
“장관님 지하로 대피시켜! 빨리! 여기도 안전하지 않다!”
그가 이성을 되찾아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전에 더 흔들어둬야 한다. 바로 옆 트럭에서는 대기하고 있던 해병대 병력들이 하차해 트럭을 엄폐물 삼아 정문을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호텔 로비 안에 있던 병력들까지도 달려 나와 총구에서 불을 뿜는다. 하지만 후발대 차량들은 이미 그 자리를 뜬 상태였다.
박살이 난 정문과 검은 연기를 내뿜는 작전 본부 건물을 번갈아 보고 있던 중령에게 이승남이 다시 닦달을 했다.
“정신 차려! 애들 여기 지키게 하고 자네는 일단 장관님부터 피신시키란 말이야! 내부에도 병력이 있지? 어디야? 스카이라운지?”
물론 스카이라운지에는 1개 분대가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어딘가 상황이 이상하다. 중령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계속 머리를 굴렸다. 뭔가 명확하지 않다.
뭐지? 뭐가 이상한 거지?
꺼림칙한 부분이 있는데, 그걸 딱 꼬집어 말할 수가 없다.
“숙여!”
소령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진다. C팀이 도착한 것이다.
타타타타타―
두 번째 팀으로부터 병력 배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받은 터라 이번에는 제법 정교하게 조준 사격을 가해서, 순식간에 해병대 트럭이 벌집이 됐다.
타타타타타타―
C팀 20여 명은 이미 초소가 날아가 버린 정문 주변의 담을 엄폐물로 삼고 야무지게 총알을 퍼부어 댄다.
퓩― 퓨퓨퓩―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고급 관료 차량의 방탄유리에 벌집 모양의 탄흔이 남겨지고, 대리석 조각이 어지럽게 날린다.
로비 앞에 비를 막기 위해 지어놓은 길고 넓은 천장 구조물이 각도를 제한하기 때문에 수류탄을 던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거리도 50미터가 넘는다.
“끄아아아~”
수류탄을 던지기 위해 측면으로 뛰어나가던 해병이 허벅지에 총을 맞고 바닥에 뒹군다.
동료들이 재빨리 달려가 그를 끌어들였다. 대량의 사상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 사건을 기점으로 호텔 경비대의 사기는 뚝 떨어져 버렸다.
무엇보다도 대체 누가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인지, 병력은 얼마나 되는 것인지 따위의 기본적인 정보가 없다는 것이 가장 그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열심히 본부와 교신을 해보려던 무전병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아마 조금 전의 연쇄 폭발 때문에 본부 내 통신망이 장애를 일으킨 모양이다.
“트럭을 버려! 위험해!”
잇달아 날아오는 유탄 때문에 차량 엄폐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애애애애앵~ 애애애애앵~
총성을 듣고 부근의 검문소에서 출동한 차량들이 사이렌을 요란스럽게 울리며 달려오는 소리!
호텔 기둥 뒤에 숨은 병사들의 얼굴에 잠시 안도의 빛이 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바로 엄청난 폭음과 함께 불붙은 지프가 높다란 담 위에까지 솟구치는 모습이 보인다. B팀이 길목에 장치해 놓은 트랩이 폭발한 것이다. 외부 지원은 없다!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총장님은 내부로 피신하십쇼!”
해군 장교 복장을 입고 있던 특임대원 하나가 머리 위로 총을 난사한 뒤 돌아보며 외쳤다. 소령이 고개를 끄덕인다.
“맞는 말입니다! 중령님! 안으로 모셔야 합니다! 여긴 너무 위험합니다!”
해병 중령의 귀에도 그 말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자신이 경호 책임자로 있는 상황에서 해군참모총장, 별 네 개가 목숨을 잃는다면 출세는 물 건너가고 군 경력은 거기에서 끝이 난다.
타타타타―
총알은 쉼 없이 날아온다. 저놈들은 탄창도 갈지 않고 쏴대는 것 같다.
“엄호해! 엄호! 이동한다!”
그의 말에 해병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키고 정문 담을 향해 총알을 퍼부어 댔다. 그사이 중령은 이승남 일행을 이끌고 호텔 로비 안으로 뛰어드는 데 성공했다.
“하아~ 하아~ 괜찮으십니까? 맞으신 곳은 없습니까?”
중령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연타하며 이승남을 향해 물었다. 네 개의 엘리베이터 중 처음부터 세 개를 잠가놓았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은 이것뿐이다.
이승남은 대범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비 안쪽의 안내 데스크에서는 여직원들이 울먹이며 수화기 너머의 경찰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훗, 그년들 어지간히 순진하군. 경찰이 어찌할 수 있을 상황으로 보이나?
채 장군은 속으로 웃었다. 경찰에서 아무리 강정 기지 쪽으로 전화를 돌려봐도 이미 아수라장이 돼버린 해군 본부는 외부 지원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다행히 태풍이 몰아쳐 주면서 공중 지원 가능성이 아예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이런 작전이 가능해졌다.
건물 하나랑 정권이랑 바꾸는 장사라면 백 번이라도 해야지…….
채 장군은 이 작전이 만족스러웠다. 요즘 같은 때 물자도 귀해서 재건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테지만,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위에는 병력이 얼마나 배치되어 있습니까? 독자적으로 탈출 작전을 수행할 만한 무장을 하고 있습니까?”
“아아, 1개 분대니까…… 음?”
엘리베이터가 15층을 지났을 무렵에야 해병 중령은 상황이 기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부 전망 엘리베이터에 탄 여덟 명 중 그 자신과 곁의 상병 하나를 제외한 여섯이 외부인이다. 게다가 무장해제도 하지 않았다.
내가 뭘 한 거지? 암만 정신이 없었어도 그렇지, 내 부하들을 외부에 남겨두고…….
스카이라운지가 있는 22층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그전에 잠시 멈춰 서서 정리를 좀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무장을 한 사람이 너무 많다. 중령은 일단 엘리베이터를 세우기 위해 20층 버튼을 눌렀다.
띵―
20층에 멈춰 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중령은 열림 버튼을 꾹 누르고 가능한 한 침착함을 가장해서 말했다.
“잠시 내리시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중령의 목 뒤로는 식은땀이 흐른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고 있는 유일한 그의 같은 편, 상병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특별히 경계하고 있지 않다.
하긴…… 일반 사병에게 장교들의, 그것도 별 단위의 파워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도 않고 스스로 파악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이다.
“눈치챈 것 같습니다.”
소령이 채 장군을 향해 말했고, 채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내내 소령의 눈치만 보고 있던 특임대원들은 해병 상병에게 달려들어 소총을 내려치며 목을 뒤로 꺾었다.
“이! 이 새끼들!”
해병 중령이 권총집에 손을 대는 것보다 처음부터 준비를 마치고 있던 소령이 더 빨랐다.
탕― 탕, 탕―
세 발의 총성이 호텔 복도를 흔든다. 카펫 위에는 중령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붉은 피가 흥건하게 흐른다.
“탄창 확인해.”
위험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특임대원의 몸 뒤에서 빠져나온 채 장군이 묶는 시늉만 해뒀던 포승줄을 바닥에 던져 버리며 말했다.
“이제 역도들을 처단하러 가자. 다들 타깃 얼굴은 알지?”
“눈 감고 그릴 수도 있을 겁니다.”
엘리베이터를 봉쇄해 놓은 소령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어젯밤 출발하기 전, 모두에게 킹메이커와 교수의 사진을 나눠 주고 이 새끼들의 목을 따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었다.
새벽 내내 차가운 바다에 몸을 적시며 노를 젓는 동안 특임대원들은 그들에 대한 이유 없는 증오를 증폭시키고 또 증폭시켰을 게 빤하다.
“좋아. 이 작전 완료만 하면 다들 2계급 특진이다.”
바닥에 떨어진 해병 중령의 권총을 주워 들며 채 장군이 빙긋 웃었다. 소령이 들고 있던 007 가방을 열자 광학 조준 장치까지 장착된 MP―5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승남에게는 무장이 허용되지 않았다.
치이잇― 치이잇―
중령의 허리에 채워진 무전기가 계속 울려 댄다. 암구호를 모르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는 편이 낫다. 한 번에 스카이라운지까지 올라갔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여기까지 병력 손실 없이 온 것만 해도 절반의 성공이다.
“방을 하나 확보할까요? 작전 끝날 때까지 피신하시겠습니까?”
“그만둬, 뒤에서 따라갈 테니까.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모든 게 모험이다.”
사사삿―
네 명의 특임대원은 서로를 엄호하며 교차해서 계단을 향해 뛰었다. 총소리가 울렸으니 뭔가 사달이 났다는 것쯤은 위쪽에서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윤 장관님, 윤 장관님, 구조대입니다!”
20층 계단 입구에 선 특임대원은 위쪽을 향해 킹메이커의 이름을 불렀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있다면 곧바로 방아쇠를 당길 심산이었다. 하지만 반응도, 인기척도 없다. 그들은 계단이 꺾이는 지점에서마다 같은 수법을 사용하며 천천히 전진했다.
22층을 한 층 남겨놓은 지점에서 킹메이커를 불렀을 때, 누군가 아주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파팡― 파파파팡―
특임대원의 총성이 복도를 울리고, 잠시 후, 젊은 병사의 시체가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위쪽에서 대응사격이 쏟아진다. 특임대원들은 목을 움츠린 채 벽에 바짝 붙어서 어지럽게 날리는 총탄들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핑―
도탄에 팔을 스친 특임대원이 짧은 비명을 지른다. 단조로운 총소리. 겹치지 않는 걸 보면 분명 혼자서 쏘는 것이다.
1개 분대가 있다는 걸 확인했는데 정작 지형적 이점이 있는 장소에는 보초를 두 명만 따로 떼어서 배치해 두었다.
이렇게 엉망으로 병력을 운용하는 걸 보면 군인이 지휘를 하는 게 아니라 양복쟁이들이 제멋대로 명령을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기세 좋게 울려 대던 총성이 뚝 그쳤다. 온 신경을 청각에 집중시키고 있던 소령은 머릿속으로 초를 계산했다.
아무리 철저하게 훈련받은 병사라고 해도 탄창을 교환하고 다시 사격을 시작하는 데 2초는 걸린다.
사선으로 총을 비틀어 탄창을 날리며 온갖 재주를 부려봐도 그보다 줄어들지는 않는다. 실전 경험이 없다면 물론 그 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반면, 자신은 계단의 코너를 돌기만 하면 된다.
투투투투투―
다시 총성이 시작되기까지 3초 정도가 지났다. 탄창을 갈아 끼우기 위해 몸을 숨기는 시간까지 계산에 넣으면 결코 나쁘지 않은 솜씨였다.
다시 30발이 소진되고 일순간 적막이 흐를 때, 미리 대기하고 있던 소령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계단 위로 뛰어올랐다.
코너를 돌자 난간 사이로 해병의 군화가 들어온다. 어차피 다른 부분까지 시야가 확보될 필요도 없다. 레이저 도트가 다리에 걸리자마자 소령은 즉시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투― 투투―
끄아아아~!
막 재장전을 마치고 총구를 아래로 내리려던 해병은 다리에 총알 세례를 받고 굴러떨어졌다.
쿵―!
박살이 난 다리 때문에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구르던 병사는 목이 부러져 숨을 거두었다. 이제 계단은 모두 정리됐다.
너! 너! 소령이 손가락으로 특임대원 두 명을 지목한다. 지명받은 두 대원은 재빨리 뛰어 올라와 방화문 앞에 섰다.
한 대원은 수류탄 고리에 손가락을 건 채 대기하고, 다른 한 대원은 문의 손잡이를 잡은 채 손가락으로 카운트를 시작했다.
셋, 둘, 하나.
문을 당기자마자 몸을 숙이고 있던 다른 대원은 수류탄을 까서 힘차게 바닥에 굴렸다.
투투투― 투투투―
다시 문이 닫힐 때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문틈 사이를 향해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진다.
윽! 운이었는지, 실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중 한 발이 수류탄을 던진 특임대원의 눈을 관통했다. 그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벽에 날아가 부딪치며 쓰러졌다.
콰쾅―!
복도에서 수류탄이 폭발했고, 그 충격이 계단 전체를 흔들며 전해진다.
“한 번 더 열어.”
사망한 대원에게서 수류탄을 떼어 온 소령이 명령했다. 2차 투척은 더 먼 곳을 목표로 했다. 이번에는 대응사격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콰아앙―!
문이 흔들리며 틈 사이로 먼지가 쏟아진다.
때르르르릉―
고열을 감지한 화재경보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가자!”
소령은 MP―5를 겨누며 앞장을 섰다. 두 방이나 수류탄 세례를 받은 덕에 스카이라운지 내부에는 멀쩡히 서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촤아아아아―
머리 위에서는 스프링클러가 뿌려지고, 깨진 유리창을 통해 몰아치는 고층의 바람 때문에 고급 테이블보들이 춤을 추며 휘날리고 있다.